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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문피아 연재는 처음이라 이래저래 버벅대느라고..링크 올리는 법도 몰랐는데, 마침 추천해주신 분들 덕분에 링크를 살짝 빌려왔습니다. ^^;
초심은 그냥 '로맨스+미스테리'로 시작한 소설입니다. 소년소녀가 만나서 후일을 기약하고 헤어졌는데, 다시 성인이 되어 마주치고 보니 서로 비밀이 너무 많더라..정도로 시작해서 4년 전에 구상한 스토리였구요.
그런데 막상 고증을 위해 자료조사를 하다보니 자꾸만 벽에 부딪혔습니다.
원래 여주인공 양아버지는 김춘택의 친구 '이태보', 오라비는 '이천림'이란 가상인물을 설정했었는데, 하필 김춘택의 죽은 친구 중에 박태보란 사람이 있는 겁니다. 생몰년의 차이도 크구요. 그래서 1701년, 1713년 시점에 맞는 인물들을 찾다보니 결국 김춘택의 장인 '이사영'이 나오더군요. 그런데 이사영에게 늦둥이 아들이 하나 있는데 이름이 '이천기'였지요. 하필 유부남이었구요.
이런 식으로 쓰는 족족 겹치는 인물이 하도 많아서, 나중엔 그냥 작정하고 실존인물들을 철저히 조사하고 그 인물들의 틀에서 스토리를 발전시키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김원행이란 서재의 하재장은 그냥 가상인물입니다. 연재하다 보니 발견한 건데, 이 사람도 실존인물, 그것도 같은 노론, 같은 안동김씨 가문에 생몰년이 좀 9년정도 차이나는 사람이더군요. 알고 보니 은근히 중요한 인물이었구요. 결국 그냥 패쓰했습니다;)
자료조사를 하다보니 또 인물들만 문제가 아닌 게..제가 쓰고 있는 스토리가 묘하게도 역사적 사실들과 겹치는 부분들이 생겨서 좀더 고증욕심이 나더군요. 실록도 파헤치고, 야사, 온갖 기록과 평전도 파헤치고..그러다 보니 자료조사에만 결국 3년이 추가로 걸린 듯하네요. 그렇게 고증의 틀에 갇혀서, 제가 원래 쓰려던 평이한 스토리가 아니라 자꾸만 미스테리로 꿈틀꿈틀..
그렇게 만들어진 천지인입니다. 제가 좀더 필력이 농익었더라면 좀더 술술 풀어냈을지도 모르는데..고증 때문에 저도 힘에 겨웠습니다. 이래저래 아쉽지만, 그래도 열과 성을 다한 만큼 열심히 읽어주시는 분들께 그저 고맙기만 합니다.
저는 조선이란 나라를 과장하지도, 축소하지도 않으려고 애를 써왔지만요. 이 소설의 끝엔 남녀주인공이 조선朝鮮이란 나라의 실체를 묻는, 그 물음표에 이르게 됩니다.
강대국인 청국 앞에 바짝 웅크리면서도 백두산 유역 영토를 지키기 위해 첩보전과 신경전을 벌이고, 또 점점 국력을 키워 호시탐탐 울릉도 독도를 노리는 왜국도 견제해야 하는 나라, 겉으로는 군왕에 대한 충성을 과시하면서도 속으로는 왕권을 견제하기 급급한 신하, 주자학과 양명학..각자의 당론으로 무장하였지만 사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세자파와 왕자파로 서로 물어뜯고 파벌싸움을 하는 그들, 언문을 고작 한문을 익히기 위한 발음기호 취급을 하면서도 실상은 민심을 휘어잡는 힘으로 인식하는 명문들의 이중성, 신하들 틈바구니에서 왕권을 수호해야 하고 민심을 잡기 위해서도 언문의 비밀을 통제해야 하는 왕..주자학 외엔 모두 이단으로 취급하는 분위기 속에서 잡학에 곁눈질하는 진짜 명문사대부들, 그리고 정말로 언문과 잡학이 천한 줄로 아는 얼치기 양반들..
이 모든 게 바로 1713년의 조선입니다. 제 어린 남주와 여주는 그 속에서 하루하루 치여살고 있구요. 그들에겐 저 모든 게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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