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깔 있는 영혼, 영혼 있는 빛깔들의 이야기, <회색시대>
무채색 제목, 무채색 표지, 단촐한 글 소개.
그러나 이야기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가슴 아프도록 선명한 색채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선명한 색을 가진 세계에서 색을 빼앗긴, 그래서 색을 되찾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Girdap 님의 <회색시대>를 자신 있게 추천합니다.
두 번째 소개글입니다.
제가 첫번째로 추천한 작품 <재규어 여왕>이 장대한 서사성이 돋보이는 이야기라면,
이번에 추천드릴 작품 <회색시대>는 지독하게 서정적인 작품입니다.
서정성의 주된 근원은 <색깔>이지만, 시각자극이 아니라 공감각적 자극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지요. 색채의 소리, 색채의 맛, 색채의 냄새, 색채의 촉감이 느껴지는 이야기랄까요.
작품의 배경은, 회화와 조각이 금지된 시대입니다.
신의 영역인 생명 창조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사랑받던 화가는 두 팔이 잘리고,
친구들은 갈라서고, 그림들은 불태워집니다.
어린 아이의 낙서조차 이단의 딱지가 붙어야 하는 시대.
<회색시대>라고 불리는 시대.
그러나 두 팔이 잘린 화가의 아들은 말합니다.
회색에게도 수천 수만의 얼굴이 있다고.
그 시대를 그냥 <회색시대>라고 부르는 것은 그 많은 회색들에게 미안한 일이라고.
"혜인, 회색에도 다양함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은 잊은 것 같아.
눈처럼 보이는 아주 옅은 회색부터,
저기 보이는 바위의 회색,
너와 함께 걷던 길, 돌담의 회색. 그리고 너의 눈동자.
단지 색이, 예술이 금지된 세상이라 회색시대라 불리는 것은
그 어여쁜 회색들에게 미안한 것 같아.
이 시대를 회색시대라 부른다면,
그 회색에 이름을 붙어주어야 할 것 같아.
메마른, 모든 것이 메마른 그런 회색이라고."
백문이 불여일견.
무채색 세상에 지치신 분들에게, 창작의 열기를 되찾고 싶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포털: http://novel.munpia.com/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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