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연재란에 정통 판타지를 지향하는 '그날의 빛에 닿을 때까지'를 연재하는 Duellona라고 합니다.
어떤 내용일지 짐작조차 가지 않는 제목이라고 생각하실 터라 줄거리를 대강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대륙에서 멀리 떨어진 섬 에누아에는 머리카락도 피부도 새하얀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태어난 후 눈을 처음 뜨는 순간 천사가 흰자위에 빛방울이자 영혼을 떨어뜨려주고 사라진다고 믿습니다. 나중에 눈이 상하거나 보이지 않는 경우는 꽤 동정을 사기 마련이지만, 주인공은 나고 나서도 눈이 감긴 채 그대로라 '영혼이 없는 빈 껍데기'로 치부되어 수도와 먼 곳에 있는 사원에 버려지듯 맡겨집니다. 비록 왕자이자 적손이었지만, 부모도 한 번 보지 못한 채로 사원에 갇혀 자랍니다. 난생 처음 사원이 있는 성산 밖으로 나가자마자, 대륙의 새로 떠오르는 강국 벨페타가 동쪽으로 파견한 원정대의 범선이 닥쳐옵니다. 결국 나라의 명운은 순식간에 기울고, 평생 사원에 바쳐진 몸으로 살다 끝날 것이라고 생각되던 주인공은 눈 치료를 빙자해서 볼모나 다름없이 끌려가게 되죠. 그럼에도 끝내 전략적으로 처신하며 비단 자국의 해방 뿐만이 아니라 대륙 전체의 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벨페타에 대적하는 것, 이것이 주요한 줄거리입니다.
그렇지만 비단 걸출한 영웅을 그리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한 인간이 운명이라고 불리는 것을 어디까지 극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미진하게 보이나마 제게 있어서 정답이라는 확신이 있는 무언가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아니, 인간이 어찌할 수 없다며 '운명'이라고 부르지만, 실상은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폭력의 구조에 한 인간이 어떻게 항거할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싸울 수밖에 없는 대상도 결국은 사람이며, 그들의 세상이지만, 그렇게 하도록 이끄는 것또한 다른 사람에 대한 애정이자 세상에 대한 애정이라는 걸. 물론 그렇게 쓰기에는 필력 이전에 저라는 인간 자체가 부족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글의 주인공처럼 저도 매순간 나아감으로서 가슴에 맺힌 소리를 외칠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없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사방이 어둠일 것 같은 때에도 등장인물들에게 억지스럽게 희망을 제시하지는 않겠다고 약속드립니다. 잔인한 시대를 타고난 그들은 절망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태어나, 그에 맞게 짜맞춰지듯 희생당하고 희생시키고 배신당하고 배신하겠지요. 그렇지만 결코 불행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지나가는 구비구비마다 아프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저와 함께 그 끝을 지켜보지 않으시겠습니까?
Commen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