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양경은 속절없이 눈물을 흘렸다. 팽무흔이 겪는 아픔이 그녀 자신의 아픔인 것만 같아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악룡도 답답하긴 매한가지였다.
차라리 복면인의 정체를 몰랐다면 죽든 살든 칼부림이라도 한 번 해보겠으나, 뻔히 알고 있으니 그럴 수도 없지 않은가.
“젠장!”
답답하니 결국 입에서 튀어나오는 말은 욕지기일 뿐이다.
서설도 애간장이 탔다.
팽무흔과 친분은 없었지만, 한 명의 인간으로서 할아버지의 손에 손자가 매 맞아 죽는 불상사는 목격하고 싶지 않았다.
세 사람 모두 팽무흔을 동정하고, 팽련호를 저주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냥 이대로 팽무흔과 팽련호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르고 있는 게 마음 편할지도 몰랐다.
<구만붕최(丘巒崩摧) 호애호(虎哀號)…….>
언덕과 산이 무너지고 꺾이니, 호랑이는 슬피 울고…….
<이놈, 거기서 또 막히지 않았느냐! 이 바보 같은 놈!>
지금 팽무흔은 그가 미처 익히지 못한 가전 무공의 구결을 팽련호에게 전수받고 있으며, 또 전수받은 구결을 제대로 외우지 못해 팽련호에게 자꾸 얻어맞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선 자세 그대로 뒤로 발라당 자빠지고 말 테니까.
그리고 평련호는 이렇게 매를 쳐서 구결을 머리가 아닌 뼛속 깊이 각인시켜야만 팽무흔이 잊어버리는 일이 없다고 여기고 있음을 또 알게 된다면 뒤로 자빠졌다가 코가 깨지고 말 테니까.
팽가는 무식하다.
따라서 팽가의 무공 전수 방법 또한 조금 무식했다.
세상에서 오직 하나 밖에 바라보지 못하는 바보 같은 사내 팽무흔.
그가 지금 여러분을 기다리며 달리고 있습니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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