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인생의 모두 기억한다. 단, '내가 기억하는 인생'에 한해서. 기억의 파노라마는, 마치 죽 이어진 파파루스 두루마리 같은 모습으로, 나의 머릿 속 어딘가에 항상 놓여있다.
나는 가끔씩 그 두루마리를 유심히, 혹은 빠르게 흝어보곤 한다. 내용에 있어 어린이의 동화책과는 거리가 멀지만, 무척 생생하여 과거를 현재로 착각해 버릴 정도의 모습으로 기록된 추억들.
하지만 정확히 7년 분량의 두루마리를 풀었을 즈음이 되면, 나는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나의 7년 전 기억 속, '그 날' 이전의 모든 것은 검은 페이지뿐.
실로, '진짜' 어릴 적은 기억하지 못 한다는 말이 옳다.
내 나이 19.
대부분은 사람들은 어머니의 자궁 속부터, 즉 0부터 시작하는 삶을 살지만, 왜인지, 나의 인생은 0이 아닌 12가 시작이다.
나의 육체적 나이가 12살로 추정되던 즈음. 전쟁터에서 눈을 떴던 나를 돌이켜 보며, 현재의 내가 깨달은 것은,
그때의 나에게는 이름이 없었으며,
어쩌면 눈을 뜨지 않아야 했음이,
그대로 죽어있어야 했음이
옳았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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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이커 메이든 2부 부터의 컨셉스토리 입니다.
1부는 전혀 위의 내용이 아니지만, 홍보 삼아 올려봅니다.
링크 - 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bn_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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