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피아 작가님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입니다.
제가 여기 글을 올리시는 작가님들만큼 글을 잘 쓰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저 역시 보는 눈이 있고, 독자로서 눈만 있으면 작품을 평하는 것이 문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드리는 말씀은 모든 작가분께 올리는 말씀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분들을 도매금으로 매도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좋아하는 글인데도 불구하고 그 문제점을 적고 싶은것이라 특정 작품을 지칭할 수가 없어서, 몇몇 해당사항이 없는 작가님들까지도 이런 이야기를 듣게 만드신 점을 미리 사과드립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주인공을 위해서 준비된 악역조연은 제발 좀 지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글을 읽다보면, 제국제일의 가문이라던가, 천하제일지(知)의 가문등이 나옵니다. 보통 주인공들에게 큰코 다치는 공작가의 소공자라거나, 제갈세가의 이공자등이 단골출연객이죠. 명색이 천하제일의 칭호들을 받는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해서 주인공에게 패가망신을 당합니다.
사람이라는 것은 무릇 그 방어기제를 가지고 있기 마련입니다. 일례를 들어볼까요?
여기저기 여자마다 집적거리는 제 친구(남자)가 있습니다. (본인은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우아하게 표현합니다)
제 동창모임에 우연히 같이 가게 되면 객(客)인 이 친구는 여자동창마다 집적거립니다. 그런상황에서, 여자동창들은 제 얼굴을 봐서 싫지만 싫은티를 잘 못 냅니다. 그런때에 제가 그녀들에게 한마디 해주죠.
"싫으면 싫다고 면박 줘도 돼, 면박받아도 남들보다 쉽게 상처 안받으니 저 나이도록 저런 행동을 할 수 있는거야"
예 그렇습니다. 그놈이 나이 30먹도록 그런 행동을 하면서 좌절과 면박을 안 겪어 봤겠습니까? 그 면박에 대해 나름대로 방어기제를 갖고 철면을 소유하고 있기에 지금까지도 그런 행동이 가능한 것입니다. 상처 잘받는 놈이었으면 그런 버릇 예전에 고쳤겠지요
제갈세가가 괜히 천하제일입니까?
좁은 우리나라에서도 사시에 합격하는 인재들 보면, 우리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있습니다. 그 넓은 중원에서 천하제일을 논하는 이들이, 왜 주인공 앞에선 유독 현명한 판단을 하지 못하는 걸까요? 그들의 방어기제가 뭔지 궁금합니다. 천하제일이라는 제갈세가라던가, 제국제일의 공작가의 자제쯤 되면, 너무 뛰어나서 주인공과 트러블이 생기는 쪽으로 일을 만들지 않거나, 그런 사소한(?) 실수는 무마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방어기제(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야 그런 행동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허나, 요새 많은 연재작에서 보이는 악역조연들은 멍청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치 300년 이어온 공작가문이나, 무림가문이 주인공에게 깨지기 위해서 300년을 고이 키워진 느낌입니다.
사람사는 것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잖아요? 좀더 설득력이 있으려면, 다 다른생각을 하는 사람들 속에서 일이 꼬이다보니 말썽이 나야지, 저 같은 평범한 시민이 봐도 답답한 그런 선택밖에 못하는 조연들이 어떻게 300년씩 가문을 이어오고, 천하제일 칭호를 들을 수 있었는지 저는 그 '외전' 이 더 보고 싶습니다. (악역조연)주인공 로또맞는 스토리가 될꺼 같아요.
개연성부족 개연성부족 하지만, 많은 글들이 그 해결책으로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데만 주력하시는 것 같습니다. 전 그것이 착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연의 반복으로 사건이 전개되도 괜찮습니다. 충분한 개연성만 있다면 말이죠. 일 자체는 드라마틱 해도 좋습니다. 오히려 소설적 플롯을 지니려면 그런 우연성이 필요하죠, 다만 그런 상황이 터졌을 때, 세상 돌아가는 것을 좀 만만하게 그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사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 소설인데, 사람사는게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제가 이런 단순한 이야기를 길게 쓰는 것은, 다름이 아닙니다. 수준낮은 작품이라면 안보면 그만이겠죠.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또는 선작한, 수준 높고 인기있는 작품들도 이런 단순한(하지만 고치긴 어려운)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초기에 이런문제에 대해서 잠룡전설의 황규영님과 심도있는(?) 쪽지를 주고받은적도 있었습니다만.. 이제와선, 한 두작품이 아니니, 이건 전체 장르문학의 수준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억측이고 앞서나간 경향을 느끼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글들이 더욱더 짜임새있는 내용을 전개하기를 바라면서, 직접적인 상처는 안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두리뭉실하게 이야기 한 것이니, 양해해주시고, 좋은 방향으로 발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ps 그렇다고 제가 쓰면 그런걸 해결할 수 있다는건 아닙니다. 서두에 밝혔다 시피 문제제기는 할 수 있어도 고치는 것은 작가님들 발끝도 못따라가니, 그쪽 관련 리플은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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