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사실 게임소설의 팬입니다. 요즘엔 무협보다, 일반 판타지보다 오히려 게임소설을 더 찾아다니며 보는 것 같네요. 그렇지만, 요즘 볼 만한 게임소설 찾기가 너무 힘들어요. 예컨데 이런 것들이 재미를 떨어뜨리데요.
일단 게임 시작할 때, 소설의 소재가 되는 게임을 '세계 최고의 게임이다.' 또는 '수억명이 동시접속한다.', '대한민국이 그 게임하나로 먹고 산다.' 그 외 기타등등의 말로 포장하려는 경우가 흔한데, 그럴 필요 있습니까? 독자가 그 게임회사 사장 될 것도 아닌데요. 물론 작가님은 그 게임을 제패할 주인공의 위대함을 인식시키고 싶어서 그런 포장을 하겠지만, 독자가 어디 그런 거 신경쓰나요? 그저 내용이 재미있으면 감사하게 볼 따름이죠. 극단적으로 말해서 소설 안 게임의 동시접속자가 3천명 밖에 안 되도 그 안의 '드라마'가 재밌으면 소설 재밌게 봅니다. 소설 안에서 우러나는 것도 아니고, 시작할 때의 '과한' 포장은, 속된 말로 엄청난 '싼 티'를 유발하더라고요.
두번 째로, 작가님 중에 '게임' 소설이라는 것을 잊는 분들이 너무 많더라구요. '게임'에서 중요한 것이 뭡니까? 참가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공평한 규칙이겠죠? 그런데, 작가님들 중에는 주인공에 대한 애정이 과한 나머지 너무 쉽게 게임의 판을 깨는 분들이 많네요. 납득 안 되는 주인공의 폭렙이 대표적인 경우죠. 무작정 주인공한테 퍼 준다고 독자가 좋아합니까? 그건 아닌데 말이죠.
사실 '게임'소설 안에서의 게임이 '게임다움'을 잃는 경우는 폭렙 외에도 많지요. 예를 들면, 몹을 때릴 때 힘껏 때리면 데미지가 더 뜬다고 하면 이걸 게임답다고 할 수 있을까요? 작가가 글 쓰면서 흥분한 경우가 되겠는데, 게임다움에 대해서 조금 더 고민하는 작가님들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셋째로 엔피시 문제입니다. 사실 이것은 딱 이게 옳다고 잣대를 들이대기가 애매한 문제인데, 이것 때문에 왕창 망가지는 소설들 많더군요. 한마디로 애매하게 인간적인 'npc'들은 '게임'소설을 '게임'소설의 탈을 쓴 엉터리 '판타지' 소설로 만듭니다. 기술이 발달해 인간적 'npc'를 그리는 것도 좋고, 철저하게 게임의 부속물적인 'npc'를 그리는 것도 좋습니다. 그렇지만, 처음에 제대로 설정을 안 해서 소설 속에서 왔다갔다 하는 모습은 소설을 망치는 지름길이죠. 초반에는 기계적으로 퀘스트를 주던 'npc'가 뒤에는 와인의 맛을 음미하며, 세계를 지배하려는 야망을 불태운다던가하면 독자로서는 난감합니다.
넷째로 '가상현실' 문제인데, 사실 이것은 크게 문제라고 할 것까지는 없을 것 같네요. 물론 '가상현실'에 대해서 세련되게 설정하면 소설의 질이 올라가긴 하겠지만, 그게 소설의 재미로까지 연결될까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게 꼼꼼한 독자들에게 거슬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잔인성 등등의 문제와 함께 말이죠. 개인적으로 몸속의 갈비뼈, 허파, 염통등까지 묘사하는 것은 잔인성도 문제지만, 게임 프로그래머의 입장 상 귀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b.o.v'를 본 적은 있습니다.
여러가지로 불평을 했지만,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소설은 쏟아져 나오고, 저도 '게임'소설을 찾아다니며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볼 만한 '게임'소설 찾기가 너무 힘들어요. 오죽하면 '반'하고 '아르카디아 대륙기행'을 재탕했겠습니까. 조만간 '달빛조각사'도 다시 봐야 할 지도 모르겠네요. 이번에 또 보면 삼탕일텐데 ;;;
제가 보기에 요즘 게임소설 괜찮게 나오던 j모 사이트는 이미 맛이 갔습니다. 한 20편, 30편 올라온 소설이 투베로 뜨는데, 이건 완전 안습크리가... 그만큼 소설올리는 작가분들이 적어졌다는 얘기겠지요. f모 사이트도 마찬가지고... 그래도 문피아는 아직 활발한 것 같습니다.
문피아 작가님들이 힘 좀 쓰셔서 알찬 게임소설들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덧) 그래도 요즘에 시작하면서 부모님들 죽이는 유행은 지나간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그러고 시작하면 바로 백스페이스 누지르는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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