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한담란에 올라온 글에 대해 '이 글은 ~로 옮기세요!'라는, 가슴에 30년 남을 비수를 꽂는 댓글들이 있어 좀 무섭습니다만(한 시간 뒤 확인했을 때 ~ 가세요 댓글 있으면 바로 삭제할게요 ^^)...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올려봅니다..
어찌어찌하다보니 프로기사와 바둑을 둘 기회가 있었고, 프로골퍼와 라운딩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프로는 무섭지요, 아마추어는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습니다. 단순히 실력의 문제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더군요. 프로는 이기는 방법을 압니다. 그리고 반드시 실천합니다. 하지만, 아마추어는 첫째 이기는 방법을 모르고, 둘째 아는 사람도 꼭 그렇게 하지는 않습니다. 왜냐면, 아마추어는 목적이 다르거든요. 바둑이든 골프든, 프로는 부족해도 그것이 업이고 아마추어는 넘쳐도 취미죠.
글쓰는 곳에도 프로가 있고 아마가 있지요. 완전 전업이든 부분 전업이든 일단 프로인 이상 이기는(읽히는) 방법을 알고, 아는 대로 전략을 세우고 실천합니다. 아마는 아무리 고수라 해도 자기 갈 길을 갑니다. 목적 자체가 독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거니까요. 이건 아니다 알면서도 자기 만족이 우선이죠.
프로는 전략이 있기 때문에 버리는 패다 싶을 때는 버릴 줄도 알죠. 아마는 못 버립니다. 버리는 패가 존재하지 않죠. 온전히 자기 것이거든요.
다만, 글은 공개되기 시작하면 불특정다수와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하기 때문에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아마추어의 길을 가는데 프로의 결과를 원하죠. 자신을 위한 글을 쓰면서 독자를 위한 글을 썼다고 생각합니다. 프로는 독자가 쫓아오지 않으면 패를 버리고 전략을 다시 세웁니다만, 아마는 독자가 알아주지 않으면 패를 꼭 쥐고 한탄을 하죠.
둘 다 취하면 좋겠죠. 스스로 만족하는 글을 쓰면서 독자가 좋아하는 글이 되면, 그 이상 바랄 게 있나요. 그건, '성공'한 프로죠.
'성공'한 프로가 아니라면, 힘들 겁니다. 즐겁지는 않을 테니까요. 시작이야 원해서 했겠지만.
'성공'한 아마가 아니라면, 힘들 겁니다. 즐거운데 알아주질 않으니까요.
하나만 선택해야 되는데, 잘 되지 않죠.
밑에 작가로서 가장 힘들 때, 라는 한담이 있어 문득 생각해 봤습니다.
우리가 정체성은 결정하고 나서 힘들어하는 것인지를...
프로가 못되서 힘든 것인지, 아마가 못되서 힘든 것인지.. 프로의 승리를 꿈꾸는 아마는 아닌지, 아마의 즐거움을 꿈꾸는 프로는 아닌지..
둘 다 이루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과한 욕심을 부릴 실력은 되는 것인지..
하나만 정해야 하는데, 역시 쉬운 일은 아니네요..
하다 못해 한담 하나 이렇게 제대로 쓰지 못하는데.. ^^
문피아 작가님들, 프로든 아마든 같이 힘냅시다, 파이팅!
- 프로의 승리를 꿈꾸는 아마가, 아마의 즐거움을 꿈꾸는 프로와의 대화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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