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차합니다’란 댓글에 대한 논의가 현재 문피아 연재한담을 점령하고 있군요. 어제 그 부분에 대해 댓글을 달다 저 역시 표현이 상당히 과격했졌습니다. 기본적으로 제 수양이 덜 된 문제이니 이 부분은 사과드립니다.
주제는 이 글 제목과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공개적으로 토론을 해보고 싶군요. 우선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문피아는 작가 친화적 사이트 이다/아니다’를 구분하자는 게 아니라,
‘하차합니다 댓글에 의해 불거진 이번 사태’가 왜 문피아가 작가 친화적인 사이트가 되는 것인지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이 부분은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저는 문피아가 작가 친화적 사이트다 아니다를 구분짓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우선 상황은 이렇습니다.
‘하차합니다 댓글’에 관련하여 작가분들이 의견을 얘기했고, 독자의 관점인 것으로 추정되는 분이 ‘문피아는 참 작가 친화적 사이트라는 사실만 잘 알겠다’라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그에 대한 공감 댓글을 다시는 분도 있고요.
http://square.munpia.com/boTalk/page/1/beSrl/635593 포탈입니다. 댓글을 보시면 어떤 내용의 대화가 흘러갔는지 알 수 있습니다.
댓글에도 제가 같은 의견을 달았습니다만, 보다 구체적으로 이 상황을 다루고 싶고, 다른 분들의 의견도 궁금하군요.
'작가 친화적이다.' 이런 발언은 상당히 위험합니다. 맺고 끊는 거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의 편 가르기 식 얘기가 아닌가 싶어 더 조심스러워 지네요.
그럼 반대는 뭡니까? '독자에게 비친화적이다' '독자에게 비우호적이다.'란 뜻 아닙니까?
문피아란 사이트는 애초부터 독자보다는 작가가 게시판에서 더 많이 활동하는 사이트고, 그렇기에 지금 이 곳에 달리는 댓글은 작가들이 직접 겪으면서 생각한 댓글들이 당연히 많이 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독자가 이런 식으로 댓글을 달면 작가는 이런 식으로 느낄 수 있다'의 요지에 해당하는 댓글들이 필연적으로 많이 달릴 수밖에 없는 거지요. 자, 그럼 이것이 '작가 친화적이다'란 결론이 도출될 일인가요?
작가로서 자기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설명하는 일이?
남녀가 맞선을 보고 오랜 기간 서로 만났습니다. 근데 한 쪽에서 아무 이유 없이 이별통보를 했습니다. 말한 주체가 남자라면 여자 쪽에서 '참으로 남성우월주의적인 방식이었다.'라고 얘기하고, 여자라면 남자 쪽에서 '참으로 여성우월주의적인 방식이었다.'라고 얘기할 문제일까요?
아니지 않습니까. 이건 예의의 문제이지 어느 쪽 친화적 발언이 아닙니다.
문피아에서 작가와 독자는 서로 인터넷 연재라는 작품의 장을 통해 맞선을 보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어느 쪽에도 일방적인 관계는 없습니다. 누가 우월하고 누가 친화적이고의 개념이 아닙니다.
일방적인 이별통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기분 나쁜 일입니다. 그것이 어떤 정당한 명분이 있다 하더라도.
지금 여기에 댓글 단 작가분들은 그 부분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 겁니다.
이별이 가슴 아픈 것은 당연하지만, 좀 더 받아들이기 쉬운 이별이란 분명히 존재합니다.
하차하게 된 이유에 대해 차분히 설명해주는 것=결국 이별할 수밖에 없게 된 연인에게 진심을 담아 얘기해주는 것
그냥 달리는 하차합니다 댓글=일방적인 이별통보
이 둘은 명백히 다릅니다. 이건 '남자가 옳고 여자가 옳고, 작가가 옳고 독자가 옳고'랑 다른 얘기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건 예의의 문제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일방적인 연중은 작가가 독자에게 저지를 수 있는 무례한 행위 중에 하나가 될 것입니다.
작가가 ‘이러저러한 사정이 생겨서 연중을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얘기하는 것과 아무렇지도 않게 잘 연재하고 있다가 ‘연중합니다’란 공지 하나 날리고 사라지는 것은 당연히 후자가 더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며, 독자분들은 분명 그 작가에게 배신감 내지 서운함을 느낄 겁니다.
아마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독자분들 할 말이 참 많아지실 겁니다. 작가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독자분들이 이 대목에서 공감하신다면 그것이 고스란히 작가에게도 공감을 하셔야 하는 부분입니다. 역지사지인 거지요.
‘하차합니다 란 댓글 독자인 내가 내 맘대로 다는데 작가 네들이 뭔 상관? 재미난 작품을 쓰면 하차하지도 않지. 욕 들어 먹는 게 그렇게 싫냐?’랑은 지금 전혀 상관이 없는 얘기입니다.
그런 식 주장을 펼치신다면 작가도 ‘인터넷에 그냥 내 글 내 맘대로 올리는 건데 네들이 뭔 상관? 좋은 댓글 달아주지 않을 거면 글 남기지도 마. 할 일이 그렇게 없냐?’라고 달아주면 되겠군요.
당연히 둘 다 예의에 어긋납니다.
감정적인 부분을 배제하고 보면 이건 배려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서로 좀 더 배려하자.’
저는 독자분들이 감정적으로 댓글을 달고 본질이 흐려지는 것 같아 이 부분을 명확히 하고 싶어졌습니다.
‘무언가 의견을 얘기하는 것이 어딘가에 친화적이다’란 결론이 도출될 수는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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