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요즘에는 무협쪽을 많이 보는 편이 아니라서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만, 아무래도 요즘 무협소설을 보면 너무 과도하게 깨달음이나 영약 등으로 계단식 성장을 이루는 거 같습니다.
먼저 전제할 것은 초반 1권 1, 2 챕터 이내 시점에서의 주인공의 힘이 어느 정도이냐 하는 것을 따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야기가 이어지면서 갖가지 이유를 붙이며 너무 고속성장을 한다는 것이 불만이라는 거죠.
초반에 먼치킨적으로 강한 것은 뭐 좋다 칠 수 있지만, 너무 쉽게 상대역들과 밸런스가 전혀 안 맞을 정도로 파워인플레가 되어버리는 것은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백번 양보해서 영약이니 하는 것은 그렇다 칠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알고보면 자연적인 기의 응집체 같은 것이니, 그것을 먹고 흡수하는 것으로서 힘의 크기 자체를 불리는 것은 그럭저럭 납득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다른 변수 없이 오로지 깨달음만으로 해서 내공량이 증폭되는 것은 대체 뭘까, 하고 저는 정말 전부터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무협지에서 좀만 뭐하면 깨달음을 얻었다고 팍팍 내공이 불어나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날 지경입니다.
그래요, 깨달음을 얻어서 강해질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것은 원래 어디까지나 기의 운용이나 초식의 정교함, 기술의 연계 같은 쪽으로 발휘되는 거 아닌가요? 자신이 가진 힘 또는 에너지를 어떻게 다뤄야할지에 대한 지적문제 아닌가요?
근데 왠지 무협에서 깨달음하면 그런 지적향상보다는 단순하게 내공팍팍, 스킬팍팍 같은 느낌이란 말이죠? 현실에서 깨달음 좀 얻었다고 근육이 빵빵해지는 게 아니듯, 깨달음을 얻었다고 몸속에 들은 에너지 자체가 갑자기 팍 늘어버린다는 설정은 왠지 아니라고 생각되지 않나요?
물론 이런 설정들 자체는 다 하기 나름이고, 작가 맘이겠죠. 인간관계 등을 논리적으로 설정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문제는 위에서 제가 말한 이것들이 무협에서 너무 남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더랍니다.
요즘 무협소설에서는 의외로 못 보는 단어인 거 같기도 한 '갑자'라는 개념. 대충 1갑자가 60년분 내공이라는 설정이었던가요? 이게 진짜 완전히 유명무실해진 거 같더군요.
젊은 신진고수인 주인공을 급성장시키기 위해, 지금껏 꾸준히 내공을 쌓아온 노고수들을 단박에 능가하게 만들기 위해서 단순히 깨달음이라는 지적향상만으로도 내공까지 상승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입니다.
이런 세태에 대해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Comment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