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줄 알면서도
한줄 시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풍긴
보내주신 학비봉투를 받어
대학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려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씨워지는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1942. 6. 3
-윤동주(尹東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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