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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pin의 서재


[시] 말(馬)

말님.

나는 당신이 웃는 것을 본 일이 없습니다.

언제든지 숙명을 체관(締觀)한 것 같은 얼굴로

간혹 웃는 일은 있으나

그것은 좀처럼 하여서는 없는 일이외다.

대개로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온순하게 물건을 운반도 하고

사람을 태워가지고 달아나기도 합니다.

 

말님, 당신의 운명은 다만 그것뿐입니까.

그러하다는 것은 너무나 섭섭한 일이외다.

나는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사람의 악을 볼 때

항상 내세의 심판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와 같이

당신의 운명을 생각할 때

항상 당신도 사람이 될 때가 있고

사람도 당신이 될 때가 있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남궁벽(南宮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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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작성일
18 시 | 떠나가는 배 16-09-27
17 시 | 가을 16-09-26
16 시 | 비밀 16-09-26
15 시 | 나룻배와 행인 16-09-26
14 시 | 복종 16-09-26
13 시 | 당신을 보았읍니다 16-09-26
12 시 | 별의 아픔 16-09-26
» 시 | 말(馬) 16-09-26
10 시 | 먼 후일 16-09-26
9 시 | 2월의 황혼 16-09-25
8 시 |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16-09-25
7 시 | 바람 속에 부는 것 16-09-25
6 시 | 진정한 여행 16-09-25
5 시 | 삶이란 이런 것이다 16-09-25
4 시 | 나의 시 16-09-25
3 시 | 거리에 비 내리듯 16-09-25
2 시 | 산비둘기 16-09-25
1 시 | 거두어들이지 않은 것 1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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