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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pin의 서재


[시] 거두어들이지 않은 것

담장 너머로 뭔가 익은 냄새 물씬 풍겨 와

늘 다니던 길 버리고

발길 더디게 하는 게 무언지 찾아 갔더니

사과나무 한 그루 거기 서 있었다.

잎새 몇 개만 걸친 채 사과나무는

여름의 무거운 짐 다 벗어버리고

여인의 부채처럼 가볍게 숨 쉬고 있었다.

더할 수 없는 사과 풍년이 들어

땅은 온통 떨어진 사과들로

빨간 원을 이루고 있었다.


뭔가 모두 거두어들이지 않고 남겨두는 것도 좋겠다.

정해진 계획 밖에도 많은 것이 남아 있다면,

사과든 뭐든 잊혀져 남겨진 게 있다면,

그래서 그 향기 마시는 게 죄 되지 않는다면.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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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제목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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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시 | 가을 16-09-26
16 시 | 비밀 16-09-26
15 시 | 나룻배와 행인 16-09-26
14 시 | 복종 16-09-26
13 시 | 당신을 보았읍니다 1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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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시 | 말(馬) 16-09-26
10 시 | 먼 후일 16-09-26
9 시 | 2월의 황혼 16-09-25
8 시 | 삶은 작은 것들로 이루어졌네 16-09-25
7 시 | 바람 속에 부는 것 1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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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시 | 나의 시 1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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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 거두어들이지 않은 것 16-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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