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마음 약한 젊은 사람에게 술을 먹인다
입을 어기고 독한 술잔으로 들어 붓는다.
그네들의 마음은 화장터의 새벽과 같이 쓸쓸하고
그네들의 생활은 해수욕장의 가을처럼 공허하여
그 마음 그 생활에서 순간이라도 떠나고자 술을 마신다.
아편 대신으로 죽음 대신으로 알콜을 삼킨다.
가는 곳마다 양조장이요 골목마다 색주가다.
카페의 의자를 부수고 술잔을 깨뜨리는 사나이가
피를 아끼지 않는 조선의 테로리스트요,
파출소 문 앞에 오줌을 갈기는 주정꾼이
이 땅의 가장 용감한 반역이란 말이냐?
그렇다면 전한목을 붙잡고 통곡하는 친구는
이 바닥의 비분을 독차지한 지사로구나.
아아, 조선은, 마음 약한 젊은 사람에게 술을 먹인다.
뜻이 굳지 못한 청춘들의 골을 녹이려 한다.
생재목에 알콜을 끼얹어 태워버리려 한다.
-심훈(沈熏)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