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들고 평행세계에서 1,000조 부자가 되었다.

돈 버는 가장 쉽고 빠른 길.

웹툰과 관련된 이야기가 마무리되자, 나는 화제를 돌렸다.

“PD 면접이 내일이었죠?”

저쪽 세계에서는 편집자를 PD라고 부르는 게 유행이었다.

편집자라고 편집만 하는 것이 아니기에 PD라 부르는 것이 이상하지는 않았다.

하여 우리 회사에서도 편집자를 PD라고 부를 예정이었다.

물론 PD 안에서도 업무를 세부적으로 나눌 생각이다.

작가를 찾아내고 컨택한 뒤, 그 작가를 계속해서 케어하며 작품의 전반적인 진행 방향을 총괄하는 기획 편집팀과 퇴고, 교정만 담당하는 교정 편집팀으로 말이다.

내일 뽑게 될 PD는 이중 전자였다.

“네, 그렇습니다.”

“좋은 사람을 많이 뽑았으면 좋겠네요. 물론 능력까지 있으면 더 좋고요.”

사실 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보단 말 그대로 ‘좋은 사람’ 위주로 뽑고 싶었다.

작가들은 하나같이 예민한 성격을 가졌다.

나 같은 경우는, 아주 사소한 은혜도 오래 기억했고, 당연히 원한은 더 오래 기억하였다.

물론 이쪽 세계로 온 뒤로는 은원 관계가 전부 사라져서 성향이 조금 바뀐 거 같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작가들의 마음을 사려면 PD의 성격이 대단히 중요하였다.

PD는 늘 작가에게 맞춰줘야 했는데, 모난 구석이 있는 PD라면 아무래도 힘들 수밖에 없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대표님께서 세운 CP사인데, 인재가 구름처럼 몰릴 겁니다.”

문정현의 말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보고를 끝낸 문정현이 물러나자 나는 속으로 생각하였다.

‘뭐가 됐든 빨리 PD를 뽑고 싶네. 그래야 작가 컨택을 시작할 수 있으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내가 노리는 작가들이 다른 CP사와 계약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엄청난 손해를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우리 회사로 데려올 작가를 찾기 위해 다시 달피아에 접속하였다.

그러고는 투베를 확인하였는데, 워낙 자주 들락거려서 그런지 전부 눈에 익은 제목만 보였다.

하지만 100위권까지 살피자 드디어 처음 보는 제목이면서도 어딘가 끌리는 제목을 찾아낼 수 있었다.

<드라마의 신>

이미 시리즈는 유행이 끝난 상황이다.

그래서 원래라면 흥미가 안 가야 정상이지만, 단지 ‘드라마’란 이유로 흥미가 생기는 것을 느꼈다.

이쪽 세계에서는 드라마 작가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번 봐볼까?’

작품을 클릭해서 프롤로그부터 보기 시작하였다.

프롤로그는 형제처럼 믿었던 친구에게 작품을 빼앗기고 억울한 죽음을 맞게 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물론 회귀물이 으레 그렇듯, 죽음은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회귀하고 나서 승승장구하는 게 주 스토리였다.

전형적이라면 전형적이었다.

하지만 이쪽 세계에서는 전문가물, 그것도 드라마 제작물이 크게 흥행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인지 독자들도 나름대로 신선하다는 반응이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소설 속 주인공이 뭔가 그럴듯한 작품을 제작한다는 점이야.’

드라마 제작물인데 되지도 않는 드라마가 시청률 20%, 30%를 찍는다면 얼마나 개연성이 없어 보이겠는가.

독자들이 느끼기에 주인공이 제작한 드라마가 뭔가 그럴듯해 보여야지만 현실감과 몰입감을 줄 수가 있었다.

사실 이런 건 내가 가장 유리하였다.

저쪽 세계에서 성공했던 드라마들을 소설 속에 집어넣으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드라마의 신> 작가도 나처럼 평행세계에서 왔는지 진짜 드라마로 만들어도 될 거 같은 가상의 드라마를 썼다.

‘뭐야? 연중이잖아?’

하지만 최신화까지 따라온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미처 날짜를 확인하지 못했었는데, 연재 날짜가 7월에서 멈춰 있었다.

즉, 이 작품은 연중 작품이라는 뜻이었다.

마지막 화의 댓글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온갖 악플이 달려 있었다.

물론 몇몇 독자는 작가에게 ‘빨리 돌아오세요.’라고 부탁조의 댓글을 달기도 했지만 말이다.

‘이 지표로 왜 연중을 한 거지?’

의아한 표정을 짓던 나는 이내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 작품은 이른바 ‘역주행’ 작품이었다.

지표만 봐도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2달 전에 연재를 멈춘 작품의 최신화 조회수가 이제 겨우 800이었으니 말이다.

“시아, 이 작품 어때 보여?”

-분석 결과, ‘드라마의 신’은 혁신적인 요소는 부족하지만, 안정적인 팬층을 확보할 잠재력이 있습니다. 드라마 제작이라는 주제는 이 세계에서 상대적으로 미개척 분야이기 때문에, 흥미를 유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연중 상태는 독자의 신뢰를 잃어버릴 위험이 있으니, 이 점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계약을 진행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시아도 이 작품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는 거 같았다.

“만약 일일 연재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유료화 성적이 어땠을까?”

-리메이크 이전일 경우, 24시간 조회수 2,000에서 3,000일 것이고, 리메이크를 한다면 24시간 조회수 5,000에서 10,000 사이로 예측됩니다.

“리메이크를 한다면 24시간 1만까지 나올 거라고?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난 작품이었잖아?”

이건 내가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

24시간 조회수가 1만이라니.

웹소설 시장이 한참 작은 이쪽 세계에서는 그야말로 ‘초대박’ 작품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물론 시아의 추측이 100% 정확한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2달 전에 연중한 작품을, 심지어 리메이크가 잘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정확한 예측이 가능할 리 없었다.

하지만 작가에 대한, 그리고 작품에 대한 기대치가 그만큼 높다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리메이크는 어떤 방향으로 하면 좋을까?”

-전체적으로 설명이 많고, 자극적인 요소가 적습니다. 또한, 드라마를 흥행하였을 때, 주변 반응 등 대리만족 요소가 적은 게 아쉽습니다.

“확실히, 너무 담백하긴 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필력이 상당히 뛰어난 작가였다.

몇 가지 기교만 익힌다면 진짜 1만 조회수도 가능할지 몰랐다.

또 다른 ‘월억킥’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무조건 영입하는 게 좋겠지? 혹시 모르니까, 그냥 지금 바로 쪽지를 보내보자. 내일 바로 만나자고 하면 내가 직접 가도 되는 거니까.’

문정현 말고는 PD가 아직 없어서 작가 컨택을 자제하려 하였었다.

하지만 드라마의 신 작가, ‘세이서’는 예외였다.

월억킥 작가가 될 수 있는 그런 작가인데 PD가 아직 없다는 이유로 컨택을 미룰 수는 없었다.

***

세이서 작가에게 내 아이디로 직접 컨택 쪽지를 보낸 나는 오후 2시가 되자, 사무실을 나왔다.

JS 컴퍼니 사무실을 나오자 바로 옆에 JS 미디어 사무실이 보였다.

나는 나의 또 다른 회사인 JS 미디어에서 새로운 업무를 보기 시작하였다.

업무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저 메일을 확인하고 회사의 유이한 크리에이터인 준기와 까톡으로 다음 촬영분에 대해 상의하는 게 전부였다.

업무를 빠르게 끝낸 나는 내 너튜브 채널에 올릴 영상을 하나 찍었다.

이번에 찍을 영상은 먹방이었다.

<(대신남)동네에서 리뷰 평점 1점짜리 배달 요리를 시켜보았습니다.>

제목은 대충 이렇게 나가지 않을까 싶었다.

“다들, 영상 촬영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시청하신 기분이 어떠십니까?”

오늘치 영상 촬영이 끝나자 나는 촬영을 지켜보던 세 명의 남녀에게 물었다.

사실 워낙 오바를 많이 해서 촬영했기에 조금 쑥스럽기도 하였다.

하지만 세 사람의 반응을 보면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개쩔었습니다! 어떻게 리뷰를 그렇게 잘하십니까?”

“와, NG가 하나도 안 나오네요?”

“최한량 님이 녹화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세 사람은 하나같이 눈을 반짝 빛내고 있었다.

마치 연예인을 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편집자가 아니라, 나의 팬들을 모은 거 같네.’

참고로 세 사람은 앞으로 JS 미디어 소속 너튜버들의 편집을 담당할 편집자들이었다.

나이는 각각 21살, 23살, 25살이었다.

아쉽게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쪽 업계의 경력은 별로 없었지만, 편집 센스는 꽤나 좋아 보였다.

특히 25살의 박은지란 여성은 독학으로 편집을 배웠음에도 웬만한 전문가들 못지않았다.

시아 역시 박은지의 능력을 대단히 높게 평가하였다.

“하하, 좋게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궁금하신 것들 있어요? 앞으로 편집을 어떻게 할지나 뭐 그런 것들. 뭐든 물어봐 주세요.”

내 말에 21살의 윤희봉이란 편집자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저 그럼 내일부터 여기로 출퇴근을 하면 되나요?”

“아닙니다. 여러분의 수습 기간이 끝나기 전까지는 출퇴근 없이 각자의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실 겁니다.”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업무만 담당할 텐데 굳이 회사에서 일하게 시킬 필요는 없었다.

JS 미디어의 사무실은 50평대인 JS 컴퍼니보다 비교적 작은 편이기도 했고 말이다.

“아, 출퇴근하고 싶었는데.”

“저도 그렇습니다.”

우습게도 재택근무라는 말에 오히려 아쉬워하는 반응이었다.

팬심이 워낙 강해서 그런지, 나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거 같았다.

“수습 기간이면 급여는 더 적게 받나요?”

역시 나이가 가장 있어서 그런지 박은지가 현실적인 질문을 던졌다.

“아니요. 수습 기간이라도 급여는 세 분 다 똑같이 300씩 받게 될 겁니다.”

“오오! 300이나요?”

“그리고 세 분께서는 일주일에 2건에서 3건 정도의 영상을 편집하실 텐데 편집하신 영상의 조회수가 잘 나오면 인센티브가 추가 지급될 수 있습니다.”

300에다 인센티브까지 나온다고 하니 세 사람의 표정이 눈에 띄게 환해졌다.

역시 팬심이나 이런 거 다 필요 없이, 뭐니 뭐니 해도 머니였다.

“근데 최한량 님의 영상은 우리 셋 중에 누가 편집하나요?”

“제 영상은 당분간 제가 직접 할 겁니다. 여러분의 수습 기간이 끝나면 그때 세 분 중에서 메인 편집자를 뽑아서 제 영상을 맡길 생각입니다.”

내 말에 박은지가 눈을 빛냈다.

어떻게든 메인 편집자가 돼서 내 영상 편집을 담당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 보였다.

‘의욕을 갖고 더 열심히 해준다면 나야 좋지.’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박은지의 의욕 넘치는 표정을 보면 사실상 메인 편집자의 자리는 정해진 거 같았다.

***

집에 가려고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데 전화가 걸려 왔다.

“어, 봉팔아.”

-형, 잠깐 시간 좀 내줄 수 있어?

“당연히 내줄 수 있지. 왜? 무슨 일 있어?”

-다름이 아니라, 우리 계약하기로 한 거 있잖아? 그 MCN 계약.

그 말을 듣고 나는 표정을 굳혔다.

설마 이제 와서 계약을 물리려는 것일까?

그와의 계약이 무산된다고 딱히 타격을 입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조금 서운한 감정이 들기는 할 거 같았다.

진봉팔과 계약할 것을 염두하고 편집자를 세 명이나 뽑은 것인데 말이다.

“어. 목요일에 하기로 했었지. 근데 그게 왜?”

-그, 조건 같은 것을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 계약금이라던가, 뭐 그런 것들 말이야. 지인 BJ에게 물었더니 너무 생각 없이 계약한다면서 나보고 뭐라 하길래.

그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아마 내가 형이다 보니 진봉팔도 이런 말을 꺼내는 게 무척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도 아직 마음이 완전히 돌아선 것은 아닌가 보네.’

나는 목소리가 워낙 진지하기에, 이미 다른 곳과 계약했다며 계약 철회를 선언하는 게 아닌가 했었다.

그런데 계약 조건을 묻는 게 전부라면 나로선 기분이 나쁠 이유가 없었다.

작가들을 최고의 대우로 영입하려고 하는 것처럼, 나는 우리 회사 소속 크리에이터에게도 업계에서 최고의 대우를 해줄 생각이었다.

나중엔 아예 조회수 수수료를 받지 않는 것도 고려하고 있었다.

저쪽 세계의 MCN 회사들이 그러는 것처럼, 광고 대행 및 굿즈 사업만으로 수입을 대체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진봉팔을 만족하게 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거 같았다.

“계약금은 일단 3,000만 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어.”

이미 너튜브 채널이 있고, 구독자 수가 10만 단위의 크리에이터라면 3,000만 원의 계약금은 터무니없이 적다고 볼 수 있었다.

회사의 도움 없이도 3,000만 원은 쉽게 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진봉팔은 아메리카 BJ일 뿐, 너튜브 채널은 아예 개설조차 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런 진봉팔에게 계약금으로 3,000만 원을 주는 건, 실로 파격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뭐, 시아의 분석을 토대로 진봉팔이 너튜브 채널을 개설할 때 석 달 안에 10만 구독자를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있기에 이런 제안이 가능하였다.

-3,000만 원!!? 계약금을 진짜 그렇게 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