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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093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08.15 22:32
조회
1,098
추천
12
글자
7쪽

황제인가 왕인가.

DUMMY

1.


"뭐라?"


황제의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황제는 백작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다시 백작에게 반문했다.


"방금 뭐라 하였는가?"


"제국의 백작위를 포기하겠다 했습니다."


"허..."


허탈했다. 방금 전까지 유능한 인물 카테고리에 들어가 있던 인물이 한 순간에 멍청한 인물 카테고리로 이동된 느낌이었다.


"어차피 백작위를 내놓지 않으면 황제께서 절 죽이실 테니. 제가 먼저 선수를 쳐야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폐하?"


"...꽤나 당돌한 질문을 하는구나 백작. 짐이 승인하지 않는다면. 자네는 평민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알 수 있을텐데?"


"물론입니다. 하지만 폐하께선 분명 아시겠지요? 제 영민들은 오직 저를 따른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 지방 귀족들의 자랑거리 중 하나지. 그래서? 어차피 그대를 죽이면 될 일인데. 내가 굳이 귀족을 평민으로 강하시키는 좋지 않은 선례를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외람된 말씀이지만.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황위를 찬탈한 것보다야 좋은 선례가 아니런지요?"


꿈틀.


황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심기가 좋지 않다는 증거였다. 마음 같아선 저 당돌한 씹쌔끼를 직접 후두려 까고 싶었지만. 그는 황제였다.


"한 가지 조건을 붙이지."


"무엇입니까?"


"다시는. 짐의 앞에 나타나지 마라."


"흠. 그건 곤란합니다. 아마 저는 앞으로도 폐하를 뵐 일이 있을 테니까요."


"짐을 볼 일이 있다고?"


"예. 그리고 그 건에 대해서 말인데. 제 영민들을 제가 직접 데려가도록 허락해주시질 수 있겠습니까?"


"네놈의 영민들을?"


"알다시피. 새로 부임할 영주가 첫날부터 맞아죽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허. 미친 건지 당돌한 건지. 아니면 둘 다인 건지."


"그래서 폐하. 허가는?"


황제는 신경질이 난다는 듯이 펜을 휘갈겨 사인한 문서를 주고는 표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그러든가."


2.


"이제 되었군. 황제에게 허가를 받았으니. 이제 걸림돌은 없다."


"경하드립니다 폐하. 대국의 군주를 상대로 이렇게 당당한 자태라니.. 평생 따르겠습니다 폐하."


"뭐. 아첨도 좋지만. 일단 영지로 돌아가세. 일단 영민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할테니 말이네."


예상 외로 협상은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황제는 어찌되었건 내 요구를 수락했고. 이 순간부터 나는 라이투스 폰 예거가 아닌 라이투스 예거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왕위에 오를거라 생각하니. 몸 속 안의 짜릿한 무언가가 자꾸만 날 찌르는 것 같았다.


"마차를 수배하게. 짐의 영지로 돌아가겠다."


"분부대로."


짐. 짐이라니. 주권국의 군주만이 쓸 수 있는 그 한 단어를 내가 쓰고 있었다. 떨린다. 가만히 서 있어도 몸이 덜덜덜 떨리고 있다.


"폐하. 가시지요. 마차가 준비되었습니다."


내가 멍하니 있자. 대변인들 중 하나가 나를 마차로 인도했다. 고급스러운 마차. 아마도 나를 위해 준비한 것이겠지.


덜컹. 덜컹.


분명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일텐데. 마치 내 심장소리같은 것은 왜일까. 나의 25살 인생이 송두리째 과는 소리가 이런 소리일까?


3.


"폐하. 일어나십시오. 영지에 도착했습니다."


"음? 아아. 고맙구나."


나는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생각 외로 마부의 솜씨가 좋아. 마차가 조용했기 때문이다.


"마차를 모는 솜씨가 좋더구나. 이걸 받도록 하라. 자그마한 감사의 표시다."


"가...감사합니다 나으리! 그...그런데.."


"뭔가 할 말이 있느냐?"


"호...혹시 나으리께서는 어느 나라의 왕이신지요?"


"그렇다. 어떻게 안 것이냐?"


"소소소..소인은 그저. 마차 안에서 폐하. 폐하 하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리기에.."


그런 것이었나. 나는 잠깐 머리를 누르고 생각했다. 마부 한명의 뜬 소리는 누구 하나 신경쓰지 않겠지만. 술자리에서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다.


"너. 이 이야기를 발설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아느냐?"


술자리에서의 별 거 아닌 가십거리가 어떻게 퍼지는 지 잘 아는 나는. 약간의 겁을 주기로 했다.


화륵! 파지직!


불과 번개. 내가 다루는 마법의 속성이다. 3서클 마법사인 내가. 아는 것이라고는 마차를 모는 것밖에 없는 마부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는 그만이 알 것이다.


"저...절대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술자리는 물론. 목에 칼이 들어와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살려주십시오!"


픽.



"좋다. 널 믿어보도록 하지. 얼굴을 들어라. 이것은 내 명령을 들은 보상이다."


"가...감사합니다."


"다만."


파지지직! 파직!


나는 번개로 만든 창을 만들어보았다. 그것을 본 마부는 마치 사신을 본 것마냥 벌벌 떨면서 다시 고개를 조아리기 시작했다.


"짐의 명령을 어기는 날에는 직접 네놈에게 죄를 물을 것이다."


픽.


창을 거두고. 나는 근처에서 멍하니 서 있던 대변인들과 함께 영지로 돌아왔다.


"마법도 쓸 줄 아셨습니까?"


"제국의 귀족들은 기본적인 마법을 배우지. 나처럼 배우는 사람은 드물겠지만.."


4.


예거 영지에는 전에 없던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그들의 영주가 10만명이나 되는 영민들을 영주성 앞에 불러모았기 때문이다.


서로 어깨와 어깨를 맞대며 빼곡하게 서 있는 10만명의 영민들은. 영주성의 단상위에 선 영주의 연설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영주는 단상 위에 섰다. 영주로서 입던 사복이 아니라. 칼렌 왕국의 왕으로서 입은 제복과 왕관을 착용한 채로.


수군수군.


마치 일국의 왕같은(왕 맞지만) 모습을 하고 나온 자신의 영주를 보자. 영민들은 진짜로 독립하는 건가? 하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영민들이여."


영주는 입을 열고 연설을 시작했다. 그의 목소리를 마법으로 증폭되었지만. 담담하고 차분했다.


"황제는 나에게 죽음을 택하라 했다."


꿀꺽. 영민들의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체 무엇을 하려고. 어딜 향하려고 하는 것일까.


"하지만 나는 거부했다. 나는 이 영지를 떠나야만 한다. 그리고 너희들도. 나를 따라 갈 것이다."


영주의 말이 이어지자. 영민들은 제각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한다는 말. 그리고 그 곳에는 영주도 함께 한다는 말이 그들의 마음을 어지럽게 했다.


"나는... 짐은 칼렌 왕국의 왕으로 즉위할 것이다. 이것은 결정된 사항이다. 이미 칼렌 왕국에서 너희들과 짐을 실을 마차들이 오고 있다. 너희들은 각 영지에 가족 단위로 분산 배치되어. 생업을 이어나가게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겠다. 짐은 칼렌 왕국의 왕으로 즉위한다! 제국의 백작이길 포기하고. 작은 왕국의 왕이 되기로 짐은 결심했다! 그러니 선택하라! 황제인가! 왕인가!"


국왕은 격양된 목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나서 그는 그를 바라보는 수십만개의 눈을 바라보았다.


털썩.


영민들 한 명이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2명이. 4명이. 6명이 무릎을 꿇었다. 이윽고 10만명의 사람들은 전부 무릎을 꿇었다. 황제와 왕 중에서. 그들은 왕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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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칼렌의 왕이시여! 19.08.17 944 10 7쪽
5 국경 열어라 왕 들어간다. 19.08.16 1,042 15 7쪽
» 황제인가 왕인가. 19.08.15 1,099 12 7쪽
3 난 백작을 그만두겠다아아아! 19.08.15 1,163 15 7쪽
2 제국의 백작. 왕국의 왕. 19.08.15 1,283 15 8쪽
1 줄 잘못 섰다. 19.08.15 1,700 1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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