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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090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08.15 13:50
조회
1,699
추천
13
글자
7쪽

줄 잘못 섰다.

DUMMY

1.


"들으시오! 들으시오! 이 발렌시아 제국에 14번째 황제 폐하가 탄생하였으니. 그 광채가 마치 태양같이 찬란하도다! 제국의 신민들..."


"제기랄.."


바깥에서는 연신 새로운 황제의 탄생을 축복하는 사람들과 분위기를 타 흥청망청 놀고 있는 귀족들이 보였다.


하지만 이곳에 앉아있는 나. 라이투스 폰 예거만은 절대로 기뻐할 수 없다.


왜냐고? 그야. 나는 저 황제를 지지하지 않았으니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 발렌시아 제국의 황위에 오른 황자는 제 2황자. 루돌프 폰 발렌시아. 내가 지지했던 황자는 제 1황자. 라인하르트 폰 발렌시아였다.


1황자는 당연히 황위에 오른 동생에게 자살당했고. 1황자쪽에 선 귀족들도 무자비하게 숙청의 칼날이 내려오고 있었다.


지금은 공작이나 후작같이 작위가 높은 귀족들을 먼저 숙청하고 그 뒷처리를 하느라 백작인 나에게는 숙청의 칼날이 내려오지 않았지만. 그래봤자 시간문제일 뿐이다.


외국으로 튀어봤자 이래저래 원한 사는 일만 잔뜩이었던 제국의 귀족으로서 타국의 귀족 사회에 편입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게다가 나의 영지고 영민들은 전부 제국 땅에 있는 그들을 버리고 도망친다?


하늘에 계신 성부께서 쌍욕을 퍼붓고 자진모리 장단으로 후들겨패고 할 말이 없는 수준의 중죄였다.


"이걸 어쩐다? 진짜 어쩐다?"


사실 내가 살아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공작이나 후작같은 거물급 인사들은 눈에 띄기도 하는 얼굴마담이기도 하니. 정권이 교체되면 늘상 이리저리 바뀌는 것이 당연했고. 자신을 도와준 측근들에게 공후작의 영지를 주거나 떼어주는 것은 관례로서 당연시되어왔다.


하지만 백작이나 후작. 남작같이 상대적으로 중앙에서부터 떨어지고. 없어지면 당장 지방 통제력이 붕 떠버리는 귀족들은 내치를 위해서 형식적인 충성 서약을 한 뒤 내버려두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 황제에게는 나 정도는 없어져도 상관없는 수준의 인재였던 것이다. 그의 옆에는 경제력은 있지만 영지는 예전에 잃어버린 몰락 귀족 출신이 많았고. 지금 몇몇 백작들의 영지는 원래 그들의 영지이기도 했다.


한 마디로 말해.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직위와 권력과 영지와 부를 이 제국 내에서 계속해서 누리고 살 수 있는 가능성은 개미의 분비물만큼이나 자그마하단 것이다.


"....그냥 미친 척 하고 목숨 구걸해?"


정말로 생각나는 게 그것밖에 없었다. 미친 척하고 황궁에 들어가서 황제한테 뭐든 좋으니 살려달라고 비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지 않나?


"아니. 그런다고 나를 살려줄리가."


설령 살아났다고 해도 작위와 영지 몰수는 당연할테고. 그렇게 된다면 결국 평민이나 재수없으면 농노로 살아가야 할 텐데. 태생부터 귀족인 내가 그렇게 사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았다.


".....일단은 영지로 돌아가자... 죽던 살던 거기에서 죽는 수밖에."


그래. 죽더라도 내 땅에서 죽자. 내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내가 지배하는 곳에서 죽는 게 황궁에서의 누구도 모르는 죽음보다 나을 거다.


2.


"백작님. 안녕하십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영주님."


"음. 수고하게."


평소라면 마차를 타고 영주성으로 돌아왔겠지만. 지금은 나의 영민들을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허름한 옷에. 거름이 묻은 손들. 태양빛에 탄 피부들이 나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는 나에게 인사하는 사람들에게 일일히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몇몇 젊은 여자들이 나의 인사를 받고 얼굴을 붉히는 것이 보였다.


'그래. 저들은 나의 사람들이다. 적어도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내가 저들을 보살펴야겠지. 내가 아니라면 누가 저들을 보살피리?'


마음속으로는 '네가 아닌 누군가'라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애써 무시하고 영주성에 들어왔다. 집무실에 들어서자. 늘상 쌓여있던 서류들은 없고. 집사와 행정관. 기사단장. 그리고 회계사들이 모여있었다.


"...백작 각하.."


가장 먼저 말을 한 자는 기사단장이었다. 내가 이 영지에 부임하고서 피땀을 흘려 일구어낸 나의 기사단의 장.


"기사단장. 무언가 할 말이 있나?"


"새로운 황제가 즉위했다고 들었습니다."


"황제 '폐하'시다. 비록 이 자리엔 없다고 하나. 예를 갖추도록."


"실례. 황제 폐하께서 새로 즉위하신 다음. 무엇을 하고 계시는지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다.."


"백작 각하..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 영지는.. 각하께서는 어떻게 되시는 겁니까?"


기사단장의 말에는 어느샌가 울먹이는 소리가 섞였다. 그럴만도 하겠지. 황무지였던 이 영지를 개간하고 어지간한 영주들도 갖기 어려운 기사단을 만든 것이 난데. 내가 죽는다니. 그것도 이 제국의 주인에게.


평생 동안 외골수로 살아온 기사단장에게 있어. 주군인 나를 잃는다는 것은 슬픔 이전에 공포나 다름없었다.


"기사단장. 그리고 모두... 나는 살아남기 어려울 거다. 빠른 시일 내에 황제의 사자가 찾아와. 나에게 독주를 건네겠지. 그러면 나는 죽고.. 그대들은 새로운 영주를 맞이하게 될 터."


"말도 안 됩니다! 영주님께서 무슨 잘못이 있다고... 고작해야 1황자를 지지했다는 게 전부 아닙니까!"


"그 고작이 상상 외로 컸네. 중앙이 정리되면 다음은 지방이겠지. 수도에서 멀린 공작의 목이 효수된 것을 봤다. 숙청의 칼날이 생각 외로 커. 게다가 나는 본래 제국 태생이 아니라 타국에서 유입된 귀족. 새로운 황제의 곁에 있는 보수주의자들의 눈에는 내가 고깝게 보이겠지."


젠장. 생각할수록 억울했다. 내가 원해서 엄마 아들로 태어난 게 아니라고. 내부 암투에서 패해 망명한 왕족인 엄마와 내 아빠가 결혼해서 이런 변방으로 내쫓겼는데. 이제는 내 목숨마저 빼앗아간다고?


"행정관. 그리고 회계사.."


"네 영주님. 하명하십시오."


"인수인계를 준비해놓게. 새로 부임할 영주가 언제든지 일을 시작할 수 있게."


3.


"정말 확실한가?"


"황실의 인원에게서 들은 정보입니다.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그런데 맞다고 해도. 과연 제안을 수락할까?"


"...수락..하지 않겠습니까? 아무래도 지금 목이 떨어질 판인데. 지푸라기 잡는 심정을 이용해야지 않겠습니까."


깊게 후드를 눌러쓴 이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연신 누군가의 정보를 수집했다. 뜻밖에도. 그들이 찾고 있는 사람은 라이투스 폰 예거 백작이었다.


그들의 후드에 달려있는. 흑백의 브로치를 손으로 움켜잡은 사내는 낮게 내려앉은 목소리로 재차 말했다.


"그분께서.. 과연 우리의 왕이 되어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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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황제인가 왕인가. 19.08.15 1,098 12 7쪽
3 난 백작을 그만두겠다아아아! 19.08.15 1,163 15 7쪽
2 제국의 백작. 왕국의 왕. 19.08.15 1,283 15 8쪽
» 줄 잘못 섰다. 19.08.15 1,700 1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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