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임현수 님의 서재입니다.

운명의역류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임현수
작품등록일 :
2010.12.29 18:59
최근연재일 :
2010.12.29 18:59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817,882
추천수 :
2,393
글자수 :
33,669

작성
10.10.12 00:18
조회
32,844
추천
67
글자
7쪽

운명의 역류!-2

DUMMY

어머니 사비나는 선천적인 심장병을 안고 살았다. 게다가 남자아이 둘을 키우느라 많은 젖을 먹이다 보니 영양부족이 심해져 심장병이 더욱 악화되었다.

그 시작이 자신이라는 게 싫었기에 맹렬히 거부하려는 건 의지였다.

생각은 짧았고 행동은 빨랐다. 얼른 입을 떼고 머리를 거칠게 뒤흔들었다. 그래 봐야 아주 작은 몸짓에 불과했지만.

몇 번 실랑이가 벌어졌다. 젖을 물리는 어머니, 그리고 죽어라 거부하는 알렌의 싸움이다.

한참을 지나 결국 포기한 쪽은 어머니 사비나였다.

“아니, 얘가 왜 젖을 안 먹으려 들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몇 번이나 젖을 물려 주던 어머니가 마침내 두 손을 들었다.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라보던 아버지 잭슨이 물었다.

“왜 그래?”

“어떻게 해요? 아기가 젖을 안 먹어요.”

절절한 어머니의 목소리에서 사랑이 느껴졌다.

‘어머니! 오래 사셔야 합니다. 이 아들이 꼭 그리 해 드리지요.’

가슴이 후끈 달아올랐다. 고민했지만 과감히 젖을 빨 수밖에 없었다. 일단 살아야 효도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거기다 사비나 병을 고칠 수 있는 게 뭔지도 안다.

그러니 우선 건강해야 하기에 젖을 많이 먹어야 했다.

쭉쭉!

“어머! 이 녀석이 이제 젖을 빨아요.”

마지막 젖까지 쪽쪽 빨아낸 알렌은 자신도 모르게 그윽한 어머니의 향기에 도취되었다.

‘어머니!’

그리운 살 냄새에 자신도 모르게 두 팔을 벌려 가슴을 부여잡았다.

여자란 감정에 민감한 존재이기에 바로 이상함을 눈치챈 사비나였다.

“어머! 아기가 이상해요.”

“허, 자식이 벌써 어머니를 안을 줄 알고.”

“세상에.”

“하하! 이놈, 나중에 결혼시킬 걱정은 없겠소. 어릴 때부터 소질이 보여.”

“여봇!”

“어이구! 농담이야.”

따스한 부부간의 대화였다.

그저 어린아이의 몸짓이라고 생각한 부모님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알렌은 그 따뜻한 품이 얼마나 좋은지를 뼈저리게 실감했다.

“자장~ 자장~ 우리 알렌!”

아주 작게 자장가가 들렸다.

희한한 일이었다. 자장가를 듣는 순간 말로 표현 못할 감정에 알렌은 속으로 울었다.

이게 어머니의 사랑이던가!

문득 인간이 불행하단 생각이 들었다. 자라면서 이런 기억이 머릿속에서 사라진다는 건 정말 아쉬운 일이다.

‘어머니! 이번엔 꼭 행복하게 해 드릴…….’

뒷말을 잇지 못하고 스르륵 잠에 빠져드는 알렌이다. 발버둥을 쳐도 밀려오는 잠을 이길 재주는 없었지만 입가엔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깨어 보니 깊은 밤이다.

낑낑거려 고개를 돌려보니 옆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잠든 부모님이 보였다. 피곤한지 정신없이 곯아떨어진 모양이다.

‘푹 주무세요.’

빙그레 웃으며 홀로 생각에 잠겼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운명이 되돌려졌다면 이제는 진짜 바꿔야 될 때였다. 이대로 무기력하게 다시 그 참혹한 꼴을 겪고 싶은 마음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엿 같은 운명, 이번에는 무조건 내 의지로 바꾼다!’

말보다 가슴에 새겨지는 신념이 더욱더 깊어지는 순간이다.

하급 용병이었던 시절,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 아팠다. 그 꼴을 면하기 위해서는 뭔가 해야 했다.

과거에 일어났던 큰일과 소소한 작은 일들이 마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걸 나이별로 쫙 정리해서 머릿속에 담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꼭 해야 될 일이었기에 인내를 가지고 하나둘씩 정리해 갔다.

끝나지 않는 일은 없다. 마침내 모든 기억이 머릿속에 차곡차곡 정리되자 이제는 다음을 준비해야 했다.

‘결코 호락호락 당하지는 않겠어.’

단단한 다짐이 느껴지는 한마디에 알렌의 모든 마음이 드러났다. 집안일도 일이지만 가슴속에 묻어 둔 한 가지를 꼭 풀어야 했다.

클라라!

부르기만 해도 가슴이 아파 오는 추억이다. 죽도록 사랑했건만 이뤄지지 않은 아픔이었다.

잊을 수 없는 건, 정말 잊을 수 없는 건! 자신을 살리려고 원치 않던 결혼을 하기 위해 끌려가던 그 눈빛이었다. 그 눈빛을 보고 한 달 내내 술독에 빠져야만 했던 알렌이다.

다시는 그런 아픔을 겪고 싶지 않았기에 강해져야만 했다. 수련을 해야 하는 절대적인 이유가 또 하나 생긴 셈이다.


되새겨 봐도 서러운 추억뿐이다. 인생 참 더럽게 살았다고 한탄하는 순간, 알렌의 뇌리를 스친 한 가지 기억이 있었다.

‘그때 그 검술.’

죽기 바로 직전에 깨달았던 검술이 번뜩 생각났다. 그런데 왠지 머릿속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다급했다.

마지막 희망이자 끈이었다. 그걸 익히지 못한다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운명은 마치 거미줄처럼 옥죄어 올 게 분명했다.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차분하게 머리를 정리하자, 가는 끈처럼 조금씩 실마리가 드러났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는 걸 마음에 담은 채, 알렌은 눈을 감고 머릿속에서 기억의 파편을 하나씩 하나씩 주워 모으기 시작했다.

밀려오는 졸음을 악으로 깡으로 견디어 나갔다. 지금 잠든다는 건 어리석기 그지없었다.

어떤 느낌으로 깨달은 검술인지 그걸 알아야 했다. 아직 시간이야 넉넉했지만 기억을 되살리려는 심정이 간절했다. 못 찾는다면 고작해야 하급 용병 실력이 전부였다. 죽을힘을 다했지만 워낙 짧은 시간인지라 기억도 가물가물거렸다.

투지로 눈이 불타올랐다.

‘도전!’

그날부터 알렌은 확 변했다. 부모님에게 애교도 부렸지만, 나머지 시간은 오로지 검술 연구에 골똘했다. 다가올 미래에 자신 있게 맞설 힘이 우선이었다.

그 탓에 어리광으로 점철되는 유년시절이 덧없이 흘렀다.


세월은 흘러갔고, 알렌은 끝없는 수련 속에 헤매었다. 알 듯 말 듯 한 기억이 더욱 환장하게 만들었다. 그때 한 번이라도 더 휘두를 수 있었다면 혹시 몰랐을 거란 후회뿐이다.

‘운명이라는 개새끼!’

그러나 이미 지나간 일, 후회해 봐야 아무 소용없다. 앞일이 더 중요한 법이다.

마나의 흐름! 즉, 마나의 움직임은 알겠는데 다음이 가물거렸다. 마나 검술을 넘어서려면 꼭 필요한 검술이었기에 간절함이 나날이 깊어 갔다.

‘검이 말하는 걸 들어야 해.’

고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좋아, 이렇게 하자고. 일단 나이가 어느 정도 들 때까지 수련은 미뤄 두고, 지금은 머릿속에 기억하기로 하자.’

목숨과 바꾼 깨달음이 잊히는 건 너무 억울한 일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운명의역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신작(남자란 이름으로) 연재, 이벤트 당첨자 발표 +2 10.11.25 707 0 -
공지 출간 및 이벤트 문제입니다. +109 10.11.21 4,875 3 -
공지 연재를 시작하는 마음. +14 10.10.11 25,274 42 -
10 운명의 역류 3권-1 ( 출간되었습니다) +7 10.12.29 2,414 15 17쪽
9 운명의 역류!-8 +20 10.10.17 27,709 72 8쪽
8 운명의 역류!-7 +22 10.10.16 27,459 63 6쪽
7 운명의 역류!-6 +17 10.10.15 27,722 63 6쪽
6 운명의 역류!-5 +15 10.10.14 28,875 63 7쪽
5 운명의 역류!-4 +18 10.10.13 29,744 60 6쪽
4 운명의 역류!-3 +20 10.10.13 31,001 61 6쪽
» 운명의 역류!-2 +22 10.10.12 32,845 67 7쪽
2 운명의 역류!-1 +29 10.10.12 38,337 82 7쪽
1 운명? 된다면 바꾸고싶다!-1 +31 10.10.11 52,670 91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