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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수 님의 서재입니다.

운명의역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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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수
작품등록일 :
2010.12.29 18:59
최근연재일 :
2010.12.29 18:59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817,877
추천수 :
2,393
글자수 :
33,669

작성
10.10.11 11:31
조회
52,669
추천
91
글자
7쪽

운명? 된다면 바꾸고싶다!-1

DUMMY

플라티니 대륙 북쪽 오지인 몽주르!

대륙에서도 가장 최북단에 근접한 땅이다. 추운 날씨 탓에 먹고 살기 어려운 지역이지만 모진 삶이라도 힘들게 꾸려가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그중에서도 조금 더 떨어진 인베인이란 작은 곳에 한 남자가 불쑥 나타났다.

가죽옷에 손에 든 검, 그리고 날카로운 눈매만 봐도 용병임을 한눈에 알 정도였다.

남자가 서 있는 곳은 마을에서 한참 떨어진 외진 곳이다. 거기다 집 뒤로 산이 있어 사람들이 살기 힘든 장소였다.

산이란 몬스터 등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는 곳이다.

겨울 산기슭은 생각보다 훨씬 춥다. 그 차가운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 내며 오연히 서 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잠깐 새에 진저리를 칠 살을 후벼 파는 강추위에도 눈 하나 깜짝이지 않았다.

비틀!

“가자, 알렌!”

남자는 이를 악물고 검을 힘차게 잡고서 절도 있게 허공을 갈랐다.

쉬익~

검을 뿌리는 알렌의 얼굴이 복잡했다. 이놈의 검술이란 건 해도 해도 늘 좌절만 줬다.

‘빌어먹을 검술! 이십 년 수련했으면 뭔가 보여 줄 때도 됐잖아! 양심도 없는 새끼!’

생각 없는 검에게 버럭 소리친 후에도 한참을 수련한 다음에야 땀으로 온몸을 적신 채 털썩 주저앉았다.

“하긴 검술이 무슨 죄겠냐? 시킨 대로 할 뿐이지.”

돌아온 지 벌써 10일이 넘었다.

어느덧 상처는 골수까지 뻗혀 점점 악화되어 갔다.

집안을 엉망으로 만든 놈과 생사대결!

그놈에게 당한 치명적인 부상이 이젠 끝을 보려는 모양이다.

“제길! 확 죽여야 했는데!”

목숨을 건 대가가 그저 한 몇 년 침대 생활 시킨 정도였다. 억울함에 전신이 쑤셨으나, 오기로 후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았다.

할 수 있는 게 검술밖에 없었기에 피식 웃었다.

“어이 양심 없는 검술! 누가 이기나 해 보자고.”

쉬익~

얼마나 검술을 시전했을까!

이젠 기력도 없다. 몸 상태는 이미 마지막을 노래했다.

“알아, 자식아! 억울해서 그래.”

어느 순간 이제는 죽음을 초연히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씁쓸히 웃었다.

비틀!

휘청거리며 다시 수련대 위에 우뚝 섰다. 이번에 검을 휘두른다면 생의 마지막 검이 될지도 몰랐다. 더 이상은 힘들 듯한 느낌이다.

‘끝인가!’

한숨이 나왔다. 그래도 포기하긴 너무 억울했다.

“후후. 거지같은 운명! 네가 하는 짓이 다 그렇지!”

모든 것을 버리자 마음이 차분하게 내려앉았다.

하나하나 휘두르는 검. 여전히 변화는 없었다. 그런데 모든 검술을 전개하던 알렌이 순간 주춤했다.

뭔가 이상했다. 절묘한 변화나 변식이 아닌 단순한 검술뿐인데 달랐다.

‘이건 뭐지?’

짧은 상념이 이어졌지만 이내 그것도 잊어버렸다.

“후후, 이제 죽을 놈이 뭐.”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원하게 검술을 펼쳐 갔다.

그런데 아까의 느낌이 꿈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보인다. 마나 흐름이! 내가 지닌 검! 그 검이 부르짖는 소리를!”

하나가 열리자 모든 것이 다 열렸다.

“아, 이게 검이었구나!”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그 상태 그대로 마음을 비운 채 검을 움직였다.

마나 흐름이 머리에 잡히고, 땅의 진동과 하늘의 흔들림이 올곧이 머리에 박히는 기분이었다.

검술이란 기교!

마나 검술이란 기교의 총화!

결국 의도적인 길을 갈 뿐이다.

반면!

마음의 검이란?

그저 마음 가는 대로 보이는 대로 검을 다룬다면?

갑자기 찾아온 깨달음을 잡고 늘어졌다.

한 가지에 집착하자 일시에 무념무상의 길로 들어선 알렌이다.


하루가 흐르고 일주일이 지나갔다.

마침내 알렌은 눈을 번쩍 떴다.

“이건가?”

드디어 자신이 자연이고 자연이 자신이 되었다. 깨달음의 순간순간 희열을 느끼던 알렌이 상념에서 깨어났다.

“이런.”

순간 입에서 피가 솟구쳤다.

울컥~

손에 묻은 피를 보며 생명이 꺼져 감을 알았다. 전이라면 모르되 지금은 너무도 선명히 느껴졌다.

“끝나는 건가?”

억울했다. 이제 깨달음의 끝자락을 잡았는데 이대로 생을 마무리한다니 너무도 억울했다. 할 일이 남았기에 더더욱 생을 움켜잡았다.

“단 한 번만이라도 더 펼칠 수 있다면.”

사력을 다해 검을 들어 느낀 대로 전개했다.

신세계!

그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까? 벅찬 감동이 온몸을 휩쓸었다.

그러나 딱 한 번 휘둘렀을 뿐이다.

쿵!

기력이 쇠진해 땅에 쓰러진 알렌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검술은 몸으로 익혀야 제맛인 법! 그런데 눈꺼풀이 점점 내려오고, 세상이 멀어져만 보였다.

“후후, 하루라도 시간이 있었다면 끝장을 볼 텐데. 이놈의 재수는 끝까지 엿 같네.”

그러나 생사는 인간이 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후후, 깨달음을 얻자마자 끝인가? 나란 놈, 운명도 참!’

머리가 몽롱하다. 무언가를 생각해도 자꾸 기억의 끝이 끊어지는 기분이다.

‘죽음이 원래 이런 건가?’

기를 쓰고 눈을 떠 보려고 했지만 단 한 치도 올라가지 않는 무거움이다.

‘젠장할.’

피 흘리고 쓰러진 아버지를 비웃듯 바라보던 그 얼굴!

달려들던 동생을 짓밟던 그 썩을 놈들!

충격에 몸져누웠다가 돌아가신 어머니!

그 모든 기억이 다가섰다.

“그 새끼들이 아직 살아 있는데!”

너무 억울해 기를 쓰고 눈을 뜨려 발악했다. 그러나 이미 사그라진 육체는 한없이 가라앉기만 했다.

말없이 날마다 식사만 가져다 놓고 사라진 친구들!

“신세도 못 갚고, 미안하다.”

마지막으로 가슴에 맺힌 한 가지 기억!

지켜 주지 못한 그녀 생각에 한없이 눈물이 났다. 하급 용병을 사랑한 죄로 가슴 무너질 아픔을 홀로 감당할 그녀!

안타까움에 혼신을 다해 몇 번 바동거리다가 결국 포기했다.

툭!

손이 힘없이 떨어졌다.

끝없는 어둠이 눈앞에 펼쳐지며 의식이 가물가물 멀어졌다.

순간 무언가 거세게 끌어당기는 기분이다. 멀리 하얀빛이 손짓하며 당기는 느낌!

포근했으나 이유 없이 왠지 가기 싫었다.

“웃기지 마. 운명? 개나 가지라 그래. 네놈 뜻대로 살아서 이 꼴이냐?”

오기로 돌아서자 보라색 빛이 감도는 다른 길이 보였다.

“저기로 가자.”

결정을 내린 알렌은 그쪽으로 가려고 바동거렸다. 그러자 흰빛이 출렁이며 거센 충격이 다가섰다.

강한 충돌!

“어흑!”

온몸이 바스러지는 압력과 사투를 벌였다.

“새끼! 이젠 겁날 것도 없어.”

이상하게 고통이 웃기게 느껴졌다. 사는 게 더 힘들었던 탓일까? 세상을 뒤집고픈 격통이 이어졌지만 삶보다야 견딜 만했다.

사람인 이상 참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영원만큼 긴 시간이 흘러 지칠 대로 지쳐 갈 무렵, 마침내 공간이 꼬이며 그토록 괴롭히던 흰빛이 사라졌다.

결국 알렌은 보라색 길로 접어들었다.

직감상 빌어먹을 운명이 원한 길이 아니란 생각에 씩 웃었다.

“한 번쯤은 뜻대로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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