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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수 님의 서재입니다.

운명의역류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임현수
작품등록일 :
2010.12.29 18:59
최근연재일 :
2010.12.29 18:59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817,878
추천수 :
2,393
글자수 :
33,669

작성
10.10.12 00:14
조회
38,336
추천
82
글자
7쪽

운명의 역류!-1

DUMMY

어둡고 긴 동굴을 지나는 기분이다. 저 멀리 환한 빛이 보이기에 기를 쓰고 기어갔다. 이유는 몰랐지만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탓이다.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죽음도 힘드네.’

허탈하게 중얼거리던 알렌의 눈앞에 너무도 눈부신 빛이 작렬했다. 그러나 동굴은 아주 좁고도 길었다.

한참을 기었지만 전진하는 거리는 생각보다 너무 짧았다.

“해보잔 거지.”

오기가 치밀어 죽기 살기로 뚫고 나가자, 곧 전신에 지독한 고통이 닥쳐 왔다. 마치 눌려 죽을 것 같은 거센 압력이었다.

죽어서도 아파야 하는 이 더러운 현실이 기가 막혔다. 오기로 뚫고 가는 동안 거의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짧지만 긴 시간이 지나자 겨우 고통이 사그라졌다. 온몸을 옥죄던 아픔이 사라지자 가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런데!

따악!

누군가가 엉덩이를 쳤다.

‘어떤 놈이야!’

성질을 부리려는 순간, 늙수그레한 노파의 목소리가 들렸다.

“축하하네. 아들이야.”

“감사합니다.”

“자, 안아 봐.”

그리곤 몸이 허공으로 번쩍 들렸다.

“하하, 이놈!”

우렁찬 목소리가 상당히 익숙했다. 목소리를 기억하려 애를 썼지만 아직은 무리였다.

정신없는 한참이 지난 후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내 아들 알렌, 너는 이제 우리 핏줄이니라. 크하하!”

호탕한 웃음!

이제야 알 것 같다. 꿈에서도 그리던 음성이기에 절로 눈물이 났다. 뭐라 해야는데 왜 이리 잠이 쏟아지는지 정신을 차리기도 힘들었다.

아무리 눈을 뜨고 정신을 차리려 애를 써도 도무지 밀려오는 잠을 이길 재주가 없었다. 결국 무의식으로 들어갔다.

쿨쿨!

“녀석, 잘 자네.”

“여보, 잘생겼죠?”

“그럼. 누구 아들인데.”

꿈결처럼 목소리가 들렸지만 희미했다. 죽으면 인생을 한 번 되돌아본단 생각을 끝으로 알렌은 깊은 잠에 빠졌다.


이후 며칠 동안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음성이 들렸으나 너무도 멀어 알아듣기도 어려웠다.

필사적으로 바동거렸지만 꼼짝도 못하는 답답함이 지겨웠다.

‘젠장! 뭐 이리 죽어서도 힘들어.’

욕이 절로 났지만 어쩔 방도가 없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눈이 조금씩 뜨였다. 희미하게 비치는 사물. 왠지 모르게 뇌리에 깊이 박힌 낯익은 풍경이다.

침대도 가구도 어릴 때 모습 그대로였다. 죽으면 살아 있을 때의 풍경 그대로 나타나는 모양이었다.

‘영차!’

일어서려고 애썼다. 그러나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가 이리 힘들 수가 없었다.

바동거리다 지쳐 잠들다 깨고를 수없이 반복했다.

더럽게 힘든 시간이었다.


시간이 물처럼 흘러간 어느 날.

거짓말처럼 눈이 뜨였다. 흥분감에 설렐 무렵, 조금 더 지나자 이젠 모든 사물이 뚜렷이 보였다.

가장 먼저 눈앞에 선명히 보이는 얼굴 하나에 가슴이 뭉클했다. 꿈에도 잊을 수 없는 얼굴!

하얀 피부에 미소가 포근한 그 모습 그대로였다.

‘어머니!’

자신도 모르게 소리가 터져 나왔다. 물론 마음으로만 일 뿐, 겉으로 나온 소리는 전혀 달랐다.

“응애!”

‘이건 무슨 일인지! 웬 애새끼 울음?’

황당했다.

“아가야, 왜 우니?”

다정스런 목소리! 분명히 어머니였다.

자세히 뜯어 보니 자신이 봤던 마지막 모습과는 다르게 아직 젊은 어머니 모습이다. 그 모습에 사무치게 서글프면서도 반가웠다.

‘어머니, 저예요~’

“어브 어브!”

악을 썼지만 그저 웃기만 하는 어머니였다.

“까꿍! 내 아들 알렌아, 뭐가 그리 슬퍼서 우나~”

그 소리에 정신이 번쩍 났다. 웃으려고 기를 쓰고 노력했지만 얼굴만 일그러질 뿐, 웃음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거의 발버둥 치다시피 하자 겨우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어머! 아기가 웃네. 기분 좋니?”

“으버으버!”

빌어먹을 애기 울음소리! 차라리 포기해 버렸다.

대번에 목소리가 올라간 사비나가 소리쳤다.

“여보, 우리 알렌이가 웃어요.”

어머니 목소리에 어이가 없었다.

‘젠장! 웃는 게 무슨 큰일이라고.’

투덜거리는 사이 잭슨이 뛰어 들어왔다.

“웃는다고?”

“네! 여기 보세요.”

자랑스러워하는 사비나의 말에 알렌은 또다시 기를 쓰고 안면근육을 움직여야 했다.

히쭉!

겨우 웃었다.

“하하! 이 녀석! 벌써부터 뭐가 그리 즐겁누?”

해맑은 잭슨의 목소리에 알렌이 중얼거렸다.

‘보기만 해도 즐겁습니다, 아버지!’

아기 옹알이로 나온 목소리였지만, 반가움이 얼굴에 쥐가 나도록 웃게 만들었다.

잭슨이 알렌을 번쩍 안아올렸다.

“녀석! 이 아빠가 그 웃음, 평생 짓도록 해 주마.”

“우리 알렌 귀엽죠?”

사랑스런 어머니의 말에 알렌은 왠지 눈물이 났다. 영문은 알 수 없지만 마냥 이 시간이 즐거울 뿐이다. 꿈이라면 깨지 말았음 하는 간절한 바람이 절로 일었다.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을 맞이하자 알렌은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영문을 알 수 없다. 분명히 기력이 다해 죽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그저 아기로 변했을 뿐이다.

왜 이렇게 됐는지 몰랐지만 마냥 좋았다. 온몸 가득 밀려오는 벅찬 환희, 그리고 감동의 물결이 머릿속을 온통 헤집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할 수는 없었지만 이토록 기쁠 수는 없었다. 과연 생각이라는 걸 한 이후에 이렇게 기뻤던 적이 있었던가.

단연코 없었다.

분명히 죽었는데 다시 살았다! 그것도 어린 모습, 아니 갓난아기로 말이다.

헛된 꿈이라 넘기기엔 너무 생생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뭔가 뇌리를 때렸다.

‘애가 이런 생각을 해도 돼?’

그 생각이 들자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하나 더, 갓난아기 때의 추억을 기억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단 생각에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그렇다면 이건 또 다른 삶이다.

순간 눈동자에 힘이 절로 들어가는 걸 느낀 알렌이다.

‘누구신지 모르지만, 보내 주신 분이 계시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부모님 얼굴 보는 것만으로 더 바랄 나위가 없었다.

순간 입안에 쑥 박히는 건 어머니의 젖꼭지였다. 그동안은 잠에 취해 못 느꼈지만 오늘은 생생하다.

본능적으로 입을 대려는 순간 짜릿한 기억이 뇌리를 스쳤다.

‘안 돼!’

어릴 때는 좋다고 먹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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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9

  • 작성자
    Lv.74 융검[隆劍]
    작성일
    10.10.12 05:55
    No. 1

    역시 아이때로 돌아갔군요.
    사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진부할 수도 있는 내용을
    멋지게 풀어나갈 작가님의 필력을 기대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0.10.16 11:47
    No. 2

    캐릭터 키울때도 같은 캐릭터 두번 키우면 지겨운데 두번 사려면 많이 지루할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2 오크가면
    작성일
    10.10.16 23:43
    No. 3

    제목을 보고 대충 예상했지만...
    으음...응가가 참 예쁜색깔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musado01..
    작성일
    10.10.23 18:47
    No. 4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Mazar
    작성일
    10.10.26 02:10
    No. 5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혼천의
    작성일
    10.10.30 17:36
    No. 6

    어머니, 아버지, 아들 간의 사랑이 눈물겹네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91 진진묘
    작성일
    10.10.30 20:26
    No. 7

    왜 애기가 돼면 모든 말이 응애로 하는거죠?
    말을 알고 있고 혀도 있는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임현수
    작성일
    10.10.30 20:28
    No. 8

    갓 태어난 아기가요^^
    "엄마 아빠 반가워요."

    절대 말 안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WindsED
    작성일
    10.11.01 17:11
    No. 9

    ..갑자기 부모님이 보고싶네요.. 훌쩍 T^T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7 농갈리기
    작성일
    10.11.02 19:38
    No. 10

    조금 흔한 새로태어나는 주제인데 작가님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기대해 봅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빛의선율
    작성일
    10.11.03 11:33
    No. 11

    아우으... 이런정도는 할수있지 않을까나 ㅡㅡ;; 맨날 응애야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haha
    작성일
    10.11.06 03:02
    No. 12

    아기가 말을 제대로 못하더라도 옹알이로 나와야지 응애란 울음은 아닌것 같은데 말입니다. 조금만 생각 해보면 알수 있을것을.... 그리고 간혹 일부 작가가 자신의 친부모를 '아버님,어머님' 표기하는걸 보는데 아버님어머님은 남의 부모를 보고 '님' 붙이는거고 친부모에겐 '아버지,어머니'로 불러야 제대로된 호칭입니다. 작가라면 이런것을 제대로 신경 써줘야 자기글을 읽는 새싹..들에게 바른 지침이 되겠죠.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36 뜰에비
    작성일
    10.11.07 16:03
    No. 13

    이가 없잖습니까
    혀가 있으니 그나마 옹알이밖에 못하죠

    이 다빠진 할머니 할아버지들 보세요
    무슨말인지 못알아듣죠

    응애라고 표현한건 좀 머하지만.
    그런 세세한건 대충 넘어가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8 BeKaeRo
    작성일
    10.11.08 14:38
    No. 14

    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ㄱ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PocaPoca
    작성일
    10.11.08 21:18
    No. 15

    .. 갓난애기 때는 아무리 어른정신이 깃들어 있어도 생물학적으로 귀가 안들리는데요.. ㅡㅡ;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기동이
    작성일
    10.11.10 18:06
    No. 16

    '너는 이제 우리 핏줄이니라'
    이런말은 업둥이나 들여온 자식한테 하는말로 들리는데 저만그런지 좀 어색해보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운군
    작성일
    10.11.10 18:30
    No. 17

    생물학적으로 따지면 신생아시에는 눈도 보이질 않죠.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모다깃 비
    작성일
    10.11.11 10:01
    No. 18

    성대가 약해서 제 기능을 못할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맞아
    작성일
    10.11.12 17:01
    No. 19

    갓 태어난 아기는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고 들었음ㅇㅇ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작성일
    10.11.12 23:24
    No. 20

    잘봤습니다 !
    뭔가 흔한 주제이지만 매끄럽고 좋네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7 슈달
    작성일
    10.11.13 05:07
    No. 21
  • 작성자
    Lv.41 키온
    작성일
    10.11.13 08:57
    No. 22
  • 작성자
    Lv.67 뱃살이랑
    작성일
    10.11.13 15:14
    No. 23

    다시 신생아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5 한울
    작성일
    10.11.13 15:43
    No. 24

    잘보고 갑니다 ^_______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하날나래
    작성일
    10.11.14 03:43
    No. 25

    생물학적으로 눈으로 보입니다.. 못 보는게 아나라 봅니다.. 다만 흐리게 보일 분이죠. 정확하게 인식은 못하고, 촛점이 안맞는 피사체를 보는듯.흐리게 형태만 볼 뿐이죠.
    인식은 합니다. 애기들은 경험?이 없지만 영혼이 경험?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당연히. 인식은 하겠죠??

    뭐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지만.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뭐가뭔지
    작성일
    10.11.14 20:36
    No. 26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내마음대로
    작성일
    10.11.14 22:30
    No. 27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7 do******
    작성일
    10.11.15 11:54
    No. 28

    별거아닌 사족
    아기가 아직 시력이 발달되지 않아 흐릿하고 얼얼하게 보일거랍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화산똥배
    작성일
    10.11.20 05:43
    No. 29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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