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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타맥스 님의 서재입니다.

블랙홀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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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타맥스
작품등록일 :
2022.05.15 22:47
최근연재일 :
2022.06.03 12:01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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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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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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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족

매일 낮12시에 업로드합니다.




DUMMY

액체생명체의 말에 일행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원하는게 뭐지?”

“우리도 이 행성을 나가고 싶다”

“그 말은..?”

“너희 말이 사실이라면, 이 행성은 계속 자원이 메말라갈 것이다. 결국 물한방울도 남지 않게 되겠지. 저 우주에 우리와 같은 존재가 있다면 만나고 싶다. 그리고 너희처럼 고등한 지적생명체로 진화하고 싶다”


수현은 묵묵히 생각하더니 잠시 시간을 달라고 하고는 일행과 머리를 맞댔다.


“여러분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ESS-01이 먼저 말했다.


“여기 있는 물이라면 알렉산드리아의 물부족 문제는 단번에 해결된다”

“그건 알지만, 이곳이 공개되버리면 저들의 생존에 지장이 생길지도 몰라요”

“알렉산드리아는 이미 수십종의 외계인 동맹이다. 한 종족보다는 여러 종족이 생존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그러자 필로가 말했다.


“광물지대와 똑같은 문제 아닌가? 저들을 힘으로 제압하고 원하는 것을 얻으면 되지”


그러자 수현이 심각한 표정으로 답했다.


“처음부터 광물을 강제로 빼앗으려던건 아닙니다. 상대방과 대화로 풀어보려고 했던걸 잊은 겁니까?”

“난 모른다. 나중에 합류했으니까”

“난 좀 마음에 걸리는군”


촌장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곳에 홀로 고립되었는데 갑자기 진화를 했다? 진화라는게 그리 쉽게 빨리 되는거였던가? 아무래도 좀 이상하네”

“그건 그러네요”

“어쩌면 위험한 종족일지 몰라. 우리가 여길 무사히 나간다해도 쫓아올지 모르는 일이잖나”

“해치우는 일이라면 제가 나설게요”


릴리스..진정해.


“ESS-01. 지금까지 둘러본 바로는 여기 매장된 물이 얼마나 될 것 같아?”

“1만톤이 조금 넘는다”

“들었죠? 그것도 바로 마실 수 있는 담수입니다. 이런 기회를 포기할 순 없습니다”

“그럼? 동맹이라도 할 생각인가?”

“저들을 겪어보지 않았으니 그건 나중으로 미루죠.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수현이 액체덩어리에게 다가갔다.


“몰타 항성계에서 왔으니..편의상 몰타족이라 불러도 되지?”

“좋다. 몰타족이라. 어감이 좋군”

“지구에 비슷한 이름의 나라가 있는데, 자연풍경이 굉장히 아름다워서 지구인들이 사랑하는 장소지”

“그런 멋진 이름과 같다니. 보통 우연이 아니로군”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 호퍼들은 블랙홀을 빠져나가기 위해 지식은 물론이고 광물, 식량, 에너지, 안전하게 머무를 장소 등을 공유한다. 몰타족이 생존하려면 현재 이곳에 있는 물의 얼마나 필요하지?”


그러자 덩어리에서 작은 물방울 4개가 튀어나왔다. 그것은 수현의 눈앞에서 멈추더니 1개와 3개로 그룹을 지어 거리를 벌렸다.


“이쪽이 우리가 필요한 양이야”

“4분의 3이라는건가. 음. 일단 그정도면 충분하군”

“물을 제공하면 몰타족을 받아줄건가?”

“물론이야. 일단은 필요한 것을 서로 주고 받는 것으로 하지. 그 과정에서 신뢰가 쌓이면 동맹까지 가는 거고”

“좋다”

“한가지 궁금한게 있는데”

“뭐지?”

“몰타족이 물속에 있으면 우리 눈에는 구분이 안되는데, 행여라도 물을 가져가다가 실수로 당신네 종족을 마셔버릴까봐 걱정이 되는군”

“그렇다면 두가지를 요구하겠다. 첫째는 물감”

“물감?”

“우린 물에서 탄생한 생명체이기에 색이 없다. 아까 ESS-01이라는 기계족이 불빛을 깜빡일 때 여러 가지 색이란걸 경험했지. 우리 몸에 물감을 넣으면 색을 표현할 수 있으니 물과 섞이지 않을 것이다”

“알았어”

“둘째는 지식. 우린 진화한지 얼마 안되서 고도의 문명에서 만들어진 정보들이 필요하다”

“그거라면 원하는만큼 주겠다”

“거래성립!”


수현은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모두가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거래하기로 약속했어”

“휴..다행이군”

“나가는 길은 알려주던가?”

“응. 지금 땅을 만져보면 축축하잖아. 건조한 땅이 있는 곳으로 가면 출구가 나온대”

“그렇군. 헌데, 나가면 또 그 녀석들을 만나는거 아냐?

“그럴지도 모르지”

“아무래도 지상에서 만난 식충식물은 이곳의 물을 기반으로 생존하는 것 같다”

“그러겠지?”

“식충식물에 대해 그들은 뭐라 하던가?”

“음..”


수현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일단 내가 몰타족이란 이름을 붙여줬으니 앞으로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알면 좋겠군”

“몰타. 몰타. 기억했어!”

“몰타족 대표가 우리와 함께 가기로 했어. 그는 생명체의 물기를 빨아들이는 능력을 가지고 있대”

“호오?”


잠시후 농구공만한 구체덩어리가 다가왔다.


“식충식물이라. 전부 내게 맡겨달라고”


일행은 지상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역시나 붉은 꽃밭을 마주했다. 정말로 몰타족이 그들에게 수분을 빼앗아버리자 징그러운 꽃들은 금방 시들어버렸다. 얼마나 많이 물을 빨아댔던지 몰타족은 점점 커졌다. 우와..이거 살아있는 물탱크네.


“그럼 몸속에 보관하고 있는 물을 우리에게 나눠줄 수도 있는건가?”

“그렇다고 하네요”

“참 신기한 일이군”

“뭐가요?”

“우린 물이 필요해서 여행을 시작했는데, 딱 필요한게 나타났지 뭐야? 누가 조작이라도 한 것처럼”


‘구하면 얻을 것이다’ 라는 격언도 있지 않습니까?


“그럼 이제 물찾는 일은 안해도 되겠네?”

“당분간은요. 하지만 몰타족이 물을 공급하지 못하는 일이 생길수도 있으니, 만약을 대비해서라도..”

“알았네. 그럼 일단 알렉산드리아로 돌아가지”



며칠만에 일행이 돌아오자 알렉산드리아의 주민들이 반겼다. 특히 그들과 함께 온 지름 20미터의 물방울은 모두들 처음 보는 것이었다. 수현은 그들에게 몰타족을 정식으로 소개했다. 그리고 앞으로 지하동굴에서 알렉산드리아까지 물을 옮겨오는 문제에 대해 회의를 했다.


“거리가 멀어서 파이프로 연결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매번 저들이 왔다갔다 하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겠구먼”

“이럼 어떨까요?”


파닐라가 말했다.


“몰타족을 이쪽으로 이주시키는 겁니다”

“예? 그게 가능하겠어요?”

“가능하다. 이 도시에 있는 무궁무진한 지식에 대해 내가 설득하면 분명 그들은 이곳으로 올 것이다”


주먹크기로 작아진 몰타족의 말이었다.


“그러자면 알렉산드리아 한켠에 거대한 호수나 수조라도 만들어야겠는걸”

“대규모 공사가 되겠군요”

“집을 만드는 일은 곤충족이 잘하지 않나요?”


수현이 쓱 곤충족 대표를 바라보자 그가 말했다.


“우릴 인정해주는건가?”

“물론입니다”

“다..당연하지. 우리 곤충족은 우주 제일의 건축가다. 뭐든지 말만 해라!”

“그럼 물 1만톤을 저장할 수 있는 수조 2개를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까?”

“1만톤이 두 개? 물이 그렇게 많나?”

“혹시 몰라서요. 하나는 몰타족이 쓰고, 나머지는 주민들이 쓸 물을 공급하는 용도구요”

“알았다. 물이 모래에 스며들면 않게 하고 정화가 잘 되게끔 하는 금속을 주문하도록 하지”



이렇게 하여 알렉산드리아 한쪽에 거대한 공사가 시작되었다. 곤충족은 평소보다 더 열을 올리며 공사를 서둘렀고, 보름만에 완공되었다. 미리 출발한 호위대가 지하동굴에 도착했고, 물을 잔뜩 머금은 몰타족의 거대한 물방울들이 차례차례 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단순히 네모난 수조를 본 몰타족은 불만이 많은지 이것저것 요구를 했고, 추가적인 건설을 통해 동굴과 비슷한 시설이 만들어졌다. 이곳에 들어오면 시원하고 축축했다.


그후 알렉산드리아의 여러 시설에서 떠다니는 물방울들을 흔하게 볼 수 있게 됐다. 그들은 돌아다니며 여러 종족이 이룩한 지식을 흡수하기 여념이 없었다. 마침내 지식이 어느정도 쌓이자, 자신들도 기록을 할 수 있는 매체가 필요하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다. 칼리스의 도움으로 몰타족만이 이용할 수 있는 특수한 컴퓨터가 만들어졌다. 물속에 들어있는 기포의 수에 따라 정보를 기록하는 방식인데, 수현은 설명을 들어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다만 무슨 내용을 기록하는가 봤더니 몰타족의 역사를 쓰고 있었다. 물론 현재는 일기 수준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식충식물, 정확하게는 육식성꽃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어렵사리 살아있는 샘플을 가져왔다. 그리고 한참후에 밝혀진 사실인데, 이들은 이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몬스터들과는 종류가 달랐다. 분명 우주 어딘가의 행성에서 자생하고 있던 녀석들인 모양이다. 물만 있으면 어디든 자란다는 점에서 지구의 잡초와 닮았다. 하지만 위험한 녀석들이니 경계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모처럼 샤워를 하고 숙소로 돌아오니 어디선가 꽃냄새가 났다. 어엇..설마? 했더니 릴리스였다. 최근에 육식성꽃에서 추출한 에센스로 만든 향수라나. 역시 여자는 여잔가보다.


“어때 수현? 냄새 좋아?”

“응? 음..그래”

“요즘따라 왜그래”

“뭐가?”

“날 보면 왠지 어려워하는 것 같잖아. 예전엔 안그랬는데”

“그야..릴리스. 혹시 거울이란거 알아?”

“거울?”


수현은 릴리스가 들고있는 아실리드족, 즉 필로에게 거울에 대해 설명을 했더니 그가 모양을 바꾸었다.


“우와~ 이게 내 모습이야?”


세상에. 자신의 모습을 태어나서 이제야 보다니. 릴리스네 문명은 거울도 안보는거야?


“그런데 내 모습이 뭐가 어때서?”

“어..그게. 그러니까. 요즘따라 많이 성숙해진 것 같아. 혹시 어른이 된게 아닐까?”


그러자 릴리스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아니. 어른이 되려면 멀었어”

“그래? 어떻게 변해야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러니까 키가 요만큼 더 커야하고, 가슴은 이~만큼 더 늘어나야 해”


어이구야. 대단하구만.


“하지만 나한테 잘해주시던 아주머니가 그랬어. 짝이 될 남자를 찾으면 빨리 어른이 될 수 있다고”


설마..나 때문에 갑자기 릴리스의 모습이 변해버린거야? 물론..좋은 방향이지만.


“하하. 그렇구나. 오늘 하루 많이 피곤하지 않았어? 이제 슬슬 쉴까 하는데”

“싫어! 수현은 하루종일 사람들이랑 만나서 얘기하느라 나랑 안놀아줬잖아. 이제 수련도 슬슬 지루해지고 있다고”

“그랬어? 근데 그거 혈마선님이 들으면 크게 화를 내실텐데. 괜찮겠어?”

“악! 맞다. 그러고보니 저녁 명상도 안했네. 나 가볼게”

“그래. 조심해서 가. 내일보자”


릴리스의 나이는 지구인으로 치면 몇 살일까? 대략 17~18세 정도 되는 것 같은데. 물론 그녀를 구해준건 나지만, 임자있는 사람보다는 또래의 동족과 만나는게 좋을텐데. 갑자기 궁금한게 생겼다. 일단 자고 내일 물어봐야지.



아침이 되자 수현은 컴퓨터실에서 죽치고 있는 몰타족을 만나러 갔다.


“안녕”

“어서와. 무슨 일이지?”

“몰타족에 대해 물어볼 것이 있어서 말이야”

“뭔데?”

“이미 알겠지만 상당수의 생명체들은 성이 구분되어 있잖아. 자손을 만들기 위해서는 둘 이상의 다른 성이 만나야 하거든. 몰타족은 어떤 식으로 자손을 만드는거야?”

“모른다”

“모르다니..무슨 소리지?”


몰타족은 잠시 멈춘 듯 허공에 둥둥 떠있다가 말했다.


“우리가 물에서 발생한 생명체라는건 알아. 하지만 어떻게 의식이라는게 생기게 된건지, 동족이 어디서부터 비롯된건지 전혀 모르겠어”

“음..그렇군”

“몰타족의 기원에 대해 생각해보았지만 계속 막혀있었거든. 어쩌면 자손번식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

“그런데 이상하네. 물은 우주 어디에서나 발견되는 물질이잖아. 그런데 왜 몰타족이 있는 물에서만 생명이 탄생한걸까?”

“그 말은 즉, 우리와 기원이 비슷한 외계생명체가 있을수도 있다는거네?”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그럼 너희 지구인들은 어디에서 탄생했는지 알고 있는거야?”

“글세.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같은 논란이 있긴 한데..”


따뜻한 바다에서 최초의 세포가 만들어졌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지. 그러고보니 여기 있는 외계인들은 다들 기원이 다른데, 모두가 생명체라는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존재들이다. 그리고 이 블랙홀은 그런 생명체들을 흡수하고 다니고. 어쩌면..블랙홀의 진짜 목적은 거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작품에 나오는 모든 이름들은 실제와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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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위험한 생명체들 +1 22.06.02 62 4 12쪽
13 몰라보게 달라진 그녀 22.06.01 64 1 12쪽
12 피바람 22.05.31 58 1 12쪽
11 우주의 알렉산드리아 22.05.30 61 0 12쪽
10 새로운 본거지 22.05.27 61 0 12쪽
9 광물 쟁탈전 22.05.26 74 1 12쪽
8 그녀와의 재회 22.05.25 68 1 12쪽
7 그의 과거 22.05.24 77 1 12쪽
6 곤충족의 조언, 무공을 얻다 22.05.23 88 1 13쪽
5 블랙홀의 두번째 비밀 +1 22.05.20 103 2 16쪽
4 대치상황 22.05.19 105 9 15쪽
3 기계족 22.05.18 128 11 15쪽
2 물을 찾아서 22.05.17 175 13 16쪽
1 우주의 가장 깊은 곳 +1 22.05.16 323 2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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