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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타맥스 님의 서재입니다.

블랙홀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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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타맥스
작품등록일 :
2022.05.15 22:47
최근연재일 :
2022.06.03 12:01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848
추천수 :
95
글자수 :
89,971

작성
22.06.01 11:38
조회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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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몰라보게 달라진 그녀

매일 낮12시에 업로드합니다.




DUMMY

“기계족과 곤충족도 무공을 배우기로 한 사람이 있다고?”

“그렇다. 종족을 뛰어넘는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조만간 우리 아실리드족도 그들에게 무공을 배워볼까 한다”


아실리드족은 살아있는 쇠파이프 같은거니까 그냥 무기로서의 역할만 해도 충분할 것 같은데.


“수현! 나 어때? 좀 강해진 것 같아?”


갑자기 늘씬한 몸매로 변한 릴리스였다. 예전에는 귀여운 소녀인줄만 알았는데 어느새 아가씨가 다됐군.


“그래. 요즘 엄청 성장하고 있다며?”

“응. 내일 가볍게 ‘아이언 나이트’와 겨루기로 했어!”

“뭐라고? 그 엄청난 녀석을 혼자서 상대한다고? 불가능해”

“싸움에 힘이 전부가 아니라는걸 스승님이 가르쳐주셨어. 보면 알게 될거야”


쳇. 이럴줄 알았으면 나도 무공을 가르쳐달라고 할걸 그랬나? 얼핏보면 무공을 공짜로 가르쳐주는 것 같지만, 왠지 나중에 무슨 댓가를 요구할 것 같단 말이지. 아버지가 늘 말씀하셨다. 사람을 쉽게 믿어서는 안된다고.


그날밤 수현은 또 꿈을 꾸었다. 수현이 어렸을적 그녀의 어머니는 친척들한테 얻은 옷, 유행이 지나 저렴하게 나온 옷들을 한꺼번에 사서 그에게 입히곤 했다. 싸구려옷만 입고 다녔던 그를 친구들이 놀렸다. 수현은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 부모님이 금방 입다가 작아져서 못입을 비싼 옷을 너희에게 사주면서 등골이 휘는건 생각 안해봤냐?”


그러자 그들은 숙연해졌다.


늘 유행과 상관없는 옷만 입다보니 그것이 수현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고등학교때였나, 학생들 사이에서 특정브랜드의 점퍼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마치 맞춰입은 것처럼 모두가 동일한 색, 똑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고 있어서 마치 교복같았다. 유독 수현만 다른 옷을 입고 있으니 또 놀리는 학생들이 생겼다. 그러자 수현이 말했다.


“겨울에 따뜻하면 됐지 뭘 입든 무슨 상관이야? 너희들이 무슨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것도 아니고..그거 다 상술인거 몰라?”


하지만 철이 없던 그들 대부분은 친구가 하는 것이라면 무조건 따라하는게 법이고 진리였다.


대학을 들어갔더니 이번엔 또 가관이었다. 분명 겨울옷인데 멋있게 입어야 한다며 얇은 점퍼가 유행했던 것이다. 당연히 그런 옷들은 비싸기도 하고, 아무래도 두꺼운 점퍼보다 열을 오래 붙잡지 못했다. 수현이 한마디 했다.


“연예인들도 히터 빵빵하게 나오는 스튜디오에서 그걸 입고 찍은 거라고. 추운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도 우리나라 겨울 말도 못하게 춥다고 난리인데. 그런 얇은 점퍼 입고 나가면 얼어죽을 수 있다니까”


그 말은 사실이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수현의 직관력이 놀랍게 강해졌다. 남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숨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거기서 기쁨을 느꼈던 수현은, 그가 구입하는 물건이 처음엔 별볼일없다가 나중에 희소가치가 크게 오르거나 제대로 대접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전혀 유행을 타지도, 광고를 하지도 않는 물건을 사는 그를 보면서 친구들이 따라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수현이 듣는 노래들은 차트를 역주행해 1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의 남다른 취향 때문에 이런 우주의 낯선 곳에 와서 고생하고 있는 것이 아닌까 깊은 고민에 빠졌다. 꿈속에서 생각을 하려니까 머리가 다 아프네. 그런데 이 물컹한건 뭐지? 블랙홀에 푹신한 베개가 있을 리가..우와앗!!!


놀랍게도 릴리스가 수현의 옆에 누워 자고 있었다. 다큰 가시나가 허락도 없이 남정내 옆에 딱 붙어서 뭐하는거야? 아내 소라가 이 장면을 보면 길길이 날뛸텐데. 아니 근데 이 눈치없는 똘??는 왜 커지고 있는거야? 하여간 이놈은 말도 참 안들어요. 아무 때나 세우고 난리야.


“릴리스. 어이, 일어나”

“으응?”

“너 왜 여기있냐? 네 숙소는 다른데 있잖아”

“수련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수현 얼굴 한번 보고 가려다가..누워버렸지 뭐야. 헤헷”


헤헷은 무슨 헤헷.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래?”

“뭐어때? 난 당연히 수현한테 장가갈건데 뭐”


장가가 아니라 시집이겠지.


“릴리스. 전에도 얘기했지만 난 이미 아내가 있다니까. 그리고 지구 특히 한국의 문화에서는 남편도 한명, 아내도 한명이란 말이야. 그 이상을 뒀다간 큰일나요”

“뭐가 큰일나는데?”


흐아아..문화가 다르다보니 설명을 해줘도 이게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구나.


“이제 몇시간 후면 아이언 나이트랑 싸워야 해. 그때까지 충분히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안된다구”

“그러니까 얼른 네 숙소로 돌..”

“그냥 여기 있으면 안돼? 응?”

“어..으흠!”


그가 헛기침을 하며 나타났다.


“둘이 뭐하는건가?”

“난 아무 잘못 없습니다. 얘가 멋대로 제 옆에 누워서 자고 있었다니까요”

“자네 참 눈치가 없군 그래”

“네?”

“여자가 이정도 했으면 알아들어야지. 언제까지 지구에 있는 아내 타령 할텐가? 조만간 식을 올리게. 주례는 내가 서줄테니”


아니 여보세요.


“남일이라고 막 그렇게 쉽게 말하시면 안됩니다. 촌장님”

“흥! 정 그렇게 나오겠다면 얼른 내보내게.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러나”


크으으..내가 블랙홀만 아니었어도. 수현은 릴리스의 손을 잡고 그녀의 숙소에 데려다준 후 이불까지 덮어주고 나왔다. 이왕 이렇게 된거 잠이 다 달아나버렸으니 도시 주위를 한바퀴 돌아볼까? 이제 알렉산드리아는 마을의 규모를 넘어 도시가 되었다. 자신조차 알 수 없는 온갖 외계문명이 뒤섞여서 한블럭만 넘어가면 완전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어찌보면 놀이동산 같다. 하지만 그래선 안돼. 예전에 이 광물지대에 있던 외계인들이 우주선을 만들다 실패했더랬지. 난 반드시 성공하고 만다! 여길 나갈거라고!



드디어 릴리스와 아이언 나이트의 대결시간이 되었다. 곤충족 덕분에 금새 거대한 경기장이 만들어졌고, 수많은 종족들이 이 싸움을 구경하기 위해 참석했다. 놀랍게도 릴리스는 라운드실드를 포기하고 한손에 달랑 검 한자루만 들었다. 시리우스인들의 무공 스타일이었다.


“릴리스! 힘내~”

“위험하면 도망쳐! 알았지?”

“녀석은 덩치가 커서 둔하니까 치고 빠져야 한다고. 들려?”


얼핏 들으면 그녀를 놀리는 말 같지만, 다들 릴리스를 걱정해서 하는 소리였다. 릴리스는 굳은 표정을 지었다. 몬스터와 전투하기 직전의 그런 표정. 혈마선이 일어서더니 깃발을 내렸다.


“결투를 시작한다!”


쿠쿠쿠쿵


아이언 나이트는 빠르게 릴리스가 있는 자리로 뛰어왔다. 워낙 보폭이 넓다보니 순식간이었다. 게다가 느리다는 편견과 다르게 매우 빨랐다. 릴리스는 그때까지도 가만히 아이언 나이트의 움직임을 보고 있따가, 그가 주먹으로 내리치자 가볍게 옆으로 피해버렸다. 본래 아이언 나이트가 도시 외곽에서 수비를 하고 있을 때는 거대한 할버드를 들고 있지만, 리치가 너무 길면 릴리스가 불리하기 때문에 이번 결투에서는 무기 없이 싸우기로 했다. 하지만 충격파가 어마어마했다. 모래먼지가 흩날리고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그때였다.


채채채챙 챙챙


아이언 나이트의 등에 검이 지나가면서 자국을 만들었다. 읽어보니 바보라고 적혀있었다. 관중들은 그걸 알아보고 웃었지만, 아이언 나이트의 조종사가 발끈하더니 상체만 180도 돌았다. 오. 저런 것도 가능하군. 덩치만 큰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안되겠는데?


릴리스는 아이언 나이트의 공격을 계속해서 회피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언 나이트의 속도가 빨리지고 공격횟수가 늘어나면서 점점 피하기 어려워졌다. 마침내 더 이상 피할 각도가 나오지 않자 아이언 나이트가 직격을 날렸다. 그런데 릴리스가 자세를 잡더니 피하지 않고 그의 공격을 그대로 저항했다. 쨍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서 충격파가 올라왔고, 릴리스의 몸으로 땅에서 반사되는 충격을 고스란히 아이언 나이트에게 돌려보냈다. 아이언 나이트는 그 충격으로 몇걸음 물러섰다.


“오오오!!”


수현은 조금전 릴리스의 충격을 되돌리는 보법과 자세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녀가 가진 남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그녀만 되리란 보장은 없다. 요령만 알면 나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엔 아이언 나이트가 양손을 사용해 무수한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어느새 아이언 나이트의 뒤로 돌아간 그녀가 특이한 보법을 취하더니 그대로 그의 등을 찔렀다.


퍼퍼퍽


놀랍게도 아실리드족이 만든 갑옷을 뚫고 아이언 나이트의 등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순간 수현은 식은땀을 흘렸다. 승리에 도취되고 있을 때가 가장 위험한 법! 수현은 그녀에게 경고하기 위해 소리를 지르려다가 몸을 멈췄다. 지금까지 수련했던 그녀가 그러한 사실을 모릴리 없다. 어쩌면 상대가 반격하는 타이밍 마져도 이미 계산에 넣은 것일지도. 그 예상은 적중했다. 이번에도 아이언 나이트는 허리를 180도 돌려 그녀에게 펀치를 날리려 했다.


빠지직


릴리스의 몸이 그대로 아이언 나이트의 거구를 통과해버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잔상. 그의 관절마다 들어간 일격은 물흐르듯 이어져 다른 관전을 공격할 때도 기다림 없이 들어갔다. 잔상이 너무 빨라 그녀의 실체는 이제 아무도 볼 수 없고, 검과 릴리스가 하나가 되어 아이언 나이트의 온몸을 훑었다. 마침내 그녀가 원래 있던 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나타나 착지했을 때, 아이언 나이트는 토막토막 잘려 우르르 무너져버렸다. 그 모습에 관중들은 열렬히 환호했지만, 칼리스와 아실리드족은 망연자실했다. 죽이지 말라고 그토록 부탁했는데 저렇게 되면..


아무튼 이로서 릴리스는 타종족으로서는 최초로 시리우스인으로부터 무림고수로 인정받았다. 혈마선은 제자들에게만 물려준다는 특별한 검을 릴리스에게 하사했고, 그녀는 예의바르게 그것을 받은후 꾸벅 절했다. 시리우스인들 모두가 일어나 그녀에게 박수를 쳐주었다. 곧 그녀가 쪼르르 수현에게 달려왔다.


“수현! 어때? 잘했지?”


수현은 말없이 그녀를 꼬옥 안았다. 반드시 이길거라 예상했지만, 보는 내내 온몸이 따가울 정도로 걱정되고 긴장되었던 것이다. 그녀의 등을 두드려준 후에야 그는 릴리스를 놓아주었다.


“잘했어. 우리 릴리스가 최고!”

“그게 뭐야? 마치 딸에게 칭찬해주는 아빠 같잖아”


파닐라가 악의없는 말투로 군시렁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릴리스가 무사해서 다행이다. 이제 곧 에너지족을 찾으러 여행을 떠날텐데, 릴리스는 배낭에 방패에 두종류의 무기까지 휴대해야하니 번거롭지 않을까? 하지만 혈마선이 준 검은 졸업장 같은 의미여서 실제 전투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냥 기념으로 잘 보관만 하면 된다. 때마침 다음날 블랙오우거들이 잔뜩 마을을 쳐들어온 바람에 주민들은 그날 저녁 배부르게 오우거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새로 동맹을 맺은 외계인들의 기술로 ‘압축식량’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손가락 마디보다 작은 고기조각이 스테이크 한접시 분량과 동일하다고 한다. 또한 왠만해서는 깨지지 않는 강화유리로 만든 시험관에 음식을 잔뜩 넣고 다닐 수 있어서 여행자들의 짐이 크게 줄어들었다. 어차피 모포 같은건 가지고 다니지 않으니, 부피를 가장 많이 차지하는 짐은 물병 뿐이었다.


길을 떠나기 위해 나온 일행을 많은 이들이 배웅하러 와주었다. ESS-01은 머리 부분이 탈착되는 로봇병기로 개조되었고, 촌장이 사용하는 몬스터의 생기를 빨아들이는 무기는 어깨에 맬 수 있는 기관총 형태로 바뀌었다. 급성장한 릴리스를 제외하면 수현은 크게 바뀐게 없었다. 그래도..


(필살기를 얻었으니 나중에 보여줘야지. 두고봐라. 결정적인 순간에 짜잔 하고 사용하면 모두들 놀래 자빠질걸. 근데 릴리스가 금방 따라하는건 아니겠지? 아닐거야..얼마나 고생해서 얻은 기술인데. 그럼 그럼)




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작품에 나오는 모든 이름들은 실제와 무관합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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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위험한 생명체들 +1 22.06.02 62 4 12쪽
» 몰라보게 달라진 그녀 22.06.01 65 1 12쪽
12 피바람 22.05.31 58 1 12쪽
11 우주의 알렉산드리아 22.05.30 61 0 12쪽
10 새로운 본거지 22.05.27 61 0 12쪽
9 광물 쟁탈전 22.05.26 74 1 12쪽
8 그녀와의 재회 22.05.25 68 1 12쪽
7 그의 과거 22.05.24 78 1 12쪽
6 곤충족의 조언, 무공을 얻다 22.05.23 88 1 13쪽
5 블랙홀의 두번째 비밀 +1 22.05.20 103 2 16쪽
4 대치상황 22.05.19 106 9 15쪽
3 기계족 22.05.18 129 11 15쪽
2 물을 찾아서 22.05.17 176 13 16쪽
1 우주의 가장 깊은 곳 +1 22.05.16 323 2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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