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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타맥스 님의 서재입니다.

블랙홀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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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타맥스
작품등록일 :
2022.05.15 22:47
최근연재일 :
2022.06.03 12:01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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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9,971

작성
22.05.3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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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우주의 알렉산드리아

매일 낮12시에 업로드합니다.




DUMMY

칼리스가 종족의 멸망을 두려워하는건 이해한다. 자신이 종족의 마지막 생존자니까. 그래도 외계인의 세포로 새로운 생명을 만든다고?


“그런데 유전자는 어떻게 제공하면 되는거지?”

“피부세포 한조각..아니, 그보다 피 한방울이면 충분하다”

“그렇다는데..어떻게 할래?”


릴리스는 수현의 뒤에 숨어서 얼굴을 찡그렸다. 하긴. 뇌가 다 보이는 괴상한 기계가 피를 달라는데 누구라도 싫겠지. 수현은 작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이 문제는 둘이 알아서 해. 난 빠지겠어”


수현은 각 종족의 대표가 모인 김에 이야기를 꺼냈다.


“현재 광물지대를 중심으로 여러 종족의 동맹이 이루어진 상태이니, 이곳의 안전을 위해 앞으로 어떻게 할지 원칙을 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수현이 바닥에다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ESS-01이 실시간으로 읽어서 큰 홀로그램 화면으로 띄웠다.


1. 종족간 다툼 금지

2. 거래가 필요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지불할 것

3. 광물은 필요한 만큼만 사용할 것

4. 몬스터 침입 등이 발생했을 때 모든 종족이 힘을 합쳐 대응할 것

5. 중요한 사안이 있을 경우 각 종족의 대표가 모여 만장일치로 결정할 것


일단 이렇게 제안했다. 모두들 이에 반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마을의 이름은 수현의 의견에 따라 알렉산드리아로 정해졌다.


그후 광물채굴은 칼리스와 기계족이, 물 그리고 사냥을 통한 식량조달은 곤충족이, 도구의 제조는 아실리드족이 맡았다. 피를 한방울 뽑힌 것이 영 깨름직한지 축 처져있는 릴리스를 본 수현은 좋은 생각이 났다. 그녀와 ESS-01을 데리고 아실리드족을 만나러 갔다.


“무슨 일인가?”

“릴리스에게 맞춤무구를 장만해주고 싶은데, 일단 목록을 보여주겠어?”


ESS-01이 지금까지 알고 있는 무기와 방어구 목록을 화면에 띄웠다. 수현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릴리스에게 말했다.


“내가 볼땐 한손으로 들 수 있는 검과 라운드 실드가 좋을 것 같은데?”

그러자 릴리스는 기쁜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화면상에서 마음에 드는 것들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실리드는 그걸 보더니 말했다.


“방패는 하루면 만들어 줄 수 있다. 하지만 무기 같은 경우는..”

“?”


아실리드족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렇게 답했다.


“그쪽은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무기를 쓸 수 있는 것 같던데. 맞나?”


오호. 릴리스가 상대방의 움직임을 보면 바로 따라할 수 있을뿐 아니라, 다양한 무술도 가능하다는걸 파악한 모양이군.


“응. 맞아”

“그렇다면 우리 종족 중 하나를 소개해주지. 언제든지 모양을 바꿀 수 있는 무기인 동시에 동료로써 말이야”


대단한걸. 검이 필요하면 검이 되고, 창이 필요하면 창, 도끼가 필요하면 도끼로 변신한다는건가? 모양을 자유자재로 취할 수 있는건 좋은데, 내구성은 어떨까?


“그건 걱정마라. 여기 광물을 조사해본 결과 우리는 지금보다 몸이 더 단단하고 날카로워질 수 있다”


저번에 잡은 광물골렘을 칼리스의 도움으로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게 되었고, 아실리드족이 골렘에게 갑옷을 입힘으로써 전투력이 엄청나게 올라갔다! 이름은 대충 아이언 나이트라고 지어줬다. 녀석은 앞으로 알렉산드리아에 쳐들어오는 몬스터 혹은 적대적인 외계인을 상대하는 수비군으로 활동할 것이다.


다음날 방패를 받은 릴리스는 껑충껑충 뛰며 자신의 방어구와 무기가 생긴 것에 무척 기뻐했다. 사실 그녀의 몸은 물리적인 공격을 받아낼 수단이 없는 상태라 수현은 내심 걱정이 많았는데, 이제 든든한 동료로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파닐라의 마을에서 주민들이 대거 이동해왔다. 물론 그들 중에는 도망가려던 촌장을 쫓던 남자들도 있었다.


“헤헤..촌장. 오랜만이우”

“자네들이 나를 옭매던걸 생각하면 별로 반갑지 않군”

“그래서 이런 삐까번쩍한 마을로 갈아타시겠다?”


그때 수현이 나섰다.


“사람은 누구나 자유로운 존재. 누군가에게 함부로 오라가라 할 수 없다”

“그때 그놈이군”

“말조심해라. 이 알렉산드리아를 이끄는 리더니까”

“리더라고?”


사내는 의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나 역시 촌장님보러 억지로 따라오라고 한 것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촌장님이 떠나고 싶다면 붙잡지 않겠어. 그러니 당신들도 그럴 권리가 없다는걸 알았으면 좋겠는데. 그게 이 마을의 규율이니까. 따르기 싫다면 여길 떠나든가”


척 보기에도 알렉산드리아는 자원을 비롯해 모든 것이 풍요로워보였다. 게다가 다른 종족과도 동맹을 하고 있으니, 최근 몬스터들이 한번에 떼거지로 덤벼드는 마을습격을 막아낼 것처럼 보였다.


“좋다. 옛날일은 잊어버리자고”


촌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은 사내에게 물었다.


“파닐라는 오지 않은건가?”

“좀더 지켜보겠다고 했다. 우리가 이 마을에 적응하는걸 보고 오겠다나? 어차피 마을을 수비할 사람이 반이나 줄었으니 머지 않아 올거다”



며칠 후 블랙오크가 떼거지로 알렉산드리아를 쳐들어왔다. 기계족의 블래스터는 에너지를 소모하는 무기였기에 가급적 사용하지 말고 마무리나 급할 때만 쓰기로 했다. 수현과 촌장, 릴리스가 선두로 블랙오크들을 상대했고, 후방에서 아실리드족이, 그리고 사방에서 곤충족이 연합하여 놈들을 말그대로 쌈싸먹었다. 이번 전투에서 상당한 수의 마정석을 얻게 되었지만 블랙오크의 고기는 너무 잡내가 심히고 질겨서 먹기 어려웠다. 그래서 광산에서 오늘도 열심히 일하는 블랙오우거들의 먹이로 주었다.


두 번째로 마을을 습격한 몬스터는 블랙울프였다. 지구에서 보던 늑대들보다 덩치가 2~3배나 컸는데, 점프공격과 물어뜯기, 도망가는척 하다가 매복해있던 다른 늑대들과 합류해 반격하기 등이 주특기였다. 하지만 ESS-01의 데이터베이스에 그들의 사냥습성이 잘 기록되어 있었고, 이 정보를 다른 종족들과 공유했기에 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게다가 블랙울프 고기는 맛도 영양가도 만점이었다. 하지만 세 번째로 쳐들어온 몬스터는 수현을 난감하게 했다.


“언데드라니..너무 판타지스럽잖아”


몸은 죽었지만 정신은 살아있는 괴생명체. 아니, 그들은 더 이상 생명체라고 보기 어려웠다. 쓰러뜨려도 자꾸 다시 일어서기에 어쩔 수 없이 블래스터로 싹 불태워버렸다. 녀석들은 마정석도, 식량도 주지 않았다. 하지만 사냥후 아군들이 꽤 강해진걸 보니 경험치는 꽤 짭짤한가보다. 게다가 언데드는 이 행성에서 가장 흔한 몬스터라고 한다. 사냥이 끝난 후에야 그런 정보를 알려준 촌장이 얄미웠던 수현은 한동안 그를 ‘뒷북 노인네’ 라고 불렀다.


몬스터들을 별피해없이 막아냈다는 소식이 퍼지자, 처음 보는 몇몇 외계종족들이 찾아왔다. ESS-01과 이미 동맹을 맺은 종족들의 조언에 따라 (한쪽 얘기만 들으면 오해할 수 있으므로) 충분히 검토한 후 그들에게 동맹을 제안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알렉산드리아에 여러 종족이 모여 살게 되자 이름모를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다. 수현 역시 고열로 며칠을 고생하고 있었는데, 마침 찾아온 파닐라가 상태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틀렸어요. 이대로 일주일 정도 앓다가 죽을 겁니다”

“무슨 소립니까. 콜록콜록. 블랙홀을 나가기 전까진 이따위 병에 질 순 없어요!”

“아무리 당신이라해도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과 병마를 상대로 싸우는건 얘기가 달라요! 부디 남은 시간동안 편안하길 바랄게요”


하지만 놀랍게도 칼리스가 만든 백신을 주사하자 하루만에 나았다. 릴리스의 혈청에서 매우 강력한 항체가 발견되어 그걸로 만든 것이란다. 릴리스는 수현을 살려준 것이 고마워 칼리스의 반구를 껴안았다. 이 일을 계기로 파닐라는 함부로 속단하는 버릇을 고쳤다. 그만큼 알렉산드리아는 놀라운 마을이고, 계속해서 성장해갔다. 의식주는 물론이오 질병에 대한 치료제도 있으며 안전한 마을이라는 소문이 나자 점차 동맹이 늘어났다.


“슬슬 떠날 시간입니다. 알렉산드리아의 운영은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에너지족을 찾으러 갑시다”

“이제야 좀 살만한 마을이 되었거늘, 또 모험을 하자는건가? 밖에 몬스터들이 미쳐서 날뛴다는 소문 못들은거야?”


수현의 말에 언제나 꼬장을 부리는 ‘뒷북 할배’ 였다.


“제가 왜 서두르는지 아세요? 촌장님이 더 늙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여길 나가게 하고 싶어서라고요!”

“쳇. 내 핑계 대지 마. 안가. 무서워”


그때 ESS-01 이 들어오더니 말했다.


“여기서 걸어서 삼일 정도 떨어진 거리에 식물이 발견되었다는 정보다”

“식물이라고?”


앞서 말했지만, 블랙홀 내부 행성은 풀한포기 보기 힘든 황무지나 다름없다. 비도 안오는데다 어쩌다 한번씩 자기폭풍이 지나가면 아주 잠깐동안 자라기는 한다던데, 금방 모래에 묻히기 일수다. 하물며 파닐라의 마을에서 본 잔디를 대충 잘라 만든 것 같은 풀데기 요리가 그 식당에서 가장 비쌌다.


“그렇다면 물이 많다는 얘긴데. 지금 알렉산드리아는 물이 살짝 부족한 상태 아닌가?”

“식수가 점점 부족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광물 요구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으니 가공에도 물이 많이 필요하다”

“들었죠?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로서는..”

“알았어. 알았다고오~~”


아니 왜 화를 내고 그러세요 촌장님. 혹시 알아요? 거기 가면 예쁜 할머니가 정원을 가꾸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일단은 할아버지도 남자 아입니꺼. 윤지수씨가 아마존에서 발견한 버섯 같은 초인이 되는 약재가 있을지도? 일행은 언데드들이 한번 더 마을을 습격하면 그때 바짝 레벨업을 하고 다음날 바로 출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인생은 늘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던가. 알렉산드리아 근처까지 몰려오던 언데드들이 갑자기 몰살당했다. 우리가 했냐고? 아니다 이 악마야 (..) 그것은 바로 무림인들. 즉 시리우스인들이었다. 그들은 뭔가 요상한 무공을 쓰는건지 언데드들이 그들의 칼에 닿기도 전에 녹아버렸다. 뭐 그것까진 좋다. 문제는 시리우스인들을 이끌고 있는 무림고수가 바로 비교적 젊어보이고 우아한 할머니라는거. 그녀가 일행에게 다가오더니 말했다.


“나는 시리우스에서 온 혈마선이라고 하오. 그쪽이 이 마을의 대표신가?”

“저희 마을은 대표가 따로 없습니다. 각 종족의 대표들끼리 모여 민주적인 방식으로 중대한 사안을 결정하죠. 저는 이수현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시오. 우린 그대들과 동맹을 맺고 싶어 먼길을 왔소이다. 어떻게 생각하시오?”

“우룡님과 맺은 인연이 있으니 가급적 빨리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마을구경도 하시고 쉬고 계시지요”


혈마선은 한쪽 눈썹을 쓱 올리더니 말했다.


“그대는 누군데 나를 뚫어지게 보는 것이오?”


이런..그는 다름아닌 촌장이었다. 저 버릇 아직도 못고쳤네.


“바..반갑소. 나는 가실레우스. 알렉산드리아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자원 중 하나인 물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처음 뵙소만, 그대는 너무나 아릅답소”


어휴..주책이야..


“고맙소”

“아뇨. 여러분들이 귀찮은 언데드를 처리해주셔서 저희들이 오히려 감사하지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어라라. 저 친절한 미소는 뭐야? 좀처럼 움직이기 싫어하는 촌장이 저러니까 같은 사람 맞나 싶다. 수현은 무협지를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일단 무림고수가 등장하면 피바람이 일어나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라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촌장이 향한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수 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작품에 나오는 모든 이름들은 실제와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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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그녀와의 재회 22.05.25 68 1 12쪽
7 그의 과거 22.05.24 78 1 12쪽
6 곤충족의 조언, 무공을 얻다 22.05.23 88 1 13쪽
5 블랙홀의 두번째 비밀 +1 22.05.20 103 2 16쪽
4 대치상황 22.05.19 106 9 15쪽
3 기계족 22.05.18 129 11 15쪽
2 물을 찾아서 22.05.17 176 13 16쪽
1 우주의 가장 깊은 곳 +1 22.05.16 323 2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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