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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타맥스 님의 서재입니다.

블랙홀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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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타맥스
작품등록일 :
2022.05.15 22:47
최근연재일 :
2022.06.03 12:01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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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9,971

작성
22.05.2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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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그녀와의 재회

매일 낮12시에 업로드합니다.




DUMMY

릴리스의 말에 의하면, 들개처럼 생긴 몬스터들이 떼거지로 마을을 덮쳤다고 한다. 그들 종족의 남자들은 용맹했기 때문에, 전투가 불가능하거나 약한 자들을 도망치게 하고 최후까지 싸웠다고 한다. 릴리스도 그들을 돕고 싶었지만 아직 그녀는 성인이 되지 않아 신체적으로 약했다. 그때 떠오른 것이 수현이었다. 블랙히피를 멋지게 사냥했던 모습을 기억하고 수현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기계족 마을로 갔다. 하지만 기계족들 역시 본거지를 버리고 이동했기에 마을은 텅비어있었다. 절망에 빠져있던 그녀는 지푸라기 같은 희망을 놓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감각을 끌어올렸고, 희미한 수현의 냄새를 따라 이동했던 것이다.


-너무 위험하지 않아? 내가 거길 떠나온지 꽤 됐는데. 차라리 몬스터들이 사라지길 기다렸다가 마을로 돌아가서 동족을 만나는 편이 낫지 않았겠어?

-여기 오는 동안 한명도 만나지 못했어. 전부 잡아먹힌 거라고.


릴리스가 또다시 뚝뚝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수현은 그녀를 달래다가 문득 냄새를 맡고 왔다는 그녀의 말이 신경쓰였다.


-저기, 물어볼게 있는데.

-응?

-나한테서 어떤 냄새가 나? 음..그러니까 좋은 냄새야 나쁜 냄새야?

-냄새가 좋은거 나쁜거가 따로 있어?

-글세..생각에 따라선 다르지만 말이야.

-음. 그러니까 쇠냄새, 누더기냄새, 땀냄새, 침냄새, 발냄새 등등..


그녀가 읊어낸 냄새의 종류는 무려 27가지나 되었다. 나한테서 그렇게 냄새가 다양하게 난다고? 후각이 완전 탐지견 수준이네. 그러고보니 나도 이 행성에 와서 제대로 씻은 적이 없구나. 여기 물도 많은데 오랜만에 목욕이나 해야겠다.


-릴리스, 너 많이 더러워졌는데 씻을래?

-응. 여기 물 충분해~

-너 먼저 씻어. 난 다음에 씻을테니까.


그녀는 훌러덩 털옷을 던져버렸다. 수현은 벗은 여자의 몸을 보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리고 슬픈 생각을 하려 애썼다. 가족들, 친구들은 잘 있을까? 드래곤은..어차피 그들은 시뮬레이션에 무사히 있긴 하겠지. 어라?


수현이 옆을 돌아보니 촌장과 ESS-01 이 목욕하고 있는 릴리스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뭐..뭐하는 거에요!”

“뭐가?”

“아니, 아무리 문화가 달라도 그렇지. 남이 목욕하는걸 그렇게 쳐다보는건 실례라구요!”

“다 늙은 노인네가 뭐 어때? 이런 젊은 여자가 씻는 모습을 보는건 흔치 않은 기회라고”


말이면 다인줄 아나 이 영감탱이가! 게다가 ESS-01 은 한술 더 떴다.


“흥미로운 생명체다. 수현 너랑은 신체구조가 여러면에서 다르군”

“이봐, 기계라고 예외는 없어. 빨리 카메라 안돌려?”

“수현, 네가 우리 일행의 리더인건 맞지만, 이런 부분까지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뭐시라?”

“나 역시 기계족을 이끄는 시스템의 대표라고. 그러고보니 생명체들은 나이로 순위를 정한다지? 수현. 너 몇 살이야?”

뭣이 어쩌고 어째? 이 고철덩어리가. 나이 얘기가 나오자 촌장이 흥미를 보였다.


“말 잘했네. 난 참고로 301살이야. 어때? 네가 여기서 제일 막내 아니냐?”

“나참 기가 막혀서..계속 그런 식으로 나오면 물리적인 힘을 행사할 거라고요!”

“어쭈? 지금 해보자는거야?”

“나 ESS-01. 수현과 잠시 동맹을 해제하고 가실레우스와 동맹을 맺기로 하겠다. 수현을 공격하라”

“이것들이?”

“잠깐~~”


벌거벗은 릴리스가 물에서 뛰쳐나왔다.


“수현을 공격하지 마! 난 수현 편이야”


수현은 얼굴이 빨개지더니 고개를 돌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저기, 릴리스”

“왜?”

“일단 옷부터 입는게 어때?”

“아직 씻는 중인걸. 다 씻으려면 멀었어”

“그..그러면 하던거 계속해. 난 릴리스가 편히 씻을 수 있게 이 귀찮은 녀석들을 데리고 잠시 떨어져 있을게”

“멀리 가지 마. 알았지?”


수현은 촌장과 ESS-01을 불러다가 왜 남이 목욕하는데 염탐하면 안되는지 설명했다. 그제서야 둘은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앞으로 그러지 않기로 했다. 물웅덩이로 돌아와보니, 릴리스가 열심히 털옷을 씻고 있었다.


“빨래까지 하는거야?”

“응. 이 옷 안씻은지 오래됐어”

“그렇구나”


하긴. 이곳은 물이 부족하니 그럴 수 밖에.


“그런데, 다른 옷은 없니? 여벌로 가지고 다니는건?”

“없어”

“그럼 이거라도 입고 있어”


수현은 파닐라가 사는 마을에서 사온 흰색 셔츠를 가방에서 꺼내 그녀에게 주었다. 혹시 알고 있는가? 와이셔츠라는 말은 [화이트 셔츠]를 일본사람들이 그들식으로 부른 발음이 한국에 전해진 것. 수현도 처음에는 T-셔츠처럼 옷의 모양새 때문에 붙인 이름인줄 알았다. 어딜봐도 Y 자 모양이 아닌데 왜 그걸 의심해보지 않았을까? 셔츠를 입은 릴리스는 마치 하의실종 패션의 스타화보에 나오는 여자연예인을 보는 듯 했다. 정말로 하의가 없는 것이긴 하면서도..


“큭. 저기..릴리스”

“응?”

“나이를 물어보는건 실례야?”


릴리스는 고개를 도리도리 하더니 말했다.


“우리 종족은 나이 같은거 안세”

“그래? 그럼 어떻게 구분해?”

“갑자기 확 어른이 되는 경우가 있어. 일단 어른이 되면 모두가 똑같은 어른이 되는거야”

“그렇구나. 신기하네”

“그리고 나 처녀야”


으익..그 얘기가 왜 나오냐?


“수현도 아직 짝이 없지?”

“유감스럽지만..있어”

“그래? 몇 명인데?”

“한명”

“에이. 난 또..한명이면 상관없는데”


무엇이 상관없다는거지?


“우리 종족은 남자 하나에 여자가 보통 일곱이야. 그정도는 기본이라구”


수현은 당황하더니 화제를 다른데로 돌리기로 했다.


“그런데 릴리스. 너희 종족은 어떤 식으로 전투를 하는거야? 무기라든가 아니면 신체의 일부를 직접 쓴다거나..”


릴리스는 털옷을 탁탁 털어 바위에 올려놓더니 말했다.


“우리 종족은 다른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해”

“그래? 그럼 이거 따라할 수 있어?

수현은 촌장이 들고다니는 막대기를 잠시 빌려서 릴리스에게 주고는, 자신은 단도를 꺼내서 휘둘렀다. 그걸 보더니 릴리스가 금방 따라하는 것이 아닌가? 점차 복잡한 검술을 보여주었는데도 한치의 오차없이 그대로 재현해내는 그녀였다.


“이거 놀라운데. 그럼 이것도 할 수 있어?”


하늘로 솟아오른 그는 우룡에게서 배운 무공으로 단도를 집어던졌다. 살짝 던졌지만 단도가 땅에 손잡이까지 박힐 정도로 강한 힘이었다. 놀랍게도 릴리스는 그것마져 해냈다. 게다가 단도도 아니고 그냥 막대기로.


“굉장하구나. 릴리스!”

“히히. 어때? 잘했으면 안아줘”


그녀가 갑자기 달려들자 수현은 피할 수도 없었다. 그대로 그녀를 품에 안았을 뿐이다. 잠깐이지만.


“허허허..능력있으면 이런 황량한 곳에서도 여자가 제발로 찾아와 안기는구먼”

“조용히 안할래요? 영감님?”

“그럼 이제부터 짝짓기라는걸 시작하는거냐 수현?”


수현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ESS-01. 어딘가 고장났나본데, 지구에서는 기계가 고장나면 고치는 전통적인 방법이 있지”

“고장이라니? 정상적으로 작동중이다”

“아니, 내가 볼때는 고장이 확실해. 이리 와봐”


꽈광


“뭐..뭐하는 짓이냐? 날 왜 때리는 거냐?”

“이래야지 고쳐지더라고. 한번만 더 나한테 이상한 소리 했다간 진짜로 혼내줄거야!”

“지구인. 생각보다 포악하고 무식한 생명체다. 경계해야겠다. 삐빅. 그 손 저리 치워라!”



한바탕 소동이 끝난 후, 네 사람은 각자 역할을 분담하여 본격적으로 사냥을 시작했다. ESS-01 이 적의 위치와 수를 파악한 후, 수현이 선공으로 가장 강해보이는 녀석부터 처치한다. 릴리스가 그걸 보고 그대로 따라해 한 녀석을 처치하는 동안, 촌장은 움직임이 가장 둔한 녀석의 생기를 고갈시켜 잡는다. 겨우 한명이 늘었을 뿐인데 사냥속도가 눈에 띄게 차이가 났다. 이틀정도 빡세게 사냥했더니 두 사람의 신체적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이것을 본 촌장은 투덜거렸다.


“에잉..내가 20년만 젊었어도..”


ESS-01 역시 투덜대긴 마찬가지였다.


“빨리 나에게 무기를 달아달라”

“기계도 능력이 상승할 수 있는거야?”

“물론이다. 내부에서 일하고 있는 나노로봇의 처리속도가 향상됨에 따라 수리와 업그래이드가 이루어지니까”

“그렇담 광물을 다룰 수 있는 외계인을 빨리 만나야겠네”


뱀고기에 지친 그들은 결국 광렙사냥터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멀리서 반짝이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생물체인줄 알았는데, 몸이 가느다란 금속으로 연결된 외계인이었다. 그들은 서로 부딪칠 때마다 쨍 하는 실로폰 소리가 났다.


“우리는 금속생명체 아실리드족이다. 엄밀히 따지면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이라 할 수 있지만”

“신기하군. 나는 지구에서 온 이수현이다”


수현은 나머지 멤버들을 소개했다.


“우리가 광물이 많은 위치를 알고 있는데, 혹시 내가 사용하고 있는 무기와 비슷한 걸 제작할 수 있나?”

“너희들 때마침 잘 나타났다. 우리도 광물이 고갈되어 무척 곤란했던 참이었거든”

“광물이 있는 곳까지 안내할테니, 우리가 원하는걸 만들어줘. 그리고 호퍼라면 동맹을 제안한다”

“우릴 보면 모르겠나? 당연히 아실리드족은 호퍼다. 빨리 안내해주기 바란다”


어라? 이들은 종족 전체가 본거지를 옮길 생각인가보다. 너무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움직이면 다른 종족들이 겁낸다고.


“그렇다면 팀을 10개로 쪼개어 간격을 두고 이동하겠다. 앞장서다오”

“들었지? ESS-01?”

“그럼 출발하겠다”


대화형 네비게이션이라. 잘하면 여행가이드로 손색이 없겠군그래.


아실리드족이 사냥하는걸 멀리서 구경해보니, 그들은 서로의 몸을 부딪쳐서 발생하는 진동으로 적을 공격한다. 공명이라던가. 물질마다 진동하는 고유의 것이 있다보니 이쪽에서 동일한 진동을 발생시키면 저들도 의지와 상관없이 몸이 떨리기 시작한다. 결국 제대로 싸움을 할 수 없을 것이고 그 사이에 긴 철봉형태의 아실리드족이 다가가 팔과 다리 등을 부러뜨려버린다. 사극에서 주리를 트는 장면과 비슷하군. 일단 마정석은 그들에게 모두 양보했다. 대신 그들은 생명체에서 얻을 수 있는 고기나 가죽 따위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므로 수현과 릴리스는 사냥에서 획득한 것들을 부지런히 챙겼다. 나중에는 무게 때문에 저품질의 획득물을 가려내 버리고 돈이 될만한 것들만 남겼다. 그러고보니 릴리스는 참 힘도 세구나.


“릴리스”

“응”

“너희 종족말인데. 릴리스도 이정도라니 성인이 되면 대체 얼마나 세지는거야?”


그러자 릴리스는 고개를 숙였다. 이런..괜한 질문을 한건가?


“기운내. 너희 종족은 강할테니 분명 어딘가에 살아남았을거야. 어쩌면 릴리스를 애타게 찾고 있는지도 모르지”

“그럴까?”


그녀는 금새 표정이 밝아졌다.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나온김에 ESS-01에게 물어봤다.


“들개와 비슷한 형태의 몬스터 정보를 가지고 있어?”

“물론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모든 데이터를 보존하고 있다”

“그럼 좀 보여줘봐”


ESS-01 이 반투명한 홀로그램 윈도우를 띄웠다. 들개형 몬스터는 크게 6종류. 페이지를 넘겨가며 보던 릴리스가 외쳤다.


“이놈들이야. 이놈!”

“어디보자. 퓨어리어스 도그. 쉽게 말해 미친개로구나”


옆에는 예상되는 지능과 전투력 수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지능이 그리 높지는 않은데, 어떻게 한번에 마을을 습격할 생각을 했을까?”

“이건 일반적인 몬스터의 수치다. 개과 몬스터들은 리더를 따르는 습성이 있으니, 아마도 비정상적으로 지능이 높은 리더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군. 릴리스. 내가 약속하지. 녀석을 발견하면 함께 공격하기로. 하지만 마무리는 릴리스가 하게 해줄게”

“고마워 수현. 역시 냄새를 맡고 찾아낸 보람이 있어”


그녀가 찰삭 수현에게 안기자 촌장은 헛기침을 했다. 이틀정도 이동하자 드디어 기계족이 말한 광물지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작품에 나오는 모든 이름들은 실제와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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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광물 쟁탈전 22.05.26 74 1 12쪽
» 그녀와의 재회 22.05.25 68 1 12쪽
7 그의 과거 22.05.24 77 1 12쪽
6 곤충족의 조언, 무공을 얻다 22.05.23 88 1 13쪽
5 블랙홀의 두번째 비밀 +1 22.05.20 103 2 16쪽
4 대치상황 22.05.19 105 9 15쪽
3 기계족 22.05.18 128 11 15쪽
2 물을 찾아서 22.05.17 175 13 16쪽
1 우주의 가장 깊은 곳 +1 22.05.16 323 2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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