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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타맥스 님의 서재입니다.

블랙홀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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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타맥스
작품등록일 :
2022.05.15 22:47
최근연재일 :
2022.06.03 12:01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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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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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글자수 :
89,971

작성
22.05.26 12:02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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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광물 쟁탈전

매일 낮12시에 업로드합니다.




DUMMY

“이상하다. 분명 이곳엔 아무도 없었는데”

“왜?”


수현이 ESS-01에게 물었다.


“전보다 광물이 줄었다. 아무래도 누가 이곳을 발견한 모양이다”


일행은 서둘러 광물지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으윽..이럴수가. 거대한 오우거들이 곶괭이를 들고 광물을 캐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수현은 먼저 자기가 정찰을 하고 오겠다고 하고는 그들이 있는 쪽으로 조심조심 몸을 옮겼다. 저렇게 덩치가 큰 녀석들이라면 음식도 엄청나게 먹어치울텐데, 대체 광물은 어디에 쓰려고 저런 중노동을 하고 있는걸까? 그런데 이상한 것이 발견되었다. 오우거의 정수리에 뭔가 침 같은게 박혀있는 것이었다. 저게 뭐지?


오우거들은 캐낸 광물을 집어들어 수레에 실었다. 수레를 끌고가는 오우거가 따로 있었다. 얼마나 많이 광물을 실었던지 바퀴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수현은 다시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아무래도 우리가 한발 늦은 것 같습니다. 이종족이 이 일대를 차지하고 있네요”

“그럼 어떡하지?”

“어떡하긴요. 싸워야죠”

“싸운다고?”

“아실리드족 여러분은 지금까지 몬스터를 잘 잡으셨지 않습니까? 몬스터를 사냥할 때와 마찬가지로 저들을 상대하면 되겠지요”

“저들에게 동맹을 권유하지 않는 이유가 있는거야?”


촌장이 물었다.


“아무래도..누군가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조종?”

“머리에 뭔가 달려있는데, 그걸로 강제노동을 하도록 만드는게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는건 다른 종족을 노예로 부릴 정도로 지능이 높고 악랄하다는 뜻이로군”

“네. 누가 그런 짓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행동을 보인다는건 우리와 함께 하기보다는 모두를 노예로 삼을 가능성이 크죠”

“만약 싸워서 우리가 이긴다면?”

“광물을 반반씩 나눠가질 생각입니다”

“힘들게 싸워놓고 나눈다라. 어째서지?”


아쉴리드족이 반문했다.


“광물이 처음부터 누군가의 소유는 아닐테니까요. 물론 먼저 발견한 사람에게 우선권이 있는거겠지만. 그리고 보세요. 여기 광물이 넘쳐나잖아요. 이렇게 많은 광물을 한 종족이 독점한다는건 말이 안됩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전투를 준비해야겠군”

“일단 제가 가서 협상을 시도해보겠습니다. 만약 그들이 저를 공격한다면 재빨리 그곳을 탈출할테니, 제가 도착하면 즉시 공격을 시작하는걸로 하시죠”

“알았네”


수현은 수레를 끌고 가는 오우거들을 미행했다. 과연 지하에 광물을 녹이고 불순물을 걸러내는 거대한 용광로가 만들어져 있었다. 누가 오우거들을 조종하는지 주위를 둘러보았다. 저 멀리 탑 같은게 세워져 있었다. 만약 오우거들을 노예로 부리는 자라면 분명 저 위에서 모든걸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다. 수현이 절벽을 오르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것이지만, 레인져라는 건 별걸 다 할줄 아는 직업인가보다. 몸은 가벼운데 근육이 튼튼하다. 그러니 절벽을 날렵하게 기어오를 수 있는 것이다.


마침내 꼭대기에 도달했다. 수현은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상상했던 것을 뛰어넘는 장면이었다. 투명한 반구로 이루어진 장치 안에 커다란 뇌가 들어있었는데, 장치에 수많은 선이 연결되어 있었다. 설마..저게 오우거를 조종하는 녀석인가? 수현은 훌쩍 안으로 들어왔다. 바닥에 착지할 때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냐?”


수현이 뒤를 돌아보았지만 반구속 뇌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설마..이 뇌가 말을?”

“함부로 말하지 마라. 나는 칼리스족의 마지막 생존자다”

“생존자라고? 그 모습이?”


수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멍청한 종족 같으니라고. 이런 형태를 처음 보는거냐?”

“아니..물론 실제로 본건 처음이지만. 보통 이런 모습은 악당들이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라거나..그런거 아닐까?


예전에 어떤 프랑스 작가가 인간의 두뇌에 대한 소설을 썼더랬지. 거기에 나오는 충격적인 장면이 떠오르는 그였다.


“일단 내 소개를 하지. 난 지구에서 온 이수현이라고 해. 기계족과 곤충족, 그리고 두 종류의 인류형 종족과 동맹관계야. 그리고 또 한 종족이 동맹을 염두하고 있어”

“숫자로 밀어붙이겠다는거냐? 그쪽이 머리수로 나온다면 나는 힘이 있어!”

“저기, 난 다짜고짜 싸울 마음이 없다고. 하지만 이 광물지역을 처음 발견한건 기계족이야. 그래서 광물을 좀 나눠가졌으면 싶은데”

“누가 먼저 발견하건 무슨 상관이야? 이용을 해야 가치가 있는거지. 썩 꺼져라!”


수현은 단도를 빼들었다.


“보아하니 이 뇌가 전부인 모양인데, 내가 이 반구를 부수고 뇌에 상처를 주면 어떻게 될까?”

“흥! 할 수 있으면 해봐라! 내가 특별히 신경써서 만든 강화유리야!”


방탄유리만 믿고 설쳐댔던 한 악당이 유리를 뚫고 날아온 총알에 맞는 영화를 알랑가 모르겠다. 수현의 손이 반구를 스슥 문지르자 갑자기 녀석이 소리를 쳤다.


“무..무슨 짓이야!”

“뭐? 난 아무것도 안했는데?”

“방금..약한 전류를 흘려보냈잖아!”


아하! 수현은 지금 장갑을 끼고 있다. 섬유와 유리가 서로 마찰을 일으키면서 정전기를 발생시킨 모양이구만. 뇌도 결국은 전기신호로 정보를 전달하는 신체기관이니, 아무리 약한 전류라도 민감하게 반응하겠지?


“자~ 어서 우리에게 필요한 광물을 양보해라”


수현은 슥슥 더욱 적극적으로 반구를 문질렀다. 뇌는 해괴한 비명을 질러댔다.


“그..그만! 그만두지 못해~~~”

“아니 왜그러셔. 우리 지구인들은 근육이나 뼈를 다쳤을 때 이런식으로 재활치료를 한다니까. 너무 같은자리에 오래 있다보니 좀 굳은 모양인데, 내가 전기마사지를 해주지”


빠지직 빠지직


이제 수현의 손에도 상당히 따끔한 정전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래층에서 뭔가 쿵쿵거리며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수현은 재빨리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문이 부서지며 나타난 것은 트윈헤드 오우거. 온 몸이 검은 녀석이니 블랙오우거라고 해야하나?


“놈을 잡아라. 내가 직접 뇌를 추출해주겠다!”


이크. 그러면 안되지. 수현은 빠르게 탑을 내려왔다. 멀리서 보니 오우거들이 일을 멈추고 이쪽으로 모이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곶괭이를 내려놓고 무시무시한 쇠몽둥이를 들었다. 어떤 녀석은 기다린 쇠사슬을 주먹에 칭칭 감기도 했다. 뭐야? 이 구역의 깡패도 아니고. 일단 튀자!


가까스로 일행이 있는 곳까지 도달한 수현은 숨을 헐떡였다.


“어떻게 됐나?”

“협상은..헉 헉”


수현이 고개를 젓자, 촌장이 명령을 내렸다.


“공격을 시작한다!”


아실리드족 전체가 쨍쨍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반응이 없던 오우거들은 특정 소리에 갑자기 귀를 막으며 걸음을 멈췄다. 그제서야 공명 주기를 파악한 아실리드족은 모두가 해당 소리를 발생시켰고, 오우거 몇놈을 쓰러뜨리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녀석들의 눈빛이 변했다. 이런..아무리도 지금 소리로 인한 충격 때문에 세뇌가 풀린 것 같은데. 저러면 저녀석들은 그냥 몬스터인 거잖아.


크아아아아아. 카으으으으


아실리드족이 달려들어 오우거들을 꼼짝못하게 만들었지만, 그들의 엄청난 괴력 때문에 철봉이 구부러져버렸다. 으음. 역시 힘싸움에서는 밀리는군. 그렇다면!


수현이 ESS-01에게 신호하자 광산의 한편에서 기계족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곤충족들이 원군으로 등장했다. 기계족들의 블래스터 공격에 오우거들이 쓰러지자 녀석들은 후퇴하기 시작했다. 곤충족들은 오우거의 몸에 달라붙어 그들의 부드러운 살을 깨물었고, 오우거들은 괴로워하더니 바닥을 뒹굴뒹굴 구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우거를 죽이지 말라고 미리 부탁해두었다. 그들을 살려두면 광물을 채굴하는 유용한 일꾼이 될 테니까. 그때였다.


위이이이이이잉


탑 꼭대기에서 뭔가가 하늘로 떠올랐다. 아까 뇌를 담고 있던 반구를 싣고 있는 비행체였다. 수현은 그걸 보더니 말했다.


“ESS-01의 드론 형태랑 유사한데?”

“어딜봐서 그런 소릴! 나같은 순수한 기계를 저런 끔찍한 생물 융합체와 비교하다니”

“저녀석에겐 전기가 약점이야. 죽지 않을 만큼만 따끔하게 혼내주면 좋겠어”

“알았다”


이미 가지고 있던 마정석의 대부분을 ESS-01에게 준 상태. 그는 과전류를 흐르게 해서 자신의 몸 밖으로 방전을 시키려는 것이다. 그런데 뇌 비행체에서 포 같은게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조심해!”


투다다다다다당


갑작스런 총소리에 모두가 자세를 낮췄다. 뇌 비행체는 포구를 좌우 회전은 시킬 수 있지만, 상하로는 못움직이는 것 같았다. 게다가 저것은 임시방편이 분명했다. 비행체로 몸을 옮긴 것은 탈출을 위해 마련해둔 것이겠지. 이럴 때 저격총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아실리드족의 대표가 수현에게 말을 걸었다.


“땅에서 뭔가 튀어나올 것 같다. 대비해라”

“뭐라고? 여긴 광물지대라 땅이 단단할텐데. 어떻게..”


콰르르르르릉 콰쾅


광물지대 전체가 흔들렸다. 모두가 심상치 않은 지진에 몸을 피했다. 땅이 점점 솟아오르더니 꼭대기부터 흙이 흘러내렸다. 그것은 여러 가지 색깔의 광물덩어리로 이루어진 골렘이었다.


“저 골렘도 외계인인가?”


하지만 그 질문에 답하기에는 ESS-01이 너무도 멀리 떨어져있었다. 그는 총알을 이리저리 피하며 조금씩 뇌 비행체에 다가가고 있었다. 골렘은 자신의 키의 반 밖에 되지 않는 오우거를 한손으로 쳐서 날려버렸다. 우왓..굉장한 파워다. 물리력으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겠구나. 그런데 릴리스가 갑자기 앞으로 달려나갔다.


“뭐하는거야 릴리스! 돌아와!!”



릴리스의 두 손엔 어느새 오우거에게 당했던 아실리드족의 철봉이 각각 들려있었다. 릴리스가 뭐라고 하자 철봉의 끝이 뾰족하게 바뀌었다. 그녀는 골렘의 공격을 휙휙 피하더니 뒤로 돌아가 녀석의 어깨까지 올라갔다. 그러더니 목 양쪽에 철봉을 박아넣는 것이 아닌가?


커허헉 크워어어어어 그아아악


골렘은 철봉을 제거하려 했지만 그의 두툼한 손으로는 도저히 무리였다. 그것을 본 몇몇 아실리드족이 골렙에게 날아가더니 목에 박힌 철봉과 부딪치며 공명을 일으켰다. 철봉의 떨림이 골렘의 몸 전체에 퍼져나가면서 골렘은 움직임을 멈췄다. 그러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어버렸다.


“끝난건가..그럼 뇌 지휘관은?”


어느새 ESS-01이 강한 자력으로 뇌 비행체의 아래쪽에 달라붙어 방전을 하고 있었다. 뇌 비행체는 비틀거리다가 마침내 모기약을 맞은 모기처럼 힘없이 추락했다.


콰콰쾅


다행히 뇌 비행체는 기절한 오우거의 두툼한 뱃살 위로 떨어져서 크게 손상되지 않았다. 수현은 그곳으로 달려가 반구유리에 단도를 쓱 그었다. 그러자 유리 위에 금이 쫙 갔다. 뇌는 그것을 느끼고 놀라더니 마침내 말했다.


“항복이다. 너희가 필요한 것 다 가져가라”



곤충족들이 마비침으로 오우거들을 모두 제압한 덕택에 전투는 하루만에 종결되었다. 수현은 릴리스에게 가서 말했다.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했냐고. 그랬더니 예전에 마을에 큰 피해를 줬던 몬스터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골렘이었다는 것. 용감한 전사들이 골렘을 부수었기 때문에 승리하긴 했지만, 때문에 적지 않은 전사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릴리스의 아버지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복수를 하니까 시원해?”


릴리스는 눈물을 찔끔 흘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은 단도를 다시 허리에 차고는 릴리스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래. 부모님의 원수라면 나라도 그랬을거야. 하지만 릴리스는 종족 최후의 생존자인지도 모르는데, 자신의 목숨을 소중하게 여겨야지.




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작품에 나오는 모든 이름들은 실제와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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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물 쟁탈전 22.05.26 75 1 12쪽
8 그녀와의 재회 22.05.25 68 1 12쪽
7 그의 과거 22.05.24 78 1 12쪽
6 곤충족의 조언, 무공을 얻다 22.05.23 88 1 13쪽
5 블랙홀의 두번째 비밀 +1 22.05.20 103 2 16쪽
4 대치상황 22.05.19 106 9 15쪽
3 기계족 22.05.18 129 11 15쪽
2 물을 찾아서 22.05.17 176 13 16쪽
1 우주의 가장 깊은 곳 +1 22.05.16 323 2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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