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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타맥스 님의 서재입니다.

블랙홀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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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타맥스
작품등록일 :
2022.05.15 22:47
최근연재일 :
2022.06.03 12:01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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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9,971

작성
22.05.2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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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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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그의 과거

매일 낮12시에 업로드합니다.




DUMMY

수현은 서둘러 촌장을 깨웠다. 그리고 ESS-01을 마구 두들겼다. 두 사람(?) 은 무척 짜증을 내며 잠에서 깼다.


“무슨 일이야?”

“아직 휴식시간이 2시간 남았다”

“저길 보세요!”


촌장은 눈을 비비더니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는 어둠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바닥의 모래가 어두워보여도, 저멀리서부터 무언가 꿈틀대는 것들이 잔뜩 몰려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다리를 달달 떨며 물었다.


“뭔가 저게?”


그러자 ESS-01 이 먼저 답했다.


“블랙스콜피온의 새끼다. 대략 50만마리로 추정”

“뭐라고?”

“뭐해요? 당장 도망치자구요!!”


일행은 부리나케 뛰기 시작했다. 스콜피온들이 몰려오고 있는 방향과 정반대로. 하지만 녀석들이 어찌나 빠른지, 마치 바닷가에서 파도가 밀려오는 것 같았다. 피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은 바지를 적시고야 마는 파도처럼, 그것은 정말로 물결치듯이 쏟아져내렸다. 수현은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 다른 일행이 멀어져가는 것을 확인한 그는 하늘 높이 솟았다. 30미터 쯤 올랐을까, 왼쪽발목에 감추어두었던 단검을 꺼내더니 호흡을 고르고는 외쳤다.


“죽어라!”


그가 스콜피온들을 향해 단검을 던졌다. 단검에서 희미한 빛이 나는 것 같더니 무서운 속도로 날아가 땅에 부딪쳤다.


쿠콰콰콰쾅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며 스콜피온들이 사방에 뿌려졌다. 달려오던 스콜피온 무리들이 주춤한 사이, 수현은 재빨리 주머니에서 육포를 꺼내 으적으적 씹었다. 그리고 다시 공중으로 날아올라 이번엔 오른쪽 발목에 있던 단검을 던졌다.


쿠콰콰콰 콰오~~


아까보다 더 큰 폭발이 일어났다. 촌장은 여러번 뒤돌아보았지만, ESS-01 이 계속 재촉하는 바람에 숨이 막힐 때까지 뛰고 또 뛰었다. 수현은 가지고 있던 식량을 모두 소비하자 비틀거렸다. 이번엔 물병을 꺼내 마시고는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일행을 따라잡자 촌장이 놀랬다.


“어떻게 된건가?”

“가지고 있던 비상용 무기들을 모두 소진해버렸습니다. 식량도요”

“아니, 그게 아니라..갑자기 그런 힘은 어떻게 얻은거냐 이말이야”

“아까 그 사람들이 가르쳐주었어요”

“그 사람들? 아..”


촌장은 그제서야 눈치를 챘다. ESS-01 은 날아가면서 수현에게 물어보았다.


“그거 기계족도 배울 수 있는건가?”

“글세..원리는 간단하지만, 생체조직과 비슷한 구조의 기계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


가까스로 스콜피온을 따돌린 일행은 바위 위로 올라가 주변을 살폈다. 수현의 온 몸에서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촌장이 그의 몸을 살펴보더니 화들짝 놀랐다.


“이게 무슨 일인가? 몸이 완전 불덩이네!”

“괜찮습니다. 음식을 빠르게 소화하기 위해 신진대사 속도를 높인 것 뿐입니다”

“그렇지가 않아. 우리 몸은 일정한 온도에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네. 이걸로 몸을 식히게”


촌장은 자신의 몫인 물병을 넘겨주었다. 수현은 잠시 바라보다가 그것을 머리위부터 쏟아부었다. 물이 흘러내리자 몸에서 김이 났다. 그리고 빠르게 열이 내려갔다.


“고마워요”

“다음 행선지는 무조건 물부터 찾아야겠군”


가뜩이나 장시간을 달리느라 목이 탔던 촌장이 군시렁거렸다. 수현은 촌장이 어깨에 매고 있던 무기를 보더니 말했다.


“그런데 이 무기는 지금까지 빨아들인 몬스터의 생기를 저장하고 있나보네요”

“몰라. 내가 만든 것도 아닌데”


수현은 촌장의 무기를 받아 여기저기 살펴보더니 손가락으로 뚜껑을 밀자 안에 on/off 버튼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똑딱이 버튼이네”

“뭐하는거야?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내버려둬!”


그는 촌장의 말을 무시하고 촌장 가방에서 꺼낸 고기를 땅에 내려놓더니 무기의 버튼을 눌렀다.


딸깍, 위잉~~


“그러다 폭발하는거 아니야?”

“하하..촌장님 완전 새가슴이네요”

“뭐시라?”

“잘보세요”


수현이 고기를 향해 무기를 쏘자, 고기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가 고기를 들어 촌장에게 보여주었다.


“뭐 달라진거 없습니까?”

“없어”

“ESS-01, 어때?”

“세포가 활성화 되어있다. 마치 방금 살아있는 몬스터에게서 떼어낸 살점처럼 싱싱하다”

“이 버튼의 용도를 알겠네요”

“뭔데?”

“생기가 꽉차면 다시 방출하는 기능입니다. 이걸 잘 사용하면 지치거나 다친 사람에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몬스터에게서 뽑아낸 생기잖아. 그러다 잘못되면 어쩌려고?”

“지금은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자, 버튼 확인하시고 저에게 쏴주세요”

“저..정말?”

“방금 시험해봤잖아요”


촌장은 불안하기 짝이 없지만, 하는 수 없이 수현이 시키는대로 그에게 무기를 쏘았다. 수현은 잠시동안 그러고 있다가 말했다.


“그만!”

“이제 어떤가?”

“몸이 가벼워요. 배고프지도 않고”

“놀랍군. 이 장치를 좀더 분석하면 우리 기계족들도 무선으로 충전이 가능하겠어”


그토록 발전된 문명인 기계족이 무선충전을 모른다고? 하긴..스마트폰을 충전할 때도 일단은 충전기에게 스마트폰을 접촉시켜야 충전이 되니까. 멀리서 충전이 되려면 아직 멀었네.


“그런데 혼자서는 분석이 힘들지 않아? 이제 슬슬 기계족들과 합류해도 될 것 같은데”

“기계족을 유지할만한 에너지원이 있다면 새로운 본거지를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

“알았어. 지금부터 사냥을 열심히 해서 마정석을 모아보도록 하지. 때가 되면 그들에게 신호를 보내도록”

“알았다”


그나저나, 비상용 단검을 모두 잃어버려서 어쩌지? 무기를 사러 다시 파닐라가 있는 마을로 돌아가야 하나? 아니지. 어차피 그 마을엔 광물이 없다고 했으니까. 수현은 ESS-01 에게 물었다.


“전에 광물이 많은 위치를 알고 있다 하지 않았어”

“물론 기억하고 있다”

“혹시 거기에 광물을 가공하여 무기를 만들 수 있는 사람도 있는건가?”

“없다”

“그럼 대장장이나 기계공을 찾아봐야겠군”



다행히 반나절을 이동한 일행은 물을 발견했다. 물통에 물을 가득담고 주위를 살펴본 그들은, 멀지 않은 곳에 블랙스네이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곳에 잠시 머무르며 마정석을 챙겨두어야겠다고 생각한 수현은 피곤한 몸을 모래속에 묻었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지루한 자율학습을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었던 그는 친구를 따라 학교 담벼락을 넘었다. 그리고 인기 여가수 팬미팅에 갔다. 방식은 간단했다. 여가수와 눈을 마주친 후 종이에 싸인을 받고 악수를 한 다음 일어나면 된다. 팬에게는 무척 짧은 시간이었지만, 수십명을 연속으로 상대해야 하는 가수의 입장에서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 있던 다른 팬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야, 신?? 프로필 보니까 교회다닌다던데?”

“몰랐어? 독실한 신자라던데”

“예쁘고 노래 잘 부르는건 좋은데, 그 부분은 좀 유감이네”

“왜?”

“종교를 가진다는건, 예를 들면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가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랑 같아”

“이해가 잘 안되는데..무슨 소리야?”

“동물이 사람처럼 말을 하고, 하늘에서 뭐가 내려오고..똑같잖아”

“듣고보니 그러네. 그래도 종교를 가질 수도 있지. 괜히 눈앞에 두고 그런 소리 하지 마라”


그때를 떠올려보니 그 대화를 하던 사람은 놀랍게도 전상식이었다. 상식이형이 그때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었다니. 그와 처음 만난건 훨씬 나중인줄 알았는데. 이런걸 보고 인연이라 하는건가?



꿈은 이번엔 수현이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엄마가 육아에 짜증을 내며 아빠에게 신경질을 내고 있었다. 겨우 두 살때 일인데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이 나다니. 아빠는 한숨을 쉬더니 조용히 말했다.


“여보. 힘든건 이해하는데, 나도 밖에서 하루종일 일하고 온 사람이야. 내가 당신의 감정배출구도 아니고 너무 한거 아니야?”

“이게 다 당신 때문이라고! 당신이랑 만나지 않았으면 결혼도 안했을거고, 내가 이 고생도 안했을거 아니냐고!”

“말이 너무 심하군. 애 앞에서 무슨 소릴 하는거야?”

“애가 뭘 알겠어? 다 그만두고 싶다고”

“당신이 원한다면 그렇게 해”

“뭐?”

“지금 당장 친정으로 가라고. 내가 부를때까지 당신은 거기에 있어. 수현이는 내가 돌볼테니까”


당시엔 남자에게 육아휴직도 없던 시절이었다. 아빠는 직장을 그만두면서까지 어린 나를 돌보는데 최선을 다하셨다. 뒤늦게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반성한 엄마가 돌아와 사과했다. 아빠는 회사를 찾아가 사정을 얘기해 다시 복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일이 있은 후로부터 아빠는 바뀌었다. 늘 다정다감하던 분이셨는데, 엄마에게 무척 냉정해진 것이다. 그 때문인지 수현도 아빠의 냉정한 성격에 영향을 받았다.


한편으로는 엄마가 이해가 된다. 아빠의 경우는 자식을 낳고 싶었기 때문에 육아에 진심이었지만, 엄마는 본능에 의해 부부관계를 가졌고 그로 인해 파생된 것이 나였기에 아빠와 입장이 달랐다. 책임감으로 아이를 키우는건 억지로 해야 하는 숙제 같은 것이다. 이런 가족도 있고 저런 가족도 있는 것이니 뭐라 할 수 없다. 그나저나 부모님을 뵌지 1년이 넘었는데..잘 계실까? 보고 싶다.



수현은 부스스 일어났다. 촌장이 먼저 일어나 있었다. 그가 툭 말을 던졌다.


“무슨 꿈을 꾸었길래 그렇게 심각현 표정으로 잠을 자나?”

“그랬나요?”

“블랙홀 때문에 그런가본데, 나 같은 늙은이야 이제 갈 날이 멀지 않았지만, 자네같은 젊은이는 세상을 좀더 긍정적으로 볼 필요가 있어”


작은 한숨을 쉰 수현이 말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니까 이 고생을 사서 하는거 아닙니까. 촌장님, 설마 나이가 많다고 포기하는건 아니죠?”

“헹! 자네가 나타나지 않았었다면 나는 그 마을에서 하루하루 소박하게 보내다가 눈감았을거야”

“그래서요?”

“이런 이상한 곳에서 죽고 싶지 않아. 죽으려면 블랙홀 밖에서 죽을거라고”

“훗. 잘 생각하셨어요”


수현은 그때 생각이 났다. 자신은 본래 인간이 아니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에서 우연히 만들어진 인공지능이었다. 그러다가 인간의 육체에 인공지능을 모태로 한 의식을 옮기는 장치가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28세기 인류는 이미 제한된 수명이나 죽음을 극복한 셈이다. 촌장님을 지구로 데려갈 수 있다면..


“촌장님”

“응?”

“오래 살고 싶으시죠?”

“이 늙은 몸으로 오래 살아봐야 뭐하겠나?”

“만약 젊은 몸으로 돌아간다면요?”

“그렇다면 얘기가 다르지. 젊었을 때 못해본게 얼마나 많은데. 그거 다하려면 몇천년은 걸릴거라고”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드릴테니 꼭 살아남으셔야 합니다.


그때 ESS-01 이 LED를 깜빡이며 말했다.


“생명체가 접근중이다. 예전에 조우한 적이 있는 녀석이다”


수현은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ESS-01 이 알려준 방향으로 시야를 집중해보니 털복숭이가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저건..


“릴리스?”


그녀는 온통 꾀죄죄하고 몸은 앙상했으며, 입술은 바짝 말라있었다. 릴리스도 수현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자 달려왔다.


“으아앙~~ 찾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날 찾아온거야? 일단 물부터 마시자”


수현이 릴리스를 물가 옆에 있는 그들의 임시본거지로 데려오자 촌장과 ESS-01 이 경계태세를 했다. 하지만 수현이 물을 떠다 그녀에게 먹이자 그들은 긴장을 내려놓았다. 배가 부를때까지 물을 마시고 한숨을 돌린 그녀는 공중에 떠있는 드론을 보더니 물었다.


“저게 뭐야?”

“아..기계족과 동맹을 맺었거든. 그래서 같이 여행하고 있어”

“그랬구나”

“릴리스.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위험하게 왜 혼자 다니고 있어?”

“흐흑..그게..우리 마을이 당했어. 놈들에게..”


놈들이라니..도대체 누구에게?




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작품에 나오는 모든 이름들은 실제와 무관합니다.


작가의말

22.05.24 내용에 약간의 수정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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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탈출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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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광물 쟁탈전 22.05.26 74 1 12쪽
8 그녀와의 재회 22.05.25 68 1 12쪽
» 그의 과거 22.05.24 78 1 12쪽
6 곤충족의 조언, 무공을 얻다 22.05.23 88 1 13쪽
5 블랙홀의 두번째 비밀 +1 22.05.20 103 2 16쪽
4 대치상황 22.05.19 106 9 15쪽
3 기계족 22.05.18 128 11 15쪽
2 물을 찾아서 22.05.17 176 13 16쪽
1 우주의 가장 깊은 곳 +1 22.05.16 323 2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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