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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타맥스 님의 서재입니다.

블랙홀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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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타맥스
작품등록일 :
2022.05.15 22:47
최근연재일 :
2022.06.03 12:01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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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9,971

작성
22.05.3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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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바람

매일 낮12시에 업로드합니다.




DUMMY

혈마선의 등장에 알렉산드리아에 거주하던 외계인들은 잔뜩 긴장했다. 그들에 대한 소문이 워낙 엄청난 것이라 여기저기 없는 이야기까지 보태져 상당히 부풀려졌던 것이다. 예전에 거대한 블랙스콜피온을 사냥했던 우룡의 말에 따르면, 그들을 이끌고 있는 절대고수는 이정도 몬스터는 한손으로도 잡을 수 있다고 한걸 수현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설마 그 고수가 저 할머니란 말인가? 내가 만약 무협지에 나오는 고수라면 이런 살기 좋은 마을을 접수하려고 하겠지. 어디선가 홀연히 나타난 악당들처럼 말이지.


마을을 대충 둘러본 혈마선은 수현과 촌장 이렇게 두 사람만 남기고 자리를 피해달라고 했다. 수현은 그녀가 무슨 얘기를 꺼낼지 속으로 조마조마했다. 당장 여기 있는 우두머리 몇몇을 제거하거나 무릎을 꿇릴지 누가 알겠는가.


“우리 시리우스인에 대해 잘 아시오?”


잠시 적막이 흘렀다. 보다못한 수현이 입을 열었다.


“엄청난 무공을 가진 분들이라는 것 밖에 모릅니다. 일전에 제가 상대하기 힘든 몬스터를 시리우스인들이 사냥하는 모습을 먼 발치에서 본 적은 있습니다“


혈마선은 입가에 미소를 띄었지만 곧 사라졌다.


“무공이라면 누구보다 자신있는 것이 우리요. 하지만 시리우스인이라는 호칭은 우리가 지은 것이 아니오”

“네? 그럼..”

“오면서 여러 외계종족을 만나봤소. 그중엔 우리와 비슷한 문명을 가진 종족도 있었지만, 무공에 있어서만큼은 단연 시리우스인이 최고라 자부하오”

“아마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무림인들은 매일 무공을 연마하는 것 외에는 다른 것에 관심이 없소. 부끄러운 일이오.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저 구슬처럼 생긴 작은 행성이라는 것도, 그것이 시리우스 항성계에 있었다는 것도 블랙홀에 들어오고 나서야 알게 되었소”

“그 말은 즉, 과학문명에 대해서는..”


수현은 뒷말을 잇지 못했다. 말한마디 잘못해 고수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장풍 같은걸 맞고 날아갈지도 모르니까. 예전에 동방 뭐시기가 그랬다.


“부끄럽지만 사실이오. 게다가 싸움만 해왔던 까닭에 다른 종족이 가진 문명이나 지식에 대해 어두우니 그점 양해바라오”

“저또한 다른 종족의 지식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점은 누구나 마찬가지이니 너무 염려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그쪽은 지구라는 행성에서 왔다던데, 어떤 곳이오?”

“한때는 지구에도 무공을 연마하는 사람들이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과학문명이 더 발달하다보니..”

“그렇겠지요. 시리우스인들이 자신있는 것은 싸움뿐이니, 이 도시에 적이 침입하면 그 부분은 우리가 책임지겠소. 다른 부분은 다른 사람들에게 맡길터이니 잘 부탁하오”

“저희야말로”

“헌데..”


무슨 얘길 꺼내려고 그러시나?


“무공에 꽤 소질이 있어보이는 사람이 있다던데. 사실이오?”


설마 릴리스를 말하는건가?


“숨길 필요 없소이다. 우리 시리우스인들은 척보면 무공이 있는 자와 없는 자를 구분할 수 있으니까 말이오. 그 아이를 데려오면 내 직접 무공을 전수할 용의가 있소”


그게 가능한가? 신체구조가 다르면 단전이나 혈 그런 위치가 다를거 아냐? 게다가 강력한 무공은 본래 숨기거나 뺏으려고 안달이 난 사람들이 무림인 아니었던가.


“무공을 전수해주신다니. 엄청난 댓가를 요하는 일 아닙니까?”

“그렇지 않소. 우리는 무공을 펼칠 수 있는 이가 하나라도 더 있는 것이 이익이오”


그런가?


“호..혹시 나도 배울 수 있는 겁니까?”


자신이 말할 기회가 없어서 속이 타들어갔던 촌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혈마선은 마치 배고픈 길고양이를 내려다보는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그대가 30년만 젊었더라면 혹시 모르겠소만..”

“그..그렇군요. 크흑..”


촌장이 좌절했다. 헤헤. 쌤통이다.


“하지만 이 블랙홀 내부의 행성이란 곳은 너무나 요사스러운 점이 많소”

“예? 무슨 말씀이신지?”

“자연의 이치가 뒤엉켜있는 곳이란 말이오. 그대들은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이곳에 올 때 우리 몸은 갈갈이 찢어져 본래는 죽음을 맞이했단 말이오. 절정고수인 내가 그것을 기억못할 리가 없지”


수현도 어렴풋하게 기억하는 내용이었다.


“헌데 그 찢어졌던 몸이 다시 붙더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소. 즉 죽음에서 삶으로 방향이 역전되었지. 이것은 일어날 수 없는 일 아니오?”

“그렇습니다. 저도 그 부분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혈마선은 촌장을 보더니 말했다.


“그렇다는건, 늙은 몸도 어찌 하다보면 다시 젊어질 수 있는 것 아니겠소? 그러니 희망을 잃지 마시오”

“고맙소이다. 내 기회가 있다면 다시 젊어져서 그대에게 무공을 배우고 싶소”


회춘하는 무공이 있다던데. 그걸 배우는게 빠르지 않을까?


“그대들이 우릴 받아주기로 약조한다면, 댓가로 비밀을 하나 알려드리겠소”

“비밀이라니요?”


혈마선은 입을 꾹 다물었다. 어쩔 수 없이 인사를 하고 자리를 빠져나온 수현은 다음날 아침 각 종족대표를 불러 시리우스인에 대해 물었다. 그들은 지금껏 몬스터와 조우해도 단 한 번의 패배없이 생존한 집단이라고만 알려졌다.


“그렇다는건, 그들과 칼을 겨눈 상대는 죽었다는 뜻이겠죠”


새롭게 동맹에 합류한 파닐라가 말했다.


“그들은 블랙스콜피온 출현지에서 자주 목격된다고 합니다. 그들이 몰래 몬스터를 키운다는 소문도 있고요”


수현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마침내 말했다.


“아뇨. 그부분은 제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뭐죠?”

“블랙스콜피온이란 몬스터는 한번에 수만개의 알을 낳기 때문에, 번식속도가 너무 빨라 미리 개체수를 줄여놓지 않으면 곤란하다고 들었습니다. 시리우스인들이 블랙스콜피온을 꾸준히 사냥하는 이유는 그것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계인들은 웅성웅성 했다.


“저와 촌장님, 릴리스도 블랙스콜피온 새끼 수십만마리에게 쫓겨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시리우스인이 가르쳐준 사냥법이 아니었다면 저는 지금 이곳에 없겠죠. 알렉산드리아도 물론 없을거구요”

“그렇다면 고민할게 뭐있습니까? 당장 그들의 동맹을 허락합시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외계인이 말했다. 그도 역시 새로 동맹을 맺은 종족이었다.


“그들은 전투력에 있어서 최고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들에게 동맹을 약조했다가 배신이라도 하게 되면 그 후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좌중이 조용해졌다.


“그럼 동맹에 반대하시는 분만 손을 들어주십시오”


아무도 없었다. 이렇게 하여 시리우스인들이 알렉산드리아의 동맹으로 합류하였다.



수현은 릴리스와 함께 혈마선을 만나러갔다. 그녀의 옆에는 우룡도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오랜만입니다”

“표정을 보니 좋은 소식인가보군요”

“동맹이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


우룡의 표정도 밝아졌고, 혈마선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고맙소”

“그럼 약조하신대로 비밀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우룡, 자네가 말씀드리게”

“예. 자신보다 강한 몬스터를 죽이면 신체가 강해지거나 없었던 능력이 생기는 것은 여러분도 아실 겁니다”


능력이 생긴다고? 그건 첨 알았네.


“그렇지요”

“특히 언데드 몬스터를 죽이면 가장 빠르게 능력이 상승합니다”

“그것도 알고 있습니다”

“헌데, 사람이 언제까지고 무한히 성장한다는게 말이 안되지 않습니까?”


솔직히 그건 잘 모르겠다. 지구에서는 몬스터도 없거니와, 게임처럼 레벨제한이 있는지 알 수 없으니까.


“혹시..여러분은 이미 강해질 수 있는 한계에 도달하신겁니까?”


그 말에 우룡은 움찔했고 혈마선은 가만히 있다가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걸 어찌 아셨소?”

“제 능력은..직관력이 뛰어나다는 것 뿐입니다”

“직관력이라..그건 신이 주신 가장 큰 선물이오”


무림인들도 신을 믿는건가? 아..과학문명과 거리가 멀다고 했지.


“그렇다면 그대가 어디까지 짐작했는지 궁금하구려. 어디 말씀해보시오”

“지구를 예로 말씀드리면, 사람마다 태어날 때부터 체질이 달라서 같은 무공을 배우더라도 그 성취도가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블랙홀에 들어오고 나서는 몬스터라는 해괴한 생명체와 자주 마주치다보니 여러분의 성장속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을 겁니다”


우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강해지지 않는 것을 알게 되셨겠죠. 분명 예전보다 더 강한 몬스터를 죽였는데도 말입니다. 그것은 한계 즉 리미터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무협지와 여러 가지 슈퍼히어로물을 참고해 대충 지어낸 얘기지만, 순진한(?) 그들은 믿는 눈치였다.


“그대가 말한 것이 한치의 오차도 없소이다. 과연 대단하구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시리우스인들이 어찌 해야 하는지도 알려줄 수 있겠소?”

“그건..”


남의 종족의 미래나 운명을 내가 어찌 알겠나. 일단 대충 둘러대자.


“무림인으로서 하루하루 강해지는 것이 삶의 목표였을텐데, 갑자기 벽에 막히니 답답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을 상실한 기분일겁니다. 하지만 예전에 저의 스승님 중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했더랬죠. 만약 네가 변호사가 되고 싶은데 온갖 고생을 겪고 나서 변호사가 되었다고 치자. 그럼 어찌 되겠느냐 라고 말입니다”


혈마선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지금 우리의 심정과 비슷하겠군”

“바로 그겁니다. 하지만 변호사가 되겠다고 꿈꿨던 그 소년은 이제 막 변호사라는 직업이 무엇인지 알기 시작했습니다. 변호사가 된 것으로 꿈이 실현된 것이 아니라, 앞으로 변호사로서 살아가는 것이 비로소 꿈을 완성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은 즉, 처음으로 돌아가 가장 기초적인 무공부터 제대로 연마를 해야 한다는 뜻이로군. 잘 알았소”


엥? 그런 의미가 아닌데. 뭐 알아들었으면 됐다.


“헌데, 그쪽 아가씨는..”

“릴리스라고 합니다.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라? 릴리스의 말투가 살짝 어른스러워졌네. 어디 가서 나이라도 먹고 온거야?


“때마침 잘 왔소. 내가 나이가 많으니 편하게 얘기해도 되지?”

“그러십시오. 혈마선님”

“호호호호. 역시. 알렉산드리아로 가는 결정을 내린 것은 하늘의 뜻이로다! 릴리스여. 너를 나의 수제자로 받아들일 것이니, 당장 내일부터 나와 함께 기초적인 무공을 연마해보자구나!”

“네 스승님!”


이런..이래가지고는 언제 에너지족을 만나러간대? 나중에 안 것이지만 시리우스인들이 무공을 익히는 속도는, 비유를 하자면 지구인에게 조깅이라면 그들은 KTX라고나 할까? 즉 상대가 안된다. 며칠만 무공을 배워도 릴리스는 초고수가 될 것이다.


다음날, 시리우스인 중 일부가 몬스터들을 어그로를 끌어 알렉산드리아 근처까지 데려왔다. 수현과 일행은 가슴이 철렁했지만, 시리우스인들이 나서서 그들을 모조리 잡아버렸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그들은 훨씬 강한 무공이 있는데도 무척 비효율적인 기술로 몬스터들을 시간을 들여 잡았다. 아하! 그러고보니..


“사냥은 저들이 다 하는건가?”


ESS-01이 물었다.


“응. 당분간은 그럴 것 같아”

“우리가 나서면 금방 끝낼 수 있는데, 왜 그렇게 하지?”

“저들은 몬스터를 사냥하는 그들만의 방식을 갈고 닦을 생각인가봐. 그래서 일부러 약한 기술만 쓰는거라고”


멀리서 릴리스가 사냥하는 모습을 보니, 힘을 최대한 줄여서 몬스터를 살짝살짝 공격하고 있었다. 처음엔 무척 답답했지만, 저런 식의 사냥이 익숙해지면 나중에는 아주 적은 힘만 소모해도 적을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무공을 전수받은건 아니지만 한수 배웠군.


아무튼 시리우스인들의 때아닌 초심찾기 덕분에 알렉산드리아 앞에는 몬스터들의 시체가 가득 쌓이고 피비린내가 가득했다. 그래서 수비병들은 달리 할 일이 없어졌다. 하지만 하루하루 노련해지는 시리우스인을 보니 뭔가 자극을 받았는지 수비병들도 나름대로 훈련을 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강해지는 알렉산드리아인데도, 몬스터들은 그런 자각이 없는지 끊임없이 쳐들어왔다. 며칠후 재미있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작품에 나오는 모든 이름들은 실제와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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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그녀와의 재회 22.05.25 67 1 12쪽
7 그의 과거 22.05.24 77 1 12쪽
6 곤충족의 조언, 무공을 얻다 22.05.23 88 1 13쪽
5 블랙홀의 두번째 비밀 +1 22.05.20 103 2 16쪽
4 대치상황 22.05.19 105 9 15쪽
3 기계족 22.05.18 128 11 15쪽
2 물을 찾아서 22.05.17 175 13 16쪽
1 우주의 가장 깊은 곳 +1 22.05.16 323 2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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