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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hion의 작품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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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오피온
작품등록일 :
2018.04.09 18:15
최근연재일 :
2018.06.27 18:00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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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77
추천수 :
674
글자수 :
412,026

작성
18.05.01 22:00
조회
711
추천
7
글자
9쪽

탈출, 미궁

DUMMY

당연하지만 벽이 부서진 순간 펼쳐지는 건 이전까지 있던 숲이 아니다. 물론 내가 미노타우로스와 사투를 벌였던 그 계곡 밑도 아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걸 감안해서 혹여나 볼케이노의 레어면 어쩌나 싶었지만 그곳도 다행이 아니다. 해골 병사로 다시 태어난 이후로 처음 보는 장소다.

물이 차서 이곳저곳을 방황을 하며 돌아다녔던 탓에, 지금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과연 볼케이노의 레어쪽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아니면 지금 내 옆에서 간신히 숨을 헐떡이는 루히드와 마주한 숲으로 향하는지 알 수 없다.

오직 아는 건 박치기 하면서 깨부순 후 도달한 이곳은 동굴이라는 점이다. 캄캄한 지하에 위치한 동굴이라는 게 유일하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컴컴해서 빛이라고는 희미하게 보여서 앞이 잘 안 보인다. 사람이었던 시절에는 안경을 꼈는데, 그때에 나라면 지금 앞이 보이지 않을 거 같다. 그런 걸 보면 몬스터가 되면서 시력이 더 좋아진 편인 모양이다.

앞의 펼쳐진 내부를 보아하니, 탄산칼슘을 주성분으로 하는 석회암층의 내부를 빗물이 용식해서 형성한 동굴 같다. 대체로 종유석이, 그 뾰족뾰족한 자태를 개체 별로 크기와 굵기가 다른 모습이 천장에 있는 걸 보면 확실하겠지.

“그나저나.”

과연 걸리버 여행기에서 나오는 걸리버가 거인들이 사는 마을에 갔을 적에 느낌이 이러려나. 혹은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잭이 콩 줄기를 타고 거인들이 사는 도시에 도달 했을 때 느낀 게 이런 기분이었을까.

눈앞의 경치를 감상 중에 마주하고는 들은 감각과 태초의 들은 기분은 그랬다.

내가 작아진 건 아닐 텐데. 내 몸이 줄어든 건 절대 아닌데. 겨우 물속에서 헤엄을 치며, 살기 위해서 발버둥을 쳐 도달했을 뿐인데. 겨우 그 짧은 순간에, 이곳이 제 아무리 판타지틱한 세계라고 한들 그 사이에 변화가 일어났을까? 내 몸이 무슨 알 수 없는 마법에 걸려서 줄어들었을 리 없는데, 그럼에도 불과하고 나는 그리 느낀다.

나타난 건 고작해야 개미다.

개미라 하면 보통 발밑을 지나가는 작은 벌레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애석하게도 눈앞의 나타난 난 건 그런 작은 수준의 벌레가 아니다. 우습게보기 쉬운 정도의 크기가 아니다.

이 동굴 천장에 있는 거처럼 뾰족뾰족한 바위가 지면에도 똑같이 있는데, 그게 바닥에도 보이는데 비교 불가한 크기다. 바닥에 솟아난 뾰족뾰족한 바위보다 큰 개미라서, 결코 우습게 여겨지지 않는다.

평소 길을 가다가도 저도 모르게 짓밟고 죽여 버렸게 개미다. 적어도 제게는 그랬습니다. 개미와 크기 빼고는 다르지 않는 존재가 눈앞에서 아른 거리고 있다. 그것도 커다란 턱과 집게로 이쪽을 견주면서, 그 큰 개미가 움직인다.

“저, 자, 잡아먹는 건 아니죠?”

의사가 통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제발 랭크가 높아서 의사가 통하기를 발하지만 대답은 저쪽이 아니라 이쪽에서 들려온다.

《자이언트 앤트.》

“?”

《자이언트 앤트. 서식지는 주로 지하에 서식하는 종으로. 지하에서 주로 서식하다보니 시력이 매우 퇴화하여 바로 앞의 있는 적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시력이 낮다.》

여기까지 들었을 적에는 상당히 희망적이었다. 어쩌면, 어쩌면, 이들은 나를 못 보는 걸지 모른다는 희망이 있었다. 위기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말이다.

허나, 그건 착각이었다.

“으아아아아아!!!”

큰 턱을 무지막지하게 벌리며 제일 나와 가까이에 있는 녀석이 달려든다. 점점 거리를 좁혀 온다. 내가 헐떡이며 서 있는 곳으로 턱을 내리꽂는다.

몸이 본능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면 그 턱에 바로 붕괴되어 죽었을지 모르겠다.

《그 대신 사냥을 하기 위해서 다른 감각이 몇 배나 발달이 되어 있는 게 특징입니다. 또 한 한 마리, 한 마리의 힘도 강한 편이지만. 기본적으로 방어력이 낮은 종족이라, 그 약점을 보호하기 위해서 항상 떼로 몰려다니며 서로의 약한 부분을 보호하고 있다.》

거 참 빨리도 말합니다. 조금 더 빨리 말하지 않았으면 저 세상이 될 뻔했습니다만. 방심하고 룰루랄라, 룰루라라 저 녀석들 앞을 지나가면 그대로 황천길이었던 거 아닙니까? 유유히 걷다가, 현재 박살이 난 지면처럼 뭉개질 판국이었잖습니까!? 참으로 오랜만에 등장한 거 같으면서도 이렇게 도움을 안 주면 어떻게 합니까.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면서도 나는 그런 하소연을 속으로 삼킨다.

치치익. 치이익!

소리를 내며 자이언트 앤트는 내게 달려든다. 저 거대한 개미 무리는 내게 덤벼들기 시작한다.

제길, 한 고비 넘자, 또 한 고비입니까!? 그런 불평을 속으로 담으며, 무언가 저항할 수단을 찾다가,

“에잇!”

루히드의 허리에 달려있던 단검을 꺼내든다.

그로서 날카로운 큰 덕 공격을 튕겨낸다. 키이이익, 하고 귀에 거슬리는 울음소리를 내며 몸을 뒤로 젖히는 거대 개미다. 그러나 그대로 물러나는 게 아니라 이쪽을 향해서, 다시 한 번 같은 기술로 덤벼든다.

큰 턱의 물기 공격, 그것도 상당히 위협적인데 그거 이외가 더 있다는 점이 머릿속에서 흘러나온다. 바로,

《자이언트 앤트는 입 주변에서 산성을 뱉어서 먹잇감을 녹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 점을 주의하십시오.》

라며 《스킬 현자》 주의를 일러준다.

그 때문에 입에서 튀어나오는 액을 더욱더 심열을 기울여 피한다.

한 박자 자꾸 늦는 《스킬 현자》의 행동에 묘하게 짜증이 돋는다. 기분은 짜증이 돋지만, 아예 안하는 편보다는 좋다고 생각하며 기분을 달랜다.

“끄아아!!”

괴성을 지르며 턱이 날라 오는 걸 피한다.

그곳에서 튀어나오는 산성 점액, 단순한 공격 패턴인데도 조금 전부터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큰개미들은 숫자가 많지만 결코 피라미는 아니다. 그냥 개미와 다르다. 더군다나 방금 전 물살을 막 빠져나와 지치고, 변변찮은 무기도 없는 입장이라 특히 더 그랬다.

“이, 이거 너무 하지 않습니까!?”

가뜩이나 눈앞의 것들로도 버거운 입장이거늘, 주위의 절벽에 수도 없이 뚫린 굴에서 우르르르 기어 나오는 거대 개미군단이다. 지금 이상으로 사방에서 포위당해 공격을 맞는다면 자세를 고칠 틈도 없이 단숨에 저세상 행이겠죠. 예, 분명 그럴게 틀림없습니다.

이성적으로 이해를 하고 있다지만, 대처가 힘들다. 지금 루히드도 있고 해서 일단 그 포위망에 잡히면 도망치는 건 매우 어렵다.

그래도 주변에서 스몰스몰 나타는 걸 보면 서두르는 게 좋아 보인다. 지금이라도, 조금이라도 숫자가 적을 때 도망이라도 쳐야할 거 같습니다. 안 그러면, 그렇지 않는다면 진짜 끝일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집중력을 끌어 모으기 위해 숨을 크게 들이쉬다가 딱 멈춘다.

“제 인생은 왜 이렇게 산 넘어 산인 겁니까?”

커다랗게 벌린 턱 한가운데에 단검을 꽂아 넣는다. 경직 도중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발사된 녹색의 산성 타액을 왼팔로 쳐내고는, 치이익 소리가 나는 거와 함께 뼈가 녹아내린다.

“히익!”

뼈 밖에 없는 몸뚱이에서, 이런 상처는 치명적이라 순간 비명을 지른다.

그래도 주저앉지 않고 땅을 벅차 크게 점프한다. 공중에서 개미의 부드러운 배를 헤집으며 숨통을 끊고, 그 너머에 있던 녀석을 공격한다.

그리고 그 기세로 녀석의 몸을 타고 넘어가 루히드를 안은 채 도망친다.

총길이 30미터 정도 되는 거대 개미의 몸뚱이를 넘고, 또 넘는다. 몇 초도 되지 않는 사이에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친다. 개미 무리에게서 벗어나 굴러 나오듯 벗어난 후에야 비로소 숨을 헐떡이며 상황을 다시 한 번 살핀다.

역시 이 거대 개미들은 나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지 금세 숫자가 몰려든다. 저들 역시 몬스터다. 몬스터이기에 사냥 본능이 탐제 되어있고, 나와 루히드를 그 사냥 본능에 이끌려 죽이려고 드는 거겠지.

가끔 여름이 끝날 적이면 땅 바닥에 죽은 매미의 시체가. 여름이 끝날 적에는 어김없이 목숨을 다하는 매미가 시체가 되어 바닥에 떨어져 있으면, 그건 조금 지나지 않아서 개미들의 먹이가 되고는 했다. 개미들은 그 죽음을 어찌 아는지 쏜살같이 몰려 들어 자신보다 커다란 매미의 시체를. 몸집으로 따지면 몇 배는 큰 시체를 잘게잘게 분해해서 자신들의 굴로 가지고 가던데.

그걸 보며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는 동정심이 들 것 같다. 아니, 동질감이 더 어울리려나.

나는 이대로 저 거대 개미에게 분해되어 그들의 소굴로 가서 먹이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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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구출 18.05.18 560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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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탈출, 미궁 18.04.30 760 7 11쪽
46 마왕의 유산 18.04.30 793 8 9쪽
45 마왕의 유산 18.04.29 757 8 9쪽
44 마왕의 유산 18.04.29 769 9 7쪽
43 마왕의 유산 18.04.28 767 9 7쪽
42 마왕의 유산 18.04.28 798 9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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