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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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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1.01.16 11:18
최근연재일 :
2011.01.1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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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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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25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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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 (122) - 終章

DUMMY

휴일의 아침.


직장에 능력을 파는 모든 남자들이 그렇겠지만 열흘에 한번있는 휴일쯤은 게으름을 피우고 싶기 마련이다. 항상 빨리빨리를 입에 달고 사는 직장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 간절한 소망은 항상 갖가지 이유들이 난입해 여지없이 부숴지기 일쑤다. 애석하기 그지없지만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 후아아아아암... 더워어... "


내가 일하는 창고는 임시 저장고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신경써서 지은 덕에 일년 내내 서늘하다. 장소가 이런데다가 원래부터 겨울이 혹독한 만큼 여름은 좀 서늘한 편이라 가만히만 있으면 크게 더위를 의식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늘, 직장이 아니라 집에서 맞이한 오후는 이곳의 여름도 당당한 여름이라고 일깨워주었다. 후텁지근한 공기가 숨을 조이는게 마치 한낮의 초원을 연상시킨다.


" 으엑... "


주린 배를 붙잡고 이름모를 풀을 뜯어먹으며 연명했던 시절이 떠오르자 속이 울렁거렸다. 나는 늘어지려는 몸을 이끌고 힘겹게 침대를 벗어났다. 몸은 피곤했지만 더 누워있다간 질식해버릴 것만 같다. 문을 열려는 순간 빛이 쏟아지며 눈이 부셨다. 몸이 타들어가는 망상에 고개를 휘휘 젓는다. 채광창 사이로 내리쬐는 햇빛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 좋은 아침이에요 커티스 씨. 오늘은 일찍 일어나셨네요. "


밖으로 나서니 거실에 나른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렌이 웃는 낮으로 맞아준다. 렌? 주변을 둘러보니 리디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 리디아는? "


" 아직 자고 있어요. "


" 그래? "


내가 일찍 일어나긴 한 모양이다. 일년 중, 리디아가 나보다 늦게 일어나는 날은 다섯번이 될까말까한 수준인걸 감안하면 꽤나 드문 일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무심코 렌의 맞은편 쇼파에 앉았다.


" 아악! "


엉덩이에 뭔가 물렁한 것이 닿으며 비명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일어나보니 박진우가 배를 부여잡고 상체를 들었다. 아차, 어제 쇼파에서 자라고 내보냈었지. 밤새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 아, 미안. 못 봤어. "


" 크흑... 조, 조심 좀 해주세요. "


마음놓고 푸욱 앉은 탓인지 꽤나 아픈 듯 한참이나 배를 붙잡고 수그렸다. 나는 그런 녀석을 내버려두고 렌에게 아침을 부탁했다.


" 그럼, 모처럼이니 오늘 아침은 렌이 해줄래? 곤히 자는데 깨우기도 미안하니까. "


내가 챙겨먹어도 상관은 없지만, 예나 지금이나 리디아는 남자가 요리하는걸 아주 싫어한다. 집안일에 전념하는 여자로서 자신의 의무를 남에게 떠넘길 수는 없다나 뭐래나. 그나마 렌이나 린은 아예 우리 식구나 다름없어진 덕인지 딱히 터치하지 않지만 내가 챙겨먹었다가 나중에라도 들키면 하루종일 피곤했다.


" 네. 그러죠. 아침은 빵이 좋아요, 죽이 좋아요? "


" 빵으로 가볍게 부탁해. "


" 그럼 잠시만 기다리세요. "


대게의 아침은 죽을 선호하지만 나는 단연코 빵이 좋다. 죽은 종류를 불문하고 처음 한두 숟갈은 몰라도 반을 넘기다보면 왠지 느끼해져서 끝까지 먹기가 힘들었다. 물론, 마음 같아선 밥을 먹고 싶었지만 주식으로 삼기에 쌀은 너무 비싸다.


렌이 부엌으로 가버리자 거실에는 나와 진우만 남았다. 말없이 쇼파에 앉아있자니 지친 몸이 다시금 늘어진다. 후아아암, 이러다 도로 잠들어버리는게 아닐까 싶었을 때 진우가 중얼거렸다.


" 우와, 내숭 장난아니네. 둘이 무슨 말을 했어요? "


" 응? 아. 넌 못알아들었겠구나. 아침밥 해달라고 했지 별 거 있냐. 그보다 내숭이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


대답해주면서도 궁금했다. 리디아면 또 모를까 렌이 내숭이라니, 린과는 다른 의미로 항상 같은 태도를 견지하고 있었기에 평소의 모습 말고는 전혀 상상이 안갔다.


" 사실 어젯밤에... "


그러면서 늘어놓는 말은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밤에 목말라서 주방에 들어갔다가 쥐를 보고 소란을 피웠고 물 저장소에 내려가선 허리까지밖에 안오는 물에 빠져서 죽을 뻔 한놈을 렌이 무안을 줬다는 이야기다. 그때 렌이 아주 냉혹하게 거슬리면 죽여버리겠다고 했다는 말까지 했다. 들어보니 별 일도 아니다. 나는 대충 넘겨들었다.


" 아, 그래. 그럼 물 새로 떠놔야겠네. 쩝, 휴일이라 좀 쉬려고 했더니만... 앞으론 안빠지게 조심해라. "


" 아니, 형! 중요한건 그게 아니잖아요? 형은 저런 여자가 옆에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아요? 분명히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니까요? "


사람이면 그런 느낌을 줄 수 없다느니 소름이 끼쳤다느니 렌의 험담을 늘어놓는 진우를 보며 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물론 그랬을지도 모른다. 렌이 평소에 천사같은 겉모습을 유지한다고 해서 본질이 바뀌는건 아니니까 사실 냉혹하고 잔인할 수도 있는 거다. 당연하고 시덥잖은 이야기다.


" 됐어 됐어. 사람 아니고 천사면 어떻고 악마면 또 어때. 별로 해가 되는 것도 아니고 괜찮잖아. "


기가막힌 표정으로 돌아보는 녀석의 시선을 가볍게 무시. 한참만에 녀석이 뭐라 더 말하려고 했을때엔 렌이 아침을 들고 돌아왔기에 자연스럽게 대화가 끊겼다.


식사 뒤 진우를 방에 먼저 보내놓고 렌에게 녀석의 제국어 공부를 부탁했다. 내가 가르치면 좋겠지만 항상 집에 있는 것도 아니고 남에게 시키자니 피차간의 언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말을 배운다는게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 네, 그러죠. "


렌은 선선히 승낙했다. 나는 가볍게 감사인사를 건네고 녀석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방으로 돌아왔다.


" 이야기 잘 됐어. 내일부터 렌이 말이랑 글을 가르쳐줄거야. "


" 에엑!? 형, 제발 그것만은 좀 봐줘요. 아까 말했잖아요? 저 사람... "


말을 건내기가 무섭게 진우의 표정이 팍삭 일그러졌다. 신학기에 배정받은 반이 호랑이로 소문난 선생이 맡는 반이라는 말을 들은 학생의 표정과 꼭 같다. 하지만 선생이 싫다고 배정받은 반을 바꿀 수 없듯이 녀석에게 선택권은 없다.


" 할 수 없어. 말이라는게 금방금방 배워지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필요한데 난 평소엔 직장나가니까 시간이 없어.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맡기자니, 한국어를 아는 사람이 달리 렌밖엔 없어. 자신 있으면 리디아한테 배워볼래? 서로간에 언어가 전혀 안통해도 배울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을 붙여줘도 상관없어. "


진우의 표정에 절망감이 어린다. 흉악한 선생을 피하려니 독일어의 독자도 모르면서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독일사람에게 독일어를 배우는 꼴이다. 그렇다고 안 배울 수도 없다. 한국에서 독일어는 알면 좋고 모르면 그뿐이지만 독일에서 독일어를 모르면 대략 난감한 것이다.


답은 없다. 진우는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마지못해 나오는 대답에 힘이 하나도 없다.


" 알았어요... "


" 그래, 잘 배워라. 말이라는거, 정말 중요한거다. 말이랑 글을 모르면 완전히 병신되는거야. 특히나 말을 모르면 귀가 열려있어도 귀머거리요 입이 있어도 벙어리야. 그거 진짜 답답하다. 내가 여기 말을 배우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그나마 운이 좋아서 배운거야. 너처럼 오자마자 아무 고생없이 배울 수 있는건 엄청난 행운이라는걸 명심해. "


그것이 너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 처음에 말을 몰라서 얼마나 큰 고난을 겪었던가. 그런 서러움을 겪지 못했다면 아무리 할일없는 감옥 속이라고 해도 1년 내내 깨어있는 모든 시간을 말을 배우는데만 투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어둠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말을 배우고 머릿속에 새겼던 나날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나마도 천운이다. 로만을 만나지 못했던들, 1년이 아니라 10년이 지났어도 말을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듯 말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축복인데 거기에 편안한 숙식을 제공받으며 전념할 수 있다는건 상상도 못할 일이다.


그런데 저 불만은 대체 뭐란 말인가!


욕지거리가 튀어나오지 않은 것만해도 많이 참은 것이다.


" 저기, 형. "


" 왜. "


마음이 불편하니 자연히 말에 가시가 섞인다. 녀석은 움찔했지만, 이상하다는 듯 물어왔다.


" 형은 그럼 취직해서 회사에 다니는거에요? "


" 물론이지. 아니면 우리 가족이 무슨 수로 벌어먹고 살겠어? "


여기서 우리가족은 리디아와 나를 뜻한다. 렌과 린은 집에 하숙을 놓아서 내가 없어도 먹고살만치 번다. 그걸 보면 돈도 있으면서 내 집에 빌붙는 극악무도한 악마들 같지만 자기들 먹고 쓰는 것 정도는 자기들이 해결하니까 문제는 없다.


그런데 이야기를 진우는 기가막히다는 표정이다. 아니, 이 자식은 왜 또 이래?


" 집을 살만치 돈도 모았구요? "


" 그래, 그랬지. "


뭐, 집의 경우 정확히는 로또대박(?)을 만나지 않았다면 아직 꿈도 못꿨을 일이다만. 그러자 녀석의 표정이 더욱 묘해진다. 이젠 바보를 보는 듯한 눈이다. 이쯤되면 아무리 사람좋은 나라도 빈정상해서 버틸수가 없다. 내 일찍이 수많은 사람들의 피를 머금었던 마검...이 아니라 애검을 뽑아야하나 고민하는 찰나, 녀석이 딴엔 숨기려고 하지만 노골적으로 비치는 한심하다는 투로 말하는 것이었다.


" 그런데 왜 사업을 안해요? 자본금도 있겠다 지구의 문물을 대충 만들어서 팔기만 해도 하다못해, 아이스크림 같은거라도 만들어 팔면 대박이잖아요! 좀 쉽게는 시럽 같은거라던가! "


나는 이 세상모르는 머저리에게 뭐라 말을 해줘야할지 한숨이 푸욱 기어나왔다.


" 야, 이 맹꽁아. 너 아이스크림 어떻게 만드는 줄이나 아냐? "


" 그야 우유에 계란에 설탕에... "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 이야기를 지껄였는데, 끝까지 들을 필요도 없어 중간에 커트했다.


" 우유, 계란은 그렇다치고 설탕은 여기에 없거든?꿀이 있긴 한데 구하기도 힘들 뿐더러 오지게 비싸. 더군다나 냉장고가 없으니 최소한 얼음이 있어야 만들 것 아냐? 얼음을 구하려면 겨울 한정일 수 밖에 없는데 여긴 겨울엔 집 밖으로도 못나가는 곳이다. "


진짜다. 얼음이 얼만큼 날씨가 추워지는건 이르면 12월 말엽에서 1월 1일부터인데 명색이 생업인데 12월 말엽의 몇일 동안만 장사한다는건 말이 안되고 1월 1일부터는 친히 겪었던 만큼 장담한다만 장사한답시고 집 밖으로 나돌았다간 얼어죽기 딱 좋다. 물론, 그 추운데 아이스크림 따위를 먹겠답시고 기어나올 사람은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내기해도 좋다. 하지만 녀석은 세상을 모른다.


" 그, 그야 귀족들이나 갑부들한테만 팔면 되잖아요! "


" 못들었어? 1월 1일 자정부턴 추워서 집 밖으로도 못나가. 정히 팔고 싶으면 미리 아이스크림 팔 집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만들어야하는데 어께너머로 비법 다 빼먹은 놈들이 퍽이나 돈내고 사먹겠다. "


" 그, 그건... 그런게 어딨어요! 아무리 추워도 사람이 나다니지 못하는게 말이 돼요? "


" 돼. 제작년 1월에 바깥에 대고 물한번 뿌려봤는데 바닥에 닿기도 전에 얼어서 떨어지더라. 못믿겠으면 너 올해 겨울에 나가볼래? 물론 시체는 봄이 될때까지 못거둬준다. "


멋대로 떠들던 녀석의 입이 턱 막힌다. 이래서 애송이란...


" 그리고 시럽이 어쩌구저쩌구하는데, 너 보나마나 메이플 시럽 생각했지? 근데 나 아직까지 여기서 단풍나무는 커녕 가을에 낙엽이 붉게 물드는 나무도 본 적 없어. 퍼렇게 물드는 나무는 봤지만. "


이곳의 생물들은 비슷해보이지만 지구와는 다르다. 밀도 편의상 밀이라 하지만 실은 갈론이라 부르는 다른 식물로 빵을 만드는 것은 같지만 밀보다는 오히려 벼와 비슷한 모습이다. 쌀도 마찬가지로 흰 알맹이는 비슷하지만 옥수수와 비슷한 자루에 알맹이가 빽빽하게 붙어있는 형태다. 일년에 열매를 많이 맺지않아 가격이 비싸고 별미로 인정받아 사치품에 속한다.


이처럼 지구의 상식을 여기에 그대로 적용하기란 무리가 많이 따랐다. 더군다나 이곳 사람들은 뭐 바보인 줄 아나? 여기도 어지간한건 이미 발명되어 있었다.


" 전문적으로 기술이 있으면 몰라, 너처럼 수박 겉 핧기 식으로 대충 배운 고딩이 뭘 하겠다는거야? 다른 계획 있으면 말해봐. 일단 들어는 봐주마. 정말 가능성이 있다 싶으면 집을 팔아서라도 한번 도전해볼테니까 해봐. "


나의 선전포고에 진우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녀석의 처절한 분투기(?)가 시작된 것이었다.


" 전등이요! 마법을 쓰면... "


" 그런거 없어. "


" 엑? 마법 없어요!? "


시작부터 큰 충격을 받은 듯한 모습에 혀를 찼다. 뭐냐, 데우스 엑스 마키나도 아니고 마법이면 다 될 줄 아냐? 물론 마법이 없는건 아니다.


" 정확히 말해서 있긴 있지만 없는거나 다름없어. 마법사가 되려면 악마랑 계약을 맺어야하거든. "


" 그, 그래도 있긴 하니까 마법사를 데려와서 시키면... "


" 그래도는 무슨 그래도야? 마법사란건 세상의 공적(公敵)이나 다름없는데. 넌 모르겠지만 마법사라고 하면 다들 피하고 신전에선 잡아죽이려고 난리야. 왠지 죄다 머리칼이 검은색이라서 나도 처음엔 마법사로 몰려서 돌에 맞아죽을뻔했어. 참, 그러고보니 너도 염색이지? 나중에 신전에 가서 증표 받아와야겠다. 검은머리가 솟아올라오면 정말로 영문도 모르고 죽는 수가 있어. "


" 그럴수가... 그럼 그들을 양지로 끌어올리면...! "


" 너 돌았냐? 니가 뭐 되는 줄 아나본데, 꿈깨 임마. 다른 세상에 왔다고 니가 뭐 선택받은 사람이나 되는 줄 알아? 너 말고도 지구에서 날려온 사람은 말을 안해서 그렇지 부지기수야. 내가 아는 것만도 둘이나 되는걸. 한명은 나한테 말을 가르쳐줬던 사람이고 한명은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밴드를 구성해서 다니는 모양이야. 기타에 드럼에, 그런거 지구인이 아니면 누가 만들겠어? 이렇게 들어난 사람만 셋인데 나처럼 조용히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


사실 소문뿐만 아니라 들어본 적도 한번 있다. 잠깐 용병일을 할때 지나가던 마차 안에서 퍼지던 밴드음악을 한번 들어본 기억이 있었다. 필시 그 사람이었을 것이다.


진우의 표정이 일그러지다 못해 기괴해졌다. 그러나 무언가를 생각한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 그래도 우리의 지식을 이용해서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거에요. "


결국 내 입에서 욕나오게 만든다. 어떻게든 집에 가겠다도 아니고 하룻밤사이에 왠 오지랖이야? 밤새 무슨 판타스틱한 소설이라도 떠올리고 꿈에 부풀기라도 했냐? 편안하게 재워주고 먹여주고 가르쳐주겠다니 배가 뽕양해서 느긋하시다 이거지!?


" 아오, 이거 뭐 병신도 아니고... 너 세상이 만만해? 먹고 사는게 우습게보여? 사업에 손을 대면 뭐든지 술술 풀리고, 말만 몇마디 하면 세상이 휙휙 바뀔 것 같아? 세상사람들은 뭐 죄다 바보고 너만 똑똑해? 쳐웃기지마. 여긴 차갑고 차갑고 또 차가운 세상이야. 포근한 지구에서 보호받으며 살아온 주제에 뭘 안다고 입만 살아서 나불거려? 착각하지마 임마. 필사적으로 버둥거려도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세상이야. 너 당장 여기서 나가! 너처럼 과대망상증 환자를 데리고 있으면 무슨 화를 당할지 알게 뭐야! 당장 꺼져! 세상을 보고 주제 파악이나 좀 하고 오라고! "


진우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놈의 목덜미를 잡고 나무창을 들어올리고 문 밖으로 던져버렸다. 직장을 가진 뒤로 수련을 게을리하긴 했지만 힘이 우선인 세상에서 검을 영 손에서 놓은 것도 아니라 제깟놈 하나 들어서 던지는건 크게 어려울 것도 없었다. 집안에서도 신발을 신는 구조였기에 그대로 던져도 별 문제는 없다. 여름이니 굶어 뒈지거나 칼맞아 뒈지지만 않으면 세상을 좀 배워서 돌아오겠지. 나는 씩씩대며 골칫덩이를 훌렁 던져버리고 문을 쾅 닫은 후, 식구들을 불러 단단히 주의했다. 다음 휴일까지 녀석을 절대 문 안으로 들여놓지 말라고 말이다.


어디 죽어라고 개고생 좀 해봐라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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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다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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