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평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1.01.16 11:18
최근연재일 :
2011.01.16 11:18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56,303
추천수 :
1,382
글자수 :
816,019

작성
10.12.15 15:12
조회
692
추천
7
글자
11쪽

평범? (114) - 싸움구경은 안전거리 확보하고 즐길 것.

DUMMY

누군가 말하길 이 세상에 우연이란 없다고 한다.


그 말을 신봉하던 피닉스는 이제 명언이 사실인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봐야했다. 애초에 마법사들을 유인해서 섬멸하려고 점찍은 자리에 생각지도 못한 선객이 있었던 것이다.


북부 지부에서 일반 성직자들까지 잔뜩 지원받은 침묵의 수도원이 전력을 이끌고 마법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항마진을 베이스로 한 다중 성법은 피닉스에게도 계획의 변경을 강요했다. 본전이 한 줌 밖에 되지않는 피닉스로선 난감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이었다.


" 이러면 재미없게 흘러가는데... "


기왕 손을 봐주려면 직접 하는게 좋았다. 그러나 두 세력은 이미 조우해버리고 말았다.




" 이거이거, 뜻밖의 분이 진을 치고 계셨군. 게다가 이 숫자... 공을 많이 들이셨어? 전력을 끌고왔나본데, 사생결단을 내자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좋겠지? "


마법사들의 대표는 내심 지나치게 서두른 자신을 책망했지만 겉으로는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했다. 이미 전력의 80% 이상이 모여든 판국이다. 더군다나 속속 추가로 모여드는게 아무래도 전원이 걸려든 모양이었다.


발을 빼는 것도 마땅찮다. 이미 수겹으로 펼쳐진 성법이 공간을 속박하고 있었다. 들어올 수는 있되, 나갈 수는 없는 감옥. 부수지 못할 것은 없지만 시간이 걸린다. 설령, 부쉈다고 한들 사도만 수백에 달하는 저만한 숫자에게서 등을 보이고 도주하다가 얼마나 큰 손실을 입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 물론. 우리는 오늘 이 세상에서 너희 더러운 악마의 종자들을 싹 쓸어버리겠다고 작정하고 나왔지. 세계의 끝에 처박힌 너희들이 제발로 여기까지 찾아와준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항상 뒤를 덜 닦은 것처럼 찝찝했었거든! 오늘이야말로 시원하게 정리하고 잠을 잘 수 있다 생각하니 어찌 고맙지않겠나? "


침묵의 수도원장은 호기롭게 받아치면서 속으로 비지땀을 흘렸다.실로 얄궃게도, 놈들을 끌어들이기에 앞서 단체훈련을 하려고 모였는데 어찌된 일인지 놈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친 것이다. 졸지에 첫 훈련이 실전이 되게 생겼다. 천만다행으로 성법을 펼쳐뒀다는게 위안이긴 했지만 아직 마법사들을 상대해보지 못한 성국의 사제들이 어디까지 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양측의 수장이 서로간에 머리를 굴리는 사이 대치하는 양측 사이엔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감돌았다.



먼저 침묵을 깬 것은 마법사 측이었다.


'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싸우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대로 성법을 깨지 못하면 개개인의 능력을 활용할 수 없는 우리들의 필패다. 먼저 큰거 한방으로 흔들어놔야겠어! '


마법사측 대표는 마음을 정하고 눈짓을 보냈다. 같이 지낸 세월이 얼마인데 그걸 못알아먹으랴? 말이 필요없다. 마법진에 정통한 마법사 여섯이 즉시 상대의 진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기선제압 겸, 아군의 동향도 숨길 겸, 마법사 대표는 화려한 마법을 시전했다.


쿠아아아아아!!!


주변의 공기가 한꺼번에 사라지며 외부의 대기가 빈자리를 체우러 끊임없이 몰려들었다. 눈 하나 깜빡하는 사이. 저 멀리 상공에서 자그마한 점 같은 검은 불덩어리가 생겼나 싶더니 순식간에 지상에 강림한 태양처럼 하늘을 가득 메워버렸다.


" 이런 자리에 초대해줘서 고마움에 몸둘 바를 모르겠군. 그냥 넘어가는건 예의가 아니겠지? 선물이다!!! "


" 막아!!! "


졸지에 태양같은 불덩어리가 떨어져내리자 사제들은 혼비백산했지만 수도사들은 침착하게 공격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어찌나 강한 마법인지 산을 부수고 대지를 가르는 공격들이 마치 태양에 대항하는 소방차 물줄기처럼 근처에 닿지도 못하고 허망하게 스러져갔다.


이대로 한방에 전쟁이 시시하게 끝나는가? 공격을 하고 있는 마법사 대표 본인부터가 그런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쉽게 끝날 일이면 뭐하러 골머리를 앓았겠는가? 당연히 막히리란 그의 예상대로 수도원장의 손에서 날아오른 주먹만한 구체가 마법사의 태양에 틀어박혔다.


사제들이 기가차서 고작 그게 뭐냐는 눈빛으로 수도원장을 보는데 이변이 일어났다. 검은 태양이 주먹만한 구체속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구체는 태양을 먹고 점점 덩치를 키우더니 마침내 태양을 모두 삼켜버리고 함께 사라져버렸다.



양 측 수장의 눈이 마주쳤다. 한치도 밀리지 않는 투지가 느껴졌다.


" 자아,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 "


" 와라!! "


대표의 말과 동시에 자리에 깔려있던 성법이 산산히 부서져내렸다. 수도원 측마저 당황했지만, 수도원장만은 태연한 표정이었다. 마법사들이 침묵의 수도원과 대치한게 어디 하루이틀의 이야기던가? 피차간에 시간만 있으면 상대방이 깔아둔 필드 정도는 얼마든지 깨부술 수 있었다. 어차피 화려한 공격은 눈속임이었을 뿐. 상대는 처음부터 이것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저들조차 깨부술 수 없는 것이 있다. 부숴도 부숴도 끊임없이 되살아는 항마진만은 단 한명의 사제만 살아있어도 사라지는 일은 없다. 최소한의 우위를 점한 체, 수도원과 마법사들의 격돌이 시작됐다.


1초가 길다하고 터져나오는 강맹한 마법과 성법들이 허공에서 교차하고 세상이 끝날 듯한 굉음이 한시도 멈추지 않고 터져나왔다. 눈 한번 깜짝할 사이면 수십번의 공수가 교차되고 빗겨나간 사소한 공격 하나에 대지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떨었다. 특히나 각 계통의 대표를 맡고 있는 삼품악마들의 공격은 사소하게 보이면서도 적을 일수에 뭉개버릴 수 있는 거력이 숨어있다. 필사의 일격이 잘못 터진다면 어쩌면, 정말로 오늘 여기서 세상이 끝나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꾸르르르릉!!


루페른은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오늘은 요괴의 장난이 심한 날이라 생각했다.



태양이 하늘에서 떨어지다가 별안간 사라지질 않나, 가슴이 울리는 천둥소리에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았더니 천둥은 커녕 맑고 구름한점 없다. 이게 무슨 괴사(怪事)인가. 전쟁터의 광기에 머리가 어떻게 된 것이 아닐까 싶어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가 비슷한 표정이다. 아무래도 그의 눈에만 일어나는 일은 아닌 듯 싶다.


" 이 무슨 변... "


그가 혀를 차며 투덜거리려는 순간, 대지가 진동하며 대지진이 전장을 덮쳤다. 루페른은 지진에 놀라 앞발을 들어올린 말을 진정시키려고 손을 뻗었지만 곧이어 그의 발밑이 쩌억 갈라지며 입을 벌렸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통에 많은 수하들과 말이 그 사이로 떨어져버렸다.


루페른은 맹세코 평생 이렇게 심한 지진은 만난 적이 없었다. 무슨 지진으로 갈라진 틈새가 바닥이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찰나의 순간, 말등을 박차고 뛰어오르지 않았다면 비명조차 들려오지 않는 구덩이 속으로 떨어져 명을 달리했을 것이었다.


지진은 10여초 만에 멈췄지만 십만에 달하는 병사들은 필연적으로 조밀하게 붙어있을 수 밖에 없는 탓에 지진의 영향을 아주 크게 받았다. 당장 반폼멜 용병대만 해도 하필이면 대기하던 장소에 큰 균열이 일어나 지진이 끝나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삼분지 일도 되지 않았다.


지진은 신분의 귀천을 가리지 않았다.


총 사령관 알버트 왕자는 넋이나가 태양이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지진의 균열에 빠져 낙마하고 말았다. 천만다행으로 그리 깊지 않은 균열이었지만 애지중지하던 말이 날뛰는 바람에 발굽에 밟혀 크게 다치고 말았다.


십만의 대군은 지진의 여파로 총지휘관에서부터 일선 병사들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전투로 사망한 자는 불과 팔천을 넘지 않았으나 지진과 지진으로 인한 혼란으로 죽은 자가 벌써 사만을 헤아렸다. 혼란의 틈타 도주하는 자들도 간간히 눈에 띄었지만 누구하나 막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사방이 바닥없는 절벽으로 변해버린 탓에 도망치는 것도 수월치 않았지만 쫒아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개중에는 틈새의 사이에 고립되어 졸지에 섬 주민이 되어버린 사람들도 보였다. 나라의 역량을 바닥까지 긁어서 모아온 대군이 수초만에 반토막 나는 것도 모자라 통제불능의 오합지졸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지진이 피아를 가리는 것은 아니다. 칸할타 성 역시도 갑작스러운 지진에 성벽의 상당부분이 허물어져 성으로의 목숨이 끝장나고 말았다. 내성으로 대피한 영지민들도 상당수가 죽었고 식량창고가 자리잡고 있던 성벽째로 나락으로 떨어져버렸으며 무엇보다 망루에서 지휘하던 람셀트 대공과 대공가의 실세들이 망루가 무너지는 탓에 명을 달리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아직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칸할타 성은 내부에서부터 무너져내릴 것이다.



사람들이 느닷없이 찾아온 자연재해에 넋을 놓고 있는 사이 북쪽 하늘에서 연신 빛이 번쩍였다. 병사들 사이로 두려움이 전염병처럼 퍼져나간다. 저주다, 이건 신의 저주야!!! 누군가가 소리친 말에 사람들이 페닉에 빠진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재앙에 누군가가 되는대로 지껄인 말에 순식간에 이유가 붙는다. 형제끼리 서로 죽였기 때문에 신이 노하셨다. 성국의 중재를 받아들였어야 했다는 말까지 튀어나오며 병사들은 점점 통재불능으로 변해갔다.


그들의 고민에 종지부를 찍듯, 북쪽에서 후끈한 열풍이 불어닥쳤다. 머리카락이 타는 듯한 뜨거운 바람은 순식간에 지나가버렸지만 병사들은 그것을 신이 내리는 최후의 경고로 받아들였다.


" 으, 으아아아악!! "


병사 하나가 창을 내던지고 필사적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신호로 살아남은 병사들이 약속이나 한 것마냥 전장을 이탈했다. 사방은 입을 벌린 대지 때문에 위험하기 짝이없었지만 그들은 창으로 급조한 다리를 놓아가며 어떻해서든 달아나려 애썼다. 지휘관들은 그것을 막기 위해 칼을 휘둘렀지만 오히려 신의 뜻을 거스르는 전쟁을 계속하려는 자라는 오명과 함께 병사들의 칼에 맞고 죽어버리는 지휘관이 늘어나자 그들로서도 속수무책이었다.


반폼멜 역시 허망하게 붕괴했다.


특히나 용병들은 자신의 목숨은 자기가 챙겨야한다는 생각이 강했기에 글렀다는 판단이 서자 오히려 병사들보다 앞서 도주해버렸다. 루페른은 엄청난 자연재해가 불러온 혼란에 압도되어 도주하는 부하들을 막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았을 뿐이다.


맑은 하늘아래 갑작스럽게 시작된 재앙이 두 나라의 역사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었다.


============================================================


처음에는 그냥 전투씬을 썼는데 한정적인 전장에서 싸우는 것이라 최대한 힘이 압축된 기술이 주가 될 수 밖에 없더군요. 덕분에 직접적인 서술론 도저히 그 포스가 느껴지질 않아서 시점을 돌려 고래싸움에 등터지는 새우의 입장에서 적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론 처음보단 만족합니다.


사족으로 그 날의 여파는 대략 북서부 전역, 제국 북부, 복동부 일부를 강타했다나 뭐래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61 썰렁이
    작성일
    10.12.15 19:51
    No. 1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스마우그
    작성일
    10.12.16 03:38
    No. 2

    아까부터 멍해서 순식간에 스킵해버렸습니다... 어차피 근시일내에 마무리 될꺼라면 빠르게 해피엔딩으로 가는 편이 더 좋을거라고 생각하면서 자위하고 있었는데 막판에 충격을 먹었네요
    특히 주인공의 의지가 아닌 누군가의 개입으로 결정돼었다는 것과 다른 소설들에서 처럼 둔감포지션을 맡았다는 것에 대한 쇼크가 큽니다. 그냥 옛날 이야기같이 끝났으면 좋았으련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4 d3884
    작성일
    10.12.16 04:10
    No. 3

    아... 드릴 말이 없습니다. 댓글을 여섯번은 적었는데 하나같이 미리나름이 섞이네요. 그래도 마지막까지 봐주셨으면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평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2 평범 (에필로그) +17 11.01.16 1,170 8 16쪽
141 평범 (141) - 끝 +2 11.01.16 1,008 4 14쪽
140 평범 (140) +1 11.01.15 774 5 20쪽
139 평범 (139) +3 11.01.13 543 6 18쪽
138 평범 (138) 11.01.11 683 6 17쪽
137 평범 (137) +1 11.01.11 573 5 18쪽
136 평범 (136) 11.01.10 687 6 9쪽
135 평범 (135) +2 11.01.08 1,010 7 16쪽
134 평범 (134) +3 11.01.06 650 9 9쪽
133 평범 (133) - 完 +4 11.01.05 769 5 13쪽
132 평범 (132) - 終章 +1 11.01.05 596 6 12쪽
131 평범 (131) - 終章 +1 11.01.03 618 7 9쪽
130 평범 (130) - 終章 +2 11.01.02 589 7 13쪽
129 평범 (129) - 終章 +2 10.12.31 632 7 14쪽
128 평범 (128) - 終章 10.12.31 541 9 14쪽
127 평범 (127) - 終章 +1 10.12.29 665 7 10쪽
126 평범 (126) - 終章 +2 10.12.29 649 7 9쪽
125 평범 (125) - 終章 +2 10.12.28 597 7 8쪽
124 평범 (124) - 終章 +3 10.12.26 610 7 12쪽
123 평범 (123) - 終章 +2 10.12.25 624 7 9쪽
122 평범 (122) - 終章 +1 10.12.25 656 7 17쪽
121 평범 (121) - 終章 +1 10.12.23 1,142 7 9쪽
120 평범 (120) - 終章 +3 10.12.22 674 9 18쪽
119 평범? (119) 10.12.21 749 6 17쪽
118 평범? (118) 10.12.20 575 7 21쪽
117 평범? (117) +2 10.12.19 625 7 8쪽
116 평범? (116) 10.12.18 650 9 10쪽
115 평범? (115) +2 10.12.16 749 7 15쪽
» 평범? (114) - 싸움구경은 안전거리 확보하고 즐길 것. +3 10.12.15 693 7 11쪽
113 평범? (113) 10.12.15 644 7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