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평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1.01.16 11:18
최근연재일 :
2011.01.16 11:18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56,304
추천수 :
1,382
글자수 :
816,019

작성
10.12.23 09:48
조회
1,142
추천
7
글자
9쪽

평범 (121) - 終章

DUMMY

후텁지근한 여름밤.


쇼파 위에서 잠을 청하던 진우의 몸이 뒤척인다. 더위 때문일까, 꽤나 답답해보이는 표정이던 그는 연신 몸을 뒤집으며 가만있질 못했다. 좁은 쇼파 위에서 뒤척거리다보니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이 불안불안하다.


쿠당탕탕탕!


마침내, 우려대로 진우의 몸이 쇼파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그 통에 깊이 잠들지도 못했던 그의 잠이 완전히 달아나버렸다.


" 아야야... "


떨어질 때 바닥에 머리가 부딛친 모양인지 그는 연신 머리를 매만졌다. 표정으로 짐작건데 꽤나 아팠던 것 같다. 한참동안 머리를 매만지던 그는 이윽고 무언가 생각난 것인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 하아... "


깊은 한숨. 지금까지의 일이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진우의 표정에 짙은 아쉬움이 깔렸다. 그는 다시 쇼파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않는지 천장을 올려다보는 눈은 말똥말똥 감길 줄을 모른다.


" 에이! "


후텁지근한 날씨에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자 진우는 신경질적으로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났다. 그리곤 주변을 더듬어가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부엌 근처에서 두리번거리고 있는게 목이 마른 모양이었다. 어둠에 아직 눈이 익지 않았는지 코앞의 문을 찾는데 한참이 걸렸다. 옆에서 보면 바보같을 만치 같은 자리를 맴돌다 찾아낸 것이었지만 본인은 자각하지 못한 듯 안도의 한숨까지 내쉬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 냉장고가... 있을 리가 없나. "


반사적으로 하얀박스를 찾던 진우의 입가에 쓴웃음이 걸린다. 그는 자신의 머리를 탁 소리나게 치고는 주변을 자세히 살폈다. 사람이 사는 이상, 집안에 물이 없을 리가 없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물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찌찌찍!


" 우와악! "


진우는 여기저길 멋대로 열어보다가 밤새 먹을 걸 찾아 부엌에 숨어들어온 쥐새끼와 마주쳤다. 쥐새끼 쥐새끼, 말은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코앞에서 한손에 다 못쥘만큼 커다란 쥐와 마주치자 놀라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쥐도 놀랐는지 찌직 하는 소리와 함께 잽싸게 바깥으로 도망가버렸다.


" 아 씨, 깜짝이야... "


고작 쥐새끼에 큰 소리를 내버린 자신이 부끄러운지 안색을 붉힌 그는 일어서다가 미처 보지못한 자그마한 문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딱히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두워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이다.


진우는 생각없이 문을 훌쩍 열었다. 잠겨있지 않았던 문은 힘없이 열렸고 지하로 이어지는 계단이 들어났다. 꿀꺽, 판타지적인 상상에라도 사로잡힌 것일까. 그의 눈이 긴장으로 번뜩인다. 지하로 내려가는 첫번째 계단 앞에서 잠시 망설였지만, 진우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계단은 그리 길지않았다. 몇 걸음 걷지않아 지하에 펼쳐진 넓은 공간이 들어났다. 방 안에는 뚜껑이 덮힌 사각형의 틀이 여러개 있었다. 그 중 하나를 열어보니 시커먼 액체가 가득 차 있다. 꿀꺽, 진우의 표정에 긴장감이 가득했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 액체를 바라보던 진우의 등 뒤로 불빛이 비쳤다. 갑자기 생긴 광원에 액체 위로 자신의 얼굴이 비춰진다. 깜짝 놀란 진우가 당황해서 일어섰지만 너무 급하게 일어선 탓에 균형을 잃고 액체 위로 떨어졌다.


풍덩!


정체불명의 액체에 떨어져버린 진우는 공포에 질려 마구 발버둥쳤다. 그 바람에 코와 입으로 액체가 정신없이 빨려들어간다. 그 모습을 에메랄드 빛 눈동자가 한심하다는 듯 내려다본다. 곧이어 뜻밖의 한국어가 진우의 귀에 들려왔다.


" 무슨 소린가 싶어서 와봤더니만 으이구... 그거 물이야. 발 닿으니까 난리 그만피고 일어서. "


발이 닿는다고? 진우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다. 틀에 반쯤 차있던 물은 일어서니 허리에밖에 오지 않았다. 그것도 모르고 난리를 피운 진우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시뻘개졌다.


" 뭐하는거야 대체. 이거 체우려면 삯이 얼마나 드는 줄 알아? "


한심하다는 투로 타박하는 말은 분명히 한국어였다. 진우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다.


" 하, 한국어를 알아요? "


" 배웠으니까 알지. 왜? 발음이 이상해? "


" 아, 아뇨. 전혀... "


이상하기는 커녕, 토박이 한국인과 구분하지 못할만큼 자연스러웠다. 진우가 멍청하게 고개를 젓자 싱겁다는 듯 코웃음이 돌아왔다.


" 알았으면 앞으로 조심해. 다음에 또 오밤중에 시끄럽게 굴면 죽여버릴테니까. "


죽여버린다는 말에 진우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제서야 뒤늦게 상대방의 모습을 찬찬히 확인했다. 희미한 초롱불에 비치는 검은 단발에 에메랄드 빛 눈동자의 미녀는 분명히 렌과 린이라는 두 쌍둥이 중 하나였다. 그녀는 먼저 저장고를 나서며 잔뜩 굳어있는 진우를 한번 돌아봤다. 번뜩이는 에메랄드 빛 눈동자와 마주친 진우의 눈이 재빨리 바닥을 향한다. 아주 한순간, 아주 한순간 그 눈에 비쳤던 흉포한 빛은 틀림없이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냥 지금 죽여버릴까?


찬물에 젖은 진우의 등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렌은 진우를 내버려두고 부엌으로 올라와 찬장을 열었다. 아무것도 없는 찬장안에 손을 뻗자 공간이 살짝 일그러지며 손이 허공속에 스르르 녹아든다. 잠시 후 그녀의 손에 볶은 땅콩이 한 줌 쥐어졌다. 그녀는 그것을 그릇에 가득 담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 무슨 일이었어요? "


문을 열자 리디아의 목소리가 렌을 맞이했다. 곁에서 올려다보는 린의 눈동자도 같은 것을 묻는다. 렌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문을 닫았다.


" 신경쓰실 것 없어요 아까 커티스 씨가 데려온 남자에요. 부엌에서 뭔가 찾고있던데 아마 쥐라도 튀어나온게 아닐까요?


렌의 설명에 리디아의 표정에 불만이 솟았다. 그녀는 렌이 가져온 땅콩을 하나 까서 입안에 털어넣으며 잔에 든 액체를 한모금 마셨다. 노르스름한 액체는 아무리 보아도 쥬스는 아닌 듯하다.


" 정말이지 오빠도 참. 또 시덥잖은거나 줏어오고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


그 의문에 확신을 더하듯, 투덜거리는 리디아의 얼굴이 조금 붉다. 곁에서 과자를 까먹던 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렌은 그들을 달래며 술병을 들어 비어버린 잔들을 가득 체웠다.


" 자, 자. 너무 그러지 마세요. "


그런 건성인 말로 토라진 리디아의 표정이 달라질 리 없다. 그녀는 새로 채워진 잔을 단숨에 절반가량 비우며 말을 이었다.


" 체, 애당초 자기도 벌써 스물넷이나 되가지고 결혼할 생각은 쥐뿔도 없는 주제에 왜 나한테만 자꾸 남자를 들이미나 모르겠어. 그런다고 해서 내가 눈길이나 줄 줄 알고? 흥. 어디 누가 이기나 버텨보자구요. 결국엔 오빠도 혼처가 따악 하나밖에 안남을걸? "


" 하나 아냐. 둘. "


" 베에, 또 그러신다. 린씨가 그런다고 내가 모를 줄 알아요? 사실은 오빠한테 아무 관심도 없는거 다 알아요. "


술김에 속셈을 털어놓은 리디아가 낄낄대며 웃자 린이 삐죽거리며 딴죽을 걸었지만 돌아오는 반격에 입을 다물었다. 실상, 틀린 말도 아니다. 린에게 있어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근거리에 있으면서 커티스가 현실에 만족하기만 하면 그 외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렌은 한잔도 마시지 않고 웃는 낮으로 안주와 술을 계속 권했다. 축제날 이후 한통속이 된 그들은 종종 커티스 몰래 새벽의 술파티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모아놓은 땅콩이 바닥을 들어내고 리디아가 술에 취해 진상을 부리기 시작하자 렌은 그녀를 방으로 돌려보내고 잠을 재웠다. 나오기 전에 마력을 살짝 움직여 술기운을 해소시켜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지 않다면, 내일 해가 중천에 뜨더라도 리디아는 일어나지 못할 테니까.


거실로 나온 렌의 눈에 쥐죽은 듯 조용히 쇼파에 누워있는 진우의 모습이 비쳤다. 자는 척 하지만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녀는 피식 웃고는 지나쳤다. 평온하게 이어지는 일상을 갑자기 비집고나온 이레귤러. 저런게 굴러다니는 줄 알았다면 미리 부지런히 움직여서 커트해놓았을텐데 여기까지 밀고올때까지 내버려둔 자신에게 짜증이 밀려든다.


나름대로 쓸모도 있었고 잠시 스쳐지나가는 입장이었던 로만과 달리 저 쓰래기는 적어도 말을 배울 때까지는 여기에 틀어박혀 있어야 했다. 어느날 갑자기 실종되는 식으로는 긁어부스럼이기 십상이다. 이대로 조용히 찌그러져 있다가 말만 배워서 나가준다면 살려줄 의향도 있지만, 이 이상 변수를 늘려버리거나 괜한 바람을 불어넣기라도 한다면...


' 제거해야지. '


어둠 속에서 냉혹한 살의를 품고 에메랄드 빛 눈동자가 번뜩였다.


===========================================================


렌의 머리가 검은색이라는 것은 진우가 어두워서 착각한 것입니다. 짙은 남색이 맞으니 오해없으시길 바랍니다.


적고보니 왠지 내 손으로 앞길을 꼬아놓은 기분이 들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38 스마우그
    작성일
    10.12.23 18:52
    No. 1

    아아..리디아 아직 포기 안했구나! 작가님 제발 행복한 결말을!!!!!!!제발!!!!!!!한화 한화 올라올때마다 심장이 떨려옵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평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2 평범 (에필로그) +17 11.01.16 1,170 8 16쪽
141 평범 (141) - 끝 +2 11.01.16 1,008 4 14쪽
140 평범 (140) +1 11.01.15 774 5 20쪽
139 평범 (139) +3 11.01.13 543 6 18쪽
138 평범 (138) 11.01.11 683 6 17쪽
137 평범 (137) +1 11.01.11 573 5 18쪽
136 평범 (136) 11.01.10 687 6 9쪽
135 평범 (135) +2 11.01.08 1,010 7 16쪽
134 평범 (134) +3 11.01.06 650 9 9쪽
133 평범 (133) - 完 +4 11.01.05 769 5 13쪽
132 평범 (132) - 終章 +1 11.01.05 596 6 12쪽
131 평범 (131) - 終章 +1 11.01.03 618 7 9쪽
130 평범 (130) - 終章 +2 11.01.02 589 7 13쪽
129 평범 (129) - 終章 +2 10.12.31 632 7 14쪽
128 평범 (128) - 終章 10.12.31 541 9 14쪽
127 평범 (127) - 終章 +1 10.12.29 665 7 10쪽
126 평범 (126) - 終章 +2 10.12.29 649 7 9쪽
125 평범 (125) - 終章 +2 10.12.28 597 7 8쪽
124 평범 (124) - 終章 +3 10.12.26 610 7 12쪽
123 평범 (123) - 終章 +2 10.12.25 624 7 9쪽
122 평범 (122) - 終章 +1 10.12.25 656 7 17쪽
» 평범 (121) - 終章 +1 10.12.23 1,143 7 9쪽
120 평범 (120) - 終章 +3 10.12.22 674 9 18쪽
119 평범? (119) 10.12.21 749 6 17쪽
118 평범? (118) 10.12.20 575 7 21쪽
117 평범? (117) +2 10.12.19 625 7 8쪽
116 평범? (116) 10.12.18 650 9 10쪽
115 평범? (115) +2 10.12.16 749 7 15쪽
114 평범? (114) - 싸움구경은 안전거리 확보하고 즐길 것. +3 10.12.15 693 7 11쪽
113 평범? (113) 10.12.15 644 7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