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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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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1.01.16 11:18
최근연재일 :
2011.01.16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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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16,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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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11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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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평범 (137)

DUMMY

세상을 비추는 해는 오늘도 어김없이 창공으로 떠올라 찬란한 빛으로 대지를 밝혔다.


밤새 긴장으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 성국의 병사들이 무장을 갖추고 성벽에 늘어선다. 그들의 뒤로 대성국의 심장, 성황청의 높게 솟은 탑들이 불안하게 비춰졌다.


모든 불안의 원천이자 병사들의 적들이 밤을 보낸 막사들이 하나 둘 걷히며 코레 제국군이 쏟아져나왔다. 하나하나가 평범하지 않은 병사들이 무려 삼만을 넘는다. 성벽에 늘어선 병사들과 비슷한 수. 아니, 오히려 좀 더 많다. 아무리 성벽에 의지해 있다지만 병력의 질을 생각하면 게임이 되지 않는 절망적인 전력차였다.


" 그럼 가볼까? "


라미른은 성벽에서 내려다보는 병사들의 불안한 시선을 즐기며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한걸음 한걸음 지상을 밟아나가던 그의 발이 어느덧 허공을 밟기 시작하더니 스무걸음을 지나자 이제는 성벽보다도 높은 곳을 걷고 있었다.


" 저, 저럴수가! "


성벽에 늘어서있던 병사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사람이 어찌 하늘을 걸어다닐 수 있단 말인가? 라미른은 당당히 그들의 머리 위를 지나 성벽을 넘었지만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누구 하나 저지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 하등한 것들. "


병사들을 반응을 즐기던 라미른의 입에서 경멸의 말이 튀어나왔다. 동시에 그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진다. 저들과 그의 힘은 이렇게나 차이가 나는데도 세상의 기준으로는 동급이다.


' 차라리 모를때가 좋았건만. '


악마를 영혼에 품고서야 알게 된 것. 그것은 세상이 내리는 생명에 대한 평가. 세상은 자신이 품고있는 만물에 나름대로의 평가를 내리고 그에 따른 격을 인정해주고 있다. 일종의 기준선, 인간이라면 인간의 격을 가지고 있고 그에 따른 한계치를 가진다. 예를 들면 어떤 생명체에게 너는 a 급, 이라고 격을 부여하고 a 급은 100까지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상향선을 설정해주는 것이다. 그보다 낮은 b 급에 속한 존재는 아무리 노력해도 격이 오르지 않는 이상 90까지밖에 힘을 얻을 수 없다. 라미른도 마찬가지다. 제아무리 영혼을 잡아먹고 생명력을 쥐어짜더라도 인간의 격을 넘어서지 못하는 한, 도달할 수 있는 한계가 있었다.


라미른은 자신의 한계치보다는 일반인과 동급, 아니. 일개 개새끼나 격이 같다는게 견딜 수 없이 치욕스러웠다. 인간이란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니 뭐니 하지만 기실 세상의 눈으로 보았을 때 지나가는 똥개나 길가의 잡풀과 급이 같다.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지만 실제로 그랬다. 풀에게도 인간과 같은 한계선까진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했다. 다만 인간은 나아갔고 풀이나 개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 차이점일 뿐이다.


또 다른 세계에서는 풀에서 진화한 생명체가, 혹은 개가 진화한 생명체가 우리에 갇혀 볼거리로 전락한 원시적인 인간을 보고 저런 하찮은 것과 동격이라니, 하고 한탄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기에 라미른은 자신의 격을 탈피해 보다 높은 격을 얻기를 원했다. 하찮은 악마 따위보다도 낮은 이런 밑바닥을 박차고 올라가 저 높은 곳에 고고히 존재하는 신의 격을 얻고 싶었다. 그는 스스로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 그래, 이것은 그 첫걸음이다. '


허공을 가로지르는 라미른의 발걸음에 힘이 실렸다. 그의 머릿속의 악마가 미소짓는다.



성황청은 넓었다. 그렇지만 라미른을 올려다보는 얼빠진 성직자들이 몇몇 보일 뿐, 그를 기다리는 기색의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라미른은 자신을 초대해놓고 길잡이 하나 준비해두지 않은 센스없는 성국의 머저리들을 욕하며 지상으로 내려섰다. 아무나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앞장세울 요량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가 내려오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던 성직자는 라미른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말하는 것이었다.


" 늦었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과 달리 즉석에서 인격이 바뀐 듯한 느낌이 들 만큼 갑작스러운 변화에 천하의 라미른도 벙찐 표정으로 말없이 그 뒤를 따랐다. 길잡이는 그를 거대한 신전의 입구로 데려다주고는 소리없는 걸음으로 가버렸다.


" 완전히 쓰래기군. 내가 지어도 저거보단 낫겠어. "


라미른은 그 거대한 신전을 한동안 바라보았지만 예술에 대한 식견이라곤 쥐뿔도 없는 그는 수백년의 시간을 들여 당대 최고의 예술가와 건축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완성한 건축물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쓰래기라 폄하하고는 터벅터벅 안으로 들어갔다.


" 어서오게나. 라미른 벨람. 아니, 어서오십시오, 황제 폐하라고 해야하나? "


어두컴컴하고 넓은 신전의 제대에서 들려온 늙그수레한 목소리에 라미른의 눈이 게슴프레 떠진다.


" 상관없잖아? 나는 물론 황제지만, 당신은 내 신하가 아니니까. "


더군다나 적이기도 하지, 하고 그는 장난스럽게 덧붙였다. 제대에서 그의 모습을 내려다보던 발리앙 대주교는 고개를 끄덕이며 느긋하게 말을 받았다.


" 그거 고마운 일이군. 자네도 나이를 먹어 보면 알겠지만 새파랗게 젊은 작자에게, 더군다나 존경할 구석이라곤 눈꼽만치도 없는 작자에게 존대하는 것은 꽤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네. 간혹 누구에게나 개의치 않고 존대를 하는 사람들이 없는건 아니지만 말이야. "


" 이봐, 노땅. 쓸데없는 잡담이나 하자고 날 부른건 아닐테지?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본론으로. 미리 말해두겠는데, 이 도시의 모든 인간이 당장 짐싸서 도망가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거야. "


라미른의 말에 대주교의 안색이 약간 굳었다. 하지만 그것은 순간. 금새 원래 신색을 회복한 발리앙은 엉뚱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 우리들은 자네에 대해서 조사를 좀 했지. 첫번째 조사단에 대해서는 지금도 좀 유감이야. 이 노망난 늙은이가 착각을 하는 바람에 자네라는 불행의 싹을 일찌감찌 잘라버리지 못한건 참으로 아쉬운 일이었어. "


발리앙은 삼년 전의 일을 떠올리자 입맛이 썼다. 그가 오해로 풋내기 조사원인 카일을 보내지 않고 정말 베테랑 조사원들로 구성된 조사단을 보냈더라면, 그로웰 수준의 성기사가 하나만 더 있었더라도 라미른은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코레 제국도 없고, 오늘날 성국이 이러한 재앙을 맞이할 일도 없었다.


" 우연이 아냐. 필연이지. 들어는 봤나? 주인공 보정. "


라미른이 콧방귀를 뀌며 장난스레 대꾸했지만 발리앙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 그래도 다행히 영 꽝은 아니었어. 자네는 알까 모르겠다만, 그들 중 생존자가 있었거든. 그 아이는 금방 신의 곁으로 떠나고 말았지만... 자네의 존재와 자네의 힘에 대한 단서를 알려주었지. 그 날 이후로 우리는 참 고생을 많이했네. 숙식을 잊고 자네에 대해 연구하고 또 연구했지. 그러는 동안에도 자네가 끊임없이 발전하는 바람에 우리들의 노력은 몇 번이나 허사로 돌아가곤 했다네. 하지만 노력은 배신하지 않더군. 결국 이렇게 자네를 붙잡게 되었으니 말이야. "


" 눈이 삐었군, 영감. 붙잡힌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야. 이 힘의 차이를 모르겠나? "


라미른은 영력을 슬쩍 풀어놓으며 으르렁거렸다. 발리앙은 그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거대한 기운을 보고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표정은 여유로운 그대로였다.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우웅!


동시에 신전의 어둠속에 숨어있던 열명의 주교들이 성력을 불어넣었고, 신전에 깔려있던 진이 발동하며 빛을 내뿜었다.


" 꼭 피를 보겠다 이건가? "


함정이 틀림없는데도 라미른은 여유로웠다. 애시당초부터 당연히 신전에서 술수를 쓸 거라고 생각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그는 자신이 있었다. 이들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자신이 승리할 것이라고 말이다. 발리앙은 어처구니가 없어 피식 웃었다.


" 자네는 지금 상황에 대해 이해를 못하는 것 같군. 하긴, 우리들의, 아니 본 성국의 피땀어린 노력의 결과물을 한눈에 알아차리는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겠지. 우리는 꾸준히 조사단을 파견해 자네가 지나온 도시들을 조사하면서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네. 성법은 물론이고 마법과도 다르지만 아주 악질적이고 잔인한 술법이 도시 전체에 펼쳐져 있더군. 자네의 그 몸, 아마 그 술법의 결과로서 얻어진 것이겠지? "


" 찾아봤다는 말이 빈말은 아닌 모양이군. 그럼 내게 저항하는게 얼마나 무의미한 지도 알겠지. 나는 삼십만이 넘는 생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너희들이 쏟아낼 수 있는 신의 힘으로는 이 몸을 지울 수 없을걸! "


라미른의 긍정과 엄포에 발리앙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것은 경멸을 담은 조소였다.


" 자네가 바보라는 말을 들었긴 했네만 이렇게까지 바보인 줄은 미처 몰랐네. 아직도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했으니 쯧쯧... "


" 뭐라고!? "


바보라는 조롱에 라미른이 발끈했지만 대답은 칼레에게서 튀어나왔다. 그와 함께한 이래로 처음으로 들어보는 위급한 목소리였다.


[이런, 큰일이다! 어서 여기에서 빠져나가야해!]


" 뭐? "


사태를 파악못한 라미른이 멍하게 중얼거리는데 발리앙의 설명이 이어졌다.


" 말했잖은가. 자네에 대해 연구를 꽤 했다고. 솔직히 삼년의 시간으로는 자네가 지닌 미지의 힘에 대해서는 압도적인 신성력으로 받아치는 것 밖에는 달리 해법을 찾지 못했네. 하지만 자네의 몸을 구성한 그 술식에 대해서는 꽤나 연구가 진전되었지.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이 진을 만들어냈어. 수백만 성국의 주민들의 힘을 빌어서 말이야. "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바닥의 진이 더욱 빛을 발했다. 신전의 입구를 중심으로 그려진 진은 포티안 대성국 전역으로 범위를 넓혀갔다. 각지의 요충지마다 진의 발동을 감지한 성직자들이 미리 약속된 성법을 펼치며 진의 요소요소를 형성했다.


" 크흑! "


진이 본격적으로 발동하며 엄청난 압력이 라미른을 짓눌렀다. 강대한 영력도, 수십만의 생명으로 이루어진 육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라미른이 당황하는 사이 머릿속에서 칼레의 다급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네 육신을 구성한 주술! 그걸 해석해서 역으로 육신을 생명력으로 환원하는 성법이 틀림없어!]


" 뭐야? 하지만 어떻게!? "


라미른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생명력이라는게 아무 이유없이 뭉쳐지는 일도 없지만 이유없이 흩어지지도 않는다. 오로지 생명에 반응해서 움직이는 것이다. 라미른도 진을 형성하기 위해 진 요소요소에 가사상태의 인간을 배치해 생명력을 유도하는 장치로 썼었다. 생명력을 집결시키기 위한 통로로 썼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뭉쳐진 생명력을 흩어내는 것이다. 수십만의 속성을 가진 생명력이니만큼 특성별로 해체하는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해당 특징과 유사한 생명력이 별도로 존재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건 사람 한둘 잡아가지고 될 일이 아니었다! 그 의문에 대답한 것은 이번에도 발리앙이었다.


" 자네가 모은 생명이라는건 결국 인간의 것. 같은 종인 인간의 생명이라면 완전히 똑같지는 않아도 비슷한 정도라면 얼마든지 있지. 그래, 성국의 수백만 주민들 사이에 자네가 지닌 삼십만의 생명과 유사한 파장의 생명력은 얼마든지 있다네. 우리는 그들에게 자네의 육신에 깃든 생명력을 유도할 뿐이야. 알겠는가? 이것은 우리들만의 함정이 아니야. 대성국의 모든 주민들이 함께 펼친 함정이지! 자네의 힘이 아무리 강대하다고 해도 수백만의 힘으로 구성된 성법을 깨부술 수는 없어! 자네는 이곳에 오기 전에 성국의 주민들이 한 줌만 남을때까지 학살하고 왔어야만했네.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만. "


" 이런 빌어먹을!!! "


커지는 압력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어진 라미른이 지른 발악을 신호로 발리앙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 You just activated─ "


우우웅-!


진에서 뿜어져나온 빛이 점점 강해지며 신전을 가득 메운다. 마침내 눈이 멀어버릴 듯이 찬찬하게 빛나며 막대한 에너지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있는 라미른의 몸이 서서히 붉게 물든다. 막대한 생명들의 파동이 똘똘 뭉쳐진 다양한 생명력의 결정체에 몰려든다.


" our trap card──! "


"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 "


라미른의 몸에서 터져나온 빛이 신전을 붉게 물들였다. 한순간 강렬하게 타오르던 빛은 수십만의 갈래로 흩어져 진에 서서히 빨려들기 시작했다. 그 빛의 한복판에서 시커먼 무언가가 치솟았다. 라미른의 영혼에 틀어박혀있던 칼레 사자르다.


[빌어먹을 머저리 자식! 내 진작 이놈을 먹어치웠어야 했던 것인데!]


악마는 뒤늦게 후회했지만 이미 육신은 산산히 분해되고 있었다. 영체의 형태로 존재하는 그 역시 신성력의 침입으로 오랜시간 버티지 못하고 본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게 되리라.


" 성공이야! "


어느덧 비오듯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상황을 파악한 발리앙 대주교가 환히 웃었다. 그러나 그 순간이었다.


『그래, 성공이다!』


[뭣!?]


콰드득!


머릿속에 직접 울리는 외침과 동시에 시커먼 안개처럼 떠돌아다니던 칼레 사자르를 탐욕스러운 라미른의 영력이 물어뜯었다. 칼레는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영체에 달라붙은 게걸스러운 영혼은 어마어마한 힘으로 반발을 누르고 순식간에 칼레 사자르를 집어삼켜버리고 말았다.


으드득! 으드득!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진에 흡수되고 있던 생명력들이 갑자기 역류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발리앙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 이, 이럴수가!? "


" 크하하하핫! 고맙다, 성국의 머저리들아! 너희들 덕분에 내 골칫거리가 오늘 한번에 쓸려나가는군. "


콰아아아아아


진을 빠져나온 생명력은 점점 늘어만갔다. 이미 원래의 삼십만을 훌쩍 뛰어넘어 수백만의 수준에 이른다. 진을 통해 이어진 인간들의 생명력을 통째로 빨아당기고 있는 것이다.


" 설마... 수백만의 사람보다 그 하나의 의지가 더욱 강하단 말인가! "


지금 일어나는 현상을 이해한 발리앙의 얼굴에 절망이 어렸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일이긴 했다. 하지만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여겼거늘... 서서히 진을 유지하던 발리앙의 육신에서도 생명력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몸이 붉은 빛으로 변해 분해되기 시작하자 그는 허망한 표정으로 새로운 육신을 구성하는 라미른의 영을 보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신을 원망했다.


" 신이시여, 어찌하여 저런 괴물을... "


미처 말을 마치지 못한 발리앙의 머리가 분해되어 라미른의 일부로 빨려들어가는 것을 마지막으로 성국에 살아남은 생명체는 새롭게 태어난 라미른 하나만이 남았다. 대륙의 중앙에 자리잡은 성국이 하루아침에 땅만 남기고 사라져버린 대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마침내 완전히 육신을 구성한 라미른의 눈이 번쩍 뜨였다. 악마를 잡아먹은 덕일까,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마나의 존재가 손에 잡힐 듯이 보였다. 세상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보인다. 그는 의지를 일으켜 마나를 움직여 보았다.


" 어? "


당연히 움직이리라 생각했던 마나는 그의 의지를 철저하게 무시했다. 보이기는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동시에 그는 아직도 자신이 인간의 격을 넘지 못했음을 알았다.


" 어째서? 어쨰서!? "


다른것은 다 집어치우고 삼품악마를 먹어치웠다. 인간보다 격이 몇 개나 높은 존재를 먹고 흡수했는데 어째서 여전히 인간인 것인가! 손실이 있었다고 한다면 최소한 사품 악마와 동격이 되어야 정상일텐데!


" 으아아아아아아악!! "


콰앙──!


분에 못이겨 두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친다. 어마어마한 영력과 초월적인 육체에서 뿜어져나온 힘은 대지를 진동시키고 지상에 재앙을 초래했다. 성국을 중심으로 반경 수백킬로미터가 함몰되며 대규모의 크레이터가 난데없이 생성된 것이다. 과거 성국이 있었던 좁은 지역은 군데군데 건축물의 잔해가 굴러다니는 깊고 넓은 구덩이로 변했다.


그 한복판에서 라미른은 이를 갈았다.


" 이렇게나 강한데, 이렇게나 강한 힘이 있는데 어째서! 어째서 인간을 벗어나지 못하는거냐 왜!!! "


그때, 분노한 라미른의 눈에 넘실거리는 마력이 보였다. 성국의 지하에 고여있던 세상의 다섯 포인트 중 하나의 마력이다. 라미른은 그 어마어마한 힘을 보는 순간, 자신이 왜 아직도 인간인 줄 꺠달았다.


" 그래, 그렇군. 그랬어... "


그것은 바다였다.


수백만의 인간을 집어삼키고 얻은 힘은 마력의 바다에서 뜬 한 바가지의 물과 다름 없었다. 이러한 곳이 다섯곳이나 있다. 그것을 모두 이어서 형성한 진으로 새로운 몸을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라미른은 짜릿한 흥분을 느꼈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힘이었다. 틀림없다. 이것을 모두 얻으면, 그때야말로 분명히 신이 될 수 있다! 멍청한 사람들에게서 떠받들어지는 만들어진 신이 아니라 막강한 힘과 권한을 지는 진정한 영원불멸의 신이!


" 좋아. 해주지! 아무 문제도 없는 간단한 일이야! 나는 신이, 이 세상에 펼쳐질 신세계의 신이 되는거다! "


선언과 동시에 그의 몸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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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굉장히 성의없거나 대충대충 넘어가는 것 같거나 긴장감이 전혀 없거나 하는 기분이 드신다면 작가를 깝시다. 일단 140화로 끝날 예정입니다. 에필로그까지해서 도합 141화면 되겠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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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38 스마우그
    작성일
    11.01.11 15:04
    No. 1

    난 이것보다 평범이의...평범한 일상을 보고싶어요...ㅠㅠ 평범한 재난영화에 나오는 사람이 아니라ㅠㅠ 평범하게 자수성가한 사람의 모습을!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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