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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884 님의 서재입니다.

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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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d3884
작품등록일 :
2011.01.16 11:18
최근연재일 :
2011.01.16 11:18
연재수 :
142 회
조회수 :
156,344
추천수 :
1,382
글자수 :
816,019

작성
10.12.19 01:44
조회
625
추천
7
글자
8쪽

평범? (117)

DUMMY

루시는 라미른의 성취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아직까지 납득할만한 대답을 얻지 못했다. 라미른은 좀처럼 자신만의 세계에서 돌아올 생각이 없어보였으므로 그녀는 다시 한번 물어야했다.


" 제가 묻고 싶은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에요. 아버님이 지금 하려는 일을 알고 싶은거지요. "


라미른은 그제야 현실로 돌아온 듯, 루시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곤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 뜻밖에 우둔하구나. 여기까지 말했다면 다 말했지 않느냐? 내겐 영혼에 걸맞는 새로운 몸이 필요하다. 자연적으론 그런 몸이 있을 수 없으니 만들 수 밖에 없지. 남을 죽이는건 그 재료를 얻기 위해서일 뿐이다. "


루시는 그의 부친에게서 공포를 느꼈다. 그는 사람의 목숨을 시장에서 저녁 찬거리를 사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게 '보였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한 발자국 물러섰으나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꼿꼿히 섰다. 루시는 두렵다고 해서 피해버리기엔 여전히 자신을 만들어준 부친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 제발, 아버님. 이런 일은 그만두세요. 분명히, 다른 방법이 있을 거에요. 굳이 사람들을 죽이지 않더라도... "


"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루시. 보다시피 내겐 시간이 없다. 이제와서 새로운 길을 탐색할 여유가 없어. "


라미른은 루시의 간절한 부탁을 중간에 끊어버리며 단언했다. 너무나 단호한 모습에 루시는 필사적으로 대안을 찾았다. 아는 것도 없고 문제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처음부터 답이 나올 수 없는 질문이었음에도 그녀는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수많은 사람을 죽여 만든 육신을 얻는 모습을 상상하면 소름이 끼쳐 견딜 수가 없었기에 필사적으로 나오지 않는 답을 추구했다.


묘한 현상이 발생했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기류가 그녀의 눈에 희미하게 비쳤다. 그것은 허공에 수놓은 선 같기도 하고 어지럽게 그려놓은 추상화 같기도 했다. 그녀는 다시 한번 자신에게 물었다. 라미른이 사람을 죽이지 않고도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답이 무엇이냐고.


그 순간, 기류가 뚜렷하게 길을 그렸다. 루시의 시선이 기류가 놓은 길을 따라 멀리, 멀리 나아갔다. 마침내 길의 끝에 다다랐을 때. 그녀는 '답'을 얻어냈다.


" 영혼, 영혼을 덜어내면 되요. 육신이 감당하지 못할만큼 큰 영혼이라면 남아도는 영력만 모아서 육신에 알맞게 덜어내면 해결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제 몸을 가지세요. 아버님께서 주신 이 몸을 돌려드리겠어요. 그리하시면 더 이상 누구도 죽지않고 끝날 수 있어요! "


답을 실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모른다. 그러나, 루시는 반드시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기묘한 기류는 답을 도출함과 동시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지만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녀가 바라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그것을 구현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루시가 내놓은 답을 들은 라미른은 피식 웃었다. 그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 즉답했다.


" 무의미하다. 나는 특별하거든. 영력을 아무리 덜어내고 덜어내더라도 마르는 법이 없어. 네 말대로 한다 한들 머지않아 지금의 일을 반복할 뿐이지. 결국 근본적으로 이 영혼을 감당해낼 육신이 필요해. 무엇보다 말이다. 나는 내 영혼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어. 새로운 몸을 얻기위해 백만, 천만에 달하는 사람이 죽는다고 해도 상관없다. 나는 그럴 권리가 있으니까 말이다. "


루시는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 남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


그녀는 자신의 생명이 귀한만큼 남의 생명도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설령, 그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한이 존재한다면 마땅히 생명을 지닌 각자의 몫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아니, 내게는 있다. 나야말로 주인공! 이 세계가 오로지 나를 위해 존재하니 가지지 못할 것이 어디 있느냐? "


차분하게 말하는 라미른은 자신의 말에 티끌만한 의심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 미쳤다. 그는 틀림없이 미쳐있었다. 그녀는 답을 갈구했다. 선이 허공에 답을 수놓는다. 답은 한결같이 라미른의 죽음을 지목한다. 숨이 붙어있는 한, 라미른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여전히 아버지를 사랑했지만 그녀의 작은 머리로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것은 잘못되었다.


"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저는 아버님을 막을 것입니다. 제 목숨을 다바쳐 아버님을 막겠습니다. 세상 모든 자들을 위해, 저는 아버님을 막겠습니다. "


" 호오, 날 죽일 셈이더냐? 너에게 아무 해준 것이 없는 세상의 떨거지들을 위해 생명을 준 아버지를 죽일 셈이냐? "


루시는 다시한번 답을 갈구했다. 그러나, 결론은 변하지 않는다. 그녀는 반복하면 할수록 확연히 빛나는 답을 보며 절망하며 선언했다.


" 저를 용서하지마세요. "


그녀의 몸이 흐릿하게 흔들린다 싶더니 이내 멀리 사라졌다. 지금으로서는 당해낼 수 없다는 '답'을 도출한 것이다. 라미른은 돌발사태에 잠시 당황했으나 곧 영력을 뻗었다. 기껏 완전해졌는데 이대로 손에서 떠나보내기엔 너무나 아깝다. 순간, 공교롭게도 대지가 울부짖으며 지진이 일어났다. 집중이 끊기자 먹잇감을 찾지 못한 영력이 허공에 멈춰선다. 지진이 멈췄을 때엔 이미 루시의 뒷모습은 보이지않았다. 라미른은 혀를 차며 아쉬워했다.


" 쯧, 딸자식 키워봤자 소용없다더니 내가 딱 그 짝이군. 뭐, 좋다. 반항기는 순간일 뿐. 언제가 되었건 결국 내게로 돌아올 테니까. "


그는 완전해진 자신이 세상을 바꿔놓으면 루시의 마음 역시 결국엔 돌아설 것이라고 확신했다. 주인공의 곁을 떠난 여자는 아무리 도망쳐본들 결국엔 주인공의 품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루시에 대한 생각을 접은 라미른은 산책이라도 하듯, 느긋한 표정으로 남쪽을 향했다.


" 그럼, 일단 왕좌에나 앉아볼까. 여왕이 괜찮은 여자였으면 좋겠군. "


삼처사첩 하렘을 꿈꾸는 사나이 라미른 벨람은 아직 결혼을 하지않은 여왕과 그 동생을 생각하며 수도로 남하했다. 심한 지진으로 병력이 상당 수 소진되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자신이 원하기만 하면 영웅으로서 왕성에 입성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전란에 시달린 판티움이 멜리움의 비수를 피했 듯, 품속의 송곳까지 피해낼 수 있을까? 라미른의 자신만만한 표정이 말해주듯 그럴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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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엄청 오래걸렸는데 적고보니 정말 별 것 없네요. 드디어 제가 적어놓고 제가 캐릭터를 이해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아무리 수정해도 날이 아닌지 바닥 밑의 바닥을 보여줄 기세로 갈수록 열화판이 나와버리네요. 역시 중간의 여정을 스킵하면서 성장과정을 얼렁뚱땅 넘겨버린 것이 원인인가 싶습니다. 적으면서도 골치는 아픈데 흥이 안나네요. 덕분에 분량도 여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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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평범 (138) 11.01.11 683 6 17쪽
137 평범 (137) +1 11.01.11 574 5 18쪽
136 평범 (136) 11.01.10 687 6 9쪽
135 평범 (135) +2 11.01.08 1,010 7 16쪽
134 평범 (134) +3 11.01.06 650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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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평범 (132) - 終章 +1 11.01.05 596 6 12쪽
131 평범 (131) - 終章 +1 11.01.03 618 7 9쪽
130 평범 (130) - 終章 +2 11.01.02 589 7 13쪽
129 평범 (129) - 終章 +2 10.12.31 632 7 14쪽
128 평범 (128) - 終章 10.12.31 542 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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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평범 (124) - 終章 +3 10.12.26 611 7 12쪽
123 평범 (123) - 終章 +2 10.12.25 624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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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평범 (121) - 終章 +1 10.12.23 1,143 7 9쪽
120 평범 (120) - 終章 +3 10.12.22 674 9 18쪽
119 평범? (119) 10.12.21 749 6 17쪽
118 평범? (118) 10.12.20 575 7 21쪽
» 평범? (117) +2 10.12.19 626 7 8쪽
116 평범? (116) 10.12.18 651 9 10쪽
115 평범? (115) +2 10.12.16 749 7 15쪽
114 평범? (114) - 싸움구경은 안전거리 확보하고 즐길 것. +3 10.12.15 693 7 11쪽
113 평범? (113) 10.12.15 644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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