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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님의 서재입니다.

종말을 살아가는 절대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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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작품등록일 :
2019.10.03 21:33
최근연재일 :
2019.10.1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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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388

작성
19.10.0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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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화

DUMMY

9화


그 어떤 게임에서도 최종보스가 백 명인 경우는 없다. 최종보스는 말 그대로 ‘최종’, 마지막 남은 보스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는 계속해서 생각했습니다. 도대체 왜 시스템은 이곳을 헬(hell)모드라고 했을까? 그리고 우리, 명예의 전당에 오른 100인의 랭커들은 대체 무엇 때문에 이곳에 모인 걸까?”


게임 속에 들어온 백 명의 플레이어.

그들은 모두 강해지는 법을 알고 있는 경험자들이다. 아마 지금 이 시간에도 그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강해지고 있을 것이다.


“기나긴 고민 끝에 저는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아! 게임의 장르가 바뀌었구나. RPG에서. 배틀로얄로.”


이준혁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이반님. 이제 아포칼립스는 단순한 육성게임이 아닙니다. 종말이라는 세계 안에서 저희들끼리 서로 죽이고 죽이는, 지옥의 게임이죠.”


헬모드의 클리어 조건.


“여기서 살아남은 최후의 1인. 오직 그 사람만이 현실로 돌아갈 수 있는 자격을 얻을 겁니다.”


이준혁의 말을 들은 이반은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이준혁의 나름 설득력이 있었다. 정확히 맞다고 할 수는 없어도 아니라고 하기에도 모자람이 있었다.

이반이 보기에도 거의 확실했다.

생각을 정리한 이반은 입을 열었다.


“이런 것들을 내게 알려주는 이유가 뭐지?”


이준혁이 말해주기 전까지 이반은 이런 사실들을 몰랐다. 당연했다. 여태까지 헬모드에 들어온 플레이어는 자신이 유일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아니었다.

헬모드는 아포칼립스라는 무대에서 벌어지는 플레이어들끼리의 생존경쟁. 그 속에서 이준혁이 말해준 것들은 엄청나게 중요한 정보였다.

그런데 왜 이준혁은 자신에게 이것을 알려줬을까.


“저는 여기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반님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준혁은 웃음을 지었다. 순진하게만 보였던 그 웃음이 지금은 다르게 보였다.


“쓰레기직업, 악마사냥꾼으로 최초로 엔딩을 본 플레이어. 거기에 더해 모든 랭커 중 제일 단시간에 엔딩을 본 플레이어. 모두 뛰어난 컨트롤과 타고난 게임감각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죠. 하지만 이반님은 해냈습니다. 이반님은 곧바로 게임 속으로 들어와서 모르겠지만 현실에서 이반님은 꽤나 유명인사랍니다.”


유명인사?

이반은 자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타이틀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저는 이반님을 보자마자 단번에 알았습니다. 이곳에 있을 악마사냥꾼은 이반님밖에 없을 테니까요. 후후후. 역시 강하시더군요. 주변의 몬스터들을 싸그리 정리하는 것도 모자라 저번에는 트롤까지 사냥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만. 금칠은 거기까지만 하고 이유나 말해.”


이반의 차가운 말에도 이준혁은 여전히 여유로운 웃음을 유지하며 말했다.


“파티 맺으시죠? 저랑.”

“파티?”


이반이 알기로 아포칼립스 내에 파티 시스템은 없었다. 하지만 파티가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는 있었다.


“네 말대로라면 헬모드를 클리어하려면 최후의 1인만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데. 파티를 맺자고?”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최후의 1인 같은 거에는 관심이 없거든요.”

“뭔 소리야?”

“생각의 전환을 말하는 겁니다. 왜 굳이 우리가 현실로 나가야 합니까. 그냥 여기서 살면 되지. 그렇지 않습니까? 이곳에서 저희들은 각성자이며 능력자입니다. 반면 밖으로 나가면 일반시민에 방구석여포, 미래도 없는 게임백수, 루저죠. 굳이 그런 시궁창을 찾아서 스스로 들어갈 필요가 있을까요?”


시궁창이라.

그 말에는 이반도 동의를 했다. 얼마나 현실이 시궁창이면 마이너 중에 마이너 소재인 아포칼립스라는 게임이 현실에서 대히트를 쳤을까.


“이반님. 이것은 종말이나 지옥 따위가 아닙니다. 우리 플레이어들에게는 또 다른 인생이자 새로운 시작이죠. 저와 이반님이 힘을 합치면 이곳에 우리만의 왕국을 건설하는 건 일도 아닙니다.”


이준혁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이반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표정은 너무 자신만만해서 마치 너는 틀림없이 이 손을 잡을 거라는 확신이 담겨있는 듯 했다.

이반은 인정했다. 확실히 이준혁의 말 중 틀린 말은 없었고, 어떤 건 현명하다고까지 생각될 정도였다.

하지만 이반은 이준혁의 제안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뭐지?”


갑작스럽게 출입구 쪽에서 일단의 소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 소리가 너무 컸기에 이준혁조차 표정을 찡그리며 그곳으로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한명의 군인이 거기에 있었다.

그 군인은 뭔가를 잘못 먹은 듯 연신 검은 피를 토하고 있었다.


“커헉!”

“무슨 일이야!”

“모,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피를...”

“이런 시발. 의무병! 빨리 의무병 불러와!”


그것을 본 이준혁이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작됐군요.”


그제야 이반도 얼핏 몇 개의 장면들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이반은 게임 스토리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직 엔딩에만 관심이 있었던 그는 대부분의 스토리들은 대충 보고 스킵을 했었다.

하지만 그런 이반도 저 장면은 워낙 인상적이었기에 기억에 남았다.

이제 곧 저 군인은 죽는다.

꽤 끔찍하게.


“끄아악!”


고통스런 비명을 토하며 피를 토하는 군인. 의무병이 달려왔으나 이미 상황은 심각했다. 군인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몸을 팔딱거렸다.

그 모습은 죽음을 거부하는 산 자의 마지막 발악이었다..

의무병은 군인의 상의를 벗겼다. 그러자 으지직- 소리와 함께 군인의 갈비뼈가 위로 치솟았다.

일순간 흐르는 정적.


“커헉!”


다시 한 번 으지직.

그제야 상관으로 보이는 군인이 명령했다.


“모두 물러서! 떨어지라고 씨발!”

“끄아아아-”


푸확!


군인을 중심으로 피폭발이 일었다.

동시에 갈비뼈를 뚫은 하나의 식물줄기가 안에서부터 거침없이 치솟았다. 그것은 이름 모를 식물이었다. 하지만 이것이 몬스터의 일종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치, 침공이다!”


동시에 벙커에 비상벨이 시끄럽게 울렸다. 완전무장한 군인들이 순식간에 식물을 감쌌고, 겁에 질린 시민들은 바퀴벌레처럼 반대편 구석으로 사사삭 모여들었다.

식물은 자란지 30초도 되지 않아 벌써 열매를 맺고 있었다. 그리고 1분도 채 되지 않아 열매 속에서 처음 보는 괴물들이 튀어나왔다.


“쓸어버려!”


투다다다!


급히 달려나온 사단장의 명령에 사십 명이나 되는 군인들이 일제히 방아쇠를 당겼다. 괴물들은 모두 쏟아지는 총탄세례에 벌집이 되고 말았다.

허나 열매가 맺고 부화하는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죽어나가는 괴물보다 부화하는 괴물들의 숫자가 더 많았다.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이따 뵙죠.”


이준혁의 손에는 어느새 날렵한 카타나가 쥐여져 있었다. 씨익 미소지은 그는 조금의 경험치라도 뺏길 수 없다는 듯이 곧바로 전투에 합류했다.

이반 역시 가넬링을 빼들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곳을 떠나려고 했으나 생각이 바뀌었다. 이곳에서 돈보다더 중요한 것이 바로 경험치와 레벨이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이반이 아니었다.


키에에!


군인들의 바리케이트는 뚫린 지 오래였다. 군인들은 괴물들과 뒤섞여 난전을 펼치고 있었고 어느새 그가 있던 A구역까지 괴물 몇몇이 다가오고 있었다.


사악.


그러나 그들은 이반의 대검에 의해 모조리 고깃조각이 되었다.


‘오크보다 적군.’


이반은 들어오는 경험치를 보고는 그렇게 생각했다. 적지도, 그렇다고 많지도 않은 애매한 경험치였다.

이반은 고개를 돌려 군인의 시체를 양분삼아 자라고 있는 식인식물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과연 저 식물은 어느 정도의 경험치를 줄까.

이반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잘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거대한 대검을 한손으로 풍차처럼 휘두르며. 식인식물을 향해 돌진했다. 그의 앞을 가로막는 것은 뭐든지 찢겨나갔다.

괴물들과 뒤엉켜 싸우고 있던 군인들조차도 화들짝 놀라며 몸을 피했다.


쾅! 쾅!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느낀 것일까. 식인식물은 촉수같은 줄기들을 사방으로 뻗어 바닥에 널린 시체들에게 냅다 꽂았다.

그리고 체액을 쪼옥쪼옥 빨아들였다. 빨려 들어간 양분은 한곳에 모이더니 곧 하나의 열매를 맺었다. 그 열매는 다른 열매와는 크기부터가 달랐다.

어느새 이반은 식인식물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동시에 열매가 부화했다.


쿠워어어어!


마치 거대한 고릴라를 닮은 괴물이었다.

그것은 바닥에 착지하자마자 곧바로 이반에게 돌진했다.


쿵! 쿵!


강철처럼 두꺼운 각질을 몸에 두른 괴물의 돌진은 그 자체로도 엄청난 포스를 풍겼다. 하지만 이반은 묵묵히 그것을 바라보다가 몸을 웅크렸다.


“스트렝스-”


모든 것을 강화하는 엘리멘탈 스톤의 힘. 이반은 자신의 어깨를 강화시켰다. 격돌 직전, 이반은 진각을 밝는 동시에 어깨로 괴물을 들이받았다.


콰앙!


엄청난 충격파가 벙커를 휩쓸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토마토처럼 터져버린 괴물의 시체조각이 하늘에서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남자라면 다가오는 도전을 피하지 않는 법이지.”


이반은 약간 뻐근해진 어깨를 두 번 돌림으로써 불편함을 해결했다. 그는 다시 대검을 들고 식인식물을 바라봤다.

5M는 넘을 듯한 크기였으나 이반의 앞에선 그 크기도 무용지물이었다. 어느새 이반의 옆에는 이준혁이 있었다.

괴물의 피로 샤워를 한 것 같은 그는 웃으며 이반에게 식물을 양보했다. 그것을 거절할 이반이 아니었다. 양보하지 않았더라면 힘으로 뺏었겠지만 어쨌든.


“스트렝스-”


이반은 대검을 강화했다. 어스름한 보랏빛이 그의 가넬링을 감싼다. 이반은 온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강철처럼 단단했던 식인식물의 줄기가 사선으로 갈라지며, 천천히 옆으로 쓰러졌다.


푸확.


동시에 줄기 안에 가득 흐르던 붉은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다. 벙커는 곧 짙은 피비린내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음.”


이반은 괴물의 피와 살점으로 더러워진 코트를 보며 이맛살을 구겼다. 이 코트는 좋은데 방수가 아니라는 점이 살짝 아쉬웠다.


“왜요? 경험치가 별로였습니까?”


언제 온 것인지 이준혁이 그를 보며 물었다. 이반은 고개를 저었다. 고릴라 괴물과 식인식물의 경험치는 생각했던 것보다 짭짤했다.

다만 너무 일찍 끝낸 것 같아서 그게 조금 아쉬웠을 뿐이다.

이반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준혁과 군인들의 분전에도 불과하고 사상자는 많았다.

아무리 강화인간이라고는 해도 군인들이 가진 현대무기로는 괴물들에게 제대로 된 타격을 주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괴물들의 숫자가 워낙 많기도 했고.

거기에 이찬성과 수색대의 부재 또한 한몫했다. 벙커의 전투력 대부분을 차지했던 그들이 죽고 없으니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다.

이반은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 익숙한 얼굴의 사단장이 차디찬 시체가 되어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무법지대나 다름없는 이곳에서 유일한 구심점이던 사단장이 죽었다. 이 벙커의 수명은 그것으로 완전히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사단장을 대체할 사람이야 또다시 나타나긴 하겠지만.


“...피냄새.”


그 전에 이곳은 다시 한 번 쑥대밭이 될 것이다.

이반은 간단히 짐만 챙겨서 폐허가 된 벙커를 빠져나왔다.

침공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자 그들이 남긴 식량들은 그곳에 버젓이 남게 되었다. 자연히 그것을 두고 살아남은 자들 간에 다툼이 일어났다.

조금 전까지 두려움에 떨던 사람들이라고는 볼 수 없는 행동력.

그들에게 있어서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괴물들이나, 식량을 뺏겨 굶주려 죽으나. 죽음의 무게는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쯧쯧. 저러지 말고 도망가야 될 텐데. 하기야 밤이 되면 피냄새를 맡은 몬스터들이 우르르 몰려올 거라는 걸 저자들이 알 리가 없지.”


이반은 옆을 바라보았다. 언제 벙커를 나왔는지 이준혁이 옆을 나란히 걷고 있었다.


“뭐야. 왜 따라와?”

“왜긴요? 아직 이반님의 대답을 듣지 못했잖습니까.”


아. 그랬지. 이반은 이준혁이 했던 제안을 떠올랐다. 같이 파티를 맺어 이곳에 자신들만의 왕국을 건설하자는 제안이었다.

하지만 그전에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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