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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님의 서재입니다.

종말을 살아가는 절대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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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작품등록일 :
2019.10.03 21:33
최근연재일 :
2019.10.10 20:30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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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9
추천수 :
43
글자수 :
57,388

작성
19.10.03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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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3화

DUMMY

3화


악마와 소장의 생각이 충돌해, 움직임이 느려지는 그 순간.

그때가 바로 기회였다.


뚝. 뚝.


이반은 정면에 있는 악마의 눈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녀석의 눈은 놀람으로 동그랗게 떠있었다. 아니. 그것은 놀람이 아니었다. 끔찍한 고통이었다.

이반은 씨익 웃어주었다.

어느 순간 악마의 움직임은 멈춰있었다.

이반의 팔은 어느새 소장의 입속에 깊숙이 처박혀 있었다. 팔뚝에 소장의 이빨이 닿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대로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끼아아!]

“어어억!”


내장을 움켜쥐자 악마와 소장이 동시에 고통스런 비명을 내질렀다. 이반은 그 상태로 대검을 휘둘렀다. 거대한 크기였지만 한손으로 휘두르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그는 모든 스탯을 힘에 투자한 올힘캐릭이었으니까.


푸확.


고통에 경직된 악마는 대검을 피하지 못했다. 악마의 굵은 목줄기에 거대한 검이 틀어박혔다. 이반의 얼굴에 검은 피가 팍! 하고 튀었다.

하지만 여전히 목은 잘리지 않고 붙어있었다.


퍽! 퍽! 퍽!


그래서 이반은 도끼마냥 대검을 계속 내리찍었다. 그렇게 몇 번을 더 내리치자 그제야 악마의 머리가 떨어져 나갔다.

이반은 악마의 머리를 집어서 인벤토리에 넣었다. 이건 나중에 쓸데가 있었다.


“으어어...”


몸의 주인인 악마가 죽었지만 소장은 죽지 않았다. 그는 입을 연신 꾸물거리며 이반에게 어떤 말을 하려고 했다.

몸과 정신을 장악하던 악마가 죽어서일까.

소장은 아까처럼 이성을 잃은 모습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반에게 그딴 것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건 경험치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는 사실. 오직 그것뿐이었다.


“으어? 어?”


이반은 대검을 들어올렸다. 소장이 다급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말했지만 그 전에 대검을 내리쳤다.

피와 살점이 다시 한 번 연구소 바닥을 적셨다.


“음.”


그제야 들어오는 경험치.

경험치를 확인한 이반은 만족스런 얼굴로 검을 털었다. 그래도 나름 던전의 보스라서 경험치가 꽤나 짭짤했다.

하지만 이제 얻을 아이템에 비하면 이건 새발의 피였다. 이반은 소장의 목에 걸려있던 사원증을 챙겼다.

그리고 뒤쪽에 벽면을 조심스레 더듬었다. 손가락 끝에 툭 튀어나온 벽면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것을 적당한 힘으로 눌렀다.


지잉-


벽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숨겨진 장소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책상 위에 소장이 적은 것으로 보이는 일기가 보였다.

소장의 인생사와 다음 퀘스트로 가는 실마리가 담긴 아이템이다. 하지만 이반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

그는 일기 옆에 놓인 보석을 바라보았다. 보석은 보라색의 빛을 머금고 있었다. 이것의 이름은 엘레멘탈 스톤. 특수한 속성의 힘을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이반은 그것을 집어 들었다.

그러자 보석이 스르르 녹아내리더니 이반에게 흡수되었다.


“좋군.”


이반은 만족스런 표정으로 웃었다.


#


이반이 흡수한 엘레멘탈 스톤의 속성은 ‘강화’다.

말 그대로 무엇이든지 일시적으로 강화시킬 수 있었는데 예를 들어 검을 강화시켜 절삭력을 키운다던지 방어구를 강화시켜 방어력을 올린다던지 할 수 있었다.

노말모드 시절, 이반이 게임을 빠르게 클리어한 데에도 이것의 도움이 컸다. 그래서 이것만큼은 반드시 얻고 싶었다.

아무튼 이반은 다시금 얻게 된 보상에 기분이 좋았다.

벙커에 돌아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저씨!”


이반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곧바로 이은혜가 그를 찾아 왔다.


“아, 아버지는요?”


코앞까지 순식간에 달려온 이은혜는 숨을 연신 헐떡이고 있었다. 이반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주먹을 내밀었다. 주먹 안에는 그가 가지고 온 소장의 사원증이 쥐여 있었다.


-소장 이태성-


명찰에는 아직까지도 핏자국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이은혜는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받아들었다.


“내가 갔을 땐 이미 늦어 있었다.”


이은혜의 몸이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녀는 사원증을 끌어안은 채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 멀거니 그녀를 바라보던 이반은 그곳을 벗어났다.

이반은 위로 같은 따뜻하고 인간적인 행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또한 그는 상대방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안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이반은 SUV 차량 뒷자석에 들어가 벌러덩 드러누웠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


“중대장님! 사단장님의 아드님이 사라졌습니다!!”

“뭐? 뭔 개소리야?”


벙커 내에서 사단장 다음으로 권력을 가진 중대장, 이찬성 대위.

그는 부하의 보고를 듣자마자 멘탈이 바스라지는 것을 느꼈다.

벙커 내부는 한순간에 혼란에 빠졌다. 벙커의 지도자이자 제일 권력자인 사단장의 아들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사단장은 곧바로 벙커 내부의 전체적인 수색을 명령했다.

가만히 있던 시민들에게는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어쩌랴. 그들에겐 거부권이 없었다.

이들에게 사단장은 식량을 나눠주는 대지이자 물을 주는 샘물이었다. 그냥 간단하게 말해서 갓(God)이라는 소리. 신의 명령에 시민들은 군말 없이 수색을 시작했다. 하지만 벙커 내부 어디서도 아이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가 실종된 지 하루가 되었다. 이제는 모두가 확신했다. 아이는 이곳에 없었다. 밖으로 나간 것이다.


짜악!


사단장의 손이 대위, 이찬성의 뺨을 휘갈겼다.


“이런 등신같은 새끼! 경계를 얼마나 좃같이 섰으면 이딴 일이 일어나는 게야?”

“죄, 죄송합니다.”

“죄송? 이런 개같은 새끼.”


사단장은 그대로 이찬성의 배를 걷어찼다. 그리고 죽일듯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잘 듣도록 하게. 만약 내 아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기라도 하면. 죽을 각오는 미리 해두는 게 좋을 거야. 알았나?”


사단장은 이찬성의 대답도 듣지 않고 몸을 돌렸다. 그가 막사로 들어가자 이찬성은 배를 매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변을 둘러보니 시민들이 힐끔거리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그지같은 새끼들이! 뭘 쳐다봐?”


이찬성의 일갈에 사람들은 재빨리 차 안으로 흩어졌다. 이찬성은 바닥에다 침을 퉤! 하고 뱉었다. 침에 피가 조금 섞여있었다.

얼마나 세게 맞았는지 아직도 입안이 아려왔다.


“이런 시발.”


그때 누군가가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괜찮습니까, 이 대위님?”


이찬성은 옆을 보았다. 말끔하게 생긴 청년이 그곳에 있었다. 청년의 이름은 이준혁으로 각성자였다.

각성자. 특별한 힘을 가진 사람들.

아무리 개차반 같은 성격의 이찬성일지라도 그를 함부로 대하지는 못했다.


“괜찮습니다. 신경쓰지 마십쇼.”

“후우. 어쩌다 벙커에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습니다.”

“.....”


이찬성은 대답이 없었다.

사실 그는 이준혁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이준혁은 선한 성격으로 군인, 일반인 할 거 없이 서로를 챙겼다. 당연히 벙커 내 모든 이들이 그를 좋아했고, 벙커 내 입지도 그만큼 탄탄했다.

그래서 이찬성은 그가 선행을 베풀 때마다 위선을 떤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 대가없는 선행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


‘지금 같은 시대에 자신보다 남을 더 생각한다고? 웃기고 자빠졌네. 가만 보면 저런 새끼들이 앞에선 착한 척하고 뒤에선 더 쓰레기라니까.’


이찬성은 자신만의 망상에 사로잡혔다.


‘거기다 각성자가 강해봐야 얼마나 강하다고. 하나같이 벌벌 떨기는.’


“캬악. 퉤!”


현재 이곳에 있는 군인들은 전부 강화인간들이었다. 각성자들처럼 마법을 사용한다던가 특별한 힘을 사용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순수육체능력만큼은 그들을 넘어설 것이라고. 이찬성은 자부했다.


“사단장님은 뭐라십니까?”


이찬성이 이준혁을 보며 물었다. 이준혁이 사령실에서 나오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이에 이준혁은 웃으며 대답했다.


“수색대를 꾸리라고 하십니다.”

“하!”


이찬성은 너무 어이가 없던 나머지 실소를 터트렸다. 결국 불길한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그놈의 애새끼가 뭐라고. 사단장은 미친 것이 분명했따.


“그래서 뭐라고 하셨습니까?”

“뭐라고 하긴요. 당연 알았다고 했죠. 한 개의 소대와 대위님. 마지막으로 저까지. 이렇게 직접 수색대 편성도 해주셨습니다.”

“.....”


이찬성의 굳은 표정을 본 이준혁이 씁쓸하게 웃었다.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대위님. 지금 벙커 분위기도 좋지 않고, 어차피 해결은 우리가 해야 하고. 이번 기회에 시민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가봤자 얼마나 갔겠습니까? 아마 5분도 안 가서 찾을 겁니다.”


이준혁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시체든 뭐든 말이죠.”


이찬성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뭐? 시체가 뭐가 어째?’


하지만 이준혁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마치 자기가 한 말에서 어떤 위화감도 찾지 못한 얼굴이다. 이찬성은 그의 모습에서 어떤 괴리감을 느꼈다.

평소 그가 알던 이준혁이 아닌 것 같다고나 할까.


‘기분 나쁜 녀석.’


아무튼 이준혁의 설득은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맞는 말이다. 애새끼가 가봤자 얼마나 갔겠는가. 이런 일일수록 신속하게 끝내는 것이 좋았다. 이찬성은 서둘러 수색대를 모았다.


“다 모였군.”


어느새 그의 앞엔 열 명의 군인들이 도열해 있었다. 완전무장을 마친 그들의 손에는 소총과 가죽쪼가리가 하나씩 들려있었다. 바로 이반이 수확해 온 거대도마뱀의 가죽이었다.

이찬성도 마찬가지로 가죽을 들고 있었다. 뒤집어쓰고 다니는 것은 심히 역겨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몬스터들의 위협에 노출되는 것보다는 백배 나았다.


“자. 출발!”


이찬성은 힘차게 외치며, 밖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


이반은 차 안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아무리 올힘캐라 체력이 높다한들 휴식은 필요한 법이다. 연구소의 전투는 그에게 많은 피로감을 주었다. 그래서 이반은 눈을 감자마자 뻗어버렸다.

당연히 현재 벙커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반은 알지 못했다.

잠시 후, 이반은 소란스러움에 눈을 떴다.


바스락-


제일 먼저 그를 반긴 것은 비닐소리였다. 이반은 눈을 내렸다. 손등 위에 눈에 익은 초코바 하나가 놓여있었다.

꾸깃꾸깃 구겨진 비닐과 깨작거리며 녹여먹은 이빨자국. 이은혜를 떠올린 이반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에 여러모로 힘들 텐데도 그녀는 약속을 지켰다.


퉁퉁.


그때 누군가가 창문을 두드렸다. 고개를 돌리니 창밖에 한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이반도 익히 아는 얼굴, 사단장이었다.


“웬일이오?”


사단장의 방문은 무척 의외였기에 이반은 물을 열자마자 물었다.


“부탁을 하나 하고 싶네.”

“부탁?”

“그래. 부탁.”


사단장은 여태까지 많은 부탁을 해왔다. 많게는 주변 몬스터 정리부터 적게는 생필품 수확까지. 자질구레한 일들을 이반에게 맡겼다. 그리고 그때마다 이반은 그것을 완벽하게 해결했다.

당연히 공짜로 도와준 건 아니고 그에 따른 대가도 철저히 받았다.

이런 관계가 근 열흘째.

이반에 대한 사단장의 신뢰는 절로 높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지금 내 아이가 사라졌네. 부하들을 시켜 벙커 안을 샅샅이 뒤졌는데 발견하지 못했어. 아무래도 밖으로 나간 것 같은데...자네가 좀 나서서 찾아주게.”

“.....”

“아! 물론 공짜로 부탁하는 건 아닐세. 이것도 당연히 거래지. 어떤가. 이번에도 당연히 들어주겠지?”


사단장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이반의 입장에선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부탁은 게임 시스템 중 하나인 ‘퀘스트’에 속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의 경험치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경험치가 나름 쏠쏠했다.

거기에 실종된 대상 또한 어린 아이이다. 멀리 가지는 못했을 터. 이반은 거저 먹는 퀘스트라고 생각했다.

고민을 끝낸 이반이 입을 열었다.


“들어주는 건 어렵지 않은데. 궁금한 게 있소.”

“뭔가? 서둘렀으면 좋겠는데. 시간이 많지가 않아서 말이야.”


지금 이 순간에도 사라진 아이가 몬스터에게 쫓기고 있을 수도 있다.


“미안하지만 이건 내게도 중요한 문제라서. 만약. 아이가 잘못됐을 경우엔 어떻게 되는 거요?”

“그건...”


이런 종류의 퀘스트는 실패 시 패널티도 철저히 따져보고 결정해야 했다. 이반의 물음에 사단장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지. 아이가 잘못된 게 그대의 탓이 아니니까. 하지만 나는 내 아이가 아직 살아있다고 믿고 싶네. 그러니 그대도 그렇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군.”


이 말은 즉, 패널티 따위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뜻.

이반의 얼굴에 만족스런 미소가 맺혔다.


“바로 출발하지.”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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