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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님의 서재입니다.

종말을 살아가는 절대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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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작품등록일 :
2019.10.03 21:33
최근연재일 :
2019.10.10 20:3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953
추천수 :
43
글자수 :
57,388

작성
19.10.0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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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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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6화

DUMMY

6화


“제기랄. 이게 무슨 도대체 냄새야.”


이찬성이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의 가벼운 언행에도 무거운 분위기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모두의 얼굴에는 옅은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하에 들어오자마자 시체 썩은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리고 눅눅함 사이에 섞여있는 역한 누린내.

이곳에 무언가가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연스레 이들의 움직임은 신중해졌다. 오직 맨 선두에 선 이반만이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할 뿐이다.

수색대는 현재 어두운 지하도를 통과하고 있었다. 지하는 조금의 빛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다행히도 수색대는 야간투시경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이반은.


“나이트비전.”


이번에도 악마사냥꾼 전용 스킬을 사용했다.


“...뭐? 이런 상황에 나이트?”


옆에 있던 이찬성이 표정을 찌푸렸지만 이반은 무시했다. 그들은 이제 지하도를 지나 개찰구를 넘었다.

이따금 보이는 뼈 잔해와 널브러진 옷가지를 제외하고는 발견된 것은 없었다. 그러다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발견했다.


“...내려갑니까?”


군인 한명이 잔뜩 긴장한 음성으로 물었다. 도저히 못 내려가겠다는 뉘앙스가 느껴지는 목소리다. 모두가 그의 마음을 이해했다.

밑에서 피비린내가 진하게 풍겨오고 있었다. 무언가가 있다면 틀림없이 바로 저 밑에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이찬성도 잠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거침없이 에스컬레이터를 밟고 내려가는 이반 때문에 결국 수색대도 따라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곧 승강장의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철도에는 운행이 정지된 열차가 초라하게 서있었는데 열차의 칸마다 뼈들의 잔해가 산처럼 쌓여있었다.

인간의 뼈, 오크의 뼈, 그리고 기타 몬스터들의 뼈.

그것을 본 수색대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미, 미친...”

“완전 지옥이잖아...?”


누군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그 소리가 조용한 적막을 깨고 승강장을 크게 울렸다. 그때 이찬성은 낯설지만 익숙한 냄새에 표정을 굳혔다.

이반의 입에서 담뱃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이런 미친새끼가! 당장 담배 안 꺼?”

“내게 명령하지 마라.”

“.....”


순간 이찬성은 할 말을 잃은 채 벙찐 표정을 지었다.


“아니. 지금 그런 말도 안 되는 개소리를 할 때가...”


이찬성은 치밀어오르는 살의를 꾹꾹 참았다.

그때 열차의 마지막 칸을 수색하던 박 하사가 그에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이찬성님. 이쪽입니다.”

“왜?”

“아무래도 찾은 거 같습니다.”


이찬성의 머릿속에 이반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는 즉시 박 하사의 뒤를 따라갔다.

이미 그곳엔 군인들이 사주경계를 실시하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는 한 구의 시체가 있었다.

이찬성은 시체의 옷가지와 뼈의 크기, 그리고 얼굴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틀림없군. 시발.”


이찬성은 박 하사를 보았다. 아이의 옷가지만이라도 수습할 생각이었다.


“...뭐하는 거야? 박 하사?”


그런데 박 중사의 상태가 조금 이상했다. 몹시 겁에 질린 듯,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처음 보는 모습에 이찬성은 그에게 다가갔다.


푸확!


동시에 박하사의 배가 갈라지며 다량의 피가 이찬성에게 튀었다.


“끄어어어어억!”

“.....”


고통에 찬 표정의 박 하사가 점점 위로 올라갔다. 이찬성은 멍한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박 하사의 배를 관통한 하나의 팔. 이내 박 하사는 두 갈래로 찢겨져 나갔다.

이찬성은 곧바로 뒤로 몸을 날렸다. 그 공간을 괴물의 거대한 주먹이 가르고 지나갔다.


“트, 트롤이잖아?”


3m의 덩치를 가진 거인을 보며 한 군인이 소리쳤다.

그에 수색대원들의 대응은 침착했다. 이찬성이 뒤로 빠지는 것을 확인하자 그들은 전부 트롤을 향해 소총을 내갈겼다.


“꾸와아악!”


퍼부어지는 총알세례에 트롤은 분수처럼 이곳저곳에서 피를 뿜었. 하지만 정작 확실한 데미지를 주지는 못했다.

트롤이 움직였다. 그 움직임은 놀랍게도 사람보다도 빨랐다.


“커헉!”


아무렇게나 휘두른 트롤의 팔이 가까이 있던 대원의 머리를 때렸다. 주먹은 방탄과 그 안의 두개골까지 단번에 으깨버렸다.

상상도 할 수 없는 힘.

트롤은 다시 훌쩍 뛰어올라 다른 대원의 다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를 방망이처럼 마구 휘둘렀다. 재수없게 근처에서 총을 난사하던 대원이 그것에 맞고 날아갔다.

순식간에 넷의 군인이 목숨을 잃었다.

이찬성은 최대한 뒤로 빠졌다. 오크와 달리 트롤은 차원이 다른 강함을 가진 몬스터였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도망가야 했다.


“꾸룩.”


트롤은 방망이로 쓰던 대원을 물어뜯었다. 그리고 나머지 조각은 버렸다.


“으으...”


산전수전 다 겪은 정예들도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찢겨진 군인이 자신의 동료였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항거할 수 없는 힘에 대한 무력함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이 둘만으로도 그들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트롤은 음흉한 눈빛으로 그것을 즐겼다.


“끼룩!”


그때 이상한 인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공포에 떨긴 커녕 똑바로 자신을 보고 있는 인간. 트롤은 그에게 달려들었다.

이반은 공중으로 치솟은 트롤을 멀거니 바라봤다. 그리고 대검을 꺼냈다.


‘트롤. 재생력이 가히 신에 그것에 필적한다는 괴물.’


스트렝스- 이반은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의 대검이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연구소에서 얻은 엘리멘탈 스톤(강화)의 힘. 이반은 대검의 절삭력을 강화했다.

그는 양손으로 대검을 쥐고 그것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쳤다.

대검의 날이 트롤의 손바닥을 파고들고 살을 갈랐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검은 그대로 트롤의 몸속으로 밀고 들어가 근육, 지방, 심장, 뇌까지 차례로 갈라버린 뒤에야 움직임을 멈췄다.


촤악!


반으로 갈라진 트롤의 몸이 바닥에 널브러졌다.


쨍그랑.


동시에 이반의 손에 들려있던 대검이 산산이 깨졌다. 내구도가 다 된 것이다. 이반은 손잡이만 남은 검을 뒤에다 던졌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


조금 전과 다른 의미의 침묵이 승강장을 감쌌다.

살아남은 군인들은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그저 멍청하게 입만 벌릴 뿐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제대로 움직이고 있는 건 오직 이반이 유일했다.

이반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트롤의 팔에 맞아 피떡이 된 군인이 보였다. 그는 군인의 허리춤에서 수통을 꺼내 그곳에다 트롤의 피를 담았다.


“.....”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던 이찬성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이반에게 조금씩 다가갔다. 그때 이반은 트롤의 피를 모두 담고, 아이의 옷가지를 수습하고 있었다.

이찬성은 이반의 뒤통수에 총구를 가져다댔다.


“동작그만. 손 때. 이 새끼야.”

“.....”


거짓말처럼 멈추는 이반의 움직임. 그 모습을 보며 이찬성은 미소를 지었다.


“어떤 명령도 듣지 않는다더니. 대가리에 쇳덩이 하나 얹으니 잘만 듣는군. 흐흐.”

“...이게 무슨 짓이지?”

“무슨 짓이긴? 위험분자를 제거하는 일이지.”


이반은 기감을 넓혀 주변을 살폈다. 하나 둘 충격에서 벗어난 군인들도 이찬성과 마찬가지로 그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다.

사전에 얘기가 다 된 상황이라는 거다.


“내가 왜 위험분자라는 거냐?”

“킥. 몰라서 묻냐? 이 새끼가 우리를 등신으로 보는 거야, 뭐야?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여기까지 아이를 데리고 올 수 있는 사람이 너 말고 누가 있나? 설마 아이가 혼자서 여기까지 걸어왔다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

“그리고 아이가 사라진 그 날. 벙커를 나간 사람은 오직 너 뿐이다. 또 너는 갈림길이 있음에도 이곳으로 왔고, 아이의 흔적을 맨 처음 발견한 것도 너지. 어때? 묘하게 상황이 딱딱 떨어지지 않아?”

“그렇군.”


이반은 순순히 그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찬성은 그것이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네 개의 총구가 자신을 향하고 있음에도 이반의 얼굴엔 별 다른 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십새끼. 뒤지기 직전에도 센 척이군. 뭐. 상관없지.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어차피 일이 끝나면 널 죽여 버릴 생각이었다. 바깥이니까 사단장의 눈치를 안 봐도 되고. 이런 기회를 우리가 놓칠 수 있겠어?”


사실 아이를 납치한 것이 정말 이반이라는 사실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모두 다 명분일 뿐이다.


“이런. 너무 신나서 말이 길었네. 그럼 잘 가라, 사냥꾼”


이찬성은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방아쇠가 천천히 당겨지며 공이가 탄피의 후면을 강하게 때렸다.


타앙-


하지만 이반의 머리는 그 자리에 없었다. 이찬성은 이반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으며 총을 난사했다.


“갈겨!”


주변을 포위하고 있던 대원들 역시 방아쇠를 당겼다. 이반은 빠르게 달리며 코트를 들어올렸다. 퍼부어진 총알세례가 코트를 파고든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총알은 코트를 뚫지 못했다.

이반은 그 상태로 재빨리 기둥 뒤로 몸을 숨겼다.


“시발. 방탄코트냐?”


이반이 재빨리 코트의 방어력을 강화시킨 것임을 모르는 이찬성은 못내 아쉬움에 입술을 깨물었다. 한 번에 보냈어야 했는데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그가 아무리 강해봐야 피육으로 만들어진 인간일 뿐이다.

무적이 아니란 뜻이다.

거기다 트롤과 싸우느라 대검도 부러졌으니 상황은 여전히 수색대에게 유리했다.


“천천히 압박해라.”


하지만 이찬성이 까맣게 잊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이반에게 무기는 검만이 아니었다.


탕! 탕!


권총이 불을 뿜었다. 동시에 대원들의 머리가 수박처럼 깨져나갔다. 당황한 그들이 대응사격을 했지만 이반은 다시 코트로 몸을 가렸다.

결국 승강장에 서있는 것은 이찬성이 유일했다.


“이, 이런 비겁한 씹새끼! 총 버리고 1대1로 붙어보자!”


그는 허리춤에 있던 마체테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주변을 경계했다. 또 기둥에 숨은 건지 이반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큭. 누가 비겁하다는 건지 모르겠군.”


오직 이반의 목소리만이 승강장 내부를 울렸다.

그때 어디선가 뼛조각이 날아와 이찬성의 머리에 부딪혔다.


“이런 개새...!”


충격에 비틀거린 이찬성이 재빨리 중심을 잡았다. 하지만 그는 움직임을 멈췄다.

똑바로 보였던 세상이 갑자기 암흑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그의 발에 무언가가 밟혔다. 그것은 다름 아닌 뼛조각에 맞아 산산조각난 야간투시경의 잔해였다. 이찬성은 그제야 형용할 수 없는 두려움이 전신을 압박해옴을 느꼈다.


“사람의 오감 중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감각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나?”


저벅. 저벅.


어디선가 발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어두운 나머지 정확한 방향을 알 수 없었다.


“바로 시각이다.”


이찬성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달아나고 싶었다. 그러나 어디가 출구인지 알 수 없었다.


“팔을 벌리고 어정쩡하게 움직이는 꼬라지가 참 재미있군.”


이반은 이찬성의 주위를 계속해서 맴돌았다. 그 사실을 모르는 이찬성은 점점 공포에 잠식되었다.

싸움은 끝났다. 이것은 더 이상 싸움이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결말은 이미 정해진 것. 이찬성은 결국 미쳐버리고 말았다.

이반은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비명을 지르며 마체테를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이찬성의 뒤통수를 강하게 때렸다.

빠악! 소리와 함께 이찬성의 방탄헬멧이 움푹 들어갔다. 그 안이 어떻게 됐는지는 굳이 확인해볼 필요도 없었다.

이반은 쿨하게 발걸음을 돌렸다.


#


“오. 경험치가 제법 들어왔잖아?”


지하철역 바깥.

보도블럭에 앉아 담배를 피던 이반이 탄성을 내뱉었다. 이 지역의 보스급이라 할 수 있는 트롤을 잡아서인지 많은 경험치가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잠시 후, 이반은 이 경험치들 중 일부는 수색대원들과 이찬성에게서 얻은 것임을 깨달았다.


“음.”


이런 부분만 보면 정말 이곳이 게임 속이라는 것이 자각되었다.

만약 이반이 살인을 즐기는 사이코패스였다면. 굳이 위험한 몬스터가 아닌, 사람들을 죽여서 경험치를 얻지 않았을까.

이반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어느새 어둠은 가시고, 푸르른 여명이 죽어버린 도시를 밝히고 있었다.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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