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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님의 서재입니다.

종말을 살아가는 절대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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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작품등록일 :
2019.10.03 21:33
최근연재일 :
2019.10.10 20:3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948
추천수 :
43
글자수 :
57,388

작성
19.10.0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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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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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5화

DUMMY

5화


그 정체는 다름 아닌 거대도마뱀의 가죽을 뒤집어 쓴 이반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대검을 휘둘렀다.

무아지경.

풍차마냥 무자비하게 휘둘러지는 대검을 오크들은 감당하지 못했다. 탄환까지 막아낸 판금갑옷도 그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이반이 검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오크들의 갑옷이 우지직- 소리를 내며 힘없이 우그러졌다. 물론 그 안에 들어찬 오크의 몸뚱이는 남아나지 못했다.

이반은 내친 김에 가죽을 집어 던졌다.

시야가 넓어지자 이반의 공격반경 또한 넓어졌다.


촤악.


어느새 그에게 덤벼드는 오크들은 없었다. 이반은 고개를 들었다.

피에 젖은 머리칼이 눈앞에서 흔들렸다. 온몸을 적신 오크들의 피비린내로 정신이 아찔해질 지경. 허나 이반은 웃었다.


“왜. 더 안와?”


취익-


그때 오크들 사이에서 한 마리의 오크가 걸어 나왔다. 툭 튀어나온 거대한 어금니의 위용과 큰 체구, 위압적인 기세를 보니 이 무리를 이끄는 족장이 분명했다.


“쿠롸르. 취라! 카!”


오크족장이 그를 향해 뭐라고 소리쳤다.

이반은 마주 대답했다.


“뭐라는 거야.”


동시에 그들만의 전투가 시작됐다. 족장은 이반 못지않은 거대한 무기를 쥔 채 달려들었다.


쿵. 쿵.


땅이 흔들렸다.

족장의 무기는 검이었다. 허나 날이 너무 상해서 검이 아닌, 거대한 톱을 연상케 했다. 스치기만 해도 연한 살가죽이 줄줄이 뜯겨져 나갈 것 같다.

이반은 적당한 긴장감을 느끼며, 대검을 위로 들어올렸다.


까앙-


족장의 검과 이반의 검이 큰소리를 내며 부딪혔다. 내려찍는 힘이 가미된 족장의 힘은 정말 강했다. 하지만 못 막을 정도는 아니어서 이반은 대검을 들고 버텼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코트 안에 숨겨놨던 권총, M1911을 꺼냈다.


타앙!


권총이 불을 뿜었다. 동시에 족장의 허벅지에서도 피가 솟구쳐 올랐다.


“취이이익!”


그곳은 갑옷으로 보호하지 못하는 곳이었다. 악마제 탄환은 단단한 근육을 두부처럼 찢어발겼다.

이반은 내친김에 방아쇠를 한 번 더 당겼다. 발출된 탄환은 똑같은 곳을 파고들어 박혀있던 탄환과 안쪽에서 충돌했다.


파악!


족장은 마침내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자연스레 족장의 머리가 낮아지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이반의 대검이 공간을 가로로 갈랐다.

족장의 머리가 하늘위로 치솟았다가 바닥에 떨어졌다. 이반은 권총을 다시 코트 속에 갈무리 했다.


“쉽네.”


이반이 오크들과 싸울 때 권총을 쓰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탄을 아끼기 위해서. 더 멀리 보자면 그만큼의 영혼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이반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사들만의 신성한 결투를 위해 경기장이 되어주던 오크들이 동요하고 있었다.


“뭐야. 설마 권총을 써서 비겁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 오크들의 표정엔 분노로 가득했다. 혹시나 오크들이 공포에 질려 도망갈까 걱정했던 이반으로선 오히려 다행인 셈.

이반은 다시 대검을 들었다.


#


이반은 길거리에 늘어선 수많은 폐차 중 적당한 것을 골라잡아 앉았다. 그리고 헝겊을 꺼내 검에 묻은 피를 닦기 시작했다.

이것도 악마중개상 제이크에게 구한 대검이었다. 하지만 워낙 이반이 험하게 다루는 바람에 현재는 날이 울퉁불퉁 망가져있었다.


“조만간 새 무기를 구해야겠군.”


마침 영혼도 많이 모였겠다- 대충 손질을 마무리한 이반은 등에 검을 고정시켰다. 그리고 담배를 빼어 물고는 상태창을 켰다. 한꺼번에 많은 오크들을 잡아서 그런지 레벨이 올라 있었다. 족장이 준 경험치도 나름 됐고.

누가 몹몰이를 해준 건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많은 몬스터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경우는 무척 드물었다.

이반은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이봐. 사냥꾼.”


그때 누군가가 그에게 다가왔다. 이반은 그의 얼굴을 스윽 쳐다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음? 뭐야. 살아있었나?”

“...뭐?”

“다 뒤져버린 줄 알았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늦게 나타날 걸 그랬군.”


이반의 말을 들은 이찬성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허나 이반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강화인간이라고 뻐기더니. 그래도 실력이 아예 없지는 않은가보지.”

“이런 시발놈이.”


이찬성은 붉게 물든 얼굴로 옆에 있던 박 하사의 M16을 뺐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반에게 겨눴다.

허나 이반은 표정하나 바뀌지 않았다. 그저 나직이 중얼거렸을 뿐.


“3초 안에 치우지 않으면 그 대가리를 박살내주마.”

“.....”

“3.”


이찬성은 이반의 차가운 눈빛과 마주했다. 절로 마른 침이 꿀꺽하고 넘어갔다. 농담이 아니다. 애초에 이반은 농담이란 것을 몰랐다. 그래서 그는 갈등했다. 물러서야 하나 말아야 하나. 뒤에서 부하들이 보고 있었다.


“2.”


이찬성의 호흡은 점점 거칠어졌다. 오크들과 마주했을 때보다 지금이 더 떨리는 것은 왜일까.


“1.”

“두 분 다 그만하십시오, 제발!”


그때 옆에 있던 박 하사가 둘 사이를 끼어들었다. 덕분에 이찬성은 못이기는 척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젠장. 빌어먹을 놈.”


바닥에 침을 거칠게 뱉고는 돌아서는 이찬성을 보며 이반은 피식 웃었다.

사실 이반과 벙커의 군인들은 사이가 무척 나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반은 자유분방한 성격을 가졌다. 당연히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았고, 원치 않는다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하지 않았다.

이런 고집스런 성격을 당연히 군인들이 좋아할 리가 없었다. 어디 군인들뿐이랴, 사단장과 이은혜를 빼고는 벙커의 모든 사람들이 이반의 제멋대로인 성격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이반은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았다.

이찬성이 화가 나는 것이 바로 그러한 태도 때문이었다.


‘무식한 사냥꾼주제에 거들먹거리기는.’


이찬성은 군인들의 보고를 받으며 계속해서 이반을 생각했다. 이반이 어떻게 이곳에 나타났는지는 딱히 궁금하지 않았다. 그가 움직였다는 건, 누군가가 그에게 부탁을 했다는 뜻이다.


‘보나마나 사단장이겠지. 제기랄. 우리들이 그렇게 못 미덥나?’


사단장을 떠올리며 짧게 욕지기를 내뱉은 이찬성은 힐끗 이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반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담배만 태우고 있었다.


‘병신. 귀신이라도 보는 모양이지?’


그게 상태창을 보는 것임을 모르는 이찬성은 속으로 이반을 비웃었다. 그러다 무슨 생각인지 이찬성은 이반에게 다가갔다.


“이봐, 사냥꾼.”

“...?”

“어차피 너도 우리처럼 사단장의 아이를 찾으러 온 거지?”

“그런데?”

“그럼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랑 같이 찾는 게 어때?”


이반은 고개를 들어 이찬성을 바라보았다.


“네 말은. 서로 협력을 하자는 얘기인가?”

“그래. 바로 그거야. 보기보다 말이 좀 통하는군?”

“왜? 니들 나 싫어하잖아.”

“사냥꾼. 우리는 군인이다. 군인은 명령에 복종하고 그 어떤 것보다도 상관의 명령을 우선시 해야 하지. 그러니 때로는 명령을 위해 감정을 죽여야 하는 일도 있는 법이야.”


대충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안다는 말이었다.


“네가 우리를 싫어하는 것처럼. 우리도 네가 싫다. 하지만 너의 강함은 인정해. 너도 혼자서 이 넓은 시내를 뒤지기에는 솔직히 시간이 부족하잖아. 어때? 잠깐의 사사로운 감정만 참는다면. 서로에게 그리 나쁜 조건은 아니지 않나?”


이반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좋아! 생긴 것만큼 결정도 화끈하군.”

“.....”


이찬성은 수색대를 모아 이반의 합류를 대원들에게 알렸다. 하나같이 이반을 반기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상관의 결정이라 어쩔 수 없이 따르는 모습들이다.


수색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시내가 워낙 넓었기에 잠까지 쪼개야 했다. 다행히 오후에 있었던 사건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시내에 자리 잡고 있던 오크부족도 괴멸되었기에 이제 눈치 볼 것도 없었다.

자연스레 수색에는 속도가 붙었다.

이반과 이찬성은 한 조가 되어 건물을 수색하고 있었다. 그때 앞서 가던 이찬성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사냥꾼. 어떻게 시내로 올 생각을 했지?”


이반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찬성의 물음이 정확히 어떤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젠장. 그러니까 내 말은. 중간에 갈림길이 있었을 텐데. 외곽으로 가지 않고 시내로 왔냐는 물음이었어. 혹시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싶어서.”


아. 그런 뜻이었나.

이반은 특유의 시니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별 이유 없다. 어제 외곽 쪽에 볼 일이 있어서 간 적이 있었는데 아이 같은 건 본 적이 없어서 이곳으로 온 거지.”


이찬성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어제라고?”


어제라면 사단장의 아이가 실종된 날이었다.


“그래. 무슨 문제라도 있나?”

“아니. 아니야.”


그 이후로 두 사람은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둘의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도 있고. 원래 이반 자체도 말이 많은 성격이 아닌지라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

이반은 다르게 생각했다.

마지막 대화 이후로 이찬성의 분위기가 묘하게 바뀐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자신에게 긍정적인 변화는 아닐 거라는 점은 확실했다.


‘뭐. 상관없지.’


이반은 어렵게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득이 되면 들어주고, 실이 되면 가차없이 잘라내며, 방해가 되면 아예 부숴버린다.

이게 바로 이반의 가치관이었다.


#


“이제 마지막 블록인데.”


이찬성은 딱딱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시내 전체를 뒤졌지만 아이의 옷가지는커녕 부패한 시체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여기에도 없다면 다른 지역구로 넘어가야 된다는 소리인데.

그곳은 어떠한 정보도 존재하지 않는 미지의 땅이었다.


“결국 외곽 쪽에 있거나. 아니면 여기에 있길 바라는 수밖에 없나.”


그렇게 중얼거린 이찬성은 가장 가까이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반은 시내의 끝부분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들과는 정반대로 수색을 해볼 참이었다.


저벅저벅.


그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이곳까지 온 적은 처음이다. 물론 노말모드의 엔딩을 봤기에 어떤 지역에서 어떤 적이 나올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직접 경험하는 현실은 엄연히 다른 법이다.


“음?”


그때 무언가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바닥에 무언가 떨어져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그것은 모자였다.

황동색으로 반짝이는 두 개의 별이 박힌 군모.

동시에 이반은 며칠 전에 봤던 사단장의 아들을 기억해냈다. 그때 아이는 해맑은 표정으로 머리에 이것과 똑같은 군모를 쓰고 있었다.

당연히 이게 그것이라고 백퍼센트 확신 지을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어떤 소득도 없었던 수색대에게 이 소식은 사막에 오아시스와도 같았다.

이반은 고개를 들었다.

군모는 정확히 지하철역 출구 바로 앞에 떨어져 있었다.


“.....”


이반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곳을 응시했다. 밑으로 이어진 계단은 마치 깊은 우물 안처럼 새까만 어둠에 잠겨 있었다. 이반은 이곳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시내 끝에 위치한 지하철역.

이곳엔 괴물이 살고 있다.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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