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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님의 서재입니다.

종말을 살아가는 절대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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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작품등록일 :
2019.10.03 21:33
최근연재일 :
2019.10.10 20:3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954
추천수 :
43
글자수 :
57,388

작성
19.10.03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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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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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3쪽

1화

DUMMY

1화


악마사냥꾼 이반은 코트를 들췄다. 폴리우레탄으로 특수 처리된 안감에 주렁주렁 매달린 탄창과 검은색의 권총 한 자루가 보였다. 이반은 권총 대신 그 옆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담뱃갑을 꺼냈다.


칙, 칙.


“후우.”


담배를 입에 문 이반은 걸음을 내딛었다. 이곳은 짓다 만 공사장이었다. 공사를 맡은 시공회사의 부도로 오랫동안 방치되어 사람이 다닌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안전제일이라 쓰인 안전모만이 여기저기 굴러다닐 뿐이다.


저벅저벅.


이반은 앙상하게 뼈만 남은 폐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흔한 달빛조차 없는 밤. 빛이라고는 이반이 물고 있는 담뱃불이 전부였다.

을씨년스런 기운이 이반과 공장을 감쌌다. 당장 뭔가가 튀어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

이반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걸었다. 폐건물에는 그의 구두소리만이 나직이 울려 퍼졌다.


우뚝.


계단을 오르던 이반이 문득 걸음을 멈췄다. 소리가 들렸다. 스스슥- 평범한 사람이라면 듣지 못하고 넘겼을 만큼 아주 작고 미세한 소리였다.

하지만 이반은 똑똑히 들었다. 옷깃이 스치는 소리였다. 이반은 소리가 났으리라 짐작되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 사람이 어둠 속에서 빠른 속도로 기어오고 있었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 네발로 기어오는 모습은 심히 기괴하기 그지없다.


“크와악!”


그는 곧바로 이반을 덮쳤다.


탕.


동시에 이반의 권총도 불을 뿜었다. 총에 맞은 괴인은 곧바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리고 고통스런 비명을 질렀다.


“으, 으히히.”


괴인은 정상이 아니었다.

눈의 흰자는 피처럼 붉었고 뽕이라도 맞은 것처럼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또한 팔다리가 비정상적으로 길었고 혓바닥도 쭈욱 내빼고 있었다.


“악마새끼.”


이반은 담배꽁초를 손가락으로 튕긴 후, 악마에게 다가가 머리에 총구를 들이밀었다.


“키키킥! 이, 이반. 나를 어떻게 찾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이미 늦었다! 이제 곧 종말이 올 거니까!”


악마는 피를 튀기며 발악적으로 외쳤다.


“너희 인류는 끝이다! 흐흐흐. 그분이 오시면 너희들은 모두 죽...”


퍽!


말을 하던 악마의 옆머리가 터져나갔다. 튀어나온 살점과 핏물이 반대편 콘크리트 벽에 흩뿌려졌다.


“종말은 이미 왔어.”


차갑게 말을 내뱉은 이반은 권총을 품속에 갈무리했다.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표정으로 계단을 올랐다.

마침내 옥상.

이반은 철근 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을씨년스런 밤하늘과 붉게 물든 만월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 거리가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깝게 느껴졌다.

달은 붉었다.

붉은 달은 재앙의 징조.

이반의 말대로 종말은 이미 시작되었다.

붉은 만월은 천천히 반으로 갈라졌다. 그 모습이 마치 붉은 머리의 악마가 아가리를 벌린 것 같다.

곧, 그 안에서 어둠의 존재들이 하나 둘 튀어나왔다.


키히히히!

크크크!


그들은 도심의 하늘을 날아다니며 인간들을 유린했다.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그것을 보고 있던 이반이 중얼거렸다.


“이제 겨우 튜토리얼 끝났군.”


그날. 인류는 악마들에게 패배했다.


***


이반은 게임을 즐겨하는 게임마니아였다. 그 중 제일 좋아했던 것은 단연 대작 중에 대작이라 불리는 아포칼립스라는 모바일 게임이었다.

아포칼립스는 싱글게임이다.

다른 온라인 게임처럼 경매장이나 랭킹이라는 시스템도 없으며, 당연히 남들과 만나서 같이 게임을 즐기지도 못한다.

하지만 이 게임은 방대한 세계관과 게임 플레이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에서 대박을 터트렸다.


아포칼립스는 멸망한 도심을 배경으로 생존하는 게임이다. 그리고 이반은 수많은 직업 중 ‘악마사냥꾼’이라는 직업을 골랐다.

이유는 딱히 없다. 그저 자신의 캐릭터를 전사나 마법사같은 흔한 직업으로 키우기 싫었을 뿐이다.

악마사냥꾼 특유의 멋과 유니크함도 한몫했다.

허나 사실 악마사냥꾼은 유저들 사이에서 제일 기피하는 직업이었다. 후진 것은 물론, ‘악사로 전직하면 절대 엔딩을 볼 수 없다.’는 밈까지 생길 정도로 조작도 어려웠다. 그럼에도 이반은 그 망캐를 가지고 게임을 꿋꿋이 플레이했다.

그리고 마침내.

아포칼립스가 출시된 이래, 제일 단시간 내로 게임을 클리어 해버리는 기록을 남겼다.

마지막 보스를 잡고. 떠오르는 엔딩 크레딧을 보며.

이반은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가 느낀 감정은 시원섭섭함이 아닌, 놀라움이었다.


“헬모드?”


아포칼립스는 끝나지 않았다. 그 뒤에도 헬모드라는 난이도가 더 있었던 것이다.


헬모드를 플레이하시겠습니까? 라는 시스템창의 물음.


이반은 당연히 망설이지 않고 'Yes'를 눌렀다.

이후, 눈을 떠보니 그는 악마사냥꾼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


악마사냥꾼이라는 직업이 무시당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퍼억!


아포칼립스는 현세의 악마들이 다른 차원의 게이트를 열어 이계의 괴물, 즉 몬스터를 소환하면서부터 본게임이 시작된다.

자연스럽게 플레이어는 몬스터를 사냥하며 강해진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푸확!


악마사냥꾼은 단어 그대로 악마를 사냥하는 사냥꾼이다. 그래서인지 악마‘만’ 잘 잡는다.

몬스터를 사냥할 때 필요한 특별한 스킬도 없으며, 그렇다고 다른 직업보다 기본적인 스탯이 추가적으로 붙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더 약했다. 악마사냥꾼의 장점이라고는 악마들에게만은 강하다는 것과 악마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오로지 이 두 개뿐이었다.


빠각!


하지만 이반에게는 그 두 개로도 충분했다.

그는 손에 쥔 거대도마뱀의 머리통을 바라보았다.

포악했던 흉성은 어디 갔는지. 도마뱀의 두 눈깔에는 이반을 향한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이반은 손에 힘을 주었다.

으드득-소리와 함께 도마뱀의 얼굴뼈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비틀렸다. 이반은 힘없이 늘어진 도마뱀시체를 벽에 던졌다.

그리고 곧바로 뒤를 돌았다. 어느새 접근한 오크 한 마리가 그곳에 서있었다.


취익?


이반은 오른손에 들고 있던 대검을 세로로 그었다.

머리부터 가랑이까지 반으로 쪼개지는 오크의 몸뚱이. 이반은 대검을 한차례 흔들어 피와 살점을 털어낸 후, 등에 고정된 검집에 대검을 꽂았다.

그리고 허리춤에서 짐승의 이빨을 꺼냈다.


으직. 으직.


이반은 짐승이빨을 이용해 도마뱀의 가죽을 벗겼다.

가죽을 벗기는 이반의 표정은 한결같았다. 무표정. 그는 늘 그랬듯. 무심한 동작으로 그 행위를 이어갔다.

이반의 가죽 벗기기는 그 이후로도 계속 됐다.


투두둑.


모든 가죽을 벗기고 나서야 이반은 허리를 폈다. 그는 습관적으로 담뱃갑을 꺼냈다. 안을 보니 남아있는 담배가 하나뿐이다.

제기랄- 짧게 욕설을 내뱉은 이반은 돗대를 꺼냈다.


후우-


담배연기가 스멀스멀 올라가 잿빛하늘에 닿았다. 이반은 고개를 들어 연기의 끝자락을 눈으로 쫓았다.

벌써 게임 속으로 들어온 지도 1년 하고도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그는 셀 수도 없이 많은 일을 겪었다.

악마사냥꾼으로 처음 눈을 뜨자마자 악마와 사투를 벌였고, 수많은 죽음을 눈으로 보았다. 죽은 뻔한 적은 셀 수도 없다.

그러면서 이반은 점점 깨달았다.

이곳은 게임이 아닌 현실이구나.

이곳에서의 죽음은 캐릭터의 죽음이 아닌 실제의 죽음이구나. 하고 말이다.


이 지옥 같은 곳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아포칼립스 헬모드’의 엔딩을 봐야했다.

그래야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그래서 이반이 제일 먼저 한 것은 강해지는 것이었다.

이곳은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니까.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이반은 이미 강해지는 법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게임을 했을 때처럼 이반은 모든 스탯을 힘에 투자했다. 악마사냥꾼은 민첩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반에겐 아니었다. 그는 누가 뭐래도 무조건 힘이었다.

덕분에 현재 이반의 힘은 일반적인 몬스터의 그것을 아늑히 능가했다. 악마사냥꾼으로선 최악이지만 생존에는 더없이 완벽한 몸이 탄생한 것이다.


질질질-


이반은 얻은 가죽을 질질 끌어 벙커로 향했다. 그곳엔 종말의 날에서 살아남은 인간들이 숨어 살아갔다.

벙커라 해봤자 지하에 위치한 지하주차장이 끝이다. 이반은 아파트 단지 내 구석에 위치한 계단으로 내려갔다.

퉁.퉁. 강철로 된 문을 두 번 두드리면서 이반은 입을 열었다.


“이반이오.”


문은 곧바로 열렸다. 문을 열어준 사람은 군인이었다.


“뭐하는 거요?”


그런데 권총을 들고 있었다. 이반은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네가 이반, 그 새끼란 증거를 대봐.”

“.....”


이반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3초 안에 치우지 않으면 머리통을 박살내주지.”

“...뭐?”

“3.”


이반의 위압적인 몸이 태산과도 같은 기세로 그를 압박해 왔다. 군인은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그의 말이 전혀 농담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보았던 이반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다.

군인 멋쩍게 웃었다.


“싸가지없는 태도를 보니 이반이 맞구만. 도, 도플갱어가 있다는 제보가 있어서 그런 거니 오해하진 말고. 하하...들어가게.”


이반은 곧바로 그를 지나쳤다. 뒤에서 조그맣게 씨부렁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이곳의 군인들은 모두 그를 싫어했다.

이반은 곧바로 사령실로 들어갔다. 사령실이라고 해봤자 두돈반 옆에 지어진 간이막사였지만 여기선 이렇게 불렀다.


“오. 이반.”


이반이 들어가자 안에 있던 사단장이 곧바로 아는 체를 했다.


“어제 요구한 몬스터의 가죽들이오.”


이반은 다짜고짜 중앙에 놓인 탁자위에 가죽들을 올려놓았다.

그걸 본 사단장은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이렇게나 많이...?”


몬스터의 가죽은 인간의 것보다 두껍다. 그래서 추위는 물론 걸치기만 해도 약간의 방어력이 붙었다.

하지만 정말 좋은 점은 몬스터들의 이목을 속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지능이 낮은 몬스터들은 가죽을 동족의 냄새로 착각했다.

그래서 밖으로 정찰을 나가는 군인들에게 가죽은 필수보급품이라 할 수 있었다. 모 게임의 길리슈트급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아주아주 중요했다.


“허어. 참. 대단하군. 사냥꾼 주제에 몬스터를 이 정도나 잡을 수 있다니.”


사단장은 이반을 평범한 사냥꾼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특별한 능력은 없지만 무기 조금 다룰 줄 알고, 싸움 조금 하는 일반인.

그래서 더욱 놀라웠다.


“그래. 이번에도 잘 처리해주었군. 그럼 나도 약속을 지켜야겠지?”


사단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막사 구석으로 걸어갔다. 그곳엔 식료품과 기호식품이 담긴 상자들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모두 군인들이 밖에서 가지고 온 것들이다.

사단장은 그중 하나를 번쩍 들어 탁자 위로 올려놨다. 그리고 뚜껑을 까 내용물을 보여주었다.

담배였다.


“어떤가? 이거면 가죽 값으론 충분할 거 같은데.”


어떻기는. 아주 좋았다.

마침 담배가 다 떨어졌던 참이다. 이반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정도면 한 달은 너끈히 버틸 터.

이반은 곧바로 사령실을 나왔다. 그리고 주차장 A구역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 그가 배정받은 집이 있었다.

몸집이 큰 SUV차량.

그곳이 바로 이반의 거처였다. 본래 주인이 있던 차였지만 이반이 오기 전에 죽었다고 들었다.

이반은 인벤토리에서 차키를 꺼냈다.


삐빅!


트렁크를 열자 빼곡히 정리된 상자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안엔 식료품과 물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모두 사단장의 부탁을 처리하고 받은 보수들이었다.

이반은 그곳에 담배상자를 넣고 트렁크를 닫았다. 그러다 시선이 느껴진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으으...”


한 청년이 그를 보고 있었다. 홀쭉한 얼굴과 앙상한 팔다리. 꿈도 희망도, 삶에 대한 의지도 찾아볼 수 없는 눈동자.

벙커에 온지 열흘이 되어가지만, 이반은 그를 오늘 처음 보았다.

청년은 죽어가고 있었다.

벙커에서 약간의 식량은 기본적으로 지급되니 굶은 것은 아닐 테고.

아마 병에 걸린 것 같았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감염은 죽음과도 같았다.

특히나 소모품 중에서도 귀한 축에 드는 약은 벙커에서도 지원해주지 않았다.

아마 저 청년은 일주일 내로 죽을 것이다.


“음.”


이반은 고개를 돌렸다.

안타깝다는 인간적인 감정은 들지 않았다. 이곳을 살다보면 저런 자들은 아주 많았다.

이반과 마찬가지로 그를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들 알고 있었다. 입이 하나라도 줄어야 배급받는 식량이 조금이라도 늘어난다는 것을,

세상이 멸망해도 빈부격차는 존재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법은 사라진지 오래, 오직 인간이 가진 최소한의 윤리의식만이 유일한 법이 되었다.


삐걱! 삐걱!


구석에 있던 자동차가 일정한 속도로 흔들렸다. 잠시 후, 그 안에서 군인 한 명이 만족스런 얼굴로 걸어 나왔다. 이반은 그 안을 보았다.

짙은 어둠 속, 초코바 하나를 손에 쥔 채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나체의 여자가 보였다.

아포칼립스는 멀리 있지 않았다.

이곳이 바로 아포칼립스다.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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