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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님의 서재입니다.

종말을 살아가는 절대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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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작품등록일 :
2019.10.03 21:33
최근연재일 :
2019.10.10 20:30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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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388

작성
19.10.0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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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7화

DUMMY

7화


“후우. 역시 그렇게 됐군... 나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네. 어린 아이가 살아있을 확률이 얼마나 되겠나.”


이반은 의자에 앉아 사단장과 마주하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는 이반이 수습한 아이의 시신과 옷가지가 담긴 자루가 놓여있었다.


“아무튼 이번에도 부탁을 들어줘서 고맙네.”

“뭘. 나도 얻는 게 있으니까 하는 거지.”

“그래. 이번에는 뭘 원하나? 말만 하게. 마침 이찬성 대위도 전사했으니 이곳의 이인자 자리도 내줄 의향이 있어.”


이반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필요 없었다.


“식량 한 상자를 주시오.”

“식량? 그건 이미 자네에게 충분하지 않나?”

“내가 먹을 게 아니오.”

“그렇군. 어차피 내가 관여한 일은 아니지. 알았네.”


이반은 사단장에게 받은 식량상자를 가지고 사령실 밖으로 나왔다. 그때 누군가와 마주쳤다.


“안녕하십니까? 이반님.”

“...?”


이반은 그를 바라보았다. 선한 인상 위에 그려진 서글서글한 웃음이 인상적인 청년이었다. 그를 본 기억이 없는 이반은 고개를 갸웃했다.


“날 아나?”

“알다마다요. 벙커에서 유명한 사냥꾼 이반님을 모르면 누가 알겠습니까?”


청년은 이렇게 말을 하고는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이반은 그 모습에서 기이한 위화감을 느꼈다.


“저는 이준혁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유일한 각성자죠.”


각성자라는 말에 이반의 시선이 그의 몸을 빠르게 스캔했다. 날렵한 체구와 허리춤에 꽂힌 얇은 검집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이반은 위화감에 정체를 깨달았다. 그가 알고 있는 ‘아포칼립스’의 노말모드에서. 이준혁이라는 인물은 없었다.

뭐지? 설마 헬모드라서 NPC가 추가된 건가?

이반이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을 때, 이준혁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아무튼 또 보죠.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이준혁은 곧바로 사령실로 들어가 버렸다. 이반은 잠시 자리에 서있다가 걸음을 옮겼다.

벙커 내부는 확실히 전보다 휑해보였다. 문득 이번 일로 인해 벙커의 손실이 크다는 사단장의 말이 실감이 났다.


‘장교 한 명과 열 명의 군인들이 죽은 건 확실히 큰 손실이겠군.’


이반은 사단장에게 그들이 작전 도중 몬스터와 싸우다가 전사했다고 말했다. 괜히 솔직하게 얘기해봤자 좋을 게 없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이반은 식량상자를 들고 주차장 C구역으로 향했다.

굶주린 사람들이 거대한 이반의 몸을 보고는 흠칫 떨었지만, 상자 안에 담긴 식량을 보고는 기대어린 눈빛을 품었다. 이반은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대로 지나쳤다.

C구역에 한 소형차 앞에 걸음을 멈춘 그는 안을 들여다봤다. 아무도 없다. 이반은 문고리를 당겼다. 잠겨서 열리지 않았다.


“음.”

“은혜 찾으십니까?”


옆을 보자 비쩍 마른 중년사내 한 명이 그를 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가 들고 있는 식량상자를 보고 있었다.


“어디 있는지 아시오?”


이반은 그렇게 말하며 크림빵 하나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냉큼 받아든 중년사내는 비열하게 웃으며 말했다.


“은혜 고것. 오늘 아침부터 안보였습니다. 배급시간 때도 없던데요?”


이곳을 살아가는 일반시민들은 배급시간만큼은 철저히 지켰다. 식량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오직 그때뿐이기 때문이다.


“어디로 간다는 말은?”

“음. 그런 말도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 기운이 없어 보이기는 했는데. 그 계집애가 워낙 사람들이랑 말 섞는 걸 싫어해서... 그 이상은 모르겠습니다요.”


이반은 자신의 차로 돌아왔다. 식량상자를 트렁크에 넣고는 온 벙커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이은혜는 발견되지 않았다.

사단장의 아이가 실종된 것과 모든 것이 비슷한 상황이다. 이반은 사단장을 찾아갔다. 하지만 원하던 반응을 얻을 수 없었다.


“이제 사람 찾는 일이라면 지긋지긋하네.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군.”


어느 정도 예상했기에 그리 큰 실망은 하지 않았다. 자식을 잃은 충격과 벙커의 전투력 손실을 생각해보면 그의 입장에선 당연한 결정이니까.


“그럼 가죽이라도 빌려주시오.”

“그건 당연히 허락하네. 어차피 자네가 구해온 것이기도 하지 않나.”

“고맙소.”


이반은 대기하고 있던 군인을 따라가 가죽이 쌓여있는 창고로 향했다. 그곳에서 가죽을 받은 이반은 곧장 출구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뒤에서 군인들의 대화소리가 들렸다.


“저 자식. 또 나가?”

“응. 시민들 중에 누가 또 없어졌나봐.”

“이런 시팔. 괜히 우리들한테 불똥 튀는 거 아냐?”

“그럴지도 모르지. 그러게 경계를 잘 섰어야지, 새꺄. 누가 처 자고 있으래?”

“인마. 수색대로 팔려나간 애들 때문에 경계인원이 없는 걸 어떡하냐? 그럼 너는? 장비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가죽 하나가 없어져?”

“.....”


거기까지 들은 이반은 철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


이반은 군인들의 대화를 떠올렸다. 가죽이 하나 사라졌다. 정황상 가죽을 훔친 것은 이은혜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최근에 벌어진 일들은 모두 이상한 일 투성이였다. 이반은 벙커에 속해있는 입장이 아니라 주변을 겉도는 입장이라 더욱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최근 사건들은 전부 하나의 교집합을 이루고 있었다. 문제는 이 교집합이 어떤 건지 알 수가 없다는 것.

뭔가 떠오를 듯 하면서도 떠오르지 않는 것이 이반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제이크.”


이반은 악마중개상을 소환했다. 땅바닥에서 그림자처럼 솟아난 제이크가 젠틀하게 허리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이반.”

“무기가 필요해.”

“후훗. 그러니까 절 소환하셨겠지요.”


제이크는 활짝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번엔 어떤 종류의 것이 필요하십니까?”

“대검.”


제이크는 그때처럼 팔을 활짝 벌렸다. 그 위에 가상의 좌판이 생기더니 대검의 이름과 등급, 능력치, 사진 등이 줄줄이 나열되었다.

진지한 눈빛으로 그것들을 살펴보던 이반은 이내 하나의 검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게 좋겠군,”

“진심이십니까?”


제이크는 놀란 눈으로 이반을 바라보았다. 그가 생각하기에 아직, 이반에게는 이 대검을 살 능력이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농담 같은 거 안 한다.”

“후후. 그렇죠. 제가 깜빡했습니다. 용서하시길. 그럼 가넬링으로 하시겠습니까?”

“그래. 얼마지?”

“영혼 오백 개입니다.”


이반은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리고 안에 고이 모셔두었던 악마의 머리를 꺼냈다. 그걸 본 제이크의 눈이 큼지막하게 떠졌다.


“이건...중급악마의 머리군요?”

“그래. 너희들이 좋아하는 악마의 뚝배기지. 어때? 이 정도면 충분한가?”

“아뇨.”


제이크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오히려 남습니다. 이 정도면 더 좋은 무기를 고르실 수 있습니다. 매뉴얼을 다시 보여드리죠.”

“아니, 됐다. 그냥 가넬링으로 하자고.”

“혹여나 나중에 딴말...하지 않을 분이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제게도 자존심이란 게 있어서.”


제이크는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검지와 엄지를 딱! 소리 나게 부딪혔다. 그러자 블랙 색상의 멋들어진 코트 한 벌이 나타나더니 그의 팔에 걸렸다.

그는 그것을 이반에게 내밀었다.


“흑요철로 안감을 덧댄 코트입니다. 지금 걸치고 있는 기초장비와는 차원이 다른 물건이죠. 서비스라고 생각하고 받아주십시오.”

“음!”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공짜를 거절하는 것만큼 병신 같은 짓도 없다는 말.

안그래도 지금 입은 코트는 그간의 전투로 많이 상해있던 터라 이반은 망설이지 않고 그것을 받았다.

크지도, 작지도 않았고 적당한 무게감과 때깔이 마음에 쏙 들었다. 이반은 그 상태로 새로 얻은 가넬링을 등에 고정시켰다.


“그럼 이만.”


거래를 마친 제이크는 인사와 함께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

이반은 코트 속에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품을 뒤적거렸다. 손가락 끝에 차가운 금속의 감촉이 느껴졌다. 빼보니 처음 보는 권총이 튀어나왔다.


“...SW1911?"


아이템 정보를 확인한 이반이 만족스런 웃음을 지었다. 제이크가 말한 서비스란 코트 따위가 아니었다. 바로 이것이었다.


#


악마제 장비에는 등급이 있다. 악마사냥꾼을 고르면 주어지는 기초장비. 이것만 해도 인간계의 장비보다 월등히 좋다.

그러나 무기의 등급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그 격차는 점점 넘사벽으로 변한다.

순서대로 기초, 불행, 재해, 재앙, 파멸, 지옥.

이 중 이반이 구한 대검, 가넬링은 재해급의 무기였다. 그리고 재해급의 무기부턴 추가능력치가 기본옵션으로 붙어 있으며, 특별한 스킬이 한 가지씩 달려 있었다.

나이트 비전과 무기단련술을 제외하고. 더 이상의 직업스킬이 존재하지 않은 악마사냥꾼의 유일한 밥줄은 바로 이것이었다.


가넬링에 달려 있는 스킬은 ‘억제’.


지정한 상대의 움직임을 둔화시키는 능력이다. 민첩이 부족한 이반에게 딱 필요한 스킬이라 할 수 있었다.

그가 더 좋은 무기를 마다하고 가넬링을 고른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정비를 마친 이반은 움직였다. 어느새 그는 갈림길 앞에 서있었다. 왼쪽은 도시의 외곽, 오른쪽은 시내.

이반은 지체없이 왼쪽 길로 걸음을 내딛었다.

이은혜가 사라진 시간대에 이반은 시내에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이은혜는커녕 사람그림자 하나 본 적 없었다. 즉, 이은혜는 시내가 아닌 외곽에 있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외곽이라.

이반은 곧바로 한 곳을 떠올렸다.

이은혜와 외곽의 접점. 그 끝엔 하나의 연구소가 존재했다.

이반은 사라진 이은혜가 왠지 그곳에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냥 느낌적인 느낌이다.

이반이 연구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는 지고 세상은 어둠에 가려져 있었다.


“그때와 똑같군.”


이반은 담배를 꺼내려다 멈칫했다. 이은혜의 기침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 했다.


“뭐. 별 일 없겠지.”


담배를 넣은 이반은 연구소의 문을 열었다. 내부는 여전히 암흑이었으나 이반은 이미 나이트비전으로 시야를 밝히고 있었다.

이반은 복도를 거닐었다. 내부는 조용했고, 전처럼 그를 방해하는 뮤턴트들도 없었다.

이곳은 게임이 아닌 현실이니. 죽은 몬스터가 리젠되는 일 같은 건 없었다. 복도를 걷던 이반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그러더니 천천히 자세를 낮췄다.

복도 위에 여러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하나는 자신의 것, 또 하나는 이은혜의 것이었다. 하지만.


“이건 도대체 누구의 것이지?”


이반의 등줄기가 찌르르 울렸다. 흔적을 보니 비교적 최근의 것이다. 그 말은 즉, 이반이 이곳을 다녀간 후, 누군가가 여길 찾아왔다는 뜻이 된다.

찍힌 발의 크기로 봐선 성인남자가 분명했다. 발자국은 복도를 지나 소장실까지 이어져 있었다.

이은혜의 것으로 보이는 작은 발자국 또한 곧장 소장실로 이어져 있다. 이반은 슬며시 새로 얻은 권총, SW1911을 꺼냈다.

예감이 좋지 않다.


저벅. 저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안락하게만 느껴지던 적막이 불길하게 느껴졌다. 소장실에 가까워질수록 그것은 더 심해졌다.

이반은 소장실 문 앞에 섰다. 살짝 열려진 문틈에서 조그만 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이반은 총구로 문을 밀었다.


끼이익-


익숙한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반은 들고 있던 권총을 내렸다. 소장실을 비추는 여섯 개의 촛불과 그 중심에, 이은혜가 있었다.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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