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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님의 서재입니다.

종말을 살아가는 절대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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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작품등록일 :
2019.10.03 21:33
최근연재일 :
2019.10.10 20:3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952
추천수 :
43
글자수 :
57,388

작성
19.10.0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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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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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4화

DUMMY

4화


확실히 가죽의 효과는 탁월했다.


크르르-


수색대 주변을 둘러싼 채 시퍼런 안광을 뿜어내고 있는 다이어 울프들의 무리. 그들은 잠시 공기 중에 냄새를 킁킁 맡더니 발길을 돌려 사라졌다.

수색대가 뒤집어 쓴 가죽의 주인, 거대도마뱀이 그들보다 훨씬 윗줄의 몬스터였기 때문이다.

다이어 울프뿐만이 아니었다.

거대도마뱀은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할 정도로 강한 몬스터기에. 다른 몬스터들은 거대도마뱀의 냄새를 폴폴 풍겨대는 수색대를 감히 습격하지 못했다.

덕분에 수색대는 본래 임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아이의 흔적은 좀 찾았습니까?”


이준혁의 물음에 이찬성은 고개를 저었다. 흔적은커녕 머리털 하나 보이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 내는 이미 전부 뒤져보았다.

단지를 벗어나면 상가들이 줄지어선 거리가 나왔다. 이곳도 전부 뒤져보았지만 아이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수색대는 현재 벙커에서 1km 밖에 떨어진 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이곳은 여러 몬스터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영역이기도 해서 모두들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이상하군요.”

“뭐가 말입니까?”

“아이는 이제 겨우 초등학생입니다. 혼자서 이곳까지 왔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어서요.”

“각성해서 하늘이라도 날았나보죠, 뭐.”


이찬성의 성의없는 말에도 이준혁은 내색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제가 생각했을 때는 두 가지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우리가 지나온 길 어딘가에 아이의 흔적이 있는데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쳐온 겁니다.”

“나 참.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재수 없는 소리는 하지도 마십쇼. 우리가 얼마나 꼼꼼히 수색했는지 준혁씨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알고 말고요. 하지만 두 번째는...너무 위험한 가정이라서. 솔직히 생각하고도 말하기가 여간 꺼림칙합니다.”

“대체 뭔데 그럽니까?”


이찬성의 닦달에 이준혁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그건. 누군가가 일부러 이런 일을 꾸몄다는 것이죠.”

“...엥? 대체 누가 말입니까? 그리고 왜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단장님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사람일 확률이 높겠죠.”

“으음.”


이준혁의 말을 들은 이찬성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처음엔 대충 장단만 맞춰주려고 했는데 듣다보니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그들은 어떤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 말은 즉, 아이가 이곳보다 더 멀리 갔다는 소리인데.

상식적으로 초등학생이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지역을 몬스터 가죽도 없이 건너갈 수 있을까?

그것도 혼자서?

이찬성은 고개를 저었다.


‘어림도 없지.’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벙커 내 위험분자가 있다는 건 거의 확실한 듯 했따. 그 녀석은 앞으로 벙커에 많은 분란을 조장할 것이고, 더 큰 위험을 가지고 올 수도 있었다.


이대로 돌아가 이 사실을 사단장에게 보고하는 게 우선일까. 아니면 수색을 계속 하는 것이 우선일까.


‘당연히. 수색이 우선이지.’


솔직히 위험분자가 뭔 짓을 꾸미건 지금 이찬성에게는 중요치 않았다. 이찬성은 오로지 자신의 안전과 위치가 우선이었다.


‘무조건 아이의 생사를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단장이 날 가만두지 않을 거야.’


“제 생각에는 돌아가는 게 좋을 것 같...”

“아뇨.”


이찬성은 이준혁의 말을 단칼에 잘랐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우리는 이대로 진행합니다.”

“.....”


이준혁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다가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책임자인 이찬성의 말에 전적으로 따르겠다는 의미였다. 수색대는 다시 수색을 시작했다.

이윽고 그들은 삼거리에 도달했다. 이곳까지 왔는데도 아이의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이찬성은 앞을 한번 보고는 고민에 빠졌다.

그들이 지나온 거리를 제외한 왼쪽과 오른쪽. 두 개의 길 중 하나를 선택을 해야 했다.


‘왼쪽은 도시외곽으로 빠지는 길이고. 오른쪽은 시내로군.’


외곽은 가면 갈수록 한산한 거리가 나온다. 하지만 그 반대로 시내는 건물도 많고, 그만큼 수색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일단 외곽을 빠르게 수색한 후, 다시 돌아와 시내를 보는 게 낫겠군. 운이 좋으면 외곽에서 발견할 수 있겠지.’


이찬성은 왼쪽에 난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누군가가 이찬성의 어깨를 건드렸다. 이준혁이었다.


“아. 또 왜요?”

“대위님. 팀을 나눕시다.”


말을 들은 이찬성은 속으로 탄성을 터트렸다. 왜 진즉에 그 생각을 못했을까? 길이 두 개로 나뉘면 팀도 두 개로 나누면 된다. 그 편이 효율도 좋고 시간도 훨씬 절약될 터였다.


“좋은 생각이네요. 어떻게 나누면 좋겠습니까?”

“제가 외곽으로 가겠습니다. 세 분만 붙여주세요.”


이준혁이 외곽으로 가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달랑 세 명만 지원해달라는 건 마음에 들었다.

이찬성은 흔쾌히 그의 요청을 수락했다.


“알겠습니다. 최광호 중사.”

“예! 대위님. 부르셨습니까?”

“애들 두 명만 추려서 여기 있는 준혁씨랑 같이 움직이도록 해요.”

“알겠습니다.”


이윽고 이준혁과 군인 셋은 왼쪽 길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들이 사라지자 이찬성 일행은 남은 오른쪽 길로 향했다.


#


시내로 가는 길목.

여덟 명의 군인이 조심스레 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긴장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종말의 날 이후, 그들도 벙커를 떠나 이렇게 멀리 온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찰박.


군홧발이 땅에 고인 물웅덩이를 밟았다. 찰랑거리는 웅덩이 소리에 잔뜩 긴장하고 있던 군인은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덜덜덜.


“젠장...”


군인은 다시 사주경계를 실시했다.

거리는 조용했다. 오로지 그들이 내딛는 군화소리만이 세상을 울릴 뿐. 해가 중천에 떠있을 시각인데도 세상은 온통 흐릿했다.

안개.

자욱하게 낀 수증기가 시내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시발. 이래서 수색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선두에 선 이찬성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때 그의 총구에 무언가가 닿았다.


퉁!


“...!”


흠칫한 이찬성은 뒤로 물러섬과 동시에 총구를 들어올렸다. 주변에 있던 군인들 또한 전방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하지만 이내 맥 빠진 얼굴로 총을 내렸다.


“...차잖아.”


주인 잃은 폐차였다. 점점 짙어지는 안개 탓에 코앞에 장애물이 있는 지도 몰랐던 거다. 이찬성은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오른쪽 팔을 들어 올렸다.


“정지.”


수색을 중단시킨 이찬성은 대원들을 모았다.


“이제부터 시내 초입이다. 긴장하도록.”

“.....”


이찬성은 뒤집어쓰고 있던 거대도마뱀 가죽을 벗었다. 여기서부터는 거대도마뱀보다 훨씬 윗줄인 오크의 영역이었기 때문에 가죽은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차라리 벗어서 움직임에 불편함을 줄이는 것이 나았다.


“이제부턴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는다. 모두들 알다시피 이곳은 오크부족의 영역이다. 그러니 몬스터와 마주하더라도 최대한 조용히 처리해라. 특히! 총은 사용하지 마라.”


여덟 명의 수색대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그들은 시내, 첫 번째 블록에 도착했다.

이찬성은 손가락을 좌 우로 움직였다. 그러자 뒤에 있던 군인 둘이 한 조가 되어 건물로 빨려 들어갔다. 나머지도 그런 식으로 하나씩 갈라졌다.

이찬성은 혼자서 블록 끝에 위치한 건물로 들어갔다. 익숙한 아이스크림 브랜드의 로고가 박힌 상가였다.

안으로 들어가니 수없이 많은 뼛조각들이 그를 반겼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욕지기를 가까스로 참은 이찬성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1층 전체를 모두 뒤진 이찬성은 2층으로 향했다.

그때.


타앙!


한줄기의 총성이 시내의 적막을 산산이 깨뜨렸다.

동시에 이찬성의 표정 또한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이런 미친. 어떤 병신같은 놈이...’


이찬성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밖을 바라보았다.

짙은 안개와 살갗에 닿는 축축함.

그리고.


키아아아-!

끄륵! 끄륵!


잠들어 있던 몬스터들이 깨어나는 소리.


“이런 니미럴...”


이찬성은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다.


타앙! 탕!


이미 여러 곳에서 총성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찬성은 밖으로 나갔다.


“대장님!”


제일 먼저 마주친 사람은 박 하사였다. 그는 다행히 세 명의 대원들과 함께 있었다.


“이런 개새끼들이! 총 쏘지 말라니까! 뒤지고 싶어서 환장했어?”

“죄, 죄송합니다.”


이찬성이 시뻘겋게 변한 얼굴로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사건은 벌어졌다. 그는 딱히 판단력이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한가롭게 잘잘못을 따질 시기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서둘러 이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었다.


투두두두!


총성은 이곳저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들려왔다. 아마 흩어져 있던 나머지 대원들이 몬스터와 맞닥뜨린 것일 터.

이찬성도 결국 소총을 들었다.


“젠장. 죄다 쓸어버려!”


투다다다!

끄에엑-

키악!


이제 거리낄 건 없었다.

수색대의 소총은 사방으로 불을 뿜었고, 건물 내에 숨어있던 몬스터들은 거리로 나오자마자 벌집이 되었다.

이따금 안개를 뚫고 거대여치같은 몬스터들이 달려들었지만 군인들이 휘두른 마체테에 반으로 갈라졌다.

이곳에 강화인간이 아닌 군인은 없었다. 이따위 잡스런 몬스터들은 절대 이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어느덧 흩어져 있던 인원들이 본대에 하나 둘 합류하기 시작했다. 이찬성은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거리로 쏟아지던 몬스터들의 기세가 서서히 주춤하고 있었다.


‘됐다.’


“모두 후퇴!”

“후퇴!”


이찬성은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퇴로가 뚫렸을 때 이곳을 벗어나야 했다.

하지만 이찬성은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


주변에 있던 잡몹들이 후다닥 건물로 숨어들어갔다. 이찬성은 느꼈다. 시내를 감싼 안개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공기의 흐름이 조금씩 바뀐다.


“...대장님?”


뒤에서 쫓아오던 박 하사가 그를 불렀다. 허나 이찬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굳은 표정으로 전방을 응시할 뿐.

이마에서 흘러내린 식은땀이 턱을 따라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쿠웅, 쿠웅..


거리가 진동했다.

그것은 거대한 행진이었다. 한 영역을 다스리는 부족의 거대한 행진 말이다.


취익.


잠시 후, 안개를 가르고 갈색피부를 가진 몬스터가 튀어나왔다.

하나, 둘, 셋. 넷.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났다. 이찬성은 열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세는 것을 포기했다.


“...시팔.”


올 것이 왔다.

이래서 그렇게 주의를 준 것인데. 이제 틀렸다.

오크들의 머릿수는 대강 봐도 오십은 훌쩍 넘어보였다. 삼십이면 어찌저찌 해볼 만한데 오십이면 발악조차 불가능하다.

한 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전멸할 것이 분명했다.


‘제기랄. 부족이 전부 왔나 보구만.’


이찬성은 머릿속에 그동안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다.

동료를 배신하고, 친구를 팔아먹고, 부하들을 희생시켜. 그 종말의 날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았다.


‘내가 어떻게 살아남았는데. 그걸 생각해서라도 난 죽을 수 없다.’


이찬성은 눈동자만 굴려 주변을 살폈다. 부하들이 시간만 잘 끌어준다면, 그 틈을 타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뒤통수.

한번이 어렵지 그 다음은 무척 쉬운 법이다.


투두두두두!


이찬성의 M16이 거센 불을 뿜었다. 동시에 수색대 전원이 전방에 소총을 난사했다.


취이익-!


성난 표정의 오크들이 달려들었다. 탄환이 비처럼 쏟아졌지만 오크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탄환이 그들의 판금갑옷을 뚫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찬성은 소총을 버렸다. 그리고 마체테를 빼들었다.

오크들과 뒤섞여 혼전이 되는 그 순간이 바로 달아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크아악!

끼악!


그런데 상황이 조금 묘하게 흘러갔다.

오크들의 맨 오른쪽 대열이 갑자기 순식간에 허물어졌기 때문이다. 마치 견고한 개미집을 오함마로 내려친 것처럼.

오른쪽 대열의 오크들은 균형을 잃고 우수수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달려오던 오크들이 방향을 틀었다.

졸지에 표적에서 벗어나게 된 수색대는 모두들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눈을 돌려 한창 학살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을 바라보았다.


“.....”


그곳엔 무지막지한 크기의 대검을 무차별적으로 휘두르며 오크들을 학살하는. 거대도마뱀이 있었다.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신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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