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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님의 서재입니다.

종말을 살아가는 절대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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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치
작품등록일 :
2019.10.03 21:33
최근연재일 :
2019.10.10 20:3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950
추천수 :
43
글자수 :
57,388

작성
19.10.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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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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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8화

DUMMY

8화


이은혜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주르륵- 그녀의 눈에서 붉은 눈물이 흐른다.

흘러내린 눈물이 가녀린 턱선을 따라 방울져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렇게 떨어진 눈물은 땅바닥에 닿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품에 들려 있던 무언가에 떨어져 내렸다. 그것은 썩어문드러진 사람의 머리였다.

바로 이반의 검에 잘려나간 소장의 머리통.


“오빠...”


이은혜는 이반을 보며 입을 열었다.


“와주셨군요...흑.”


와락!


그녀는 곧바로 달려가 이반의 품에 안겼다. 이반은 그런 그녀를 막지 않았다.


“너무 무서웠어요. 흐윽. 하지만... 아빠의 장례는 꼭 치러주고 싶었어요.”


그들을 중심으로 여섯 개의 촛불이 놓여있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실내인데도. 불빛은 을씨년스럽게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그런데 오빠.”


이반은 이은혜를 내려다 봤다. 방금까지 눈물을 흘렸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해맑은 눈동자가 그를 담았다.


“제가 누구한테 들었는데. 우리 아빠가 사실은 살해당하신 거래요.”

“.....”

“아뇨, 아뇨. 몬스터한테 당한 게 아니고요. 악마한테 당하신 것도 아니래요. 사람이 우리 아빠를 죽였대요. 놀랍죠? 저도 처음에는 그 사람이 하는 말 믿기 싫었어요. 그런데 와서 보니까. 그 말이 진짜더라고요?”


이반은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투둑-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녀가 들고 있던 소장의 머리였다. 그녀는 이반과 조금 거리를 벌리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왜 그랬어요?”

“.....”


이반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이은혜의 눈빛이 광기를 띤다.


“오빠. 왜 우리 아빠 죽인 거에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이은혜는 정신이 나가버린 여자처럼 똑같은 물음을 반복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씩 기괴하게 변했다.

마치 고장난 라디오에서 나오는 듣기 싫은 노이즈처럼.


왜요?

왜요?

왜요?

왜요?

왜요?


가녀렸던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동굴음처럼 굵어졌다.


“저는 오빠를 믿었는데.”


이반은 눈을 감았다.

과연 무엇이 가녀리고 순수했던 소녀를 한순간에 저렇게 만든 것일까. 아빠를 잃은 슬픔? 아니면 아빠를 죽인 이반에 대한 증오? 배신감?

이반은 고개를 저었다.

모두 다 아니었다. 그런 인간적인 감정으로 다가가기에는 변화가 너무 극단적이다.

그럼 대체 뭘까.


‘뭐긴 뭐야? 빌어먹을 악마새끼지.’


이반은 감았던 눈을 떴다.

제일 먼저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미간을 향해 쇄도하는 새빨간 무언가였다. 이반은 재빨리 고개를 젖혀 그것을 피했다. 그러면서 그것을 잡아채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빛과 같은 속도로 다시 빨려 들어갔다.

바로 이은혜의 입 속으로 말이다.


“킥킥킥킥!”


이반은 차가운 시선으로 이은혜를. 아니, 이은혜였던 것을 응시했다.

눈을 한번 감았다 떴을 뿐인데.

그녀의 모습은 조금 전과 판이하게 달라져 있었다. 비틀린 관절과 비정상적으로 긴 다리. 여기저기 풀어헤쳐진 옷가지와 나무껍질처럼 보이는 피부.

제일 경악스러운 것은 그녀의 얼굴이었다.

마치 벌레가 파먹은 것처럼 군데군데 벗겨진 살가죽은 이반조차도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킥. 어떻게 알았지?”

“아저씨라 부르던 애가 갑자기 오빠라고 부르면. 모쏠아다도 이상하게 생각할 걸?”

“깔깔깔. 그런가? 그래도 객관적으로 나 어때? 이 정도면 괜찮지 않아?”


이은혜는 갑자기 몸을 배배꼬며 요염한 포즈를 취했다. 그러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후후. 그거 기억 나? 저번에 오빠가 대가로 달라고 했던 거 있지?”


이은혜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부드러운 혀를 내밀어 입술을 촉촉하게 적셨다. 방금 전 이반의 머리를 뚫으려 했던 바로 그 혓바닥이다.


“그거... 지금 줄 수도 있는데.”


그녀는 점점 이반에게 다가왔다.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뜨거운 숨결이 이반의 얼굴에 그대로 느껴졌다.

이반은 구역질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지랄.”


그는 즉시 권총을 들어 그녀의 턱에 대고 쏴버렸다.


타앙!


“꺄악! 이런 미친새끼. 감히 여자한테 총을 쏴?”

“닥쳐.”


투다다다!


“꺄아악-!”


새로 받은 권총, SW1911의 스킬은 ‘집중난사’였다. 이반은 한 탄창을 모조리 그녀에게 쏟아부었다.


딸깍.


탄창을 갈면서 앞을 바라보았다. 엄살을 피우던 것과는 달리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이은혜가 보였다. 이미 예상했던 바다. 이반은 즉시 SW1911을 집어넣고 등에 있는 가넬링을 빼들었다.

이은혜는 깔깔거리며 의문을 표했다.


“이상하네. 인간수컷들은 모두 어린 암컷들에게 환장한다고 들었는데. 이 몸이 그렇게 별로인건가?”

“미안하군. 내가 연하는 취향이 아니라.”


그렇게 말하며 이반은 사전예고도 없이 가넬링을 휘둘렀다. 이은혜는 그것을 다시 재빠르게 피했다.


“흐흐. 생긴 것과 다르게 입담이 제법이네?”

“.....”


이반은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그 검격에는 무엇이든지 일격에 갈라버릴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맞아줬을 때의 얘기.

악마에게 먹힌 이은혜는 비정상적으로 움직이며 그것을 피했다. 기다란 팔다리를 기괴하게 움직여가며 소장실 이곳저곳을 점프해대는 모습이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킬킬킬! 못 잡겠지? 못 잡겠지?”


그녀는 양쪽 입가가 찢어져라 웃으며 이반을 놀려댔다.

그때 이반이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억제(Suppression).”

“히히. 못잡겠지? 못잡...어?”


이은혜는 갑자기 무거워지는 몸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덕분에 그녀의 움직임이 일순간 느려졌다.


“이게 갑자기 무슼-”


뎅강- 이은혜의 머리가 허공으로 치솟았다.

그리고 아래로 떨어져 데굴데굴 바닥을 굴렀다. 이반은 붉은 핏물이 흐르는 대검을 한차례 털어내고는 건조한 시선으로 머리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

그것을 보며 이반은 고민했다. 악마의 머리. 챙기면 쓸만한 장비와 교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악마로 변했다지만 그녀를 악마들과 똑같은 취급을 당하게 할 수는 없다.

그녀는 인간의 마이너스 감정에 사로잡혀 악마의 먹이가 된 것일 뿐, 어떠한 잘못도 없었다.

굳이 잘못을 따져보자면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를 이곳으로 오게 만든 정체 모를 녀석에게나 있었다.

어느새 촛불의 심지는 모두 타들어가 회색의 연기만 실처럼 뽑아내고 있었다. 이반은 잠시 그 자리에 서있었다.

주기도문이나 억울한 영혼을 달래는 기도 따위는 할 줄 몰랐다. 애초에 이반은 무교였고 악마사냥꾼이라는 직업에도 그런 거창한 스킬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반은 그저 이은혜를 다시 한 번 떠올렸다.

개인적으로 그녀에게는 고마움이 있었다. 노말모드 시절, 이은혜라는 이름의 NPC 덕분에 연구소에 엘리멘탈 스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사단장의 부탁을 들어주고 필요도 없는 식량상자를 받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 외에 다른 감정은 없었다.

이윽고 5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반은 이정도면 죽은 자의 넋을 기리는 데에 적당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미련없이 등을 돌렸다.

이제 두 번 다시 이곳을 찾는 일은 없으리라.


#


이반은 벙커에 돌아왔다. 여전히 그를 맞이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사람 하나가 사라졌는데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람이 죽든 말든 그것에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두들 자기 밥그릇 하나 챙기기에 급급할 뿐이다.

사단장의 자식이 사라졌을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하며, 이반은 인상을 찡그렸다.


“.....”


이반은 그들을 짐승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벙커라는 울타리 안에서 밥시간만 기다리는 한심하고 가엾은 사람들. 어쩌면 한심하다는 이은혜의 말이 맞았는지도 모른다.

이반은 이제 떠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원래는 연구소에 있던 엘리멘탈 스톤을 얻자마자 바로 떠날 참이었는데.

이제 이곳에 그를 붙잡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후후. 무척 저기압이군요?”


누군가가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반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서글서글한 인상, 해맑은 웃음. 어제 잠시 마주쳤던 기억이 있었다.


‘이준혁.’


그는 이반을 보며 빙긋 웃음을 지었다.


“이제 이곳을 떠나려고 하는 겁니까?”


이반은 굳이 대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정말 의외네요. 이반님은 오늘 있을 몬스터 침공에 무조건 참여하실 줄 알았는데.”

“...몬스터 침공?”

“네. 몬스터 침공. 오늘이 이 벙커에 몬스터 침공이 있는 날이잖아요. 설마 모르셨습니까?”

“.....”


이반은 차가운 시선으로 이준혁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걸까, 이 녀석은. 마치 미래라도 아는 것처럼 지껄이고 있다.

확실히 몬스터 침공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엔딩을 경험한 이반조차 그 정확한 날짜까지는 알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반은 게임을 깨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지 스토리에는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은 놀라웠다.


“허. 진짜 모르셨나보네요? 이곳의 벙커가 무너지는 계기가 바로 그 침공 때문인데. 게임스토리에는 별 관심이 없으셨나보죠?”

“뭐?”


이반의 눈이 크게 터졌다.


“게임?”

“예. 게임. 이 벙커와 저기 지나가는 사람들, 밖에 있는 몬스터들 전부 게임, ‘아포칼립스’를 이루고 있는 요소들 아닙니까. 우리는 그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들이고. 후훗.”


이반은 잠시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준혁의 말이 가져다 준 충격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이준혁이 플레이어였다고?

게임 속으로 들어온 이래, 이반은 지금만큼 놀란 적이 없었다.

그제야 이반은 이준혁과 마주쳤을 때 느꼈던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설마. 이반님께서는 이곳에 들어온 플레이어가 본인 혼자뿐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아하하하! 생각보다 너무 순수하시네. 아니면 여태까지 세상에서 자기가 제일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건가?”

“.....”

“아무튼 이반님. 아포칼립스의 노멀모드를 깨고 헬모드로 들어온 플레이어들은 우리들 말고 꽤 많습니다. 그래서 현실에서는 이것 때문에 아주 난리도 아니었죠. 이유도 알 수 없는 실종사건이 연이어서 벌어졌으니까요. 뭐, 지금쯤이면 이유를 알게 되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생각해보면 이준혁의 말은 당연했다. 이반이 악마사냥꾼이라는 직업 최초로 엔딩을 본 입지전적인 인물은 맞지만 게임 최초는 아니었다.

아포칼립스의 공식 사이트에는 명예의 전당이라는 게시판이 있다.

게임의 엔딩을 본 사람들만이 그곳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일종의 랭킹시스템인데. 이반이 헬모드로 들어오기 전에도 그곳에는 이미 80명이나 되는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즉, 적어도 이곳에는 80명 이상의 플레이어들이 들어와 있다는 뜻이다.


“표정을 보니 이해가 되셨나보네요.”


이반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그의 얼굴은 본래의 무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럼 대화하기 편하겠군요. 이반님. 지금 제 레벨은 120입니다. 이곳에 들어온 지 1년도 되지 않았으니 상당히 빨리 올린 편에 속하죠.”


현재 이반의 레벨은 95였다. 그리고 이곳에 들어온 지는 1년이 넘었다. 악마사냥꾼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레벨을 올리는데 어려움이 있다고는 해도 이준혁의 레벨업 속도는 확실히 빠른 감이 있었다.


“저는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제 나름의 노하우로 레벨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점점 의문이 들더군요. 헬모드라 하면 노말모드보다 게임플레이의 난이도가 올라가야 정상인데. 노말과 별 반 차이가 없었거든요.”


그것은 이반도 이미 눈치 채고 있던 사실이었다. 허나 그는 별 다른 의문은 품지 않았었다. 이런 지옥같은 세상에 떨어져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그에게는 ‘헬’모드였으니까.

하지만 이준혁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


“이반님은 이 헬모드의 클리어 조건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노말모드랑 똑같겠지.”

“최종보스인 대악마 바르바토스를 없애는 거요? 후훗. 과연 그럴까요?”


이준혁의 재수없는 웃음에 이반은 미간을 찌푸렸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이반님. 이곳에 들어온 플레이어들만 해도 적어도 백 명입니다, 백 명. 그럼 과연. 최종이자 마지막 보스인 바르바토스는 몇 명일까요?”


순간 이반의 표정이 얼음장처럼 얼어붙었다.


작가의말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평소보다 많이 일찍 올렸습니다. 연재 시간을 정하기 위함인데 독자 분들의 유입이 아침에 많은지 저녁에 많은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추후 괜찮은 시간대를 찾게 되면 쭈욱- 일정하게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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