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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이이

회귀한 천재공학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딜쿠샤
그림/삽화
딜쿠샤
작품등록일 :
2022.08.10 02:51
최근연재일 :
2022.09.29 22:2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241,553
추천수 :
3,985
글자수 :
252,033

작성
22.09.06 22:20
조회
3,600
추천
65
글자
12쪽

회귀한 천재공학자 27화

.




DUMMY

― 은호?

“누구십니까?”


변조된 음성이었지만 매우 익숙하게 느껴졌다.

분명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

USB 안에 들어있던 음성 파일의 목소리와 매우 흡사했다.


― 설마, 제가 누군지 모르시는 겁니까?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릴리 로즈 씨군요.”

― 이거 알아봐 주시니 영광이네요.

“보내주신 선물은 잘 받았습니다, 그동안 용케도 저희를 감시하고 계셨더라고요.”

― 말이 조금 이상한데요? 감시가 아니라. 저희는 그저 다니엘 씨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지켜보고 있었던 겁니다.

“말 장난을 하자고 전화하신 겁니까?”

― 그럴 리가요. 고작 말장난이나 하자고 그런 거였으면, 지금 당신에게 사람을 붙이지는 않았겠죠.


그 순간 한 남성이 내 눈앞에서 발걸음을 멈춰 보였다.


“미스터 주?”


그리고 하얀 백지수표를 건네고 홀연히 사라지는 남성.


“지금 이러는 거 범죄인 건 아시죠?”

― 뭘 이런 걸 가지고. 이 것보다 더 한 것도 할 수 있는데요?

“······협박을 하시려는 겁니까?.”

― 협박이 아니라 거래를 하자는 건데.

“이건 뭡니까?”

― 보면 모르나요? 백지수표잖아요.

“저에 대해 완벽히 조사를 하시진 않으셨나 보군요. 제가 고작 푼돈이나 벌자고 그러는 줄 아십니까?”

― 아니었나요?

“저도 이래 봬도 한 사업장을 이끄는 오너입니다. 고작 돈 몇 푼 받자고 기술을 넘기는 멍청한 짓은 안 해요.”


풉―!


― 아, 이런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웃음이 터진 이유를 알고 있었다.

자신들처럼 상장을 한 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것도 아니었고, 규모로 보나 뭐로 보나 크로노스가 코어 코퍼레이션에 비교대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기업이었으니까.

아마 나를 비꼬기 위해서 저리 티나는 웃음을 지어보인 거겠지.

하나, 나 또한 당하고만 있을 인물은 아니었다.


“예의가 없으시네요. 가정교육을 그리 제대로 받지는 못하셨나 봅니다?”

― 뭐라고요!?

“그렇지 않습니까, 보통의 인간이라면 분명 어렸을 적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해 교육을 받으셨을 텐데. 지금 하시는 행동을 보니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지 않습니까?”

― 뚫린 입이라고 말을 아주 막 하시는군요.

“아무래도 저희가 예의를 차리고 서로 하하호호 할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이 정도 무례는 예상하신 거 아닌가요?”

― 생각보다 당돌한 면도 있으시고.


이를 악물고 어떻게든 내 말에 반박을 해봤지만, 말싸움에선 도저히 나를 이길 수 없는 릴리 로즈였다. 애초부터 그녀와 뭔 얘기를 하겠거니와 만은 먼저 유치한 싸움을 걸어온 이상 그에 맞는 대응을 해주는 게 인지상정이니까.


“세상의 이치라는 게 그렇습니다.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언젠가 자신의 눈에선 피눈물이 난다.”

― 지금 저한테 하는 말씀이신가요?

“네, 그럼 그쪽 말고 이런 짓을 벌일 인간이 또 있습니까?”

“하, 저기요!”

“기대하십시오, 아마 며칠 뒤면 그쪽들의 민낯이 전세계에 드러날 테니까요.”


한참이나 말을 잊지 못하는 릴리 로즈였다.


― 여러모로 열등한 인간.

“네?”


잔뜩 열이 받았는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온갖 육두문자를 내뱉기 시작했다.

한 기업의 수장이라 해서 큰 기대를 했었는데, 이리 어린면이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기어코 굴러온 복을 자신의 발로 걷어차 버리겠다······. 답변 잘 들었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건투를 빌죠. 부디 저 또한 은호의 계획이 성공적으로 이루어 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이만.”


내가 그녀들을 너무 높이 평가했던 건가, 허술하게 조작된 음성 녹음 파일은 물론이고, 어딘가 어리숙한 행동들, 게다가 사람을 붙여놨다면서 내 행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는 듯한 답변들.

아무리 생각해도 멍청하기 그지없었다.


설마 아직 눈치채지 못한 건가?

그게 아니라면, 머리가 나쁜 건가.

분명한 건 릴리 로즈의 행동은 철부지 꼬마 아이의 행동에 지나지 않았다.


“이거 생각보다 일이 수월하게 풀릴지도 모르겠는데?”


무엇보다, 여태 나를 미행하고 있었다면, 내가 어떤 짓을 꾸미고 있는지 대충은 짐작할 수 있을 터.

다른 곳도 아니고 언론사 건물에 들어갔다 나온건데, 그 정도 의심도 안 해보나?

아니면, 알고도 본인 딴에 방법이 있다고 생각해서 가만 냅두는 건가.


왜인지 모르겠는 이 찝찝함.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도출해 낸 결과는 이거였다.

크로노스 내부에서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는 자는 릴리 로즈가 아닌 다른 인물일 것이다.

그렇다면 유추해 볼 수 있는 한 인물.

그녀의 쌍둥이 동생 아만다 로즈.


* * *


“예 벤자민, 지금 거의 다 왔습니다.”

― 응 나 여기 창가 쪽에 앉아 있을게요.


호텔 라운지로 내려와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하나, 아무리 찾아봐도 아만다 로즈로 보이는 여성은 보이지 않았다.


“아직 안 온 건가.”


딱히 전화 번호를 갖고 있던 것도 아니라. 앉은 자리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1시간이 지나 여전히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만다 로즈는 좀 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띠링―


이윽고 벤자민에게서 날아온 한 통의 문자.


[은호, 오늘 약속된 거 맞아요? 이 여자 올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30분만 더 기다려보죠, 급한 일이 생긴 거일 수도 있으니까.]


또각또각―


그 때마침 호텔 종업원으로 보이는 여성이 내 테이블로 걸어와 메모지를 테이블에 올려놨다.


“이게 무슨.”


[2301호실로]


메모지에는 딱 이렇게만 적혀져 있을 뿐이었다.

아무래도 벤자민 기자가 붙어있다는 걸 눈치챈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전 협의 없이 멋대로 접선 장소를 바꿀 이유가 없으니까.


[벤자민, 아무래도 이 여자가 당신에 대해 눈치를 챈 것 같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찰칵―


메모지의 내용을 찍어 벤자민에게 전송했다.


[허허······. 그래서 은호는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일단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반드시 증거를 갖고 나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내 이 호텔의 최고층 2301호로 가기위해 한 발자국을 내디뎠다.


마침내 문 앞에 다다른 순간.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었다.

과연 이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

두 번 다신 이런 무모한 짓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을 이길 수 없었다.


게다가 럭셔리 호텔인 만큼 복도에 가드들이 돌아다니고 있었으니까, 여차하면 큰 소리를 내 그들을 부르면 되겠지.


띵동―


초인종을 눌렀고, 그 안에서 여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누구······시죠?”

“주은호입니다. 이쪽으로 와달라고 하셔서 왔습니다.”


스르륵 조심스럽게 열리는 문, 문이 차마 다 열리기도 전에 이중잠금이 작동했다.

방안에 있던 여성은 문틈사이로 눈만 살짝 내밀어 내 얼굴을 스캔했다.


“그쪽이 미스터 주?”


내 예상과는 달리 많이 초췌해 보이는 모습, 그리고 미세하게 떨리는 몸, 이 여자가 아만다 로즈라는 건 알 수 없었지만, 어딘가 잔뜩 겁을 먹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네, 그쪽이 아만다 로즈입니까?”


내 답변을 듣고 안심이 됐다는 듯 참아왔던 가쁜 숨을 내쉬는 여자.


“네, 와주셔서 감사해요.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죠.”


다행인지 방 안으로 들어왔을 때 위험해 보이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긴장했던 마음이 풀어진 순간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긴장하지 않으셔도 돼요, 지금 은호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 지 저도 알고 있으니까요.”

“무슨 말입니까?”

“지금 당신이 우리 언니의 표적이 되어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리고 오늘 내가 은호한테 보자고 했던 이유는 그걸 막기 위해서고요.”


계속해서 영문을 알 수 없는 얘기만 뱉어냈다.

분명한 건 내 기억속에 로즈 자매는 희대의 악녀로 묘사되어 있다.

그렇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여자는 그것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어딘가 이 사람은 좀 다른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일단 언니보다는 머리가 좋은 것 같고 사람을 어떤 방식으로 설득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막기 위해서라면, 당신은 언니분과 한패가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엄밀히 따지자면, 지금에 와서야 그렇다고 볼 수 있겠죠. 그전까지는 저 또한 다르지 않았으니까요.”


그런 건가.

설마 지금에 와서야 양심에 찔렸다는 말을 하고 싶은 모양이다.

이내 고개를 푹 숙이고 그간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하소연을 시작하기 시작하는 아만다.


“사실,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될지 몰랐어요, 언니는 항상 본인의 아이템으로 사업을 하고 싶어했고, 저는 그런 언니를 도와 개발을 하려고 마음을 먹었었죠.”

“그런데요?”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조간신문에서 유전자 조작 기술이라는 걸 알게 됐고, 저는 이걸 언니에게 보여줬죠, 아마 그날부터였을 거예요, 언니의 마음속에서 크로노스라는 회사의 역사가 시작된 날이.”


아무리 그래도 이해가 되지는 않는 얘기였다.

그래서 그거랑 지금 크로노스가 이렇게 된 거랑 무슨 연관이 있는 건데?

나는 재차 요지에 대해서 묻기 시작했다.


“그래서 왜 이렇게까지 됐다는 겁니까.”


멍하니 있다가 이내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저도 그걸 모르겠어요, 언니가 왜 저렇게까지 변한 건지.”

“운다고 변하는 건 없습니다, 당신이 이제와 반성을 했다고 하더라도 결코 그간의 행위는 용서할 수 없는거니까요.”

“알아요, 그래서 저도 마땅한 벌을 받을 생각이예요. 그런데,”

“?”

“제가 이 일에 대해 진상을 밝히려고 움직였을 때 부터 자꾸 이상한 사람들이 쫒아와서 협박을 하고 가더라고요.”


그래서 벤자민이 설마 그들 중 한 명인 줄 알고 접선 장소를 바꿨던 건가.

그런 거라면 이해가 된다.


“뭘 잘했다고 울어요. 지금 울고 싶은 사람이 누군데.”

“죄송해요, 그렇지만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이윽고 테이블에 올라오는 노트북 그 안에는 릴리 로즈로 추정되는 여성의 동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게 뭡니까.”

“제발 우리 언니를 막아주세요.”

“그러니까 이게 뭔지 알아야 막든 말든 할 거 아닙니까.”

“우리 언니도 지금 누군가한테 조종되고 있는 게 분명해요.”


자세히 들여다보니 동영상에 나오는 인물은 릴리 로즈 한 사람이 아니었다.


“저 사람은 누구입니까?”

“스탠다드 증권의 CEO 토마스입니다.”


― 토마스, 저희가 이번에 놀라운 발견을 했어요.

― 무슨 일이지?

― 다름이 아니라, 얼마 전에 들은 정보인데, 임페리얼 칼리지에 다니는 한 학생이 저희 크리스퍼 CAS9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나 봐요. 저희가 그걸 가로챈 다면, 분명 논란들도 잠재울 수 있을 거예요.

― 그게 왜 그렇게 신나는 일이지?

― 네······?

― 지들이 어떻게 알고 이미 만들어져 있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냐는 말이야! 이게 다 너희들이 입단속을 못하니까 일개 대학생 하나한테까지 새어나갔다는 소리잖아! 그게 그렇게 신나?

― ······.


잔혹하기 그지 없었다.

결국 이 자매들 또한 저 인간의 꼭두각시 인형이랑 다를 게 없었다는 말인가.


이내 나는 동영상이 담긴 파일을 USB에 옮겨놓고 발걸음을 돌렸다.


“으, 은호!”

“증거물 감사합니다. 추후 좋은 소식 들려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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