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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이이

회귀한 천재공학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딜쿠샤
그림/삽화
딜쿠샤
작품등록일 :
2022.08.10 02:51
최근연재일 :
2022.09.29 22:2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242,224
추천수 :
3,985
글자수 :
252,033

작성
22.09.05 22:20
조회
3,698
추천
60
글자
12쪽

회귀한 천재공학자 26화

.




DUMMY

벌컥―


“아, 선배 오셨어요.”


잔뜩 성이난 듯 의자에 주저앉아 보이는 남성.

남자의 몸무게를 견디지 못한 의자는 연신 뒤로 밀려나기만 할 뿐이었다.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거리야!”


한편 남자의 앞에는 제임스 국장이라 쓰여있는 명패가 놓여져 있었다.


“오랜만에 일찍 퇴근해서 축구나 좀 보려고 했더니, 에잉, 좋은 날 다 갔네.”

“그러게나 말입니다.”


못마땅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벤자민을 마구 째려보는 제임스 국장.


“너는 금요일인데 약속도 없냐?”

“약속은 회사랑 있죠.”

“젊은 놈이 벌써부터 그렇게 일하면 병나 이 녀석아. 가서 데이트도 하고 애인도 만들고 그래야지. 내가 너 나이 때는 말이야~~”

“예예, 어련하시겠습니까.”


국장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벤자민은 본인의 컴퓨터 앞에서 연신 키보드만 두드리고 있었다.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너 인마, 내가 아무리 사정사정해서 스카웃 해 온 놈이라고 해도 위계질서는 지켜야지 이 자식아.”

“그러면 연봉을 더 올려 주시던가요.”

“이······. 이 자식이 근데.”

“안 그래도 데일리 텔레그래프에서 다시 와달라고 연락오던데, 그냥 이참에 다시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그 말을 들은 제임스 국장은 태도를 돌변하며 벤자민에게 다가갔다.


“아이 또 왜 그래~ 우리 사이에. 내가 그래도 급하다고 해서 이렇게 나와줬잖아.”

“우리 사이가 뭐 어떤데요? 예전이야 선후배 사이였지, 지금은 그저 비즈니스 관계에 지나지 않잖아요?”

“무슨 그런 서운한 소리를, 이번 건만 잘 해결되면 연봉 올려 준다니까.”


어깨에 올려져 있던 국장의 손을 거두며 기지개를 펴 보이는 벤자민.


“됐습니다. 그 말만 벌써 반년째에요. 그것보다, 아까 올린 거 읽어 보셨죠?”

“응? 아······, 그거?”


무언가 심상치 않은 국장의 태도.


“뭔데요 그 반응은? 설마, 읽어 보시지도 않은 겁니까?”

“무슨 소리야, 당연히 읽어봤지! 읽어 봤는데······.”

“뭐가 문젠데요, 이거 언론에 나가면 분명 1면에 실릴 감이에요. 우리 같은 소형 언론사에서 쉽게 찾아올 기회가 아니라고요.”

“알지, 너 마음은 내가 잘 아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야.”


5년 전 영국 유명 언론사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차기 총편집장 자리를 포기하고 전 세계인의 알권리를 보장하고자 본인의 회사를 창업한 제임스 국장이었다.

그런 그를 동경하던 벤자민은 본인 또한 막강한 커리어를 포기하고 이곳에 들어왔던 것.

하나, 지금 국장의 모습은 이전 자신이 동경하던 상사의 모습과 너무나 거리가 멀었고, 이 순간 벤자민은 그에 대한 실망감이 물씬 밀려올 뿐이었다.


“선배, 이 회사 처음 세웠을 때 저한테 뭐라고 하셨습니까? 반드시 우리는 정부의 그 어떤 압박이 있어도 끝까지 밀고 나가자, 이러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 그랬는데. 아무리 해도 이건 너무 위험해, 게다가 나는 가정도 있는 사람인데,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냐?”

“그래서요, 그냥 덮고 넘어가자고요?”

“이번 건만 좀 그러자. 다른 건 내가 푸쉬 안 하잖아.”


한참을 말없이 국장만 바라보다 이내 벤자민은 본인의 자리에 있던 모든 짐을 상자에 담기 시작했다.


“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안 하렵니다, 당신 같은 사람을 내가 15년 넘게 모시고 있었다는 게 후회스럽네요.”


이윽고 방 문쪽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벤자민.


“야! 야! 벤자민! 너 인마 이대로 가면 다른 일은 어떻게 하라고!”

“알아서 하세요. 이놈의 회사 망하든 말든, 여기가 뭐 내 회산가? 선배 회사지?”

“야 벤자민! 알겠어 인마! 5% 인상해줄게.”

“제 몸값이 어느 정도인지 알면서.”


끼익―


“?”


마침내 벤자민의 발걸음이 문 앞에 다다른 순간.

방문이 스르르 열리며 오전에 만났던 남자가 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스터 주?”


* * *


“먼 길 오셨는데 드릴 게 이런 것밖에 없어 죄송합니다.”


벤자민은 싸구려 얼그레이 티백이 담긴 잔을 테이블에 올려 놓으며 얘기했다.


“괜찮습니다. 저 홍차 좋아합니다.”


과연 홍차의 나라라는 명색만큼이나, 사무실엔 여러 종류의 홍차 티백들이 나란히 줄을 지어 있었다.


‘그래서 저번에 카페에서 물 한잔 만 시킨 이유가 이거 였구만.’


“아, 이쪽은 저희 국장님 제임스 밀러입니다.”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그쪽이 미스터 주?”

“네 맞습니다, 듣기론 국장님께서 여느 언론인들과는 다르게 많이 깨어있는 분이라고 들었는데, 과연 인상만 봐도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알 것 같네요.”


수줍은 듯 얼마 남지 않은 머리를 쓸어보이는 제임스 국장.


“아이고 이런, 벌써 소문이 그쪽까지.”

“이 바닥에선 워낙 유명 인사이시니까요, 당연한 순리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계속되는 아부 세례에 어느덧 그의 표정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본론으로 넘어갈 차례.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 보이며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이번 일도 우리 국장님께서 잘 진행해 주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국장의 두 손을 움켜쥐며, 거의 반협박을 하듯이 말했다.

사뭇 당황한 표정을 보이는 제임스 국장.


“아 이런, 내가 말을 안 했나? 그 미스터 주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여기눈 그런 일을 하는 곳이 아닙니다. 저희는 좀 뭐랄까······. 연예계! 연예계 쪽을 담당하는 쪽이라, 그쪽으로는 영 재능이 없어서.”


뻔뻔하게 거짓말을 이어 나가는 제임스 국장.

이 곳에 오기전 이미 이 둘에 대해 사전 조사를 마쳐둔 상태였다.

어지간한 거짓말이 아닌 이상 나를 속일 순 없다는 말씀.


“무슨 소립니까 국장님,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계실 때 경제 사회 쪽 담당이셨잖습니까.”


그 순간 마침, 내 속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 벤자민이 국장을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무, 무슨. 내가 언제 그런 걸 했다고 그래 이 친구야······.”

“하하하. 연기가 많이 어색하십니다. 제가 설마 이곳에 오기 전 국장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왔을거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무슨······소리를 하는 건지······?”

“다 알고 왔습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 차기 총편집장 자리를 본인의 손으로 거절한 제임스 밀러. 아마, 전 세계인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고자 이 JWD라는 회사를 세우셨다죠?”


자신의 얕은수가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건지.

제임스 국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왜 하필 우리입니까?”

“그야, 당신들이 기자이니까요.”


정확히는 너네들이 했던 일이니까요.


“아니, 왜 하필 하고 많은 언론사 중에 우리 같은 소형 언론사에 찾아왔냐 이 말입니다.”

“그쪽들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분명한 건 이들이 아닌 타 언론사에 이 사실을 알렸다면, 기사화가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영국 언론계 블랙 리스트로 올라갔을 게 뻔했다.


“하······.”

“뭐가 문제입니까? 돈이 필요하신 거라면 제가 해결해 드릴 수 있는데.”

“미스터 주, 당신 생각에는 제가 이걸 모르고 있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예상한 답변이었다.

방송국과 신문사를 30년 동안 전전하며 그간 쌓아놓은 인맥들의 수 또한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분명 알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알게 됐을 테지.


“저기, 미스터 주?”

“예 국장님.”

“혹시 결혼하셨나요?”

“아직입니다.”


가슴이 답답한 듯 커피잔을 들고 일어나 같은 자리를 배회하며 말을 이어가는 제임스.


“누군가의 남편이 되고 아버지가 된다는 건 그만큼 지켜야 할 것들이 늘어났다는 얘기입니다. 미스터 주는 아직 제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훗날 당신도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남편이 된다면 아마 저와 같은 마음을 느끼실 겁니다. 그러니 부디 제 상황을 너그럽게 봐주시고 오늘은 이만 돌아가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거창한 말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만이 맴돌고 있었다.

어찌 됐든 분명한 사실은 크로노스의 진상을 밝혀낸 자가 바로 이들이라는 점.

난 그 점 하나만을 믿고 이 자리에 오고 만 것이다.

이대로 돌아가기엔 호텔로 향하는 발걸음이 아쉬움 가득한 발걸음이 될 것만 같았다.


“그자들이 그렇게 두려우십니까?”

“두렵다기보다는, 때로는 알려야 하는 것보다 숨겨야 하는 것이 중요할 때도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 말씀이 그들에 대한 두려움에서부터 나타나는 말씀 아니십니까.”

“에휴······. 마음대로 생각하십시오, 어찌됐든 제 결단에는 변함이 없으니.”


하나 이미 마음을 굳게 먹은 듯한 제임스였고, 나는 무례를 범하더라도 어떻게든 이자를 회유해야만 했다.


“아까 남편이자 아버지라는 말씀을 하셨죠.”

“그런데요.”

“과연, 그들이 당신이 지켜야 할 소중한 사람들이라면, 이런 언론의 탄압과 지속적인 압박만이 가득한 환경에서 그들을 보호해 주는 게 진정한 아버지의 역할 아니겠습니까? 설마 우리 아이가 이런 추악한 환경에서 자라나길 바라시진 않으시겠죠?”


순간 몸을 움찔 거리는 제임스 국장.

그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관통하는 말이긴 하네요. 물론 제가 말한 취지에서 조금 벗어났지만 말입니다.”

“이걸 한 번 봐주십시오. 이걸 보고도 국장님의 생각이 변하지 않는다면 제가 포기하겠습니다.”

“이게 뭡니까?”

“로즈 자매에게 투하할 핵폭탄입니다.”


그 말은 즉 맞는 순간 반드시 전멸이라는 뜻.

이내 내 손에 들려있던 증거물들을 유심히 바라보던 벤자민이 입을 열었다.


“말씀하신 게 이거였군요.”


벤자민과 나는 이미 한패였고,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제임스 국장은 뒷목을 잡고 눈을 질끈 감았다.


삑―

내 손에서 거둬간 USB를 컴퓨터에 꽂더니 음성 파일을 재생시키는 벤자민.


― 보고싶지 않은 장면을 보게 될 수도······.


이내 스피커에서 세어나온 변조된 릴리 로즈의 음성을 듣고는 벤자민이 옅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야, 이거 아주 독한 여자들이네, 이런 식으로 빠져나가보겠다 이거지?”

“무슨 문제라도?”

“변조된 음성은 증거로서 가치가 없어요. 만약 이게 진짜 릴리 로즈의 육성이라 하더라도, 그들이 아니라고 잡아때는 이상 저희 또한 어떻게 몰아세울 방법이 없고요.”


예상 못한 상황에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였고, 옆에선 이걸 지켜보고 있던 제임스 국장이 꼬시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거봐요, 제가 뭐라 그랬습니까?”

“그런데 이거, 좀 멍청한 짓을 했네요?”

“?”

“이 음성 변조 툴, 뭘 쓴 건지는 몰라도 아마 인터넷에서 무료로 배포되는 걸 쓴 것 같거든요.”

“그런데요?”

“이 정도면······, 얼마든지 제 힘으로도 복원할 수 있다는 뜻이죠.”

“그게 정말이야?”


관심 없다는 행동을 취했던 국장이었지만, 결정적인 증거 앞에 구미가 당기는 걸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네, 예전에 선배가 저 한창 갈굴 때 뭐라도 배워놔야 할 것 같아서 음성 복원 관련해서 좀 배워놨었거든요.”

“언제 다 되는데?”

“아마, 하루 이틀?”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전히 제임스 국장은 마음을 결정하지 못했는지, 확실한 답변을 내어주지 않았지만, 내가 기억하고 있는 제임스라면 분명 승낙할 것이다. 아니, 벤자민이 그의 옆에 있는 이상 반드시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심히 돌아가요 은호. 아 그리고 내일 아만다 로즈? 그 여자 만난다고 했죠?”

“네.”

“만나기 1시간 전에 연락줘요, 어쩌면 확실한 증거를 포착할지도 모르니까.”


이렇다 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것은 아니지만, 왜 인지 모르게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 순간.


지이잉―


“여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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