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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남녀

더 네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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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설理雪
작품등록일 :
2008.04.13 18:34
최근연재일 :
2008.04.13 18:34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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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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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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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1.2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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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The Nemooria - 20. 케이와 레인에게 주어진 숙제

DUMMY

- 20


“린. 민 비서는 일단 용인의 본가에 보냈습니다.”

“음.”


퇴원하고 병원을 나서며 건네는 수경의 말에, 린은 덤덤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하실 거예요?”

“여차하면 자를 수도 있어.”


알면서도 또 찌르는 인간은 옆에 두고 싶지 않아.

상당히 노골적인 발언이었지만 수경은 놀라지 않았다. 그러리라 예상을 했던 터다.


“민 비서를 자르면 내 비서 자리가 비니까, 유리. 네가 좀 해줄래?”


갑작스러운 그녀의 말에 뒤에서 따라오던 유리가 깜짝 놀랐다.

비, 비서? 그게 뭔데? 뭘 어떻게 하는 건데? 난 하나도 몰라~~~ 갑자기 그런 말을 왜 하는 건데~


“뭐? 그, 그게 뭔데?”

“아니에요, 유리 양! 린이 농담 하나 한 거야. 린, 그러기만 해봐요.”


린과 같이 걷던 수경이 잠시 돌아보며 유리를 진정시킨 뒤 린을 쿡 찔렀다. 하지만 린은 덤덤했다.


“두 번 한 실수 세 번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 케이, 레인, 그리고 유리. 빨리 와. 경찰청에 가봐야 해.”


말을 남긴 린은 더 빨리 걸어 병원 로비를 나섰다. 뒤를 수경과 케이 일행이 급히 이었다. 민 비서가 건드리는 통에 아물어가던 상처가 더 벌어졌고, 그 상처는 결국 케이 일행과 린 사이의 간격만 더 크게 만들었다.


동지를 보낸 해는 아침, 저녁으로 조금씩 길어지고, 입춘이 지나 서울도 조금씩 영상의 기온을 회복한다. 비교적 따뜻한 편의 남부지방은 어느새 10도를 넘기고, 태백산맥 때문에 온도가 낮은 강원도를 제외하면 나라 전체가 영상의 기온을 회복한 셈이다.

더불어 2월 9일부터 시작된 설 연휴 덕분에 주 전체가 휴가가 된 셈이 되어, 가족끼리 여행도 가는 한편 귀성차량도 조금씩 느는 지금.


“…….”


린은 고민 중이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침대에 누워 가만히 천장을 보고 있는 린의 방문이 살짝 열렸다.


“린. 뭐하십니까?”

“아, 김 대표.”


병원에 다녀온 후부터 린과 케이 일행의 식사를 책임지는 김수경 대표. 그녀 역시 지우가 했던 새끼 동물들 앞치마를 매고 있다. 왼손에는 국자 대신 주걱을 들고 있는데, 주걱에 묻어 있는 것은 밤으로 보이는 가루와 흑색 밥알들. 그리고 인삼의 꼬리로 보이는 작은 줄기까지.

오늘의 아침은 약밥인 모양이다.

수경이 작년에 딴 한식요리사 자격증이 린의 자택에서 빛을 보고 있다. 자격증 취득에는 어머니께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린의 경호를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는 그녀다.

그리고 지금처럼 색다른 하루도.


“아침은 약밥으로 준비했습니다. 식사하시고 본가로 가셔야죠.”

“본가?”

“예. 곧 설입니다.”


수경의 말에 린은 고개를 옆으로 휙 돌렸다. 여전히 등을 침대에 대고 누운 상태의 린은 꼼짝도 않고 중얼거렸다.


“꼭 가야 하나?”

“당연하죠. 다른 날도 아니고 설인데요.”

“가기 싫어. 가고 싶지 않아.”


린은 베개에 고개를 푸욱- 파묻었고, 보다 못 한 수경은 주걱을 식당에 내려놓고 린의 방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기운 빠진 모습, 안 어울려요! 얼른 일어나십시오, 린. 축 쳐져 있어봐야 좋을 건 없잖아요. 얼른요.”

“쳇.”


입을 삐죽인 린은 벌떡 일어났다. 가고 싶지 않은데……. 정말로 가기 싫은데……. 가기 싫단 말이야.

손에 힘을 넣어서 수경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린은 쌩하니 방으로 들어갔다. 후다닥 들어간 린을 쫓아 그녀의 방으로 들어서는 수경.


“린!”

“나 그냥 내버려두면 안 돼? 케이들도 있으니까. 본가 따위, 정말 가고 싶지 않아.”


후-. 하는 수 없군요. 린의 고집을 누가 꺾나요.


“알았어요. 푹 쉬어요.”


수경은 방을 나가면서 문을 닫았고, 침대 위에 뻗어 있던 린은 벌떡 일어나며 오른팔을 앞으로 접었다.


“아싸!”


연기였구나. 몇 년을 지냈어도 눈치 채기도 힘든 린의 연기력! 끝내준다~

하지만 다음 날, 결국 린은 반강제적으로 본가에 끌려가야 했다. 가기 싫은데~

한편 얼떨결에 자택에 남게 된 세 명의 후기 탐정들은-


“심심해! 케이- 레인- 놀아줘-!”


2층의 자기 방 침대 위에서 대굴거리던 유리는, 결국 못 참고 방 밖에 대고 외쳤다. 하지만.


“바쁘다!”


돌아오는 대답은 놀지 못 한다는 말이 섞인 케이와 레인의 이구동성에 유리는 입을 삐죽였다.


“칫.”

“유리 너도 놀지 말고 이쪽으로 와서 좀 도와줘.”

“난 머리 아픈 건 딱 질색이란 말이야.”


옆방에서 들리는 말에 케이와 레인은 순간적으로 미간을 확 좁혔다. 짜증이 난 것이다. 그래도 움직일 수는 없다. 본가로 잠시 들어가기 전 린이 내어준 숙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박물관에서 보관 중인 보물이나 각 지에서 보관 중인 보물의 보안을 확인하는 게 린이 내어준 숙제. 원래는 6일 동안 조금씩 천천히 해야 하는 량이지만, 한꺼번에 몰아서 하고 몰아서 쉬겠다는 케이와 레인은 국가를 나눠서 보안을 확인하는 중이다.

보안 확인 작업을 한참 하던 레인은 지쳤는지 잠시 기지개를 펴면서 옆방의 케이에게 말을 건넸다.


“린 녀석, 남성혐오증 있다고 하더니 다 거짓말 아냐?”

“못 느꼈어?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로 우리하고는 눈도 안 마주치잖아. 그나마 수경 누님이랑 유리랑 얘기를 좀 하는 편이고.”

“그래도 그렇지. 유리한테는 놀아도 된다고 그러고 우리한테는 일이나 잔뜩 맡겨놓고.”


레인의 투덜거림에 케이는 씩 웃으며 받아쳤다.


“그래도 이번 참에 지구 전역에 흩어져 있는 보물들을 구경할 수 있으니까, 그걸로 만족하자고.”

“…윽. 그건 그렇지만.”


린에게서 받은 자료와 네트워크와 위성을 통해 각 지역의 보물 보안을 확인하는 한편으로, 그 보물이 어떤 전설을 갖고 있고 어떤 모습인지를 더 살피느라 정신이 없는 그들이다.


“음? 다 마셨네.”


보안 확인하면서 마신 율무차가 다 떨어진 것을 본 케이. 그는 펜으로 종이에 확인 표시를 한 뒤에 잔을 들고 1층으로 내려갔다.


“오~ 이거 멋있다! 살라딘의 은갑옷이라.”

“…?”


율무차를 타서 2층에 막 올라온 케이는, 휘파람을 불고 있는 레인의 소리를 듣고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


“왜 그래?”

“케이, 이것 좀 봐. 멋있지 않냐?”


율무차가 든 잔을 들고 케이가 들어오자, 레인은 모니터에 뜬 은색의 갑옷을 가리키며 말했다.

모니터에 뜬 은갑옷은 상체를 중심으로 제작된 갑옷인 듯 하다. 백색 섞인 은색 갑옷은 왠지 모를 박력을 내뿜고 있었다. 레인은 케이가 책상에 내려둔 율무차를 한 번 훔쳐보고 설명을 이었다.


“음. 찾아보니까 16세기 경에 바로크 시대의 살라딘이라는 사람이 전투 때 입었던 은갑옷이래. 방어력이 상당하대. 왠지 웅장해보이지 않아?”


레인의 설명에 케이는 휘파람을 휘이- 불었다. 생각 같아서는 갖고 싶지만, 외계인인 입장인지라 쉽지 않다. 그냥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수밖에. 한편 레인은 눈독들인 율무차를 케이 모르게 한 모금 슬그머니 마시는데-


“멋있는데! 어디 있어?”


내심 깜짝 놀란 레인은 얼른 입안의 율무차를 삼키고는 대답했다. 어우, 깜짝이야!


“지금은 스페인이라는 나라의 어느 전시관에서 전시 중에 있나봐. 보안 상태도 끝내준대.”

“날 풀리면 린한테 한 번 가자고 해보자.”

“응.”


고개를 끄덕인 레인은 또 다시 은근슬쩍 케이가 내려둔 율무차를 한 잔 마시며 키보드를 쳤다. 하지만 이미 눈치를 채고 있던 케이는 율무차를 잡으려 손을 뻗었고, 그 손을 피하기 위해 레인은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야! 그거 내 거야, 임마!”

“이건 나 주고, 형은 타다 마셔.”

“싫어. 내놔. 안 내놔?”

“형이 잘 타니까 그러지~”


율무차를 뺏기지 않으려고 방을 나온 레인은 1층으로 후다닥 내려가 얼른 한 모금 다시 마시고, 뒤쫓던 케이는 계단을 내려가다가 뭔가 조용한 집 안의 분위기를 느꼈다.


“뭔가 조용하지 않냐?”

“응?”


되물은 레인이 율무차를 마시는 것을 보면서도 케이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율무차 타러 1층 내려가기 전까지만 해도 시끄러웠는데…?

레인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케이, 한참 후에야 그와 함께 동시에 외친다.


“유리!”


심심함을 못 견딘 유리는 목도리와 장갑 등 2월의 쌀쌀한 추위에 대비해서 옷을 껴입고 서점으로 나왔다. 민 비서나 김 대표 혼자 식사를 맡는 게 못내 미안했던 그녀인지라, 요리책을 보면서라도 요리에 대한 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결심이 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의 결심을 서게 한 게 바로 발렌타인 데이의 초콜렛. 레인의 말에 의하면 그 날은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에게 고백을 하며 초콜렛을 주는 날.

본래 행성인 네무리아에서도 한 적 없는 요리를 다른 세계인 곳에 와서 하려니 조금 많이 설레지만, 그래도 초콜렛을 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기에 요리 책을 고르느라 바쁘다.

유리가 한참이 지나도 책을 못 찾고 있자, 보다 못 한 점원이 다가왔다.


“뭐 찾는 책 있으세요?”

“초콜렛 만드는 요리 법이 담긴 책이나 요리에 대한 책 찾고 있어요. 근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초콜렛은 인터넷 검색해보면 많이 나오니까, 요리 책을 찾아드릴게요.”

“고마워요!”


직원의 말에 유리는 활짝 웃으며 감사를 표했다. 동글동글 귀여운 외모에 어울리는 미소까지. 책을 찾고 있던 남정네들이 달려드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들의 마수가 유리를 덮치려는 찰나. 유리의 귀에 꽂힌 이어폰에서 설정해놓은 벨소리가 들려왔다. 한국의 문화를 배울 겸 휴대전화의 mp3 기능을 이용해 음악을 듣고 있었던 유리는, 왼쪽 이어폰 아래에 있는 단추를 꾹 누르며 통화를 시작했다.


“여보세요? 레인? 나 지금 서점에 나와 있어. 요리 좀 배워 보려고. 린 언니도 요리를 못 해서 수경 언니가 힘들잖아. 나라도 도와주려고.”

“잘 생각했네. 근데 언제 나간 거야?”

“응, 조금 됐어. 그리고 곧 발렌타인 데이라면서? 내가 초콜렛 만들어줄게!”


뭐야, 남자친구 있잖아.

전화를 받으며 표정이 한결 더 밝아지는 유리를 본 남정네들, 얼굴 싹 굳으며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 정규마스터님에 의해서 문피아 - 자연 - 판타지 (gof) 에서 문피아 - 하 - 연재 완결(etc_fine) 으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5-0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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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The Nemooria - 22. 서울역에서의 소동과 무라마사 +2 08.01.31 139 3 9쪽
21 The Nemooria - 21.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 +2 08.01.30 122 2 11쪽
» The Nemooria - 20. 케이와 레인에게 주어진 숙제 08.01.29 128 3 11쪽
19 The Nemooria - 19. 악몽의 발렌타인 데이 08.01.25 111 3 10쪽
18 The Nemooria - 18. 자살기도 +2 08.01.24 101 3 10쪽
17 The Nemooria - 17. UN본부에서의 결전 08.01.22 104 3 11쪽
16 The Nemooria - 16. 비행기 안에서의 소동 08.01.21 89 3 8쪽
15 The Nemooria - 15 정보의 바다로 퍼진 후폭풍 08.01.18 96 3 11쪽
14 The Nemooria - 14 케이의 질투와 린의 사형 방식 08.01.17 99 2 12쪽
13 The Nemooria - 13 린과 해성의 10년만의 재회 08.01.16 90 2 10쪽
12 The Nemooria - 12. 범인을 찾아서 +2 08.01.15 100 4 10쪽
11 The Nemooria - 11. 사라진 칼과 아직은 어색한 그들 08.01.14 86 2 8쪽
10 The Nemooria - 10. 촬영장에서의 키스 씬 08.01.11 100 2 10쪽
9 The Nemooria - 09. 파격변신! 린은 지금 망가지는 중 08.01.10 119 3 9쪽
8 The Nemooria - 08. 끊어지지 않는 의심 08.01.08 109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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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The Nemooria - 05. 케이일행의 계산착오와 이사준비 08.01.03 125 2 8쪽
4 The Nemooria - 04. 시험장에서. 08.01.03 128 2 10쪽
3 The Nemooria - 03. 네무리아인이라는 증거 08.01.02 179 2 10쪽
2 The Nemooria - 02. 적 vs 적! 현장에서 마주하다 08.01.02 240 3 11쪽
1 The Nemooria - 00. 서막 + - 01. 대학생 탐정의 대작전 +2 08.01.02 939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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