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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남녀

더 네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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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설理雪
작품등록일 :
2008.04.13 18:34
최근연재일 :
2008.04.13 18:34
연재수 :
52 회
조회수 :
13,026
추천수 :
155
글자수 :
226,961

작성
08.01.03 10:25
조회
125
추천
2
글자
8쪽

The Nemooria - 05. 케이일행의 계산착오와 이사준비

DUMMY

- 05. 케이일행의 계산착오와 이사준비


압구정 거리로 나온 케이 일행은 입김으로 맨손을 쓱쓱 비비며 전봇대 밑에 서 있다. 한참을 그 상태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손목을 살펴보지만 소용없다.


“제길. 홀러리스(=소울라이트계의 휴대전화)만 되도 쉬울 텐데. 다른 성계라서 안 되는 건가? 케이, 유리, 뭐라고 말 좀 해봐. 나만 답답하다고 느끼는 게 아닐 거 아냐.”

“하-. 알고 있으니까 그만 해. 그리고 홀러리스가 안 되는 건 레인 네가 말한 대로니까.”


받아치는 케이는 추워서 잔뜩 굳은 얼굴.


'찬바람이 쌩쌩 지나가는 겨울에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래. 흐아~ 춥다!'


치마 차림이라 더 추운 유리, 결국 참지 못 하고 한 마디 한다.


“근데 우리, 이렇게 덜덜 떨면서 해야 해요? 다들 장갑 끼고 코트 입고 완전 무장

을 하고 있어서, 손목도 제대로 안 보이잖아요.”


그렇다. 겨울이라는 날씨에 걸맞게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모두가 두꺼운 옷차림에, 장갑을 끼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어서 팔찌를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드러내고 “실례합니다. 팔찌 좀 보여주세요.” 라고 했다간 미친 놈 소리 듣기 딱 좋으니까.


'후-. 춥고 배고프고 졸리고. 별 수 없다.'


“돌아가자. 이 나라, 아니 이 지구라는 행성의 날씨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어.”


압구정 거리로 나온 지 2시간 만에 내린 케이의 최종 결정이었다.

한편.

린은 운전 전용 경호원을 통해 민 비서의 자택으로 왔다.


“할 얘기가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먼저 말 꺼내도 되지?”


식사 후 마주 앉은 민 비서와 린. 헌데 민 비서의 말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라고 하기보다는 사적이라고 보는 게 옳을 지도 모른다.

민 비서. 본명 민지우. 나이 23세. 서울대 비서관리과 4학년- 이 되는 나이이지만, 그 역시 “유급” 당했다.

지우가 린을 만난 건 중학교 3학년 때. 린이 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하고, 학년 회장을 하면서 총회장이 된 지우와 만났다. 무뚝뚝하고 말 수 적은 린의 모습이 처음이라 그러려니 했지만, 친해져도 변화가 없는 게 뭔가가 이상했다. 중학생답지 않은 모습이었던 것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아니었다.


아버지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오성”이라는 대기업의 회장에 큰오빠는 사장, 작은오빠는 경찰청 강력계의 경관, 어머니는 마술사, 언니는 간호사가 아니었던가! 부러울 것 없이 자란 줄 알고 공부도 꽤나 한다고 여겨, 만능 엔터테이너로 알고 있던, 지우의 린에 대한 이미지를 산산조각 낸 건 다름 아닌 린 자신이었다.


대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생각 없이 린의 집에 처음으로 놀러갔었다. 집에 여자가 있어도 다 바빠서 가정부가 있는데, 그날따라 집에 일이 생겨 못 왔고, 덕분에 집에는 린과 지우 달랑 둘. 지우가 배고프다고 먼저 말하기 전에 식사라도 대접해야 하는데- 아뿔싸, 반찬도 없다!

고민 끝에 린은 얼른 김치를 물에 끓이고 참치도 넣어 찌개를 만들었지만, 맛있겠다~ 라며 맛을 본 지우. 표정이 있는 대로 굳어진다.

윽, 달다. 이 녀석, 요리가 아니라 완전 *사식이잖아! 도대체 김치찌개에 설탕이 왜 들어가냐고!

학교에서 배웠던 비서의 표정관리! 허나 오늘만큼은 표정관리 제대로 하지 못 했다. 달디 단 김치찌개를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간신히 삼키고 난 뒤, 지우는 이를 갈며 물었다.


“너, 설탕 넣었지.”

“…….”


'간이 제대로 맞춰지지 않은 음식이란~!! 최악이야.'


자기 실수라는 것을 아는 린은 대꾸 하나 못 했다.


지우는 그 때 알았다. 부잣집 자제라도 완벽하지 않고 다 좋지 않다, 라는 것을. 뭐, 중요한 건 그 날 이후 남자 지우가 여자 린에게 완전 잡혀 살고 있다, 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다시 현재.

린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독립하겠다며 집을 세우기 위해 공사를 시작했단다. 탐정활동을 같이 할 사람들과 같이 살기 위해서- 라는 말이 린의 집을 만드는 이유였다.

12월 초쯤 시작한 공사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궁금해서 묻는다. 단순한 궁금증. 하지만 실수다.


“집 짓는 공사는 잘 돼가?”

“응. 모레면 끝나.”

“총 4명 살지? 도우미는?”

“안 불렀어.”


'뭐? 얘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도우미를 안 불렀다고? 자기 요리 실력을 알면서 왜 안 불러? 너 말이야, 설탕 넣은 김치찌개의 피해자는 나 하나로 충분하거든? 악몽을 되살리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예린아.'


민 비서는 생각을 뒤로 하고 말했다.


“왜. 그 아가씨 요리 잘 한대?”

“아니.”

“아니면 왜. …….”


'린의 찐득한 눈빛. 내 얼굴 지금 굳어지고 있겠지? 얘 은근히 무섭다니까.'


린은 그윽하고 느끼한 눈빛으로 민 비서를 바라보더니 버터 바른 목소리로 그를 부른다.


“선배?”


'필요할 때만 선배라지! 성격상 한 대 콩! 하고 쥐어박아주고 싶지만, 자신은 린이라는 탐정을 모시는 상관.'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그리고 알아차렸다. 이 녀석이 지금 뭘 원하는지. 그리고 그 설마는 현실이 되어 다가왔다.


“선배? 어차피 선배도 혼자잖아, 응?”

“나, 난 싫어~ 여자도 있다며.”


지우의 방금 그 말. 해석해보면 린은 여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린은 내색하지 않았다. 후배로 보인다는 게 훨씬 편하니까 말이다.


“케이 씨와 레인 씨도 남자야. 왜 안 돼? 선배 아까 공사 다 되어가냐고 물었잖아. 새로운 거처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 아냐? 오붓하게 다 같이 모여 살면 알콩달콩 좋잖아.”


들켰다. 뭐. 린이 본가를 나오면 위험한 건 사실이다. 그래서 같이 들어가면 좋겠다- 라는 생각은 했지만. 동 떨어져 있는 것보다는 같이 있는 게 더 낫기는 하지만. 가족이라는 것을 잃은 지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그래서 린 같은 대가족이 부럽기는 했다.

하지만 린 이 녀석의 본심은 알콩달콩이 아니다.


'지금 가정부를 안 불렀다며~ 설마 날 부려먹으려고? 린 녀석, 정말 너무한다. 난 비서지 가정부가 아니잖아.'


“너. 날 끌어당기는 이유가 단순히 ‘식사 준비’ 때문은 아니겠지?”

“역시 선배다. 내 생각을 아주 잘 아는데?”


'당했다. 나도 비서랍시고 나름 추리력을 키워서, 머리를 굴리긴 했지만 정말로 맞을 줄은.'

“……. 알았어.”

'졌다. 생각 끝에 같이 들어가기로 했다. 뭐, 집은 크니까 상관없겠지. 나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그녀를 이길 자, 과연 누가 있을까!'


그날 밤.

가방에 옷과 필요한 물품들을 챙겨 넣던 린은 책상 서랍에 든 것들도 모두 챙겼다. 가방 싼다고 무심결에 맨 아래에 자리한 서랍을 열어버린 그녀. 커다란 마지막 서랍장에는 어느 작은 상자만이 있을 뿐이었다.

특유의 무표정을 유지하며 상자를 잠시 바라보던 린은 서랍장을 조금 거칠게 닫았다. 가방을 모두 싼 린은 침대에 누우며 중얼거렸다.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알 수 있는 증표가 너라면, 이제는 괜찮으니까 필요 없어.”



작가의말

*사식 : 死食. 죽음의 음식, 인간이 먹을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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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The Nemooria - 22. 서울역에서의 소동과 무라마사 +2 08.01.31 139 3 9쪽
21 The Nemooria - 21.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 +2 08.01.30 123 2 11쪽
20 The Nemooria - 20. 케이와 레인에게 주어진 숙제 08.01.29 129 3 11쪽
19 The Nemooria - 19. 악몽의 발렌타인 데이 08.01.25 112 3 10쪽
18 The Nemooria - 18. 자살기도 +2 08.01.24 101 3 10쪽
17 The Nemooria - 17. UN본부에서의 결전 08.01.22 104 3 11쪽
16 The Nemooria - 16. 비행기 안에서의 소동 08.01.21 89 3 8쪽
15 The Nemooria - 15 정보의 바다로 퍼진 후폭풍 08.01.18 96 3 11쪽
14 The Nemooria - 14 케이의 질투와 린의 사형 방식 08.01.17 99 2 12쪽
13 The Nemooria - 13 린과 해성의 10년만의 재회 08.01.16 90 2 10쪽
12 The Nemooria - 12. 범인을 찾아서 +2 08.01.15 100 4 10쪽
11 The Nemooria - 11. 사라진 칼과 아직은 어색한 그들 08.01.14 86 2 8쪽
10 The Nemooria - 10. 촬영장에서의 키스 씬 08.01.11 101 2 10쪽
9 The Nemooria - 09. 파격변신! 린은 지금 망가지는 중 08.01.10 119 3 9쪽
8 The Nemooria - 08. 끊어지지 않는 의심 08.01.08 109 3 8쪽
7 The Nemooria - 07. 경호원들과 함께 쇼핑을 +2 08.01.07 147 3 9쪽
6 The Nemooria - 06. D.True의 지금은 납치 중 +2 08.01.04 165 3 9쪽
» The Nemooria - 05. 케이일행의 계산착오와 이사준비 08.01.03 126 2 8쪽
4 The Nemooria - 04. 시험장에서. 08.01.03 128 2 10쪽
3 The Nemooria - 03. 네무리아인이라는 증거 08.01.02 179 2 10쪽
2 The Nemooria - 02. 적 vs 적! 현장에서 마주하다 08.01.02 243 3 11쪽
1 The Nemooria - 00. 서막 + - 01. 대학생 탐정의 대작전 +2 08.01.02 940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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