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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남녀

더 네무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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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설理雪
작품등록일 :
2008.04.13 18:34
최근연재일 :
2008.04.13 18:34
연재수 :
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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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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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6,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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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1.25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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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The Nemooria - 19. 악몽의 발렌타인 데이

DUMMY

- 19


강남의 어느 술집. 급한 사건 하나 해결하고 나니 민 비서의 연락이 오는 통에, 진 경관은 바쁘게 차를 운전해야 했다. 물론 그의 명의로 되어 있는 개인 차량.


“어쩐 일이야?”


처음 있는 일이다. 민 비서 지우가 자신을 보자시고 낮에 술집으로 오라고 연락한 것은.


“미안해요.”


앞뒤 다 떼먹은 한 마디, 미안해요라는 사과에 진 경관, 도하(桃夏)는 앞에 놓인 잔을 들던 손을 우뚝 멈췄다.

지우 넌 한 번씩 앞 뒤 다 자르고 말하는 경향이 있어, 알아? 우리 한국인의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알기에 넌 말을 좀 늘여야 해! 어떻게 네 상관이랑 똑같이 노냐, 어?


“제가 건드렸어요. 나아진 줄 알았거든요. …발렌타인 데이. 김 대표가 입 조심하라고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었는데. 미안해요.”


휘익-! 도하는 지우를 향해 뻗은 손을 간신히 멈췄다. 하지만 원래 끝을 보는 성격의 그는 결국 지우의 얼굴을 주먹으로 치고 만다.


“너! 너 정말 못됐구나. 같은 행동을 두 번이나 반복하니? 넌 린이 죽었으면 좋겠어? 넌 인간이 왜 그래! 어떻게 되먹은 인간이 입 조심이 그렇게 안 돼, 어?”


크게 화를 낸 도하는 일어나 자리에서 의자를 밀어 넣고 말했다.


“안 되겠다, 너 나와라.”


지금 이곳은 술집 안. 경찰이 가게에서 싸움을 벌이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알기에 도하는 지우의 멱살을 잡고 가게를 나갔다. 지우를 차에 태운 그는 차를 몰아 한강 고수부지로 향했다.

얼음 녹은 한강 변두리는 2월인데도 사람이 조금 있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도하의 화를 식히지 못 했다. 먼저 차에서 내린 도하는 이어 내리는 지우의 얼굴과 배등 사정없이 그를 두드려 팼다.

퍽! 퍼, 퍼억-

지우는 아무 말 않고 그냥 맞기만 했다. 실컷 맞고 싶었다. 그래야만 때린 거 미안해서라도 이유를 알려줄 테니까.

눈과 얼굴 곳곳에 멍이 든 지우는 한참 맞다가 지쳤는지 바닥에 쓰러졌다. 이어 도하도 쓰러졌다. 반대 방향으로 누운 그들. 잠시 후 도하가 숨을 헐떡이지도 않고 묻는다. 경관 되면서부터 엄청나게 뛰고 달린 덕분에 얻어진 체력 때문이다.


“너 나한테 맞는 거 알고 만나자 그랬지? 왜 그랬어.”

“실컷 맞고 싶기도 했고 궁금하기도 했어요. 린한테 어떤 과거가 있는지.”

“수경이 말 안 해?”


린의 경호원 대표 수경을 말한다. 둘이 동갑인데다 동창이라서 그런지 호칭을 편하게 하는 그다.


“예. 케이 일행이 같이 있어서 그랬는지도 몰라요. 동료라도 해도 가르쳐줄 수 없다면서, 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처럼 말했어요. 도대체 왜 입 조심을 해야 하는지 이유도 알려주지도 않고, 무조건 입 조심을 하라고 하면 납득할 수가 없잖아요. 진 경관님, 아니 도하 형. 나 그 녀석 좋아해요.”


도하는 놀라지 않았다. 그럴 거라 예상했던 터다.


“그 맘 접는 게 나을 거다. 너희 둘 다 상처야.”

“린에게 무슨 과거가 있었던 거죠? 저와 만난 건 중학교지만 이후로는 아무 문제없었어요.”

“중학교 들어가기 전에 문제 있었어. 네가 학교 선후배로서 알고 있는 린에 대한 게 전부가 아냐. 알려줘야 앞으로도 조용히 하겠군. 그렇지?”

“네.”


도하의 말에 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린 녀석, 성폭행 당했어. 11살 때. 해성이 부산으로 내려간 직후지. 10년 전 2011년 2월 14일에.”

“…!”


얼굴이 확 굳어지는 지우다. 어떻게 그런 일이…….


“전혀 모르는 사람한테 당했다면 그렇게 지독하진 않을 텐데. 우리 막내를 성폭행한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작은 외삼촌이셨어. 어머니의 둘째 남동생이 그랬지. 하지만 그 인간의 비리는 그게 끝이 아니야.”


린에게 해성이가 첫사랑인 것을 알아차린 린의 작은 외삼촌은, 손을 써서 해성 아버지를 부산 경찰청장으로 발령받게 만들어버린다. 그에게는 그럴 만한 힘이 있었다. 당시 경장이었던 것이다. 경관들의 우두머리.

지우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묵묵히 들었다.


“그 인간은 린이 보는 앞에서, 없는 요리 실력으로 정성껏 만든 발렌타인 초코렛을 보란 듯이 으깨고, 해성이 부모님이 거의 쫓기듯이 부산으로 내려간 것을 폭로하면서 린의 몸을 망가트렸어. 물론 린이 친딸이 아닌 것까지 알렸지.”


1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이해하고 납득하기에는 너무 충격적이었던 작은 외삼촌의 폭로. 린은 7살 때부터 검도와 합기도를 익혔지만 몸집도 작고 어린 탓에 배우던 호신술을 써먹기 힘들었다.

처절하게 성폭행을 당한 뒤 불임이 될 뻔 했는데, 다행히도 수술을 통해 불임과 성병과 자궁암이 생기는 거 모두 막았다. 그 사건을 계기로 린은 남성혐오증과 대인기피증을 동시에 앓았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 인간을 한국에 아주 못 들어오게 강제추방을 시켰어. 법의 힘도 적용했지. 조카를 성폭행했다는 증거가 즐비했거든. 린은 한동안 정신을 놓고 살았어. 꼬박 15일을. 정신병원에 데려가 보니 남성혐오증과 대인기피증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하더라. 성폭행이 원인이라고 하더군.”


결국 한 달 이상 병원에서 요양생활까지 했었다. 하지만 그리 노력을 했는데도 린의 두 병은 쉬이 나아지지 않았다. 정신적으로, 그리고 마음에도 큰 상처를 입었던 것이다.

꼭꼭 닫혀버린 마음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가족에게도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친부모가 아닌 것을 알았으니 더 했던 것이다.

린은 그 좋아하던 검도도 합기도도 1년 동안 손을 놨다. 가족과 거리를 둔 것도 4학년 딱 1년. 그랬다가 무슨 결심을 했는지 다시 학교에 나가겠다고 먼저 얘기를 꺼냈다. 린의 사정을 들은 학교에서는 린을 유급시키지 않고 5학년부터 시작하기로 했고, 담임선생님의 철저한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서 린은 학교에 적응을 해나갔다.

그리고 검도와 합기도도 미친 듯이 몸에 익혔다.


“학교의 배려 덕에 린은 초등학교 5학년 6학년 모두 여자선생님을 만났는데, 5학년 선생님이 완전 은사님이셨지. 아버지께서 공로상을 하나 제작해서 드렸을 정도니까. 말문이 완전히 막혔던 린인데, 학교에 다시 다니기 시작한 3개월 만에 말문을 다시 열었어.”


초등학교에서 2년을 무사히 지낸 린은 중학교도 남녀 공용인 학교로 가겠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부모님이 말렸다. 더 이상 남자들이랑 같이 있는 건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린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대인기피증과 남성혐오증을 스스로 치유하고 싶어서라는 이유를 댔기에, 부모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지나고, 검도와 합기도도 모두 섭렵했어. 이젠 대학교를 가면 되었지. 하지만 사건에 휘말리기 시작하면서 탐정활동을 하게 됐는데, 도리어 남성혐오증만 더 커진 꼴이 된 것 같았어. 네가 1년 전에도 오늘처럼 초콜렛에 대해서 찔렀고, 린은 1차 수면제과다복용을 하고 자살기도를 했지.”


발렌타인 데이에 일어난 성폭행.

초콜렛으로 시작해 초콜렛으로 끝난 발렌타인 데이는 잊을 수 없는 악몽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음. 너하고 같이 후기 탐정들이랑 같이 지낸다고 해서 조금은 나아지나 싶었는데 너 때문에 도졌어. 한 번으로 부족했나?”


다시금 속에서 화가 올라오는 도하는 벌떡 일어났다. 같이 일어난 지우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 말은 나한테 하지 말고 린한테 해.”


삐리리리-

주머니에 넣어둔 전화가 울렸다. 사라져서 찾는 모양이다. 도하는 간다는 인사도 없이 전화를 받으며 차에 올라 그대로 경찰청으로 향했다. 남은 지우는 멍하니 차의 뒷모습만 보다가 퍼뜩 정신이 들어왔다.


“어? 어떻게 가지?”


여기는 한강 고수부지. 조금은 걸어야 한다.


병원.


“하~ 털어놓으니까 조금 편하다!”


일반실로 올라간 린은 케이 일행에게 발렌타인 데이에 얽힌 자신의 과거를 솔직히 털어놓았다. 현재로 건너와서 마무리를 지은 린은 몸을 뒤로 누이며 편한 미소를 지었다.


“어!”


쿨- 작게 들리는 코고는 소리에 케이와 레인, 유리는 깜짝 놀라다가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는 진짜 자는군요. 과거에 대한 얘기를 하느라 저도 모르게 피곤했을 거예요. 잠깐 자게 놓아두죠.”

“예.”


수경의 말에 케이 일행은 고개를 끄덕인다.

삐리리-

갑자기 울리는 케이의 휴대전화. 깜짝 놀란 넷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케이의 옷 주머니를 가렸다.

얼른 나가요, 얼른!

유리와 수경의 같은 눈빛에 케이는 어깨를 으쓱이며 얼른 입원실을 나갔다. 전화 액정에 뜬 이름은 진 경관, 도하다.


“케이입니다, 진 경관님.”

“헉- 헉. 너 지금…… 어디야.”

“병원이요. 린이 의식을 회복했어요. 지금은 자요. 근데 왜 이렇게 호흡이 빨라요?”


케이는 자신의 물음에 대한 대답을 한참 후에야 들을 수 있었다.


“범인 뒤쫓는………… 중이야!”

“갈게요, 어딘데요!”

“여기?…………재래시장!”


돌연 굳어버리는 케이의 얼굴. 지금 내가 잘 못 들었나, 시장이라고 말한 거 같은데? 그는 멍하니 되묻는다.


“어디요?”

“수원에 있는 ○○재래시장!”


수원? 케이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얼마 전 장만한 PDA를 꺼내 지도를 찾았다. 서울서 수원까지 차로 약 40분. 차가 따로 없는 케이는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거의 한 시간은 잡아야 한다.

한 시간? 가는 동안에 진 경관님이 범인을 체포하면? 우리는 허탕이잖아. 가지 말고 그냥 통과시키지 뭐.


“말 꺼내서 미안해요, 혼자 움직이세요.”


당연히 반발이 돌아왔다.


“야!”


진 경관의 말이 더 길어지면 안 될 것 같아, 케이는 후다닥 종료버튼을 눌러버린다. 물론 며칠 후 엄청난 잔소리가 쏟아졌다는 후문이-




너무 어두웠죠.




* 정규마스터님에 의해서 문피아 - 자연 - 판타지 (gof) 에서 문피아 - 하 - 연재 완결(etc_fine) 으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5-0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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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Nemooria - 19. 악몽의 발렌타인 데이 08.01.25 111 3 10쪽
18 The Nemooria - 18. 자살기도 +2 08.01.24 101 3 10쪽
17 The Nemooria - 17. UN본부에서의 결전 08.01.22 104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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