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린

아이린(Irin) 6장 동부의 소국 1

에릭실은 돌아온 후 곧바로 로얀을 비롯한 두 아이를 수면 마법으로 깨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피에르의 영혼을 회수하자 피에르의 육신은 얼음덩어리가 되어 금이 가더니 불어오는 돌풍에 그대로 가루가 되어 흩날려 알 수 없는 곳으로 이동했다.

‘아무래도 아이스트롤이 동부에서 생활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 나중에 좋은 육신을 찾으면 거기에 넣어주도록 하지.’

에릭실은 피에르의 처우를 생각하며 몸에 걸린 마법을 천천히 풀기 시작했다. 온 몸에서 빛이 나며 그의 등에서는 백색의 날개가 돋아났고 살로 이루어진 피부는 점점 매끈한 비늘로 바뀌기 시작했다. 수려했던 그의 얼굴은 점점 입이 돌출해 나왔고 긴 백발은 그대로 몸에 붙어 등까지 긴 갈기가 되었다. 거대한 백색의 몸을 지닌 도마뱀이 네 발로 서서 커다란 날개를 파닥이고 있었다.

‘등에 올리고 동부까지 날아가야겠군.’

화이트 드래곤 에릭실은 용언으로 세 아이를 등에 단단히 고정시킨 후 파닥이는 날개의 속도를 점점 올렸다. 이내 그의 몸이 공중에서 떠오르며 지상에서 멀어졌다. 그의 동체가 유연하게 움직이더니 그의 몸이 동쪽을 향해 날아갔다. 북부의 매서운 바람도 화이트 드래곤, 즉, 겨울을 움직이는 자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제기랄. 동부라면 그 놈들이 살고 있잖아!’

빠른 속도로 하늘을 나는 에릭실의 머리에 골치 아픈 놈들이 떠올랐다. 수 십 마리의 그린 드래곤들. 주로 동부에 산다고 알려진 그들은 대부분 서넛씩 뭉쳐서 살고 있었다. 평화를 사랑하는 탓에 에릭실의 리치몬드 파괴 사건을 이해하지 못하는 드래곤이기도 했다. 까닭에 그들과 마주치는 것이 심히 고민되는 에릭실이었으나, 어찌하랴. 북부의 델몬트 마을은 파괴되었고 다른 마을로 가자니 올리버와 콜트레인이 걸리고, 아르고스 제국은 난이 일어날 조짐이 있으며, 키리루타는 국민들의 성격이 포악하여 외국인은 그 등쌀(?)에 살 수가 없으니 말이다. 결국 에릭실은 그대로 쭉 이동을 감행했다.

‘작은 나라에서 일을 도모하기 더 쉽고 말이야.’

에릭실은 보고 싶었다. 다른 세계의 검술을 익히고 있는 로얀이 얼마나 강해질지 말이다. 방심했다고는 하나, 열 한 살의 나이로 8서클의 마검사를 제압한 로얀. 최소한의 마나를 이용한 윈드 커터 급 기술은 에릭실에게도 충분한 위협이었다. 그런 그 역시 인간이 만든 신분제에 걸리지 말라는 법 없었고, 로얀이 현재 기사가 제일 되기 쉬운 방법은 리쿠나에서 기사 과정을 이수하는 것이었다.

‘앞으로 일주일. 그동안 쉬지 않고 날아가야 가까스로 도착하려나. 한동안 거처가 정해질 때까지는 싫지만 숲에서 지내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