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린

8장 흉악범 대모집! 12

‘건방지군.’

아란은 몸을 돌렸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온 방향을 거꾸로 되짚어 천천히 걸어갔다. 그의 행동에 수비대원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삼면(三面) 백작이라고 불리는 소드마스터 아란. 수도 수비대의 원수(元首)로 젊은 시절부터 리쿠나를 키리루타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온 백전노장인 그의 심기를 새파랗게 젊은 남작 나부랭이가 강하게 자극하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요?”

성큼성큼. 점점 보폭이 커지는 그의 뒤에 2소대 대장, 쥬르가 다가와 귀엣말로 물었다.

“체포한다. 포위해.”

“알겠습니다.”

쥬르는 다시 뒤로 돌아가 명령을 내렸고 아란과 에릭실의 거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아란의 검이 칼집에서 빼어져 나오며 다시 푸른빛의 검이 영롱한 보기와 날카로운 예기를 뽐냈다.

‘미스릴이군.’

에릭실은 아란의 검에 재질을 단박에 눈치 채고 뽑은 검과 자세를 잡았다. 소드마스터라는 것이 확실히 느껴지는 아란의 경지.

‘어리석은 자여. 후회하라.’

아란은 그를 어리석다고 그의 만용을 안타까워하고 있었고 포위망을 구축하는 쥬르는 내심 고소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에릭실은 그들의 생각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몸에 마나를 끌어올렸다. 육십 명 정도가 모두 창을 들고 분수대를 둘러쌌고 용병들은 뒤로 물러나서 잘나신 남작 나리의 저항을 구경할 뿐이었다.

“경비병을 열 명 이상 쓰러뜨린 자를 고용하겠다!”

뜬금없이 터져 나온 에릭실의 고함. 그 고함에 방관하던 용병들이 가장 먼저 놀랐고 다음으로 포위망을 좁혀오던 수비대원들이 놀랐으며 마지막으로 몸에 마나를 극도로 끌어올리던 아란이 놀랐다. 아란의 눈에 노기가 어렸다. 처음에는 그저 체포해서 겁줄 생각뿐이었지만(추가로 그의 가문에 연락을 넣어 덤으로 부수입을 뒷주머니로 챙기기도 하는) 이제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다. 여기서 목을 베어 그의 가문을 완전히 와해시키겠다는 목적이 생겼다.

“으득……. 건방진 놈.”

아란의 검이 움직이며 단번에 검을 든 에릭실의 오른팔을 노렸다. 마나가 검을 향하며 마나 전도율이 최고라는 미스릴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그의 마나의 부응하듯 미스릴 검에는 미스릴보다 푸른빛을 띠는 소드마스터의 전유물, 오러블레이드가 솟아났다.

“수비대에 대한 반항은 즉, 국가에 대한 반항. 반역 행위로 취급하여 삼족을 멸해주마!”

노기로 가득한 우렁찬 아란의 목소리와 함께 검이 휘둘러졌다.

“까짓것 나라 한 번 팔아버리면 되지, 뭘 그리 자랑이라고 말해?”

분노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한 아란의 눈이 부릅떠졌다.

작가의말

강화도에 농사짓고 오느라 늦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