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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Testable
그림/삽화
Zig
작품등록일 :
2019.02.24 00:11
최근연재일 :
2024.06.22 21:55
연재수 :
308 회
조회수 :
137,705
추천수 :
3,292
글자수 :
1,713,963

작성
19.03.06 00:28
조회
2,091
추천
37
글자
10쪽

능력 판정을 받다

DUMMY

“류셀?! 오밤중에 무슨 여자를 데리고 온 거야!”


늦은 아침, 눈을 비비며 자기 방에서 나온 시이나는 이스를 보고 화들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전 수상한 자가 아니에요. 시이나 씨. 전 이스라고 합니다.”

“내 이름은 어떻게?!”

“류셀이 가르쳐 주었어요. 이곳의 주인 되시는 분이라고.”


시이나는 내 뒤에 숨은 채, 작은 식탁에 앉아 차를 홀짝이는 이스를 수상쩍다는 듯 보았다.


“그 억양, 제국에서 온 거야? 지금 제국 국민은 출입금지일 텐데.”

“예리하시네요.”

“류셀이랑은 어떻게 알게 된 거야?”

“밤의 교제라고나 할까요.”


도리어 나에게 의심의 눈초리가 쏠리자 난 고개를 저어보였다.


“어제 산책 나갔을 때 우연히 만났어. 이스에게는 금품을 대가로 의뢰를 하나 맡았다. 이대로 시이나에게 얹혀사는 것도 민폐겠지.”


“헤에, 무슨 의뢰?”

“열흘 간 함께 모험자 활동을 하기로 했다. 근처에 길드가 있다고 했지? 안내해줄 수 있겠나.”

“모험자?! 류셀이??”

“왜, 이상한가.”


시이나는 덜 깬 잠이 마저 깬 모양이었다.


“아니, 류셀 정도면 문제는 없겠지만... 그래도...”

“마족이 모험자를 하는 것이, 걱정된다는 소리로군.”


이번엔 이스가 마시던 차에 사레가 들려 켁켁댔다.


“뭐라고요? 류셀 씨는 마족이었어요?”

“이거 봐라 시이나. 인간의 눈으로 내가 마족인지는 간파불가능이다. 걱정은 없겠지.”

“류셀, 함부로 자신이 마족이라고 얘기해버리면...!”

“걱정 마세요.”


이스가 시이나를 안심시키려 했다.


“제국은 왕국처럼 마족에 대한 차별이 심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차별은 있겠지만, 여기처럼 공공연하게 죽이거나 하지는 않아요.”

“그렇다고는... 들었지만.”


시이아는 무심코 본인의 귀를 만지작거렸다. 뒤의 꼬리도 덩달아 흔들렸다.


“하지만 수상쩍다고? 괜찮은 거야? 그 쪽의 이스인가 뭔가 하는 아가씨. 마족에 대해 편견은 없다는 건 알겠지만, 단도직입으로 뭐하는 사람이에요?”

“그것에 대해서는 류셀 씨와 이야기가 끝났어요. 이제 곧 출발해도 되나요? 해가 중천인데.”

“그럴까. 시이나, 안내를 부탁할 수 있을까.”

“류셀과 먼저 만난 건 난데... 새치기 당한 기분이야...”


시이나가 조그맣게 투덜거렸다.

그래보았자 하룻밤차이지만.


“어쩔 수 없네. 나도 류셀을 내버려 둘 생각은 없으니까 모험자 등록은 같이 해줄게.”


시이나는 거실 벽에 걸려있던 대검을 손에 들었다.


“그런, 시이나 씨한테 미안해요.”

“괜찮은 건가? 애초에 넌 내게 할 부탁이 있던 게.”

“괜찮아.”


흑발의 수인 소녀는 등에 대검을 차며 말했다.


“길드엔 아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렇게 대단한 걸 해주겠다는 것도 아니고. 이스 씨의 의뢰가 끝날 때까지만 어울려주는 걸로 하자.”


시이나는 우리들을 모험자 길드까지 데려다주었다. 큼지막한 석조건물의 내부에는 여러 양상의 인간군상이 있었다. 벽에 걸린 의뢰지를 보며 고민하는 중년의 검사, 동물의 이빨 같은 것을 확인하고 동화 몇 닢을 건네주는 접수원, 로브를 뒤적거리는 젊은 마법사까지.


그 가운데, 토끼 귀를 한 소녀를 잡아끄는 청년이 있었다. 거적때기로 겨우 몸을 가린 소녀의 목과 발에는 무거운 족쇄가 차여 있었다.


“의뢰는 미리 접수해놓으랬잖아! 이 쓸모없는 것!”


손찌검이 날아들고 소녀는 바닥에 고꾸라졌다. 하지만 불평 없이 비틀거리며 일어서며 사과한다.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세요 주인님.”


누군가 참견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지만 길드 내부의 사람들은 그것이 익숙한 건지, 그쪽으로 눈길을 돌리지도 않았다.


이런 곳에서 잘도 살아남았군, 시이나.


“쳇! 쓰레기 주제에 더러운 혀를 놀리지 마라. 돌아간다.”


소녀를 질질 끌다시피 하고 나간 청년을 나는 흥미로운 시선으로, 이스는 눈살을 찌푸리며 보았다.


“놀랄 거 없어. 흔한 일이니까.”


시이나는 짐짓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지만, 목소리가 조금 떨리고 있었다. 외출 시에는 항상 쓰는 귀를 덮는 후드를 여미며 접수대로 향했다.


“모험자 등록을 하고 싶은데요.”


이 정도 거리면 시이나가 후드를 뒤집어쓴다 한들 귀가 조금 튀어나와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방금 전의 광경을 떠올리며 문전박대를 예상했지만.


“물론이죠. 아, 시이나 씨? 의외네요, 모험자 직업엔 관심이 없으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여자 접수원은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반갑게 우리를 맞이했다. 이 근처서 살아온 시이나와는 구면인 모양이다. 시이나는 우리 둘을 가리키며 소개했다.


“류셀, 그리고 이스예요. 이 셋이서 같이 한 조를 꾸리려고요. 부탁드립니다.”

“시이나 씨의 친구 분들이라면 환영해요. 등록은 이 뒤의 등록접수처에서 도와드릴게요.”


접수대의 뒤쪽 직원용 출입구를 통하자 작은 방들이 여러 개 나열된 복도가 나왔다. 접수원은 그 중 하나에 우리들을 안내했다.


가구도, 창도 없는 밋밋한 방이었지만 정 가운데에는 큰 수정이 미약한 빛을 띠었다.


“여기에 손을 대면 모험자 카드 등록이 가능하답니다. 기본적인 신체능력부터 마법의 적성이나 마력량까지 나와요. 그걸 토대로 등급이 정해지죠. 그럼 시이나 씨부터 할까요?”


시이나는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손을 얹었다. 수정이 금색 빛을 띠며 웅웅댄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수정의 표면에 문자가 표시되었다.


종족: 수인/여

나이: 27

완력: A

민첩성: B+

적성마법: 없음

마력랑: D-

적성직업: 도적

최종등급: B


“역시 시이나 씨는 마법을 빼면 높게 나오네요. 진작 등록시킬걸 그랬어요. 처리해야할 퀘스트들이 많은데.”


이스도 시이나의 스테이터스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내 관심사는 다른데 있었다.


“너, 10대 중반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나이는 스물 후반ㅡ”

“다, 다음! 다음 차례!”


시이나가 이쪽을 무섭게 노려보며 이스를 들이밀었다.


종족: 인간/여

나이: 16

완력: B

민첩성: A+

적성마법: 빛

마력랑: B+

적성직업: 성기사

최종등급: A


“빛이라... 성기사는 방어도 공격도 뛰어난 클래스니 이스 씨는 문제없겠네요. 시작부터 성기사라니, 대단한데요. 참, 다들 마법속성에 대해선 알고 계시죠? 마법엔 여섯 가지 속성이 존재해요.”


알고 있다마다.




바람



어둠


접수원은 속성에 따라 할 수 있는 직업의 종류가 나뉘고, 공격수단 또한 천차만별로 갈린다는 것을 설명했다.


“단지 어둠 속성은ㅡ아!”


마지막 차례로 내가 수정에 손을 얹자 접수원이 설명을 하다말고 새파랗게 질린다.


수정에서 검은 기운이 스며 나와, 방을 어둡게 뒤덮었다. 이변을 느끼고 손을 떼자, 접수원은 내게서 몇 발짝 더 물러서 있었다.


“어둠 속성은 마왕을 제하면 극히 드문 케이스로 발현되는데...”


접수원의 눈이 재빨리 수정을 읽는다.


종족: 인간/남

나이: ???

완력: ???

민첩성: ???

적성마법: 어둠

마력랑: ???

적성직업: ???

최종등급: S


“어라...? 왜 스테이터스 오류가 났지? 최종등급은... S?!”


종족을 보고 안심하던 접수원이 외마디 소리를 지른다.


“왕국에 둘밖에 없는 S등급이... 이제 셋? 하지만 왜 다른 건 안 나오는 거지...”

“오류가 있다면 등록은 무리인건가?”

“아, 아니에요. 최종등급이 잘못 표시되는 일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신기하네요, 인간이면서 어둠 속성이라니. 그럼 이대로 조를 짤게요.”


금세 평정심을 회복한 접수원은 손에 든 종이에 뭔가 빠르게 적어 내려갔다.


“시이나 씨가 데리고 온 분들이니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요. S, A, B가 하나씩인 모험자 팀이라... 소문이 금세 퍼지겠는걸요? 잠시 기다려주세요, 등록증을 가져다드릴게요.”


접수원이 급히 방을 나가자 이스가 한마디 했다.


“등급제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신참내기도 높은 등급을 받는군요.”

“그러게 말이다.”


시이나가 한숨을 쉬며 의자에 아무렇게나 걸터앉는다.


“철저히 능력제니까. 모험자를 오래 해도 실력이 늘지 않으면 평생 그 등급이야. 강한 몬스터를 쓰러뜨린다 해도 저절로 마력량이나 완력이 느는 건 아니니까. 그, 이스 씨는 그렇다 치고 류셀은 어떻게 숨긴 거야? 저거.”

“종족표시에 인간이라 쓰인 걸 얘기하는 것이겠지.”


나는 수정에 다시 손을 대어보았다.


“이 수정, 꽤 정밀도 높은 마법 아이템인 것 같다만 그렇게 상위 아이템은 아니야. 이 정도 속이는 건 간단하지.”


아까 손을 대본 순간 깨달은 것은 이 아이템의 작동원리다. 수정은 일정의 마력을 상대에게 흘린 뒤 그에 대한 반응의 수치를 기록하여 작동했다.


나는 괜한 의심을 사는 걸 막기 위해 최대한 조작한 정보를 흘려보냈다. 하지만 조작에도 한계가 있어, 어둠 속성이란 건 어쩔 수 없이 공개되었다만.


“류셀 씨, 당신은 마족이라고 했지요? 무슨 종인지 궁금한데요.”

“류셀은 지금 기억상실 비슷한 거예요. 본인이 무슨 종인지도 모른다니까요.”


시이나가 대신 변호해주었다. 이스는 그 말을 믿는 눈치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캐물을 생각도 없어보였다.


“시이나 씨. 저는 편하게 이스라고 부르세요. 당분간은 같이 다닐 것 같으니까요.”

“그래. 그러는 편이 좋겠지, 시이나. 이스는 원래 말투가 저렇다는 모양이다.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이 아니야.”

“본인은 존대하면서도 남한테 말을 놓으라는 건 조금 껄끄러운데... 뭐, 알았어.”


작게 투덜거리는 시이나를 본 이스는 해맑게 웃고 있었다.


이렇게 모험자로서의 첫날은 등록을 마치고 필요한 설명을 듣는 것으로 끝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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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세계 정복의 시작 +2 19.03.06 1,998 42 10쪽
» 능력 판정을 받다 +3 19.03.06 2,091 37 10쪽
9 피로 얼룩진 계약을 맺다 +2 19.03.04 2,213 39 8쪽
8 소녀는 순수하지 않다 +3 19.03.04 2,401 44 10쪽
7 퀘스트를 제안 받다 +3 19.03.03 2,503 45 7쪽
6 살육에 취하다 +8 19.03.02 2,730 52 9쪽
5 거처를 얻다 +8 19.02.28 2,974 50 10쪽
4 사람을 죽이다 +14 19.02.26 3,419 56 9쪽
3 아인종 소녀와 만나다 +10 19.02.25 4,125 56 9쪽
2 이세계로 전생하다 +9 19.02.24 5,072 74 13쪽
1 한 번, 죽다. +10 19.02.24 6,953 7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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