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무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Testable
그림/삽화
Zig
작품등록일 :
2019.02.24 00:11
최근연재일 :
2024.06.22 21:55
연재수 :
308 회
조회수 :
137,708
추천수 :
3,292
글자수 :
1,713,963

작성
19.03.03 00:35
조회
2,503
추천
45
글자
7쪽

퀘스트를 제안 받다

DUMMY

소녀의 이름은 이스라고 했다.


“저 말이에요? 왕국으로 가던 중이었어요.”

“다른 나라에서 온 건가?”

“네. 제국에서요.”


이스는 간단한 짐꾸러미를 챙기더니 갈 채비를 했다.


왕국까지 걸어가려는 기세였다. 단거리 텔레포트도 익히기 어려운 마법이지만, 장거리 전이 마법은 쓸 수 없는 것이겠지.


“난 전이 마법으로 왕국에 돌아갈 거다. 원하면 데려다 줄 수도 있다만.”


내가 제안했다. 상대방의 생명을 빼앗으려 한 것에 일말의 죄책감도 없었지만, 이렇게 빚을 지워두면 나중에 도구로 써야할 때가 올 때 도움이 된다.


이스는 화들짝 놀랐다.


“설마... 전이 마법? 쓸 수 있는 거예요?”

“그래. 너도 그 비슷한 건 쓰지 않나?”


내가 뭔 소리를 하나 고개를 갸웃하던 이스의 얼굴에 이해가 번졌다.


“아까 그거 말씀이세요? 그건 단거리 전이 마법이 아니에요.”

“아니야?”


하지만 이스는 분명 한순간 사라졌다가, 어느새 내 뒤로 와있었다. 전이 마법이 분명했을 터인데.


“체술의 일종일까요. 그리 대단한 건 아니에요.”


이스는 내 시선을 회피하더니 입을 다물었다. 이 이상 말해줄 생각은 없다는 것이겠지.


나는 납득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고, 마법을 발동했다. 우리의 발밑에서 시작된 작은 마법진이 순식간에 크기를 넓히며 밝게 빛나 시야를 가렸다.


우리는 순식간에 시이나의 집 앞에 있었다.


“와...와와와와.”


이스가 비틀거리다 겨우 균형을 잡았다. 당연히 난 도와주려는 시늉도 하지 않았다. 너무나도 노골적인 배려의 부재에 이스가 일부러 부루퉁한 얼굴을 했다.


“전이마법은 처음이라서요! 신경 안 쓰셔도 돼요!”


물어보지도 않은 변명을 늘어놓으며 작위적인 톤으로 쏘아붙이는 이스였지만, 나는 그걸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시이나의 집에서 멀어져갔다.


“참, 정문을 통하지 않고 전이마법으로 들락날락하는 건 불법이라구요?”

“그런가.”


이스는 어째서인지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물론 증거가 없는 이상 문제될 일은 없겠지만...”

“그럼 상관없겠지.”


시이나를 한밤중에 깨울 생각이 없었으므로 근처에서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정처 없이 걷던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따라서 멈춘 이스를 빤히 보았다.


“나한테 용무가 있나? 볼 일이 없으면 이제 좀 헤어지면 좋을 것 같은데.”


왕국에 데려온 것으로 충분하지 않냐는, 이제 좀 꺼지라는 의미였지만 이스는 그걸 이해했는지 못했는지, 순진한 표정을 띄웠다.


“당신 덕분에 시간을 벌었으니까요~ 저를 도와주신 분이니 이름 정도는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류셀이야. 그걸로 됐겠지. 그럼ㅡ”


그대로 작별을 고할 생각이었지만, 내 이름을 들은 순간 이스의 낯빛이 변하는 게 보였다.


“...류셀.”


나를 부른 게 아니라, 자신도 모르고 내 이름을 중얼거린 것이었다. 무언가 꺼림칙한 반응에 냄새를 맡은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수단을 가리지 않고 이 소녀를 죽이지 않은 자신을 원망했다.


“왜 그러지?“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척 얼굴을 고치고 물었다.


류셀이라는 이름을 알리지 말라고 그 정령에게 일러두었다. 마족인 시이나도 아직 그 이름을 아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그걸 이스라는 소녀는 어떻게 알고, 어디까지 알고 있는가.


간단했다.

내 적인가, 아군인가.


“류셀. 잠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나야 상관없다.”


자신과 어떻게든 연관이 되어있다는 걸 알고 나니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나는 이스를 데리고 선술집에 들어갔다. 벌써부터 취한 주정뱅이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종업원이 아무 말도 없이 더러운 컵에 담긴 맥주 두 잔을 쾅, 하고 내려놓고 갔다.


“이스, 그래서 할 얘기는?”


이스는 앞에 놓인 맥주를 전혀 마시지 않았다.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망설이는 주인의 심정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연한 분홍빛 입술이 한데 모아졌다. 덩달아 나의 눈도 가늘어졌다.


마왕을 좋지 않게 보고 타도하려는 용사 같은 인간이 이 세계에 없다고는 단정 지을 수 없다. 이스가 만일 그 부류 중 하나라면 미리 싹을 제거ㅡ 아니, 이스를 죽임으로 인해 역으로 내 존재가 알려질 위험도 있다. 그렇다면 사고로 위장해서 제거할까?


이스가 마왕에 우호적인 부류라면, 내 편으로 포섭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 정령 같은 부하가 있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의 부담을 덜 수 있으니까.


이런 저런 가능성을 물색하고 있던 내게 들려온 이스의 말은, 참으로 뜬금없는 것이었다.


“저를 도와주셨으면 해요.”


분명 시이나도 그런 말을 했었지. 내가 흥신소 직원으로 보이는 것이라면 곤란한데.


“대가는?”


우선 그것부터 물어보았다. 시이나와는 금전적 대가를 받기로 한 게 아니었으므로. 이왕이면 돈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언제까지고 그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란 보장은 없다.


“의뢰가 무엇인지 묻기도 전에 대가부터 물어보시는군요. 좋아요.”


이스는 주머니 하나를 꺼내 탁자에 탁, 하고 내려놓았다. 주머니 입구 사이로 금화가 엿보였다. 주머니 또한 잘 손질된 가죽이었다. 나는 그것을 빤히 바라보았다.


“이 정도면 될까요?”


금화가 가득 든 주머니 정도면, 평범한 사람이 일생을 벌어도 모으지 못할 돈이었다. 내 새로운 이세계 생활을 시작하기에는 충분한 군자금이다. 거기에 신경 쓰이는 점이 하나, 더 있었다.


“좋아. 의뢰는?”

“...저의 보호예요.”

“보호?”


단순한 경호 임무로 이 정도의 금액을 주는 건 이상하다. 게다가 이스에게 보디가드가 필요할 것 같지도 않다. 검술만으로는 나를 압도하는 실력이니까.


“그런 것치고는 좀 많아 보이는데.”

“그야, 전 지금부터 왕도에 쳐들어갈 거니까요.”


결코 작게 말했다고는 할 수 없는 이스의 말에, 옆 테이블의 사내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아가씨. 그 말은 흘려 넘길 수 없겠는걸.”


덩치 큰 사내가 이스에 다가섰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너무 부주의하다. 의뢰 내용의 진위 여부는 둘째 치고, 이런 선술집에서 저런 얘기를 꺼내다니 기본 상식이 부족했다.


“여긴 국왕 폐하께서 다스리는 왕국이야. 농담이라 해도ㅡ”


어쩔 수 없이 손을 쓸까 했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험상궂은 얼굴을 들이밀던 사내는 다음 순간, 굉장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넘어졌다. 손님들의 이목이 바로 우리에게로 모여졌다.

이스가 손을 털었다.


“그만 가죠.”


가녀린 체구의 소녀에게 엎어치기를 당한 남자가 어이가 벙벙해진 사이, 이스가 재빨리 술집을 나왔다. 나는 그 옆에서 물었다.


“왕도에 쳐들어간다니. 거기엔ㅡ”

“왕성. 국왕의 거처가 있고, 그를 지키는 왕국기사단이 있죠. 알아요.”


이스가 말했다.


“그래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한 거예요. 류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 첫 퀘스트를 받다 +5 19.03.08 1,868 43 7쪽
11 세계 정복의 시작 +2 19.03.06 1,999 42 10쪽
10 능력 판정을 받다 +3 19.03.06 2,092 37 10쪽
9 피로 얼룩진 계약을 맺다 +2 19.03.04 2,213 39 8쪽
8 소녀는 순수하지 않다 +3 19.03.04 2,401 44 10쪽
» 퀘스트를 제안 받다 +3 19.03.03 2,504 45 7쪽
6 살육에 취하다 +8 19.03.02 2,730 52 9쪽
5 거처를 얻다 +8 19.02.28 2,975 50 10쪽
4 사람을 죽이다 +14 19.02.26 3,419 56 9쪽
3 아인종 소녀와 만나다 +10 19.02.25 4,125 56 9쪽
2 이세계로 전생하다 +9 19.02.24 5,072 74 13쪽
1 한 번, 죽다. +10 19.02.24 6,953 77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